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63)
r 62 – 62. 홈커밍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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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번에 도련님이 돌아오셨나요?”
“도련님이 돌아오셨다구요?”
“정말이에요?!”
“…”
헤르만은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간신히 억누르며 주변에서 몰려드는 시녀들에게 손짓했다.
잔말 그만하고 일에나 집중하라는 완강한 몸짓이었다.
저희들끼리 꺅꺅거리며 흩어지는 시녀들을 보고 이마를 감싸쥐고 있자니, 옆쪽에서 살짝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의 업이 이렇게나 깊네요. 감당은 가능하실지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민하셨던 분이니 어련히 알아서 하시지 않겠나, 한나.”
“걸출한 분이기는 하셨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분들을 이끌고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시녀장 한나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차를 보며 말을 이었다.
“켄드리드 변경백에 트리스탄 대공이라니. 남작님에게 보고는 올리셨나요?”
“지금은 좀, 그렇지 않겠나. 골딕 자작이 방문했다고 들었네.”
피곤하다는 듯 말하는 헤르만의 모습에 한나 역시 이해한다는 쓴웃음을 지었다.
“…체스터 백작이 최근에 저희 영지에 이상할 정도로 탐을 들이고 있나 보네요. 남작님께서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이 근방에서 가장 세가 강한 귀족이 누군지 묻는다면 열이면 열로 체스터 백작의 이름을 꺼낼 것이다.
골딕 자작은 그 끄나풀에 불과하고.
“이상한 일이긴 하지.”
“예?”
“체스터 백작은 이전에도 몇 번 본 적 있네. 욕심은 많았지만 최소한의 도리는 알고 있던 인간이었어.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남의 땅을 빼앗으려 들지는 않았단 말일세.”
“…”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군. 영지 안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 수도 있고.”
“뭐, 지금은 저희가 남의 영지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네요.”
한나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창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특히 저런 명성이 자자한 가문이, 동시에 남의 영지에 가문의 마차까지 끌고오는 경우라면… 그렇죠? 보통 그런 의미니까.”
행간에 감춰진 문장을 정확하게 알아들은 헤르만이 이번엔 감추지 못한 한숨을 꺼내놓았다.
“…혼담까지 오고가진 않을걸세.”
“확신하고 계신가보군요?”
“두 가문 모두 혼사가 오고 가는 것만으로 정치적으로 폭풍이 일어날 위치에 있는 대귀족들이야. 그런 이야기가 오갈 거였으면 가주 본인들이 직접 참석했겠지.”
“…”
그렇게 말하는 헤르만의 말을 들은 한나의 얼굴에 걸린 쓴웃음이 더욱 강해졌다.
헤르만으로서는 왜인지 모를 불길함에 등골이 쭈뼛 곤두서는 표정이었다.
“이것, 읽어보셨나요? 마공학 전서구로 방금 전에 도착한 건데.”
그렇게 말한 한나가 짧게 적혀있는 서한 하나를 헤르만에게 내밀었다.
“어쩌면 이 두 가문, 생각보다 진심일 수도 있어요.”
겉봉에 찍혀 있는 것은 신성 각인. 그중에서도 최고위의 권한을 가졌음을 시사하는 3익 짜리를 사용하는 인간은 법황을 제외하면 전 대륙에 두 명 밖에 없다.
대신전의 지도자인 제사장. 그리고 전 신도의 대표자인 성녀.
그리고 거기에 적힌 내용은.
“이거, 위조는 아니겠지?”
“거짓말 같진 않아요, 헤르만. 미치지 않고서야 본인이 성녀라고 사칭하진 않을 테니까요. 신성 각인도 진짜라고 확인받았습니다.”
“…”
아찔한 감각이 순간 전신을 휘감았지만, 정신을 차리는 데까진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자 않았다.
아무튼 한나나 그녀나 이 직종에서 몇 십년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예상 불가능한 상황이 갑자기 터지는 거야 이미 익숙하다.
이 정도까지 일이 크게 벌어진 일은 없었지만.
“…사용 가능한 모든 인원을 끌어모으게. 채비를 아주 단단히 해야하네.”
지금 이 편지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일단 당장 이 영지에 체류할 인원에 성녀 본인이 포함된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대형 사건인데.
이어서 오는 인간들은 더욱 더 문제다.
‘상징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성녀와 다르게, 이 ‘두 명’은 정말로 대륙 안에서도 손꼽히는 실권을 가진 자들이니까!
“일단 모든 이에게 주의를 단단히 주도록 하게. 적어도 며칠 간은 영지 안에서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그렇게 지시를 내리려는 사이.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위층 집무실에서 터져나왔다.
이어서 누군가가 얻어맞는 소리.
너희들 대체 내가 누군지는 아냐 어쩌구. 나를 건드렸다간 체스터 백작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저쩌구.
