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52)
r 51 – 51. 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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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입니다.”
싸늘한 시선을 향해 애써 그렇게 답한다.
아니, 정말로.
난 억울하다.
딱히 내가 무슨 괴상한 도착증이 있는 심각한 변태인 것도 아니고. 그냥 유리아가 해달라는대로 해줬을 뿐이다.
그거라도 안 하면 애가 완전히 악마한테 잡아먹혀서 폭주했을 느낌인데 어떻게 해.
“근 몇 년 만에 재회한 여동생입니다. 제 유일한 가족이죠.”
하지만 루시엔이 싸늘한 기색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유일한 가족이, 재회하자마자 느닷없이 외간 남자 한 명을 주인으로 섬겨도 상관없답니다.”
“…”
뭔 주인이야.
듣기만 해도 나까지 힘든 호칭은 제발 참아줬으면 한다.
세상 모든 인간은 평등하니까.
세라 세계관은 봉건제 사회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 남자가 자신을 떠나지만 않으면 상관 없다면서, 무슨 짓을 당해도 상관없으니, 그런 의사의 표명으로서 자기 손으로 목줄을 차고 그걸 넘겼다고 하네요.”
“…”
“왜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지 궁금해서 나름대로 좀 조사해보니, 유리아가 아무와도 못 만나고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신경 써주던 사람이라더군요.”
“…”
“그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언질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혼자서 엄청 펑펑 울었다고. 다시 나타날 때까지 제발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기도했다더군요.”
“…”
“글쎄요, 그런 상황이라면. 가타부타 이유를 가져다 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그 사람한테 집착하게 될 만한 것 같습니다만.”
“…”
“여기서 제가 오해한 부분이 있나요?”
“…”
차마 대답을 못 하고 침묵하고 있자니, 성녀님이 도끼눈을 뜨고 재차 질문했다.
“있나요?”
“…없긴 한데요.”
정리해서 들으면 내가 진짜 말도 못하게 쓰레기긴 하네. 인정한다.
“그래도, 일단 그 건은 묻어두기로 하죠. 발단이야 당신이 제공했다 하더라도, 유리아가 거기까지 가버린 건 당신만의 잘못이 아닌 건 분명하니까요.”
루시엔이 한숨과 함께 그렇게 말하자, 나도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냥 그렇게 넘어가 주면 나야 고맙다.
“그리고, 당신에겐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루시엔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법황과 마주하여, 저희들에게 더 이상 참견하지 말라 못을 박으셨다 들었습니다.”
아까 전과는 달리, 대단히 정중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보면 애수마저 담겨있다고 봐도 좋겠지.
“저희 자매만의 힘으로는 평생 그 녀석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거에요. 진심으로, 당신을 만난 것이 천운입니다.”
“…”
[System Message> [ 대상 ‘루시엔’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 [ 호감도 단계가 ‘관심 1단계’로 격상합니다!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추가됩니다! ] [ 선善 성향 인물이므로 보상이 축소됩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창을 보며 볼을 긁적인다.
“…그렇게까지 감사하실 필요까진 없는데요.”
뭐, 어차피 법황하고는 좋건 싫건 척을 질 운명이니까.
시나리오 악역 중에서도 그럭저럭 좋게 풀 수 있을 것 같은 녀석들은 몇 명 있지만, 법황은 절대 아니거든.
“…”
그 목적이야 이해한다.
조금 두루뭉술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법황이 하려고 하는 짓은 ‘낙원’을 건설하는거다. 본인이 생각하는 지상 위의 이데아.
최소한 의도만큼은 숭고하고 고결하다고 포장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가능하겠지.
하지만, 발카서스랑은 다르게.
걘 쓰레기다. 협력하고 싶어도 도저히 협력할 수 없지.
시나리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확실해지지.
“그리고, 뭐. 당신들에게 관심을 떼는 것도 잠깐일 겁니다. 언제 번복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레이하운처 자매의 이야기는 법황과 함께 계속해서 궤를 같이하며 흘러가는 시나리오 메인 축 중 하나다.
