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61)
r 60 – 60. 홈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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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nfo > [ 소울 링커 ] [ 전용 장비 ] [ 인챈트: 에픽 ] [ ‘영웅의 파편’ 융합 ][ ‘악의 정수’ 융합 ]#1
[ 혼령: 칼리반 – 가디언, 새벽의 기사 ] [ 현재 동기화율: 12% ] [ 1단계 개방 ] [ 추가 기능 > [ ■ 스킬: 심상 세계 ]#2
[ 악령: 발카서스 – 금술사, 아르마다의 마지막 왕 ] [ 현재 동기화율: 10.00% ] [ 1단계 개방 ] [ 추가 기능 > [ ■ 특성: 금술 – 기초 ]그런 창이 눈앞으로 흐물흐물 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의식이 다시 물질계로 끌려나온다.
“…어우.”
그런 말이 신음처럼 튀어나올 정도로 강렬한 통증이 제일 먼저 느껴지지만, 그것 이상으로 이질적인 감각도 함께 느껴진다.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보드랍다.
“…”
뭔가 싶어서 눈을 끔뻑거리고 있자니, 슬슬 돌아오는 시야 너머로 누군가의 얼굴이 보인다.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내려다 보고 있는 새빨간 눈동자.
“…!”
식겁해서 저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가다가, 아까보다 배는 더 강해진 통증에 다시 앓는 소리와 함께 축 늘어진다.
온몸이 만신창이긴 하다. 이전에 정화자 때는 그래도 바로 치료되기라도 했지.
“일어났나.”
“…엘노어?”
“그래. 얼굴을 까먹지는 않은 모양이군.”
평소에 비해 몇 배는 더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의 엘노어다.
“…저기, 엘노어.”
“음.”
“화나셨어요?”
“화 났다네.”
“…”
그래 보이기는 한다.
그러니까 더더욱 질문해야 하는 부분인데.
“…화가 나셨는데 저한테 무릎베개는 왜 해주고 계세요?”
“화가 났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
그렇다고 하신다.
실소를 흘리면서 가만히 숨만 내쉬고 있다가, 힘겹게 주변을 둘러본다.
“장관이로군.”
“그렇네요.”
바닥에 쓰러진 발카서스의 몸으로부터 해제되어 흩어지는 금술이 하늘을 까마득하게 뒤덮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열려서 그 위로 혼령들이 일제히 승천하는 것 같은 광경이다.
실제로 의미도 그것과 비슷하고.
이걸로, 왕국 아르마다는 구원된 것이나 다름 없다.
혼이라면 으레 속하는 윤회의 고리로 돌아가, 다른 육신에 혼으로서 깃들 테니까.
이 세계관에서 죽은 이의 혼이 윤회의 고리로 돌아가 새로 태어나는 육신에 다시 깃드는 건 상식이다.
발카서스는 자신의 백성들에게 그런 최소한의 권리만이라도 찾기 위해 그 오랜 세월을 고생했던 거고.
“…”
힘겹게 팔을 들어올려 거기에 걸린 아뮬렛을 바라본다.
흰색과 검은색이 섞여 회색의 빛을 안쪽에서 내뿜고 있었다.
칼리반과 발카서스가 각각 여기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겠지.
‘…나중에 보자구요.’
칼리반과 마찬가지로, 발카서스도 내 신성력이 모자라는 동안은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서 잠든 상태로 보낼 확률이 높다.
수월하게 깨워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가 빨리 오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자니, 문득 눈앞으로 메시지들이 주르륵 펼쳐졌다.
[System Message> [ 메인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 보상이 지급됩니다! ] [ ‘악의 정수 1개’가 지급됩니다! ] [ ‘영웅의 파편 1개’가 지급됩니다! ] [ 10,000pt가 지급됩니다! ] [ 긴급 이벤트가 적용되었던 퀘스트입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 [ ‘이단 심문소’와의 특수 상호작용이 추가됩니다! ] [ ‘이단 심문소’의 인원과 접촉시 곧바로 해당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쭉 읽어내려오던 시선이 한 부분에서 멈춘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는데, 마지막에 적혀있는 문장이 특히 중요했으니까.
‘…이단 심문소라.’
세라 유저들 대상으로 설문 조사 했을 때, ‘가장 적으로 두고 싶지 않은 아군’ 항목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집단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렇지만, 그 안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동료’ 캐릭터가 문제라서.
‘굳이 찾아가진 말아야지.’
