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73)
r 72 – 72. 진학
●
“…”
정신을 차린 기드온이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낡은 나무 침대 위에 본인이 누워있다는 것.
아마 캠벨 남작령일 것이다. 적어도 그가 기억하기로는, 근처에서 이 정도로 평화로운 조용함을 풍길 수 있는 땅이라곤 거기 밖에 없었으니까.
“괜히 상황 파악하려고 고생하실 것 같으니까, 간단하게 요약 해드릴게요.”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그런 목소리가 옆쪽에서 날아왔다.
책을 다리에 펴두고 느긋한 자세로 그걸 읽고 있는 다우드 캠벨이었다.
“토벌은 깔끔하게 끝냈고, 다른 멤버들은 전부 해산했습니다. 사상자는 없고. 켄드리드 변경백은 본인 영지로 돌아갔구요.”
이쪽으로 시선도 돌리지 않고 그런 말을 꺼낸 남자가,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번 토벌에는 켄드리드 변경백이 훨씬 고생한 것 같아서, 다음 번 순례 귀향 행사 때는 북부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공작님도 불만 없으시죠?”
“…”
불만이 있을 리가 있나.
하마터면 대참사가 일어날뻔한 상황에서 별 탈 없이 끝났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다.
기드온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기억의 마지막은, 그쪽에 악마의 조각이 날아와서 박힌 것이었으니까.
“악마의 조각은 엘노어와 융합 끝냈습니다. 이제 두 개째네요.”
“…!”
기드온이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대체 무슨-”
“당장 엘노어한테 그게 못 가도록 해봐야, 결국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당신도 알잖아요?”
기드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각이 각자 다른 인간에게 깃든다고 해도, 결국에는 가장 ‘적합성’이 높은 쪽에 모여요. 그리고 엘노어는 인간형 그릇 중에서도 이단 심문소가 인정한 역대 최고의 적합자 아닙니까.”
“…”
“…너.”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제국 황실이 그런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걸 빌미 삼아 당신에게 박 터지도록 고생을 시키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요.”
책 페이지를 사락사락 넘기는 소리와 함께, 그런 목소리가 평탄하게 날아들었다.
도저히 이런 식으로 흘러나올 화제들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리고 엘노어를 지키기 위해 당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도.”
가문의 광증을 없애겠다는 목적 자체가, 자신의 딸아이를 위한 것이니까.
거기까지 들은 기드온은 뭐라고 질문할 생각도 못 하고 손만 부르르 떨었다.
지금 이 남자가 꺼내놓는 말들은, 기드온의 인생 전체를 걸쳐 그를 좀먹어온 악몽들이었으니.
“그것보다는 악마의 조각이 사람에게 깃들었는데, 그 사람을 ‘죽이지 않고’ 조각을 제거했다는 걸 축하해 보자구요. 당신이 계속 연구하던 내용 아닙니까?”
심지어는, 그의 ‘목적’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날씨 얘기라도 하는 것처럼 술술 흘러나온다.
“그러니까, 당신 본인이 아니라면 절대 모를 정보들을 술술 불고 있는 당사자로서 제안하는건데요.”
책 표지를 탁 덮은 다우드가 하품을 하며 말을 이었다.
“엘노어를 지키는 건 저도 전력으로 협력할 예정입니다. 정확히는, 그쪽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올 ‘파국’을 막는 일이요.”
“…”
“다만 그 방법은, 전적으로 저한테 맡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신뢰 관계야 그럭저럭… 구축하지 않았습니까. 전 당신들 도울 생각 만만이에요.”
나쁜 짓 하려고 했으면 이미 수십 번도 넘게 성공할 수 있었을 테니까.
행간에는 그런 말이 감춰져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며, 기드온이 힘겹게 대답을 꺼내놓았다.
“…조각을 두 개나 그 아이에게 붙인 것도, 그 방법의 일환이라는 거냐.”
참으로 믿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이 남자가 꺼내놓은 말은 단 하나도 진실이 아닌 것이 없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는가?’는 아무래도 좋다. 이 남자가 그런 걸 순순히 설명해줄 태도는 아니고, 당장은 그로서도 알아낼 방법이 없으니까.
다만, 그런 짓을 한 이유 정도는 알아야겠다.
