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74)
r 73 – 73.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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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트리샤.”
“왜.”
“…이제 그만 혼내도 되지 않아?”
엘리야가 울상을 지으며 그런 말을 꺼내 들었다.
기합을 서느라 허공에 들고 있는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으니까.
기숙사 방에 돌아오자마자, 도끼눈을 뜨고 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방학 동안의 ‘경과’를 보고하자마자 일어난 일이다.
“아니, 절호의 기회였잖아. 거기 가서 최소한 언제 어디서 1:1로 데이트를 하겠다는 약속까진 받아왔어야지!”
“그, 그래두, 다음 방학 때 선생님이 변경백령에 놀러 온다고도 했는데에…”
“그런 말뿐인 약속이나 하라고 켄드리드 변경백까지 호출시킨 게 아니야! 너랑 어울리겠다는 말은 거기 어디에도 없잖아!”
“…”
무섭다.
동갑내기 친구인데, 이렇게 청춘 사업에 대한 조언을 뱉을 때의 트리샤는 거의 호랑이처럼 보이는 기백을 내뿜을 때가 대부분이다.
“…일단 손 내리고 앉아봐.”
트리샤가 한숨을 내쉬며 침대 옆자리를 톡톡 두들겼다.
적어도 마냥 이렇게 혼내기만 할 건 아니다. 이전에 엘리야를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 가슴 속에 꽉 차 있던 검은색 기운이 지금 대단히 옅어진 느낌이었으니까.
“거기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음.”
팔을 주무르던 엘리야가 곰곰이 기억을 반추했다.
-엘리야를 저한테 온전히 맡겨주십쇼. 절대 후회 안 하게 해드릴 테니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그런 기억이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날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
그런 말을 하며 헤실헤실 풀어지는 엘리야의 얼굴을 본 트리샤의 눈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애매한 말을 듣고 이 정도로 오락가락한다니, 진짜 중증이다.
그 모습을 본 엘리야가 황급하게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일단 드, 들어봐! 진짜라니깐! 애매하긴 해도 절대 나쁜 말은 아니야!”
그렇게 말한 엘리야가 방학 때 있었던 일을 전부 자세하게 트리샤에게 설명했다.
물론 자작령과 백작령 하나씩을 사이좋게 뒤집어놨다느니, 정체불명의 물체에 잠식된 트리스탄 대공이랑 싸웠다느니 하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여정들은 빼놓고.
“…”
하지만, 그 여정을 전부 들은 트리샤는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기색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거 완전 선수 아니야?’
솔직히 트리스탄 공녀와 함께 엘리야를 보낸 건 그 남자의 태도라도 확실하게 알아보고자 보낸 의도도 없잖아 있었다.
하다못해 엘리야에게 마음이 완전히 없다는 걸 확인하면 친구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줄 수 있는 요건이라도 충족되지 않는가.
그런데.
오히려 상황이 더 애매해졌다. 엘리야의 상태는 더 심각해졌고, 딱히 트리스탄 공녀와 그쪽의 사이가 악화된 느낌도 아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처세를 했길래 이게 가능한지 짐작도 안 갈 정도다.
‘어떻게 용사 후보랑 공녀가 동시에 한 명한테 헤롱헤롱 댈 수가 있는 건데…’
그녀가 밀려오는 두통에 이마를 짚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이대로 간다면 어떻게 될지 눈에 뻔하다. 또 다우드의 반응에 일희일비해서 하루가 다르게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엘리야의 모습이 눈에 뻔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해서 전망이 좋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서, 엘리야가 트리스탄 공녀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곤 거의 없지 않은가.
엘리야도 어디 가서든 절대 무시받을 사람은 아닌데, 트리스탄 공녀의 스펙이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초월적이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이쪽에서 먹힐만한 점은.
공세다. 그것도 총공세.
어필, 어필, 계속해서 더 적극적인 어필!
“엘리야. 내 말 잘 들어.”
그래서 그런 취지의 일장연설을 엘리야에게 쏟아부었지만.
“내, 내가 그런 말을 어떻게 해…”
“선생님이 부담스러워하시지 않을까? 나같은 게 그렇게 들이대면…”
답이 없다.
자기가 그런 말을 해야한다는 것만으로 지레 겁먹어서 우물쭈물하는 엘리야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다.
목숨이 걸린 실전에서도 당황 한 번 안 하는 녀석이 왜 이런 말만 못 하는 건데!
너 이런 거 못하면 나중에 눈물 펑펑 흘린다고!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제일 급선무는, 일단 그 다우드란 남자와 엘리야가 붙어있는 시간을 늘리는 게 우선이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앞으로 있을 아카데미의 스케쥴 몇 개가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다우드가 확실히 엮일만한 것이라면…
“엘리야. 일단 숙제 두 가지를 줄 게.”
“…숙제?”
“그래. 하나는 오늘 안으로 해야 할 거고, 나머지 하나는 일주일 안으로 해야 할 거야.”
“아니, 교수님들도 나한테는 숙제 잘 안 내주는데 무슨-”
트리샤가 눈을 부라렸다.
“하라면 해.”
“…”
타협이라곤 이빨도 들어가지 않을만큼 단호한 태도였다.
●
부족 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세 국가 중 하나. 대족장과 그 휘하에 있는 각 부족들의 족장들의 연합으로 굴러가는 동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야만 전사’의 이미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지만 그렇다는 건데.’
그쪽 동네는 그냥 전통이 그래서 그런 모습을 표방하고 있을 뿐이다.
부족 연합은 오히려 세라 세계관에서 가장 ‘과학 기술’이 발달한 동네다. 제국이나 성황국에서는 거의 공상 과학이나 다름 없는 물건들이 상용화 된 곳이라서.