결국 언젠가는 마주치게될 놈들이지만, 그걸 최대한 미루는 건 괜찮겠지.
지금 나보다 더 악마와 직접적으로 엮인 인간은 대륙 전체를 뒤져도 한 손으로 꼽을 것이다.
‘악마 사냥’을 업으로 삼는 이단심문소에서 날 반길 리가 없단 얘기지.
‘뭐, 이건 이거고.’
떠올라야 할 건 한 가지 더 남아있다.
이런 식으로 전투 루트를 통해 발카서스를 돌파하고 나면 ‘열리는’ 게 있거든.
[ 히든 이벤트 ‘???’의 발생 조건을 1회 충족했습니다! (1/3) ]그렇지.
세이비어 라이징은 생각보다 짜임새가 괜찮은 게임이라, 메인 시나리오의 ‘정사’가 아닌 특이한 방법으로 돌파했을 때의 특수한 보상도 제대로 갖춰져 있다.
여기 적힌 ‘히든 이벤트’가 바로 그거지. 메인 시나리오를 충실하게 잘 깨면 튀어나오는 보상.
그리고 그건.
“…뭘 그렇게 쳐다보나.”
부루퉁한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는 엘노어에게 빙긋 웃어준다.
“아뇨, 그냥.”
엘노어의 가문에 내려져오는 ‘광증’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이다.
그 첫발을, 지금 끊은 것이다.
“…”
가만히 날 내려다 보고 있던 엘노어가, 한숨과 함께 손가락을 들어 내 콧잔등을 튕겼다.
동작만 보면 애들 장난이겠지만, 그걸 얻어맞은 내 고개가 통째로 뒤로 꺾였다.
대체 힘이 얼마나 센 거야.
“…뭡니까?”
“꼬시지 말게. 난 지금 꽤 불만이 많으니까.”
“…”
나는 그냥 살짝 웃은 게 전부다.
“그게 꼬시는 걸세.”
“…그러니까 그게 왜-”
“내가 그렇게 느끼니까.”
“…”
어쩌라는거야.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자니, 엘노어가 한숨과 함께 나를 들쳐업었다.
“일단 이 모양으로 다쳤으니, 치료부터 하는 편이 좋겠군.”
“…”
어, 그러네.
지금 내 꼴은 좋게 말해줘도 만신창이 이상이 못 된다.
그리고 이 사람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런 내 모습을 보자마자 꽤 멘탈이 나갈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점잖다.
이 정도면 발카서스와 전투할 때 이 사람을 끌고와도 됐을 정도로.
‘…뭐가 바뀐거지?’
짐작가는 거라면 있다.
이 사람을 플래시 테어러와 붙여두기 위해 강신 스킬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조각과 거의 융합을 마쳤다는 문구를 보기는 했었거든.
내가 알기론, 그건 그것대로 또 새로운 이벤트를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아마 그 영향을 지금부터 미리 받고 있는 모양-
“그리고, 치료 받으면서 천천히 설명을 받기로 하지.”
“…예?”
“엘리야 크리사낙스와 어딜 간다고?”
“…”
아, 맞다.
이거 남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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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 어서 와! 다치지는 않았… 꼴이 그게 뭐야?!”
기숙사에서 노심초사 룸메이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트리샤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엘리야를 보고 기겁해서 비명을 내질렀다.
물론 느닷없이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오늘 하루를 순탄하게 보낼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설마 그게 이 수준일 줄은 몰랐다.
몸 여기저기에 먼지가 묻어있고, 이런저런 잔부상도 있고, 뭐 그런 거야 그렇다고 치는데.
얼굴이 너무 엉망이다.
팅팅 부어있는 눈, 너무 쓸어서 헐어있는 게 분명한 코. 그리고 아직도 표정에서 떨어지지 않은 울적함.
“울었어? 아니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시선에 보이는 엘리야의 ‘감정의 색깔’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기분이 안 좋아서 새까만 수준이라면 이렇게까지 식겁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평소에 항상 품고 있는 그 ‘활기’마저 전부 잃어버린 느낌이다.
“…저기, 트리샤.”
엘리야가, 축 처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 아닐까?”
“…”
대체 어디서부터 질문해야 할 지도 모를만한 질문이다.
이 젊은 걸 넘어 어리다고 해도 될만한 나이에, 대륙 정점의 재능을 가졌다는 이에게만 수여된다는 용사 후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점부터가 어이가 없겠지.
