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53)
r 52 – 52. 해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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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치천사가 마련해두고 간 장치라고 해도 이걸 건드린다고 해서 곧바로 그쪽이 튀어나오거나 하진 않는다.
어디 중요 시설에 침투해서 경보가 울리면 거기 책임자가 바로 나오나. 아니지.
제일 먼저 오는 건 상식적으로 ‘경비 병력’이다.
-!
그리고 천사들이 제일 잘 써먹는 경비병은 일반적으로 오토마톤이지. 코어를 장착한 자동 전투 인형.
전신이 강철로 만들어진 기계 거인이 빛무리 안쪽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그 크기에 어울리는 거병을 바닥에 내려찍자 돔 전체가 텅, 하고 울리는 기분이다.
“…별철 기반 오토마톤? 저걸 셋이서 어떻게 잡아요!”
엘리야가 그런 비명을 내질렀다.
뭐, 별철이면 내가 때린 별의 심장을 이루고 있는 금속체다. 강도, 경도, 뭘로 따져도 세계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최고급 금속이지. 괜히 성검의 재료겠나.
잡으려면 엘리야 말대로 도저히 학생 수준에서 상대할 적이 아니다. 하려면 아카데미 학장 수준은 데려와야 뭐가 급이 맞지.
“…”
나도 말 없이 앞쪽을 바라본다.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A등급으로 적용합니다. ]A급이라.
생각해보면 오히려 EX등급이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한 격차겠지만.
이건 결국 정해진 명령만을 수행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절체절명의 등급 조정 조건 중 하나인 ‘적의’를 만족시키지 못 해서 일어나는 현상이겠지.
“…”
쓴웃음을 짓는다.
뭐, 생각해보면 이미 치천사가 놓고 간 성물을 대놓고 해하려 한 시점에서 이런 기계가 아니라 천사가 당장 튀어나와도 상관 없겠지만.
‘계율’ 상 천사는 직접 남을 해하는 게 금지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진짜 무력이 필요한 상황이 있어도 그쪽은 직접 개입하지 못 한다.
지금 느릿느릿 나오는 이유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을 제압할 수단을 강구하느라 그런 거지.
‘…생각해보면 참 웃기단 말이야.’
악마들은 물질계에 대한 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당장 본체의 일부인 조각이 지상 여기저기에 퍼져있고, 그 추종자도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그 세가 어마어마하며, 조건만 맞으면 조각이 깃든 그릇을 통해 본인이 직접 현현하는 게 가능하지.
이에 반해, 천사들은 기껏해야 간접적으로 누군가에게 가호를 내리거나 축복을 내리는 게 전부다.
본신이 직접 물질계로 튀어나오기 위해서는 악마의 조각이 그릇에게 깃들고, 그 그릇이 폭주하는 것 이상의 까다로움을 요하지.
“…”
그게 다 ‘계율’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천계 꼭대기에 위치하신 양반들과 판데모니엄의 지배자인 악마들이 맺은 협정 말이지.
후반에 가면 엔딩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장치다.
천사들과 천계도, 뭐라 해야할까. 아군은 맞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절대적인 아군은 아니다.
법황 같은 놈이 역대급 신성력을 부릴 수 있는 것만 봐도 그렇지.
정확히는, 안쪽에서도 ‘파벌’이 갈려서 생기는 현상이지만.
‘…덕분에.’
그 계율의 내용 때문에, 천사들이 물질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단은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물질계에 뭔가를 하고 싶을 경우, 그 영향력이 인간 한 명한테 집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걸 물질계에서 일컫기를, ‘용사’라고 부른다는 설정이지.
지금 내 옆에서 이 악물고 검을 뽑아들고 있는 주황색 머리 여자 말이다.
“내가, 진짜, 당신 때문에 못 살아!”
그렇게 말하며 엘리야가 이쪽에 가세하려 했지만, 손바닥을 펼처서 그쪽으로 내민다.
누가 보아도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는 동작이니까 그럴 테다.
“…아니, 또 뭔데요?!”
녀석이 성난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글쎄다.
내가 이번에 너 데리고 온 건 딱히 전투에서 도움 받으려고 부른 건 아니라서.
오히려.
“너 없는 게 더 나으니까 그렇지.”
지금 상황에선 네가 참여하는 쪽이 더 안 좋다.
