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65)
r 64 – 64. 켄드리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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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딕 영지는 광부들을 위주로 굴러가는 영지고, 그렇다는 얘긴 땅 하나는 기가 막히게 판다는 이야기다.
크라트와 내가 적당히 서로 치고 받을만한 깊은 구덩이를 찾아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란 거다.
“후회는 없냐?”
“…”
무슨 이미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말하는 것 같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진 이해하지만.
이전에 기드온과도 이렇게 대치했던 기억이 있지만, 이 사람은 그쪽과 다르게 진짜로 손을 섞어야 하는 상황이다.
“후회할 거였으면 시비도 안 걸었습니다.”
크라트가 씩 웃으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직접적인 전투 준비를 하려는 기색이다.
“저, 저기, 변경백님…”
“아빠라고.”
“…아버지. 차라리 제가 대신 싸울 테니까…!”
“엘리야.”
구덩이 바깥에서 그런 말을 떠듬떠듬 이어가던 엘리야에게 크라트의 시선이 날아가서 틀어박혔다.
방금 전까지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던 주제에, 이 부분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단 기색이다.
진짜로 사람한테서 안광이란 게 나오기는 하는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설 생각을 안 하던 엘리야조차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걸 보면 그렇다.
“끼어들지 마라.”
“…”
“서로 손을 섞어봐야 아는 것도 있는 법이야. 세세한 건 몰라도 느낌 정도는 알 수 있어.”
땀내 가득한 지론이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는 나로선 감사할 일이다. 그냥 날 괴롭힐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는 건 확실하니까.
물론 상대가 나 같은 아카데미 학생이라도 대충 상대할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비합리적인 인간은 아니거든.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다짜고짜 머리통을 날릴 사람은 아니란 소리다.
“규칙이나 정하고 시작하지.”
이어지는 말만 봐도 그렇다.
크라트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죽이지는 않을게. 대신 네가 정신을 잃으면 네 패배로.”
“…”
“반대로 한 대라도 똑바로 나한테 때려 넣을 수 있으면 그걸로 끝내지. 알겠냐?”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봐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의미를 곱씹어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제안이다.
‘…고점 자체는 전투 사제보다 낮은데.’
이전에 쓰러트린 클라인에게 한 2시간 정도 가호를 중첩시킬 시간을 준다면 이 사람보다 강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만 주면 한도 끝도 없이 강해지는 게 그네들 특징이니까.
대신 제국의 성기사들, 그중에서도 크라트같은 부류는 그렇게 점점 강해지는 능력은 없는 대신에 기본 스펙이 처음부터 무지막지하게 높은 인간들이다.
고점은 전투 사제보다 낮지만 저점이 말이 안 되게 높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정점인 켄드리드 변경백이라면.
[ ‘탐색안’을 사용합니다. ] [ 대상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 [ 같은 대상에게는 24시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됩니다. ] [ Character Info > [ 크라트 벨리움 라 켄드리드 ] [ 특징: 북부 변경백 – 설원의 지배자 ] [ 상태: 눈앞에 있는 애송이를 혼쭐을 내주고 싶어 몸이 달아오르는 중. ] [ Status Info > [통상]근력: S+ ( 특성의 영향으로 2배 효과 )
민첩: S+ ( 특성의 영향으로 2배 효과 )
내구: S+ ( 특성의 영향으로 2배 효과 )
행운: B
권력: S
[이능]마력: S
법력: F
신성: S
[기술]무투: SS+
“…”
이게 사람새끼냐?
저쪽도 진심으로 달려들진 않는다지만, 양자 간의 격차는 토끼와 곰 수준이다. 대충 상대하다간 진짜로 죽을 정도다.
신체의 강검한을 가리키는 표준 척도인 근력/민첩/내구가 전부 S급으로 도배되어 있는 엘노어만 해도 사실상 걸어 다니는 생체 전차다.
그런데 그런 스펙 자체도 엘노어의 완벽한 상위호완인데다가, 특성의 영향으로 2배로 뻥튀기 되어 있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근접거리에서 치고박는 무투 기술은 아예 EX급 바로 아래 단계다. 세계관 제일 수준의 무투가란 소리지.
‘…버틸 방법도 없지, 사실.’