그런 비명과 돼지 멱따는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
사고가 터지면 안 된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일어난 일이었다. 하물며 가장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장소에서.
지금 이 순간이라면 골딕 자작이 캠벨 남작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다. 어느 쪽이건 현재 이 영지에서 가장 귀중한 인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생각에 사색이 된 헤르만이 곧장 그쪽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다시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람이 지방만 껴도 이렇게 무거워질 수가 있군. 게으른 것도 이 정도면 감탄할 수준이네.”
“뭐, 그래서 조금 오래 팰 수 있어서 좋았잖아요? 생각보단 잘 버티던데?”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피투성이가 된 골딕 자작을 질질 끌며 계단을 내려가는 여자 두 명을 발견했기 때문에.
“…”
“…”
헤르만과 한나가 동시에 침묵하고 있자니, 침울한 표정으로 이어 내려온 다우드가 그들쪽으로 걸어왔다.
“헤르만. 마차 하나만 준비해주세요.”
“…예?”
“제일 빠른 걸로 타면 골딕 자작령까지 얼마 안 걸리죠?”
“도련님. 명령이라면 따르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설명은 받아야겠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그냥.”
다우드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쪽 영지, 아마 조만간 주인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
“그렇게만 알아주세요.”
차마 뭐라고 더 물을 수도 없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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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딕 자작령 내부의 영주성은 자작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삼엄한 경비가 에워싸고 있었다.
물론 광산업을 위주로 돌아가는 영지 특성상 건장한 남성이야 차고 넘치니 비슷한 규모의 영지에 비하면 항상 군사 자원을 차출하기 쉬운 것도 있지만, 지금처럼 ‘특별한 손님’이 오는 경우라면 더욱 그랬다.
“자작님이 직접 가셨으니 오늘 안으로 전부 정리가 돼서 내려올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골딕 자작령의 행정관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그렇게 입을 꺼내들었다.
건너편에 앉아있는 건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있는 체스터 백작의 시종장이었다.
힘이란 놈이 깡패다.
자기들이 직접 더러운 일을 하긴 싫으니까 주변 영지에 강압적으로 그런 일을 떠맡기는 주제에, 오히려 골딕 자작이 본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태도다.
꼴에 백작가라고 직접 패악질을 저지르고 다녔다는 소문을 듣긴 싫으니까.
물론 진상이야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지만, 그 정도 반항이야 본인들이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나서서 직접적으로 죄를 물을 순 없다. 어지간한 대귀족이 직접 오는 게 아니고서야.
“기껏해야 변변한 연줄도 없는 남작입니다. 체스터 백작님이 원하는 땅이야 금방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는 편이 좋을거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체스터 백작의 시종장이 나직하게 말했다.
“백작님은 기다리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신다. 오늘 안으로 마무리를 짓지 않는다면 너희 영지가 잿더미로 변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시종장의 등 뒤로, 거대한 갑주를 입은 거체의 기사가 흉폭한 숨결을 내뱉었다.
마탑에서 개발한 무인병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오토마톤. ‘구동기사’ 타입.
구입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대여’하는데에도 거의 황금의 산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지만, 그 효과는 이미 수 없이 검증된 압도적인 무력으로 유명한 병기다.
농담이 아니고, 제대로 된 무장병력이라고 해봐야 훈련받은 영지민들이 전부인 골딕 자작령은 저거 하나에 전부 쓸려나갈 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
체스터 백작가가 주변 영지에 깡패나 다름 없는 패악질을 하고 있음에도 주변에서 반항다운 반항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건, 전부 저 병기의 영향이 컸다.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골딕 자작의 행정관이 간신히 지어낸 웃음으로 그렇게 답하는 사이, 응접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귀빈을 대접하는 중에 이 무슨 결례냐고 호통치려던 행정관이, 그런 짓을 저지른 병사의 몰골을 보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전장 한 가운데에서 구르고 온 패잔병이라고 해도 이것보다는 덜 충격받은 모습일 테니까.
“…꼴이 그게 무어냐? 무슨 일이지?”
“영지가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
행정관과 시종장의 표정이 동시에 멍해졌다.
습격? 무슨 습격?
산적이나 도적 떼조차 없는 이 평화로운 근방에서?
그런 걸 제외하면 이런 깡촌에 작정하고 쳐들어올 할 일 없고 정신 나간 작자도 없는 데다가, 귀족 간의 전쟁이라면 선전포고 없이 이루어질 경우 황궁에서 용납도 하지 않는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습격이라니?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하고 있단 말이냐?”
“…”
병사가 잠시 머뭇거렸다.
자기 입으로도 이런 말을 꺼내놓기가 참으로 민망하다는 기색이었다.