“…”
엘리야가 입을 슬쩍 벌렸다. 눈동자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흔들리고 있다.
“…그게, 어, 그게, 대체, 무슨, 무슨 말이에요…?”
“아니, 말 그대론데.”
아까도 말했지만, 천사들에게 집중적으로 가호와 축복을 몰아받는 인간을 용사라고 부른다는 설정이다. 우리 주인공께서는 현재 용사 ‘후보’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짓에 어떻게든 엮였다는 흔적이 남으면 나중에 용사로 임명될 때 무슨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면 곤란하거든.
“딱히 네가 약하거나, 도움이 안 돼서 그렇다는 건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물론, 그걸 일일이 설명해주는 건 안 된다.
천계 위쪽에 계신 분들의 고지식함은 판데모니엄의 악마보다 더 악랄한 경우가 종종 있다.
완전히 외부인인 내가 천계 내부의 사정을 어떻게 알고 있냐고 어떻게든 파내려고 할 확률이 높거든.
“그럼 왜…!”
“어이쿠.”
녀석이 다시 뭐라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거기에 대답하기에 앞서 오토마톤이 그 거병을 휘둘러 내가 있는 위치를 내려찍었다.
검사의 집중까지 발동할 필요도 없다. 절체절명 A급만 되어도 이 정도는 여유롭지.
문제는, 나도 저쪽에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단이 없다는 것.
‘그러니까 경비병으론 최적이지.’
이렇게 모자라는 공격력에도 오토마톤을 천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유라면, ‘시간 끌기’엔 그만큼 최적이거든.
저거, 진짜로 안 죽는다.
절체절명이 A급이 아니라 EX급으로 터져도 내가 저걸 쓰러트리는 건 꽤 요원한 일이다.
[단단해 보이는데요. 검으로 저걸 자를 수 있을까요?]옆에서 유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 글자를 띄워올렸다.
엘리야처럼 내가 하는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딱 봐도 거대하고 강력한 적이 등장했음에도 긴장한 기색은 터럭조차 없다.
“…”
다시 내쪽으로 내려꽂히는 오토마톤의 공격을 쓱 피하며, 다른 생각을 주섬주섬 떠올린다.
새삼 느끼는 건데, 얘도 감성이 일반적인 느낌에서 좀 어긋나 있는 건 맞다.
아마 악마의 그릇 후보들 대다수가 그렇긴 하지만, 얘는 그 정도가 특히 더 심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느끼는 감정의 대다수가 ‘나’와 관련된 쪽으로 집중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맞지.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뭐든지 간에.
‘…무섭긴 해.’
정말로 그렇다.
하얀 악마의 특성상, 얜 이미 악마의 조각과 스스로의 혼이 융합이 끝나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감정이 나중에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나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거든.
지금이야 그냥 나랑 멀리 떨어져 있으면 불안 증상에 시달리는 정도로 끝난다지만.
뭐 하나라도 잘못 됐다간, 어.
진짜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라면서, 나랑 같이 동반 자살을 계획한다던가…
“…”
소름이 주욱 돋는다.
최소한 엘노어는 이렇게 안 되도록 내가 노력해야겠지.
그쪽도 좀 있으면 조각과 융화가 끝날 테니까.
‘그보다.’
당장 오토마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야 있다.
얘를 이용해서.
그런데, 그 방법이 좀… 그래.
내가 쓰레기 같아.
“…”
한숨을 내쉬며 그쪽과 오토마톤을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뭐, 그래도 하긴 해야겠지.
그러려고 데려온 것도 있으니까.
“유리아, 있잖아.”
[네. 괜찮아요.]“…”
아니.
내가 뭘 하려는지 정도는 좀 듣고 결정하는 게 어떻겠니.
[그보다, 처음으로 이름 불러주셨네요? 기뻐요!]그러지 마.
내가 더 이상 쓰레기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하지 마…!
“일단, 그거 빼서 손목에 걸어.”
목줄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걸 그대로 걸고 있는 상태에서 하기는 좀 그렇지.
[꼬, 꼭 빼야하나요…?]“…”
눈물은 왜 또 그렁거려.
내가 무슨 못할 말 했냐.
“아니, 그… 빼지 마, 그냥. 됐다…”
뭔가 설득에 기나긴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느낌이라, 포기하고 목줄을 내 손에 단단히 쥔다.