이 사람이 어디 아카데미 학생 수준도 아니고, 완벽한 타이밍에 튕겨내서 데미지를 안 받는다던가 하는 건 검사의 집중까지 동원하더라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울트리마의 내장 스킬까지 전부 동원해서 최대한 덜 아프게 맞는 게 전부일 뿐.
이 사람도 그런 수준 차이를 알고 하는 소리겠지. 사실상 자기가 힘 빼고 두들겨 패는 걸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단 뜻이다.
“예. 좋습니다.”
“…”
그러니까,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수락하는 내 모습은 둘 중 하나로 비춰질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도 못한 멍청이거나.
아니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미친 놈이거나.
“하지만, 저도 조건 하나 걸죠.”
“…”
아마 이 말을 들으니 크라트는 날 무조건 후자로 보는 느낌이긴 하다.
“지껄여 봐. 용기가 가상하니 들어준다.”
“제가 이기면 제가 원하는 것 하나 들어주세요.”
“…이긴다고? 네가?”
“한 방 제대로 먹인다면 제 승리라고, 방금도 말씀하셨죠?”
아마 본인이 말해놓고도 인지하지 못 한 내용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절대로 일어나는 게 불가능한 일이니까.
“…”
크라트도 잠시 고민하는 모습이다. 내가 대체 뭘 믿고 이런 짓을 하는지.
“마음대로 해. 대신.”
하지만, 이 사람 성격을 생각하면 아마 곧 단순한 결론을 내릴 것이다.
“나도 대충 패진 않는다?”
일단 패면서 알아보자는 것.
크라트가 손마디를 뚜둑뚜둑 꺾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이, 나도 마지막 점검을 마친다.
[ ‘스킬: 계도’를 사용합니다. ]〓 현재 사용 가능한 기능
▶ 강신 – 분노 { 엘노어 }
▶ 트리스탄류 검술 – 참탈 { 기드온 }
부녀가 아주 사이 좋게 정렬되어 있다.
다만 이번엔 딸보단 아빠 쪽에 용건이 있지.
[ ‘스킬: 계도’를 통해 ‘트리스탄류 검술 – 참탈’을 발동합니다. ]영주성에 진입하기 전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로 입수를 확인한 스킬이다.
그리고 내가 기드온에게 말한 ‘목표’를 이 사람이 똑바로 익혔다면.
“…”
둘 다 아니라는 걸 저 사람한테 알려줄 수 있는 거지.
난 말을 못 알아들은 것도 아니고, 아무 대책 없이 이런 객기를 부리는 것도 아니란 걸.
언제나 그렇듯, 개같이 아프고 터지고 굴러다니겠지만.
난 이 사람한테 한 방 먹일 수단 정도는 가지고 있단 소리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크라트의 몸이 발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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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말려야 하는 것 아니에요. 뭐라도 좀…!”
엘리야가 꺼낸 간절한 목소리에, 엘노어가 팔짱 낀 상태로 무표정하게 그쪽을 돌아보았다.
“본인이 저렇게 하겠다고 했네. 어떻게 말리란 말인가.”
“그래도…!”
이어서 그녀의 시선이 구덩이 안쪽으로 돌아갔다.
검을 뽑아들 준비를 하는 다우드와 달려들기 직전의 크라트가 시야 끄트머리에 잡혔다.
‘상대가 될 리 없잖아…!’
저 인간이 어느 수준의 괴물인지는, 성년에 이르기도 전에 저쪽과 붙어 계속해서 훈련하던 그녀가 제일 잘 안다.
용사 후보로서 그녀가 모든 적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이유라면, 그녀가 알고 있는 한 가장 괴악한 인간과 항상 그 합을 겨루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스스로의 육체를 천상이 발하는 분노의 의지로 깎아낸다는 추상적으로 미친 소리를 진짜로 그럴듯하게 들리도록 만들 수 있는 인간이다.
적어도 엘리야는 켄드리드 변경백과 함께 한 첫 훈련 때 그가 준비 운동을 한답시고 수십m에 달하는 바위를 맨주먹으로 자갈로 만들어버린 장면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말릴 수는 없겠으니, 난 잠깐 자리를 비우겠네.”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엘노어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예? 어딜 가시려구요?”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다우드는 뭔가 생각이 다 있어서 저런 짓을 저지르는 걸세. 아무 대책 없이 미친 짓을 하는 남자는 아니라서.”