“상대는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고 있는 여자 두명과 남자 한 명입니다!”
“…”
참으로 끔찍한 침묵이 집무실 안으로 뭉게뭉게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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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정지, 정지! 움직이면 그대로 공겨어어어어억!”
그렇게 말하며 이쪽으로 활을 겨누고 있던 병사가 이마에 주먹만한 돌을 맞고 그대로 졸도한다.
태평하게 걷고 있던 엘리야가 길가에서 적당한 걸 발로 차올려 가볍게 집어던진 것에 맞은 결과다.
검으로 무장한 상대와 못해도 100m는 떨어져 있었으니 안심했겠지만, 그 정도는 용사 후보에게 있어 돌멩이 하나만 줘도 살상거리 범위 안에 들어가는 모양이지.
“방패 세워! 무슨 일이 있어도 영주성 안으로 진입하게 둬서는 안돼에에에엑-!”
그렇게 말하며 병사들을 독려하던 십부장이 병사들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렸다.
제자리에서 검집째로 검을 휘두른 엘노어가 일으킨 검풍에 그대로 휩쓸려서 저 멀리 데굴데굴 굴러 가버린 것이다.
“비상! 비사아아아앙-!”
땡땡땡 종이 울린다. 절박한 절규와 비명이 사방으로 울려퍼진다.
그리고 그 한복판으로 태평하게 걷고 있는 인간 두 명이 있다.
“어. 화약고 터졌다.”
엘리야가 불붙여서 날아오는 화살 너댓개를 동시에 쳐대면서 그렇게 말했다.
쳐내며 날아간 화살 중 몇 개가 영 좋지 않은 장소로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곳곳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공포에 질려 비명만 지르며 제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인간조차 보인다.
아비규환. 지옥도.
“저거는 20점 정도로 쳐주세요. 무력화된 병사가 꽤 많을 것 같은데?”
“어림도 없는 소리. 많이 쳐줘도 10점이네.”
“에이, 또 우기신다. 그거 10점으로 쳐줘도 제가 5점 더 많거든요? 오늘 선생님 옆방에서는 제가 잡니다?”
“흠. 아직 영주성 안으론 진입도 안 했네. 진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지.”
그 위로 그런 대화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흘러나온다.
“…상식적인 선은 지켜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상식적인 것 아닌가?”
“맞아요. 아무도 안 죽었잖아요?”
소심하게 나온 내 반항도 금방 묵살된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이 난장판임에도 아무도 안 죽었지. 심지어는 크게 다친 사람조차 없다.
아무리 골딕 자작의 상비군이 아무리 좋게 쳐줘봐야 훈련된 자경단 수준이라곤 하지만.
이 두 명은, 여유를 부리면서도 그런 ‘조절’이 가능할 정도의 괴물이란 소리다.
‘…왜 이렇게 세지?’
내가 나설 틈도 없다. 평소처럼 뭐라고 지시할 것도 없고.
이 두 명이서 일방적으로 영지 하나를 완전히 휩쓸고 있지.
아무리 내가 지금 심상 세계 스킬을 켜서 버프를 공급해주고 있다지만, 지금 나한테 적용된 절체절명은 E등급이 간신히 켜진 수준이다.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될 버프란 소리다.
그러니.
엘노어는 그렇다 쳐도, 엘리야까지 이 정도 전투력이라는 건 살짝 이해가 안 갈 정도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이쯤이면 이것보다 훨씬 약해야 정상인데.
[당연한 것 아니야?]“예?”
[얘 천재라고. 천재 중에서도 천외천급. 그런 애를 격전지에 계속 쑤셔 넣었으면 애가 어느 정도로 성장하겠어?]“…”
[엘리야만 그런게 아니라, 저 엘노어란 아가씨도 상당한데. 둘 다 아직 성장 한도의 절반도 안 온 것처럼 보이거든?]스킬을 발동하느라, 내가 신성력을 공급 중인 소울 링커 안에서 칼리반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너, 유난히 괴물들한테 사랑받네. 대단한데?]“…놀리지 마세요.”
[아니,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니까.]“뭔데요.”
[쟤네 둘 다 네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줄 기색인데. 안 그러냐?]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긴다.
뭐라고 대꾸하기도 힘들어서 대답을 생략했지만, 칼리반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렇게 강한 여자 두 명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게 너라고. 대단하다는 거 빈말이 아니라니까.]“당신 동생이 물건처럼 다뤄진다는 소리를 잘도 재밌단 기색으로 하십니다.”