견고하고 튼튼하다. 제작을 의뢰받은 녀석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짓을 해도 절대 끊어지지 않을거요’라고 다짐하던 이유를 알겠다.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알지. 다 알아.’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던거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좀 나긴 하는데.
“…”
아무튼.
이런 짓에도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흡!”
기합성과 함께, 그대로 목줄을 잡고 뒤로 당긴다.
이어서, 곧바로 유리아를 ‘집어던진다’. 돌팔매질 하듯이.
A급 절체절명이면 이 정도는 수월하게 한다.
켁, 하는 숨 막히는 소리와 함께 유리아가 휭- 하고 날아갔다.
이어서 녀석이 오토마톤의 머리 부분에 콩! 하고 부딪히더니, 이내 그 몸체를 타고 우당탕탕 미끄러졌다.
무슨 만화의 한 장면같군.
“…뭐하는 짓이에요?”
“…”
“뭐하는 짓이냐니까?”
옆에서 엘리야가 나를 쓰레기 보는 눈으로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지만, 애써 무시한다.
다 필요해서 하는 일이다.
-!
오토마톤이 근처에 있는 유리아의 모습을 발견하고 타깃을 그쪽으로 돌린다. 다시 그 거병이 올라간다.
그대로 내려찍히면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가겠지만.
눈대중으로 오토마톤과 유리아의 거리를 잰다.
한 발자국 반.
저 정도면. 글쎄.
“잠깐, 위험…!”
엘리야가 그렇게 말하기도 이전에.
번개같은 속도로 유리아의 손이 단절자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
단 한 방에.
오토마톤이 반으로 양단되었다.
“뭐…!”
엘리야가 입을 쩍 벌렸다.
“…아예 보이지도 않았…! 아니, 저 사람 학생 아니에요?! 콘라드 학장님보다 더 센 것 같은데?!”
경악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도 피식 웃는다.
그래. 내가 괜히 세 발자국 안쪽으로 절대 안 들어가려고 몸을 비틀던 게 아니다.
단절의 저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상대방을 더 무자비하게 갈아버리는 성질의 저주는, 두 발자국 안으로 들어서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별철 오토마톤도 쪽도 못 쓰고 박살날 정도로.
그나마 두 발자국 근처라 저 모양이지. 만약 한 발자국 안쪽이면, 글쎄.
현재 시점에서 시나리오 등장인물 중 유리아가 한 방 컷을 못 낼 놈은 아무도 없을 거다.
‘…그래서 이런 성질을 대놓고 써먹는 전술이 있었지.’
게임 안에서 일컫기를 ‘믹서기’.
방법은 간단하다.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건 유리아를 적진 한 가운데에 그대로 쑤셔박는다. 그러면 가까이에 있는 건 진짜 뭐든지 다 갈아버리거든.
지금 내가 한 것도 비슷한 짓이고.
“…”
대단히 쓰레기 같긴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아마, 2챕터에서도 유용하게 써먹겠지.’
소년왕을 대적할 부분에서, 이 능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단절의 저주에 걸린 ‘페널티’는, 저런 공격력을 피아식별 없이 무차별하게 투사하는 것이지만.
내가 여기서 받아갈 건, 그걸 ‘구분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거니까.
[우, 우와! 한방에 쓰러트렸어요!]“야, 잠깐. 잠깐만!”
문제는, 그런 성질을 가진 상태에서도 나한테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달라붙으려 한다는 거다.
식겁하며 거리를 조절하기 위해 물러선다.
이에 유리아가 시무룩해지며 걸음을 멈췄다. 원반을 물어서 가져왔더니 주인이 머리 안 쓰다듬어준 애완견을 보는 느낌이다.
[칭찬, 안 해주시나요…?]“…”
어쩔 수 없이 작살난 오토마톤에서 튀어나온 긴 막대기 하나를 집어든다.
그걸로 멀리서 유리아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다.
“…그래. 잘했다.”
[헤헤…]글쎄.
이렇게 해도 좋아해주는 걸 너그럽다고 해야하냐, 아니면 진짜 개무섭다고 해야 하냐…?
“…진짜 둘이 뭐하는데요?”
“…”
시끄러워.
아까부터 꼬박꼬박 태클 걸고 있냐.
뭐, 하지만 이 녀석에게 이렇게 핀잔을 듣고 있을 때도 아니다.