“…나, 나, 선생님 옆에 있어도, 되는 걸까? 매번 도움만 받고,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 하고…”
언제나 올곧고, 결연한 의지에 가득 차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던 소녀가.
갈팡질팡한다. 마음 속의 색깔이 거무죽죽한 걸 넘어서서 거의 끈적끈적한 검댕처럼 변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 암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
어안이 벙벙해져서 입만 뻐끔거리던 트리샤가, 이내 재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양 볼을 짝 쳤다.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엘리야의 상태가 진짜로 심상치 않다.
‘…내가 여기서 똑바로 다잡아주지 않으면!’
상대방의 감정의 색깔을 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녀는 이게 정말로 ‘위험 신호’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여기서 어물쩡 대처했다간 엘리야가 정말 사람이 바뀔지도 모르는 수준이고, 친구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걸 그냥 두고 볼 순 없다!
‘일단…’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그 사람’과 엮여있었다는 건 알겠다.
그러니, 일단 이것부터 명확하게 하고 들어가야 한다.
“엘리야, 너, 정확하게 그 사람한테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이라니, 누구…?”
“다우드 캠벨 씨 말이야. 너, 그 사람 어떻게 생각하는건데? 존경할만한 목표? 친구?”
“그, 그건, 나도 명확하게는…”
“아니면, 좋아해?”
딱 잘라서 날아오는 질문에 엘리야가 동작을 뚝 멈췄다.
마음 속의 색깔도 그때만큼은 더 검은색으로 진화하는 것을 멈춘 기색이었다.
“…”
그 모습을 본 트리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연애 박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인간을 관찰해오며 관계의 ‘맥’을 짚는 것에는 어느 정도 통달했다고 말해도 될 수준이다.
이건, 그런 종류다.
반쯤 넘어갔는데,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어서 이게 정말 그런 건지 긴가민가한 상태.
자신도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 확신이 없는 주제에, 그쪽 좋아하냐고 묻자마자 잠시나마 마음에 밝은 빛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더욱 확실하다.
“…엘리야. 너, 그 사람한테 소원권인가 뭔가 있다고 했지?”
“으, 응.”
“그럼 그거 쓰자. 안 되겠어.”
“어? 쓴다니? 어디에?”
쓰기는 어디에 쓰겠어.
“방학 때, 순례 귀향 행사.”
그렇게 말한 트리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사이, 엘리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긴장된다는 기색이었다.
온몸을 계속 꼼지락대고 있다.
“그, 그래도, 괘, 괜찮을까? 거, 거절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소원권이라며. 안 들어주면 따져. 애초에 너도 처음부터 그쪽에 쓰려고 했으면서, 뭘 이제와 긴장해.”
그렇게 딱 잘라 말하는 트리샤의 모습을 본 엘리야가 입을 딱 다물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친구의 모습이 수 배는 더 성숙해보인다.
어떻게 보면 위엄마저 느껴질 정도로.
‘…아마 이것만으로는 모자라겠지.’
그리고 그런 기색에 걸맞게, 트리샤는 여전히 냉철하게 머리를 팽팽 돌리고 있었다.
항상 본 것은 아니지만, 엘판테의 학생 회장이 다우드 캠벨이란 인간에게 가지는 집착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특히나 ‘순례 귀향’이 보통 엘판테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생각한다면, 이걸 절대 놓칠 리가 없지.
그러니, 그쪽에도 우위를 점하려면, 이쪽에서도 초강수 하나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편지도 한 장 쓰자.”
“…어? 뭐? 어?”
도저히 진행을 따라가지 못해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엘리야의 손에 펜을 쥐어주고, 앞에 종이까지 세팅한 트리샤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말했다.
“내가 말하는 그대로 적어.”
이어서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수신자. 켄드리드 변경백.”
엘리야가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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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안 좋은데요, 다우드.”
건너편에서 아탈란테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런 말을 꺼냈다.
“크게 다친 게 얼마 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집중하기 힘들면 쉬는 편이 좋아보이는데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실제로, 딱히 몸에 지장은 없다.
그냥 이게 문제지. 살짝 창백해진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요즘 들어서 생각하는건데, 내 임기응변 능력은 나날이 고공행진하는 중이다.
그거야 내가 인지하는 범위 바깥에서 자꾸 뭐가 터져서 거기에 읽히는 일이 근래 엄청 자주 일어나니까 그렇지.