“그 세 개가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서도-”
“아까도 말했지만, 엘노어에게 조각 3개가 모이는 건 필연적인 일이에요. 다만, 그 과정에 제가 전부 ‘관여’한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죠.”
“…뭐?”
“당신이 예전에 겪은 일을 또 되풀이 하진 않겠단 이야깁니다. 이번에 굳이 당신에게 조각을 한 번 ‘거치게’ 한 것도 그런 과정의 일환이구요.”
그 말과 함께, 기드온의 머릿속으로도 장면 하나가 펼쳐졌다.
여름. 서재. 매미가 시끄럽게 울던 날.
그의 인생 전체가 통째로 뒤틀린 날.
피묻은 장검. 바닥에 쓰러진 시체.
“…”
이 남자는.
그런 것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계획하며,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단 말인가.
기드온이 침묵하며 쭉 기지캐를 키고 있는 다우드를 바라보았다.
“아, 다우드. 여기에 있었-”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누군가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엘노어였다.
그 시선이, 침대에 일어나 있는 기드온에게 머문다.
“…”
“…”
침묵과 함께 잠시 엘노어의 고개가 이쪽에 고정되어 있다가, 이내 훽 돌아갔다.
“…체스터 백작가에 그대가 요청한 가보가 도착했다고 하네. 마차가 대기중이라는군.”
“어, 바로 나가볼게요. 중급 유물도 같이 왔죠?”
“음. 증명서도 확인했다.”
그 말만 남긴 엘노어가, 이내 다시 몸을 휙 돌려 방을 나섰다.
남이 본다면 여전히 이전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한다고 느낄만한 모습이지만.
“…”
그 당사자인 기드온은, 머리를 뒤통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저 아이의 시선에 늘 담겨져 있던, 적의와 증오 대신에.
아주 조금이지만, ‘다른 감정’이 섞여있다는 걸 알아챘으니까.
그 날 이후로 평생 자신을 적으로만 생각하던 아이가.
자신을, 아주 조금이지만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죄책감 때문에, 당신이 저쪽을 투명 인간 취급하고 지내는 건 저도 아는데요.”
엘노어를 따라 자리를 나서려던 다우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쉽게 풀 수도 있을 걸요?”
광증에 이성을 잃고.
악마의 조각에 침식당해 실낱같이 남은 사고마저 조작 당하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런 의미가 담긴 문장을 다우드가 남기고 나갈 때까지.
기드온은 멍하니, 방금 엘노어가 자신에게 보낸 시선을 반추하고 있었다.
●
“…길었다…”
내 방 침대에 비척거리며 들어와 그 위에 쓰러지듯이 눕는다.
아니, 기껏 방학인데 쉬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
“…”
하지만, 그래도 점검할 건 해야겠지.
침대에 누워 시스템창을 불러온다.
[System Message> [ 사이드 퀘스트 ‘소란’을 완료했습니다! ] [ 보상이 지급됩니다! ] [ 중급 유물 1개가 지급됩니다! ]그런 내용을 쭉 훑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받은 유물은 그쪽의 가보와 합쳐서 엘판테의 내 기숙사실로 보내놓은 상황이다.
‘단련용’으로 최적화된 물건이니까. 당장 거기에 도착해서 짐 풀고 바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한 것.
[ System Message >쓴웃음을 지으며 눈앞의 시스템창을 그대로 내려버린다.
아니, 내가 요청해서 진행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막상 이렇게 문장으로 재확인시켜주니 좀 씁쓸해서.
“…”
내 가슴 위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타천의 인장을 손으로 한 번 쓸어본다.
얼마 전부터 이런 식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자기 혼자 꿈틀거리는 감각이 조금씩 느껴지긴 했다.
이전에 법황 앞에서 결투를 할 때, 한 번 이 녀석을 ‘내 몸’에 불러들인 이후부터 있던 현상이지.
그리고 지금 회색 악마와 거래를 한 뒤로는, 그런 느낌이 훨씬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메시지창에 적힌 대로, 이 녀석은 앞으로 천천히 나를 ‘인간이 아닌 뭔가’로 변화시킬 것이다.
악마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수록 가속된다고 했으니, 아마 다른 악마의 그릇들을 공략하면 할수록 점점 그 속도도 빨라지겠지.
‘…이제 진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네.’