지금 당장은 내가 담판을 통해 그쪽의 간섭을 무력화시켜놨다지만, 결국 성황국과 법황이 호문쿨루스들을 건드리지 않는 건 그쪽의 계획이 완전히 박살나기 전까진 요원한 얘기다.
이 두 명을 붙여둔 상황에서 최종까지 성장시키면 무슨 일이 가능한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확실히, 그렇겠지요.”
루시엔이 살짝 음울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법황의 ‘대업’에 저와 유리아는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포기할 거란 생각은 안 합니다만…”
이어서, 씁쓸한 미소가 성녀의 얼굴에 걸렸다.
“그렇다고 당신이 하신 일을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 지…”
“아, 그럼 부탁 좀 몇 개 합시다.”
“…”
루시엔의 표정이 일순 멍해졌다.
내가 기다렸다는 것처럼 말을 꺼내니 순간 당황한 기색이다.
왜 당황하고 그러시나.
세상 살이가 다 공짜일 리가 없잖아.
“…부탁 말씀이십니까?”
“예. 부탁이요.”
“당연히 말씀하시는 건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만, 성녀라는 거창한 이름에 비해 제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 괜찮아요. 저도 딱히 성녀님한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니까.”
어. 진짜로.
뭔가 어마어마한 걸 바라는 게 오히려 양심이 없다. 이 사람 얼마 전까지 성황국에서 고문당하고 있었는데?
“…”
루시엔의 표정이 살짝 시무룩해졌다.
“그렇습니까.”
“…아니, 왜 주눅이 드시는데요? 본인이 방금 할 수 있는 거 별로 많지 않다며?”
“그래도, 막상 이렇게 직접 들으니까, 조금…”
“…”
진짜 소심한 거로는 자매가 똑같다.
특히 루시엔은 머리 탈색한 것부터 해서, 풍기는 인상이 껌 좀 씹고 침 좀 뱉을 것 같이 생겨선 하는 짓은 내향성 인간 그 자체다.
“…첫째는.”
뭐, 아무튼.
바라는 건 두 가지다.
“신성 가호와 관련해서 제 숙달을 좀 도와주시죠. 관련해서는 성녀님 근처까지 올 사람도 교단에 별로 없잖아요?”
겨우 F를 벗어나 E와 D 사이에서 놀고 있는 내 신성 보유랑을 늘리기 위한 훈련을 이 사람에게 일임할 생각이다.
사제 테크를 타기로 한 이상 신성 관련된 모든 능력은 필수니까, 거기 관련해선 이 사람이 많은 도움이 되겠지.
“그런 부분이야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만. 혹시 은인께선 신성 보유량이 어느 정도인지 여쭈어도…?”
“개 벌레 구더기 수준이요.”
“…”
“제일 간단한 치료의 가호 만드는 데 3분 걸립니다. 성녀님은 그거 성물 없이도 한 번에 200개 정도는 가능하실 것 같은데?”
“…바라시는 수준은 혹시 어느 정도신지?”
“한 달 안에 당신 3분의 1어치 정도는 되는 게 목표입니다.”
대충 그 정도는 되어야 나한테 당면한 문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거거든.
당장 내 ‘신성력 운용’의 여부에 영향을 받을만한 문제들만 해도.
엘노어 집안의 저주 풀기, 4챕터에서 칼리반과 관련하여 엘리야한테 성검 찾기, 이단 심문소랑 나중에 얽힐 문제 원만하게 풀기…
하나같이 만만한 것들이 없다. 그저 그런 성장폭으론 어림도 없지.
대신, 진짜 저만큼 성장하는 게 가능해진다면 내 운신의 폭도 어마어마하게 넓어진다. 상황이 어느 정도 꼬여도 순조롭게 대처가 가능해지겠지.
“…”
루시엔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노력, 해보겠습니다.”
역시 성녀님이다.
이걸 듣자마자 면전에다가 쌍욕을 박는 대신에 이렇게 착한 대답을 돌려주다니.