그냥 느닷없이 내 의사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것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거기에 맞춰서 행동 방침과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이제는 별 것 아니란 소리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켄드리드 변경백’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 [ 관련 이벤트가 곧 생성됩니다! ]그래도 숨 쉴 틈은 줘라.
제발.
“…”
켄드리드 변경백.
엘리야의 양부. 트리스탄 대공 기드온과 영원한 라이벌인 대귀족. 현 세대 최강의 성기사.
이 사람은 또 나한테 무슨 볼 일인데.
“이번에는 참 고생이었네요.”
그런 내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아탈란테가, 늘어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제국, 성황국, 부족 연합… 삼국에서 동시에 당신의 거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데다가, 그런 일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엘판테에 대한 대대적 테러라니요. 이런 대사건이 연속으로 터진 건 제 기억에도 별로 없었는데요.”
총장님이 그렇게 말하며 안경을 한 번 밀어올렸다.
“그럼에도,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흘러나오는 말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전에도 말했지만, 악마 숭배자는 계속해서 당신을 노릴거에요. 제가 보기에는 이번 사건도 그 일환이었다고 생각하구요.”
“…”
“모든 사건은, 이제 당신을 위주로 움직이기 시작할 거에요. 다음에 뭔가가 또 있을거라 생각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합니다.”
꽤 이런저런 사건이 있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이제 겨우 2챕터를 깼을 뿐이다.
시나리오는 아직 한참 남았고, 악마의 그릇들 문제도 아직 정리하려면 한참 멀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힘을 키우는 건 멈춰선 안 될 노릇이지.
무엇보다도.
그 녀석이 문제다.
갑자기 튀어나왔다가 사라져 버린 여자. 선각자. 악마 숭배자들의 수장.
‘…그 놈, 원래 여자였나?’
내 기억엔 아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모든 시나리오 요소들 중에서, 놈만이 내 ‘지식’에서 벗어나 있다.
다른 건 전부 다 내 지식대로 움직이는 이 게임 시스템 위에 구축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 예상을 벗어난 존재.
다른 놈은 몰라도.
그 녀석만큼은, 나한테 대체 무슨 생각과 의도를 품고 있는 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또 어두운 표정으로 상념에 잠기려고 하는 내 모습이 눈에 밟혔는지, 아탈란테가 곧바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씩 웃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안 쉴수는 없죠. 그러다가 고장나요?”
“…예?”
“원래 방학은 중간고사 끝나고 조금 이후에 진행하는데, 얼마 전에 있었던 습격 사건 때문에 지금은 학원 전체의 기능이 잠시 정지되어 있는 상황이에요. 수업을 할 수가 없으니, 그냥 이 참에 아예 다들 좀 일찍 쉬라고 할 예정이죠.”
당신도 그 동안은 쉬고 있으란 소리에요, 라고.
총장님이 눈 한쪽을 윙크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도 쉬고 싶긴 한데요.”
방학이란 제도의 의의도 그거고.
그래.
그런데, 나는 그런 걸 누릴 확률이 대단히 낮다.
“한데요?”
“순례 귀향행사라고. 총장님은 알고 계신가요?”
“알고는… 있죠?”
총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게임 안에서 대표적인 ‘연애’ 이벤트 중 하나였으니까.
방학 때 학생들끼리 서로 약조를 하고 상대방의 고향에 방문하는 행사를 말한다.
제국 내부에 있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뭐라고 해야하나.
사실상 학생끼리 하는 데이트 여행 느낌으로 취급되는 모양이지.
학원에서 추진하는 공식적인 행사는 아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하도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이라 준 행사 취급한다고 들었다. 이걸 관리하는 인원도 따로 배치될 정도니까.
“…”
그리고 그 인원한테서 받아온 행사 관련 서류를 아탈란테에게 내민다.
진짜, 정말로, 나는 죽어도 하기 싫었던 내용이 거기에 적혀있었다.
어느 쪽이라도 거절했다간 날 죽이거나 본인이 자살할 기색이라서 차마 뿌리치지 못한 결과, 나온 내용이 저거다.
“…이거, 농담이죠?”
아탈란테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엘리야 크리사낙스. 엘노어 에리나리제 라 트리스탄.”
“…”
“용사 후보. 트리스탄 공녀. 둘 중 한 명만 있어도 어지간한 영지는 다 뒤집어질 텐데.”
“…”
“…이 두 명이랑 같이 고향에 내려간다구요? 캠벨 ‘남작’가에?”
“…”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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