이렇게 오토마톤까지 순식간에 작살냈으면, 뭐 무력을 사용하고 어쩌고 하기 이전에 천사들도 비상사태거든. 곧바로 튀어나올 사람이 있을 거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 펼쳐진 빛무리가 조금 더 강하게 일렁였다.
-!
이어, 하얀색 빛 안쪽에서 갑옷을 차려 입은 날개 달린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색의 갑주. 발 끝까지 내려오는 푸른색 머리카락의 여성.
나도 알고 있는 모습이다. 애초에 천사 중에서 여자는 대단히 희귀하거든.
역품천사. 고결과 미덕을 테마로 삼으며, 지상의 인간에게 ‘기적’을 내린다고 알려져 있지.
세라에 등장하는 천사의 위계를 생각하면 꽤 높은 사람이다. 고위 직급 공무원 정돈 되지.
“처, 천사?!”
옆에서 엘리야가 기겁을 하고 있었다. 뭐, 이 녀석 입장에선 연예인을 실제로 보는 기분 아닐까.
하지만, 이 천사의 등장이 나도 놀라운 건 사실이다.
‘…생각보다 높은 쪽이 나왔네.’
치천사와 직접 대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다.
그거 엔딩 근처까지는 가야 얼굴 비추는 양반들이다. 아무리 사고를 쳐도 지금은 택도 없지.
포지션 상 거의 악마의 대척점에 서 있는 쪽이라서.
그래서 적당히 낮은 등급 천사 아무나 한 명 나올 줄 알았는데, 역천사급 정도가 직접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예상 외지.
‘…괜찮은데?’
하지만, 좋은 쪽으로 예상 외다.
시간을 단축한다는 쪽에서.
단절의 저주를 풀기 위해선 꽤 고위 천사랑 담판을 봐야하는데, 역천사 정도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뜯어낼’ 수 있다.
난 조금 급진적인 방법을 쓸 거라서.
“…이거, 네가 저지른 일이구나?”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천사가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
하지만 그 눈을 보고 있으니 막상 그런 생각을 이어갈 수도 없다.
눈꼬리도 파들거리고, 입도 씰룩거린다.
이거 개빡친거다.
하긴, 까마득한 상관이 잘 관리하라고 특별한 대상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데 그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무슨 생각으로 저지른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천사가 그렇게 말하며 날개를 확 펼쳤다.
근처로 금빛 깃털이 위엄있게 흩날렸다. 이어서 근처로 신성력이 무시무시하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마 여기서 이어지는 게…’
천사들이 상대방을 무력으로 제압하지 못하는 대신 주로 써먹는 건 정신계 ‘억압’이다.
상대방의 정신에 직접 침투해서 상해를 입히지 않고 상대방의 행동을 조정하는 것 말이지.
아마 나한테 뭔가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것보단, 그냥 이 자리에서 까불지 못하도록 단순히 제압하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각오는 되어있겠…”
“예. 되어있습니다. 그 음습한 것 좀 빨리 하시죠.”
“…”
위압적으로 말하는 천사의 말을 끊고 들어가자, 천사가 잠시 할 말을 잃고 나를 쳐다보았다.
너도 이건 반박 못 하지?
‘…신성력이라면서 왜 이렇게 음침한지 몰라, 진짜.’
한숨을 내쉬며 그런 생각을 떠올린다.
신성 계열 스킬은 정신과 유난히 상호 작용하는 게 많다. 상성이 좋다나.
그건 천사들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지.
세상에 무슨 천사가 세뇌나 정신 조작 같은 걸 하냐.
“진짜, 교육이 좀 필요해 보이네!”
그렇게 말한 역천사가 그대로 신성력을 내쪽으로 쏘아보냈다.
이어서, 내 의식으로도 뭔가가 ‘끼어드는’ 감각이 진하게 전해진다. 내 머리 안쪽으로 다른 사람의 정신이 섞이는 감각이겠지.
천사가 직접 부리는 신성력이다. 어지간한 강자라도 쪽도 못 쓰고 그대로 주도권을 내주겠지만.
“…”
실소를 흘린다.
그런데, 뭐.
지금 내 입장에선, 오히려 천사가 이런 짓을 하는 걸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입장이다.
‘걸렸다.’
내 정신에 직접 ‘침투’한다면.
나도 나름대로 준비한 것들이 있으니까.
“…!”
이어서 곧바로.
상대방의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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