나도 원래대로면 절대로 이거에 손 안댄다.
이건 설정상 세라 세계관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도박’ 중 하나니까.
악마와의 거래. 어떤 종류로든 악마와 그런 식으로 얽히면, 그 인물의 끝은 대부분 좋지 않다.
만약 적당한 시점에서 내가 이 인장을… ‘해결’하지 못 한다면, 나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은 꼴로 변화할 수도 있다.
‘살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 다행이지.’
보험 정도야 이미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
지랄 맞게 힘들긴 하지만, 분명히 가능한 일이긴 하다. 내 인간성을 지키고, 딱히 후유증도 없이 ‘살아남는’ 방법.
그러니까 이런 짓도 저지르지.
“…에휴.”
물론 그걸 하기 위해서는 또 고생길을 박 터지게 걸어야 하지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론, 그런 리스크를 지우는 만큼 효과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수준이다.
‘3챕터 진행이 분명…’
1챕터와 2챕터의 클리어가 강력한 단일보스를 공략하는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면, 3챕터는 보스보다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위기’를 타파하는데 중점이 쏠려있는 챕터다.
강력한 하나보다 조금 덜 강력한 다수를 상대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거라 그거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받아온 이 ‘제한 풀린 타천의 인장’이란 놈이 내가 생각하는 능력이 맞으면.
끔찍한 효율을 자랑할 게 분명하다.
원래도 플레이어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스킬이었다. 이딴 걸 들고 있으면 공략이 너무 쉬워질 게 뻔하니까.
“…”
그리고, 그런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이런 강력한 능력을 받아와야 하는 이유도 있었고.
‘다른 놈 의도대로 끌려가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발카서스와 보스전을 돌파한 이후로 곰곰이 쭉 생각해본 내용이거든.
메인 시나리오를 계속 진행하다보면, 당장 2챕터에서처럼 선각자가 마음대로 끼어들어서 이것저것 내 인식을 벗어난 변수를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
이건, 그럴 때를 위해 준비해 둔 카운터 펀치다.
아마 그 녀석도 내가 ‘이런 것’까지 준비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을 확률이 높으니까.
그러니, 이건 앞으로 다가올 녀석의 흉계에 아주 적절한 대응책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어서 떠오른 다음 창을 훑어본다.
[ System Message > [ ‘회색 악마의 조각’이 대상 ‘엘노어’에게 융합합니다. ] [ 대상 ‘엘노어’의 그릇으로서의 격이 높아집니다! ] [ 악마의 기운을 조금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 [ 성격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 [ 일부 대상에 대한 감정의 격변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주르륵 떠오르는 창을 훑어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건 마지막에 있는 문장.
뭔가 더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처럼 번쩍이고 있으니 탭해서 확인해본다.
[ System Message >#1
[ 대상 ‘엘노어’가 대상 ‘기드온’에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품습니다. ] [ 대상에게 가지고 있는 증오심이 완화됩니다! ] [ 메인 시나리오 분기에 일부 변화가 일어납니다! ] [ 히든 이벤트의 조건을 충족합니다! ] [ 히든 이벤트 ‘???’의 발생 조건을 1회 충족했습니다! (2/3) ]그렇지.
이거 하나를 위해서 그동안 고생한거다. 그만큼 중요한 요소지.
그런데, 왜 #1이냐.
다른 것도 있어?
#2
[ 대상 ‘엘노어’가 대상 ‘다우드’가 생각보다 훨씬 인기가 많다는 점을 알아차렸습니다! ] [ 독점욕이 더욱 강해집니다! ] [ 독점욕의 발로로 인해 준비하고 있던 일을 더욱 서두릅니다! ] [ ‘약혼 반지’의 제작 일정이 더욱 앞당겨집니다! ]“…”
아니.
잠깐만.
뭘 준비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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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방학동안 뭘 했길래 상태가 그 모양인가요? 무슨 걸어다니는 시체 같네요.”
“북부 변경백에게 제법 쓸만한 놈이라고 인정 받았고, 딸이랑 사이가 안 좋은 대공의 가족 관계를 개선시켰고, 추가적으로 그쪽 집안에서 저한테 자작위를 수여할 예정이랍니다.”
“…”
“그리고 트리스탄 공녀님께서 저한테 줄 약혼 반지를 제작 중이시라는군요.”