[그럼 재미있지. 오빠된 입장에서 여동생이 남자한테 쩔쩔 매는 것 만큼 재밌는 게 또 있을 것 같냐?]“…”
[니가 그렇게 막돼먹은 놈도 아니고, 나중에 수습만 똑바로 하면 상관없어. 적어도 지금은 그냥 재밌게 보고 있기만 하면 그만이지.]“…”
이 사람, 성기사 맞아?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눈앞으로 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 ‘파티 멤버’에게 넣은 버프로 전투에서 대단히 많은 전과를 올렸습니다! ] [ AP가 지급됩니다! ] [ AP를 통해 원하는 특성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걸 보니까 마음이 좀 진정된다.
이걸 위해서 별 실효성도 없지만 계속 심상세계를 켜둔 거거든?
‘보자…’
모인 포인트를 전부 한 곳에 투자한다.
[ System Message > [ 숙련도가 일취월장했습니다! ] [ 특성의 등급이 ‘기초’에서 ‘범용’으로 진급합니다! ] [ Mastery Info > [ 특성: 금술 – 기초 ][ 등급: 범용 ] [ 숙련도: 0% ] [ 매개를 희생하여 몸에 획을 새길 수 있습니다. 몸에 새긴 획의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가진 진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 [ ■ 살아있는 생물만을 매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 현재 새길 수 있는 획은 최대 6개입니다. ] [ ■ 획의 개수에 따라 진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 [ ■ 범용 이상부터 특수한 속성을 가진 금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괜찮네.
이 정도만 되어도 나중에 발카서스를 붙잡고 진득하게 금술 과외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은 달성했다고 봐도 좋다.
아무리 금술이 강력하고 어쩌고 해도, 획 3개짜리 금술 가르쳐달라고 그쪽을 부르는 건 닭 잡자고 원자폭탄을 떨구는 수준의 낭비니까.
그렇게 정리하고 있자니, 스킬을 찍고 있는 창 옆으로 다른 것이 붙어서 떠올랐다.
[ System Log > [!미확인 기록입니다!] [ 대상 ‘기드온’이 당신의 영향을 받아 스킬을 개방했습니다. ] [ ‘트리스탄류 검술: 참탈’이 대상의 스킬셋에 추가됩니다! ] [ ‘스킬: 계도’에 해당 기능이 추가됩니다! ]메시지가 아니라 로그라고 뜬 걸 보니 지금 뜬 게 아니라 이전에 찍혔던 거다. 오랫동안 확인을 안 해서 자동으로 떠오른 것 같은데.
일시를 확인해보니 내가 발카서스와 전투할 때 즈음에 떠오른 거다. 정신없어서 미처 확인하지 못 한 모양이지.
‘해냈구나.’
피식 웃으면서 거기에 적힌 내용을 쭉 읽어내린다.
내가 이전에 만났을 때 냈던 ‘과제’를 충실하게 해냈다는 의미다. 본인이 적은 일기장에 적혀있던 무형검의 다음 단계.
문제는.
[ System Log > [ 대상 ‘기드온’이 당신에게 가지는 신뢰도가 폭등합니다! ] [ 관련 이벤트가 곧 생성됩니다! ]이런 것도 같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
문득.
섬뜩한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이 게임에서 ‘관련 이벤트가 곧 생성’ 어쩌구 운운하는 경우라면 진짜 며칠 지나지 않아서 해당 이벤트가 곧장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기드온 말고도 이게 하나 더 떠올라 있는 녀석이 있거든.
[ System Log > [ 대상 ‘켄드리드 변경백’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 [ 관련 이벤트가 곧 생성됩니다! ]기드온과 켄드리드 변경백.
제국 안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은 귀족을 꼽으라면 단연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견원지간.
이 두 녀석에게 이벤트가 ‘동시에’ 생성되어 있다.
그것도 조만간 찾아온다는 뜻을 듬뿍 내포한채.
“…”
그러니까.
까딱 잘못하면.
트리스탄 대공과 그 딸.
켄드리드 변경백과 그 양녀.
이 두 조합을 동시에 볼 수도 있단 소리다.
그 중간에 나를 껴놓고서.
‘…상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농담이 아니고, 만약 진짜 그런 꼴이 된다면 여기서 누가 상대방한테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상황이 격화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 정도로 사이가 안 좋은 게 그 두 명이다.
“…”
뭐, 설마 거기까지 갈 일이 있을까 싶긴 하다.
제국 전체를 통틀어도 내로라하는 대귀족님들이다. 직접 이런 깡촌까지 행차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
“좋아. 영주성이군. 이제서부터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일세.”
“흐흥. 자리 양보할 준비나 하고 계시죠?”
[ ‘켄드리드 변경백’ 관련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Event: 첫 인상】
-켄드리드 변경백은 당신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안 좋은 쪽이지만, 변경백은 직접 본 것만 믿는 인물입니다!
-골딕 자작의 영주성 안에서 해당 인물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보세요!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
일단, 높은 확률로.
한 명은 이 안에서 보게 생겼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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