‘뭐, 그래도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지.’
‘시스템’적으로 그런 것들을 빨리 성장시킬 방법이야 눈 감고도 꿰고 있다.
그걸 내가 실질적으로 운용할 기술을 숙달하기 위해선 루시엔같이 우수한 강사가 필요하겠지만.
“그리고, 두 번째는.”
사실 핵심은 이쪽이다.
지금 당장 급하고, 더욱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지.
“당신 동생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루시엔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걔, 상태가 그리 좋진 않아요. 당장 심각하진 않더라도 그쪽으로 넘어가기 직전이죠.”
‘단절자’에 걸린 저주의 악독함을 생각한다면 당장은 꽤 멀쩡해 보이긴 하겠지. 겉보기엔.
하지만 저주는 원래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자를 침식한다. 그럼에도 고작 몇 년만에 신체의 일부분이 그쪽에 영향을 받을 정도면, 그건 생각보다 그리 만만한 상황은 아니란 거다.
루시엔이 근처에 없으면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것이 그 증거다.
“…그래도, 지금은 저와 붙어있을 수 있으니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 편입니다.”
확실히, 이 사람 말대로 호문쿨루스는 서로 붙어있을 때 능력치 버프가 좀 세게 들어간다. 저주에 대한 저항력도 그만큼 높아질 거고.
“시간은 더 벌었으니, 그 사이에 더 나은 해결책을 찾으면…”
하지만.
“제가 싫습니다.”
“…예?”
“그 정도로 길게 끄는 것 자체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구요. 서로 오랜만에 봐 놓고 제대로 가까이 가지도 못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실제로, 그 빌어먹을 저주 때문에.
이 두 사람은 서로 오래 붙여놓기도 뭐하다.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니까.
그나마 루시엔이 정신을 차리기 전까진 유리아를 반쯤 격리시킨 상태로 같은 방에 내버려두는 것까진 가능했지만, 서로 움직이는 게 가능한 상황에선 그런 것 자체가 위험도가 너무 높다.
그래서, 지금 이 두 사람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 했지.
말이 되냐, 그거.
몇 년을 서로 못 봤는데.
“…”
내 말에, 루시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장 풀러 갑시다. 그거.”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는 법이다.
발카서스 이벤트까지 딱 3일 남았다. 질질 끌 것도 없지.
당장 유리아의 검인 ‘단절자’에는 저주 외에도 악마의 조각까지 깃든 상황이다.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풀어놓지 않으면 2챕터 진행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거든?
그리고 악마의 조각 관련된 걸 해결하는 것보단 저주 푸는 게 훨씬 쉽지.
거기에, 무엇보다도.
‘일단 그거부터 풀어야 목줄에서 벗어나지…!’
세 발자국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가까이하지 못 한다는 특성만 없애도 어떻게든 그 괴상한 액세서리 신세는 벗어날 수 있다.
나한텐 당장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뭔가 얼굴이 살짝 붉어진 상태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루시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열이라도 나십니까?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신 게 아닌…”
“…예. 느낌은 오네요. 이런 식으로 자각 없이 막 던지고 다니는 인간 같은데. 눈치도 없어 보이고.”
“…”
왜 갑자기 나쁜 말이야.
내가 뭔 잘못을 했는데.
“…얘기해서 고쳐질 타입도 아닌 것 같으니, 그냥 말씀이나 해보시죠. 방법이 있으신가요?”
“그거야 있죠.”
당연히 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편법으로 쓰기엔 넘치도록 충분한 방법이.
성녀님에게 충분히 알아듣도록 설명한다.
“미친 사람이신가요, 진짜?”
“…”
다우드 캠벨, 인생 업적.
성녀님에게 두 번 연속으로 욕을 들었다.
왜 그러세요, 진짜.
●
성황국에서 엘판테에 파견되는 사절단이 하는 일은 항상 똑같다.
시설 내부에 있는 종교 시설에 유지 및 보수. 간단한 행사 몇 개.