“…”
“다만.”
이어서 그녀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저런 표정을 짓고 나면 결과적으로 어디 한 군데는 거하게 다쳐서 오더군.”
자신은, 도저히 맨 정신으로 그걸 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켄드리드 변경백에게 검을 뽑고 달려들 수도 있지.
틀림없이, 트리스탄 공녀가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그것만으로 끔찍한 사고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재앙이니,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니,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것보다는.
‘…저 남자가 내게 그런 걸 바라지 않는데 할 수는 없어.’
불필요한 참견일 것이 분명하다. 필요한 도움이었으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요청했을 테니.
그러니.
“의료 지원이나 불러오겠네.”
그런 말만 툭 남긴 엘노어가 영주성 안쪽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차마 이어질 광경은 도저히 못 보겠다는 듯이.
“…”
엘리야가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았다.
뭔지 모를 먹먹함이 가슴 쪽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아.’
깨달음은 그야말로 불현 듯이 찾아들었다.
‘나, 질투하고 있구나.’
자신과 다우드에 비해, 저쪽과 다우드가 맺고 있는 ‘신뢰 관계’가 훨씬 더 끈끈하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에.
자신은 모르는 다우드의 모습을, 저 학생회장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이미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중을 깊게 파악하는 단게까지 도달해 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저 남자에게, 제대로 도움이 된 적은 있던가.
그런 생각에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
크라트가 다우드에게 도약했다.
박찬 바닥이 폭약이 터진 것처럼 갈려나가며, 멀리서 구경하고 있는 입장임에도 몸이 순간 흐릿하게 보일만한 수준으로 움직인다.
트라우마가 올라온 엘리야가 저도 모르게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광경이겠지.
주먹을 뻗을만한 여건만 된다면 뭐든 몇 초 안에 분쇄해버릴 있는 인간 주제에, 저런 접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나름 전투 상황에서의 순발력과 임기응변에 이골이 나 있다 자신하는 그녀조차 저것에 반응조차 못 해서 흠씬 두들겨 맞은 적이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반응했어!’
다우드가 검집에서 검을 뽑아드는 것을 본 그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저 남자다.
평소에는 대단히 얼빠진 모습처럼 보인다. 실제로 일상 생활에서의 다우드는 아주 조그마한 활동에도 금방금방 지쳐버리는 약골이기도 했다.
하지만.
엘리야 자신을 포함해서, 그런 모습에 속아넘어간 자들이 얼마란 말인가.
항상 중요한 순간에, 저 남자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용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래도…!’
검을 뽑아들어 반응하는 것엔 성공했지만, 그 주먹에 검을 맞대자마자 그 몸이 깃털처럼 날아가버린다.
흡사 거대 짐승의 돌진을 받아낸 소동물 같은 모습이다.
거리가 순식간에 수m가 벌어졌지만, 켄드리드 변경백에게 그건 한 호흡도 투자하지 않고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다.
튕겨나간 다우드에게 순식간에 접근한 크라트가 다시 주먹을 내지른다.
경합이 이어진다. 매 타격에 맞을 때마다 다우드의 몸이 마치 공처럼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놀랍게도, 양자 간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다우드는 잘 버티고 있었다. 계속해서 경상과 생채기는 늘어나고 있음에도 결정적인 중상은 전부 비껴간다.
켄드리드 변경백이 명백하게 힘을 빼고 싸우고 있다는 걸 감안해도 신기에 가까운 선전이었다.
“…아무것도 없군. 고작 이 정도로 그런 객기를 부린 거냐?”
하지만.
엘리야는 오히려 바짝 긴장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크라트의 얼굴엔 실망스럽다는 기색만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렇게 거북이처럼 웅크리는 대응은 이 남자에게 오히려 역린이다. 항상 그녀를 훈련시킬 때도 절대 맞고만 있지 말라고 늘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래.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고.”
공격의 기세가 거세진다.
“기개도, 기백도, 의지도 안 보여. 사내놈이 맞기는 하냐?”