너는 쉬고 오랬더니 대체 무슨 일을 그렇게 하고 왔냐는 표정이 아탈란테 총장의 얼굴에 걸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하도 일이 다사다난하게 있던 덕분에 엘노어와 엘리야를 두고 어느 쪽을 고르라느니 하는 말은 흐지부지 사라졌다는 것 정도.
솔직히 어느 쪽을 고르건 내 입장상 지옥같은 결과밖에 없었을 텐데, 중간에 있던 사고 때문에 일단은 켄드리드 변경백과 먼저 ‘교류’를 하기로 일단락 됐으니까.
“…일단 저도 이미 들은 사안부터 말해볼까요.”
총장님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학생 신분에서 느닷없이 작위가 높아지는 건, 사실 꽤 중요한 일이에요. 학원 측에서도 이제부터 당신을 대하는 데 태도를 달리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잠깐만요. 그거 그렇게 곧바로 인정해도 되는 겁니까?”
엘노어가 마음대로 땅을 툭 떼서 나한테 던져줄 때만 해도 이거 전부 처리하려면 골치 깨나 썩이겠다 생각했는데, 지금 총장님이 말하는 걸 들으면 아무래도 좋으니 이미 결정된 사안같다.
제국에서 영지의 승계 문제 같은 걸 그렇게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거야?
“첫째로, 캠벨 남작가 근처에 있는 땅들은 전부 변방 중의 변방입니다. 솔직히 황실에서는 그 땅이 어떻게 되건 관심 하나 없을 확률이 높아요.”
“…”
말이 좀 심하네.
무슨 저주받은 땅도 아니고.
“특별한 자원도 없고, 그 외에 눈에 띄는 점도 없으며, 딱히 험난한 곳도 아니니까요. 당신도 그러니까 딱히 영지 관리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겠죠?”
“…”
맞는 말이긴 하다.
뭐, 솔직히 영지 얻은 건 그냥 던전 토벌과 유물 탐색의 출입증을 따낸 의의가 더 큰지라. 관리는 아버지에게 대충 던져놓고 난 그대로 아카데미로 도망온 참이다.
가끔 방학 때 한 번씩 가서 점검이나 하겠지.
“그리고, 두 번째로.”
아탈란테가 외눈안경을 밀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니까 되는 일이죠.”
“예?”
“당신은 부족 연합, 성황국, 제국 황실 안 가리고 뜨거운 감자에요. 저번에 법황 앞에서 그 정도로 화려하게 얼굴을 알린 건 아직 안 잊었겠죠?”
“…”
“굳이 그런 귀중한 자원한테 왈가왈부 하기 싫으니까 황실에서도 절대 어깃장을 놓진 않을 겁니다. 황실에서 어깃장을 놓으면 오히려 성황국이나 부족 연합에서 옳다구나 하고 당신을 자신들의 나라로 포섭하려고 할 테니까요.”
그건… 그렇군.
내가 이 정도로 뜨거운 감자일 정도는 몰랐지만.
다만, 궁금한 점은.
“…아까부터 표정이 왜 그렇게 안 좋으십니까?”
“다 연결되는 이야기니까요, 다우드.”
아탈란테가 이내 책상을 뒤적거리더니 서류 한 장을 꺼내들었다.
“재학 중에 작위가 올라갈 정도로 공을 인정받은 학생은 반드시 진학을 시킬 수 밖에 없어요. 당신을 계속 신입생으로 두기도 힘들단 이야기죠.”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주변에서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신입생에게는 시키지 못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그런 아탈란테의 말을 들으며 서류를 받아서 읽는다.
신입생에서 2학군으로 진학시 지켜야 할 수칙 같은 것들이 적혀있다.
“…”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내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2학군이 된다면 아카데미 내외부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나 활동의 폭이 대단히 넓어져요. 그 중에는 타 아카데미와 교류하는 것도 있구요. 그러니 패권국들에서도 당신이 대체 언제 2학군에 돌입하나- 하고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겠죠.”
서류 맨 마지막에 적혀있는 항목을 훑는다.
초대. 투쟁의 용광로에서. 일주일 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부족 연합이 특히나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네요.”
나도 아는 내용이다.
‘아카데미 교환학생’ 행사.
이건, 3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는 이벤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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