그래서, 원래대로는 그렇게 혼잡하지 않을 행사다.
원래대로는.
아마 성녀라는 초대형 유명 인사가 껴있지만 않았어도 그랬겠지.
“성녀님이 여길 봐주셨어!”
“지평선 너머를 보신거겠지.”
“아니야, 분명 내쪽을 보신거야!”
“…”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무리가 무슨 짓을 할 때마다 다 같이 몰려다니며 꺅꺅거리고 있는 모습은 그것 자체만으로 두통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옆에 있던 엘리야가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용사 후보답게 중요 행사에 불려나와 성녀의 호위를 맡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본인도 이 정도까지 사람이 몰릴 줄은 몰랐나 보지.
성녀님이야 얌전히 사방이 다 가려진 마차 안에 앉아있다지만, 그 바깥에서 인파를 밀어내는 호위쪽이야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왜 갑자기 호위 자리가 공석이 나고 난리야…”
엘리야가 신음처럼 중얼거리는 모습에 피식 웃는다.
그거 원래 명목상이나마 루시엔의 호위기사인 발카서스가 할 일이지만.
그쪽은, 글쎄.
[ 메인 퀘스트 ] 〖 챕터 2 – 소년왕 〗 [ ‘아카데미 습격’ 사건까지 3일 남았습니다! ]이걸 준비하는데 한창 아닐까.
이거, 내가 알기로는 보통 대규모 사건이 아니라서.
발카서스도 이거 준비하려고 꽤 애를 쓰고 있을 거다.
그렇게 쓴웃음을 짓고 있자니, 옆쪽에서 말이 날아왔다.
“…선생님.”
“응?”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뭘 어떻게?”
“일단 그거부터 좀 그만해 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녀석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목줄을 잡고 있는 나와 헤실헤실 웃으며 내쪽으로 달라붙으려고 애쓰는 유리아가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거리 유지를 하고 있지만.
성녀님이 기척 차단의 가호를 내려주셔서 그나마 주변에 이런 망측한 꼴이 보이진 않는 모양이다. 다행이지.
“뭐, 그런 플레이에요? 진짜로 소문이라도 나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
“…아니야.”
지금 이 녀석은 내가 조금만 떨어져도 극심한 불안증세에 시달리는 수준이다. 어쩔 수가 없거든.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게 최선이다…
“어? 선생님 뭐 때문에 바쁘셨는지, 중간고사 이후로 이틀 정도 아예 보이지도 않더만. 저 분은 그 기간 동안은 어떻게 버티셨대요?”
“못 버텼어.”
“…예?”
“오늘 아침 되니까 내 숙소 방 창문 깨고 들어왔던데. 침대 바로 옆에서 웅크려 잠들어 있더라.”
“…”
뭐, 수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까.
유리아가 나를 안 보고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이틀이다.
아마 루시엔이 그동안 정신도 못 차리고 있던 것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언니가 의식을 되찾았고 건강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저지른 일이 그거다.
“…그러면, 그렇게 위험한 사람을 데리고 왜 꾸역꾸역 정기 사절단 행사에 참여하셨는데요?”
“필요하니까 했지, 임마…”
언제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일 했냐.
성녀님 정도는 되어야 출입 허가가 나는 곳이 있으니까 그렇지.
실제로, 지금 도착한 일정의 마지막 장소가 그렇다.
“…여긴 올 때마다 대단하네요.”
별의 심장.
그렇게 이름지어진 돔 형태의 건물은, 바깥에서만 보아도 확연하게 거대한 신성력이 요동치고 있는 공간이다.
공허 지대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아카데미 내부에만 있는 시설이지. 하는 역할은 아카데미 근처에 둘러져 있는 결계에 동력을 공급하는 거다.
이건 본디 성녀쯤 되는 인간도 손을 댈 수 없는 곳이다. 출입 허가가 나는 게 다행일 지경이라.
원래도 그냥 안에 들어가서 감사 기도만 올리고 나오는 게 일정의 전부다.