이에 겨우 버티고 있던 다우드의 몸에도 상처가 늘어난다. 팔과 다리가 여기저기 비틀리고, 타박상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진다.
“너 같은 놈 때문에 내 딸이 고생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한숨처럼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크라트의 눈엔 이제 경멸마저 깃들어 있었다.
다우드는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만신창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상처가 그 몸에 누적되어 있었다.
“…그냥, 끝내지. 더 볼 필요도 없겠-”
“끝내기 전에 이건 말해야겠는데.”
다우드가 쿨럭, 하고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꼰대짓 좀 그만하시죠, 변경백.”
“…뭐?”
“시대가 어느 땐데 딸래미가 무슨 친구 사귀는 지 일일이 감시하고 다닙니까. 어지간히 정신 나간 부모들도 그런 짓은 안 합니다.”
“…”
크라트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니 제 당신을 이겨서 받을 소원권은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엘리야를 저한테 온전히 맡겨주십쇼. 절대로 후회 안 하게 해드릴 테니.”
엘리야가 얼굴을 확 붉게 물들이며 입을 쩍 벌렸다.
저 인간.
지금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아니, 그보다 지금 상황에 이겨서 소원권을 쓴다니 대체 무슨…!
“…”
크라트가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몸에선 거의 살기마저 피어오를 정도다.
“…이런 거 받아주는 것도 이제 지치네. 입만 산 놈은 딱 질색이야.”
그렇게 말한 그가 한숨과 함께 다우드에게 걸어갔다.
속도는 이전에 비해 확연히 느렸지만, 그 동작에 담긴 ‘적의’만큼은 아까 전과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마치.
이번엔 진심으로 상대를 죽이려는 듯.
“당분간은 누워서 지내라. 엘리야한테는 다신 접근하지 말고.”
변경백의 팔을 타고 푸른색의 각인이 타오르듯이 빛을 밝혔다.
무투파 성기사들의 전매특허인 강기剛氣의 물화物化. 안 그래도 그 자체로 흉기인 몸에 더더욱 흉악한 기운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 주먹이, 다우드의 머리를 노리고 내질러지는 순간에.
“…!”
엘리야의 팔을 타고 소름이 쭉 돋았다.
만신창이의 상태의 다우드가, 바로 그 순간에 맞춰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 그 얼굴에 걸린 표정은.
그녀도 아는 모습이었으니까.
저건.
‘수’를 꺼내들 때의 다우드의 얼굴이다.
-…
첫 1초.
변경백이 내지른 주먹을 향해, 다우드가 신성력 방패로 감싸인 오른팔을 내민다. 당연히 택도 없는 방어다. 순식간에 그 방패가 산산조각나며 오른팔에 변경백의 주먹이 도달한다.
신체와 신체가 부딪힌 게 아니라, 흡사 거대한 대검이 몸에 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다우드의 오른팔이 통째로 ‘갈라진다’. 찢어진 신체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튄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예 몸을 통째로 희생시킨 덕분에.
확연하게 주먹에 담긴 물리력이 반감된다. 갑작스런 모습에 놀란 변경백이 주먹의 속도를 줄인 덕분도 있겠지만.
그 때문에 찰나의 틈이 생긴다.
이어진 2초.
다우드가 그 팔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왼팔을 당긴다. 검이 잡힌 팔이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검을 휘두를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
[ 트리스탄류 검술 – 참탈斬奪 ]——–!!!!!!!!!!
거대한 ‘충격파’가 담긴 일격을 크라트의 몸에 때려 박는다.
깊게 파인 구덩이 안쪽으로 크레이터 하나가 더 생긴다. 거기에 얻어맞은 변경백의 몸이, 지금까지 공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니던 다우드 같은 몰골로 휙 날아간다.
마치.
지금까지 그가 다우드에게 때렸던 일격을, 한 번에 ‘돌려받은’ 것처럼.
“정신, 멀쩡하고. 일격, 당신한테 맞췄고.”
피투성이에, 완전히 걸레짝이 된 오른팔이 몸에 덜렁덜렁 메달린 상태로.
“제가 이겼죠?”
다우드 캠벨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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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든 생각.
존나 아프다. 진짜 뒤지게 아프다.
오른쪽에 팔이 아니라 고깃덩어리가 몸에 연결된 느낌이다. 아예 뇌에서 저쪽에 명령을 내리는 걸 거부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 생각.
[ Skill Info > [ 스킬: 트리스탄류 검술 – 참탈斬奪 ][ 등급: S ] [ 검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 시 피해의 60%를 경감시킵니다. 상대방에게 받은 데미지를 축적합니다. 축적된 데미지는 스킬 발동 시 다음 공격에 중첩되어 피해를 가산시킵니다. 사용자의 체력이 낮을수록 효과가 증폭됩니다. ]이게 없었으면, 난 죽었다.
울트리마의 내장 스킬로 내구력과 신성력에 극단적으로 투자했음에도 크라트의 공격 한 방 한 방이 뼈를 울리게 하고 내장이 울렁였으니까.
엘노어 아버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
건너편에서는 크라트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질적인 타격이야 없겠지만, 그저 나한테 일격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무슨 방법을 썼냐고는 묻지 않으마. 저마다 비수 하나씩은 감추고 있는 법이니까.”
이어서 흘러나온 목소리도 그런 기색이 절절하게 묻어있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한 거냐?”
“…예?”
예상치 못한 질문에 눈을 끔뻑거리고 있자니, 크라트가 어이 없다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이 정도로 극단적인 전투 방법은 나라도 잘 안 떠올린다. 단련과 투쟁에 환장한 북부의 야만인들도 이런 자살에 가까운 짓거린 하지 않아.”
“…”
그런가?
내가 요즘 하도 다치면서 구르다 보니까 그쪽 관련해서는 감각이 좀 맛이 가는 것 같긴 하다.
오른팔 하나 날아간 것 정도면 그냥 싸게 먹힌 것 같은데?
“바꿔 말하면.”
크라트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만큼 엘리야를 네놈 근처에 붙들어 둘 이유 정도는 있단 소리겠지.”
그렇게 말하는 문장과 함께, 창 하나가 내 눈앞으로 떠올랐다.
[ System Message > [ 대상 ‘크라트’의 호감도 단계가 ‘호기심 5단계’로 격상합니다! ] [ 선善 성향 인물입니다. 보상이 축소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정도면 그래도 꽤 인정받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
크라트는 기드온과 마찬가지로 친하게 지내두면 메인 스토리에 꽤 굵직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녀석이다. 4 챕터의 성검 찾기에서도 이 녀석의 도움이 있고 없고는 상당히 차이가 크다.
“…미리 말해두는데, 그래도 아직 완전히 인정한 건 아니-”
“거 그거 떼십쇼 그냥. 남자가 추하게 져놓고 궁시렁대지 말고.”
“…”
물론 누군 팔 한쪽까지 작살나면서 몸 굴렸는데, 뒤끝 부리려고해서 한 소리 하긴 했다만.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구덩이 바깥쪽을 바라본다.
엘리야가 이쪽을 멍하니 내려다 보고 있다.
뭔가 홀린 것처럼 날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얘도 뭔가 변화가 있긴 하겠지?’
아무튼 얘는 엘노어와 더불어 내가 시나리오 끝까지 데리고 가야 할 녀석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그래셔 크라트한테도 그런 소원권을 내민 것이다. 적어도 도움을 받진 못할 망정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니까.
그렇게 되니 결과적으로는, ‘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다치며 싸운 상황이다.
최근에 나 때문에 너무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조금 기운을 북돋아주는 의도도 있긴 했으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으면…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리야’의 부정 각인 중첩 상태를 확인합니다! ] [ ‘절망’ 상태에서 당신의 모습에 매료됩니다! ] [ 부정 각인의 해로운 효과가 전부 해제됩니다! ] [ 성격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 [ 지배력이 대폭 확대됩니다! ] [ 대상의 호감도 상태가 ‘신뢰 1단계’로 격상합니다!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추가됩니다! ] [ 대상의 전용 퀘스트 발현 조건이 충족됩니다! ] [ 퀘스트가 개방됩니다! ] [ 기프트 탭에 해당 내용이 추가됩니다! ]“…”
그래.
오르는 건 예상했는데.
이게 다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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