그래.
원래대로라면.
“수업 도중에 들었는데, 안에는 치천사님이 남긴 성물이 그대로 남아있대요. 그 성물이 결계에 반영구적으로 동력을 공급중이고. 대단하지 않아요?”
엘리야가 살짝 달뜬 기색으로 이런저런 말을 던져왔다.
뭐, 이 녀석은 태생적으로 ‘천상’과 ‘천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애초에 본인이 가장 동경하는 인물인 칼리반부터가 성기사거든.
“그리고 혹시라도 테러 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방범 장치도 되어있다는데요?”
“그렇냐.”
“안쪽에 있는 성물을 건드리면 그대로 치천사님이 마련해 둔 경비병들이 튀어나온데요! 천사님들은 정말 철저하게 일을 처리해두시네요!”
“그렇군.”
“…”
흥분해서 조잘조잘 떠드는 것에 담백하게 반응해 주고 있자니, 엘리야가 문득 말을 멈췄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니까.
지금 이 ‘별의 심장’ 안으로 들어온 인물은 총 셋뿐이다.
나. 유리아. 엘리야.
나머지 인원은 전부 바깥에서 대기중이지.
내가 성녀님에게 부탁해서 특별히 만들어놓은 상황이다.
“…이거 뭔데요?”
녀석이 급격하게 가늘어진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감지한 듯한 표정이다.
“또 뭘 꾸미고 계시는데요?”
“꾸미기는.”
하품을 하며 눈앞에서 펄떡이는 거대한 광석을 바라본다.
이게 바로 이 건물의 이름이기도 한 ‘별의 심장’이다.
나중에 엘리야가 다루는 성검의 재료가 되는 물건이기도 하지.
스스로 이능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영구동력기관.
“…”
엘리야의 표정에 불길함이 더욱 증폭되었다.
그 사이 별의 심장으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선생님. 아니죠?”
“뭐가 아니야.”
“…그거, 아니죠?”
그게 뭔진 모르겠는데.
이걸 말하는 거면 맞다.
검을 뽑아서, 그대로 별의 심장을 내려친다.
“…”
“…”
근처로 얼어붙은 침묵이 감돈다.
“뭐하는 거에요 이 미친 인간아-?! 진짜 또라이야 당신?!”
가열차게 비명을 지르는 엘리야의 모습에 피식 웃는다.
“괜찮아. 이 정도로는 흠집도 안 나.”
“흠집이 안 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
-…
-…!!!!
곧바로, ‘충격’을 감지한 별의 심장이 붉은 색의 빛을 내뿜었다.
척 봐도 그렇게 우호적인 기색은 아니다.
그 빛이 점점 더 강해지고, 별의 심장이 펄떡이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진다.
마치 뭔가를 ‘불러내려는’ 듯이.
‘그렇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야, 그런데. 그건 동의한다. 천사들 일 잘 한다는 거.”
“뭔 소리에요, 갑자기?!”
“그래서 나도 그쪽이랑 속성으로 면담을 좀 하고 싶거든.”
단절의 저주는, 이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게임 안에서 가장 악독한 저주 중 하나다.
그걸 급성으로 손을 좀 보려면, 보통 사람가지곤 안 되지.
저주의 해제 관련해서는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운 천사들의 손을 좀 빌려야 한단 거다.
‘하지만…’
치천사쯤 되면 천사들 중에서도 꽤 높으신 분이다. 쉽게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그러니까.
바쁜 사람을 만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로는 한참 전에 예약을 잡는 거다.
하지만 난 3일밖에 시간이 없으니 패스.
“…”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사고를 치는 거다.
존나 큰 거로.
그쪽까지 보고가 올라가게.
“…그래.”
엘리야가 문득, 해탈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이 사람 원래 미친 새끼였지.”
“…”
그런 문장이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
-!!!
-!!!!!!!!!
터져 나오는 붉은 빛무리가, 돔 내부를 무시무시한 기세로 감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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