온갖 기술의 총본산인 마탑보다는 덜 하더라도, 부족 연합 역시 가끔 세라 세계관이 중세 판타지를 한참 벗어난 기술력을 선보이게 만드는 원흉이다.
종합적으로, 개개인의 전투력만 놓고 보면 부족 연합의 전사들이 가장 강하다. 훈련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장비의 기술력이 다른 국가와는 궤를 달리하니까.
치명적인 단점은, 그 ‘숫자’가 제국이나 성황국에 비해 끔찍하게 모자라다는 것.
‘밸런싱이라 그거지.’
세라 개발진이 정해놓은 각 국가 간의 밸런싱은 모든 국가에 일장일단을 박아놓는 식으로 이뤄진 바 있다.
각 국가간의 주 전력인 ‘기사’, ‘투사’, 그리고 ‘전투 사제’를 비교만 해도 그 특징이 대략 나온다.
기사는 모든 방면으로 평균 이상의 강력함과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지만 그렇다고 특출난 것도 없는 올라운더 형.
투사는 개개인의 종합적인 전투력은 제일 높은 대신 숫자가 적은 소수정예 형.
전투 사제는 단순 무력으로 따질 경우 가장 약하지만 온갖 특수 능력으로 그걸 커버하는 능력특화 형.
최상위권 강자들간의 싸움으로 올라가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아무튼 서로 평균적인 역량을 따지면 그런 기조를 띄는 건 사실이다.
‘아무튼.’
그런 기조에 따라서, 부족 연합은 전사 개개인의 강함에 대단히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세다. 숫자가 적으니 그만큼 정예여야 한다 생각하니까.
역으로 말하면, 약자 멸시가 심하다는 뜻이지.
능력이 미달한 사람이 무시받는 건 어쩔 수 없는 풍조지만, 그쪽 동네는 유독 그런 경향이 심하다. 약한 인간은 진짜 사람 취급도 못 받을 정도로.
내가 그쪽에 가서 무시 안 받으려면, 절체절명 없이도 최소한도의 강함은 갖춰야 한단 소리지.
그게 바로 내가 지금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 이유다.
“퍼헉… 푸흐억…”
“…”
뭔가를 토해내는 것처럼 내뱉는 거친 숨소리에, 옆에서 내 러닝메이트 노릇을 해주던 탈리온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고작 10분 달려놓고서 이 정도로 사람이 작살날 줄은 몰랐다는 기색이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잠깐 쉬었다 갈까요?”
“부, 커허, 탁한다.”
무너지듯이 자리에 주저앉는다.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고작 이 정도 뛴 것만으로도 이 상태라니 스스로가 좀 한심하기는 한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 Status Info >「다우드 캠벨」
[통상]근력: F ( 랭크 업까지 3% )
민첩: F ( 랭크 업까지 3% )
내구: F
행운: F
권력: D
마력: E ( ‘소울 링커’ 착용 효과로 보정 )
법력: F
신성: E
[ Misc. > [ 현재 신체에 적용 중인 금술 개수: 1개 ] [ ‘타천의 인장’의 영향으로 1단계 변이 진행 중: 1% ]이전에 비해서는 그래도 F에서 탈출한 것들이 이것저것 있지만, 전체적인 스텟은 여전히 파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정도 운동으로도 졸도하기 직전까지 내몰리는 것도 당연하지.
그래도 별 수 있나. 스텟 올리려면 해야지.
굳이 그쪽가서 무시 받지 않는단 목표를 제하더라도, 3챕터의 진행을 생각하면 그동안 반쯤 날로 먹은 나도 ‘신체 능력’ 관련 스탯의 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몸 쓸 일이 굉장히 많을 거라.
‘죽겠네 진짜…’
핑핑 돌아가는 시야에 손으로 눈 위를 덮으며 한숨을 내쉰다.
내가 스텟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여태 미루던 것도 이것 때문이다.
그나마 온갖 꼼수를 통해 ‘우회로’라도 찾을 수 있는 다른 성장 방식과 다르게, 스텟은 온전히 캐릭터의 반복 노동만을 통해 올릴 수 있는 수치다.
다른 방법을 통해 보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단 소리다. 기초 체력 같은 거라서, 뭘 어떻게 하더라도 스텟이 낮으면 제 효율이 안 나오니까.
하다못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스텟을 뻥튀기하는 절체절명 스킬조차 기본 수치를 제곱시키는 방식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나마 이게 있어서 다행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몸에 착용 중인 목걸이를 내려다 본다.
[ 사자의 목걸이 ] [ 액세서리 ] [ 등급: 레어 ] [ 부족 연합에서 촉망되는 전사들에게 수여되는 목걸이입니다. 착용 시 신체의 활력이 상승합니다. 또한 운동을 통한 신체 단련의 효율이 올라갑니다. ]이전에 법황 앞에서 결투를 할 때 부족 연합의 하탄에게서 받아온 거다.
등급이야 낮지만, 게임 전체를 뒤져도 얼마 안 되는 ‘스텟 상승에 도움이 되는’ 형태의 장비다. 귀중하기 짝이 없지.
스토리에도 그럭저럭 관련이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고.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사자의 목걸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내 몸을 한 차례 뒤덮었다.
그러더니 이내 뭉친 근육이나 부은 관절에 어떤 액체가 칙칙 분사된다.
그러자 그쪽에서 올라오던 통증이 완화된다.
“…”
운동 중 휴식을 취하는 걸 자동 감지해서, 신체 스캔 후 회복이라.
신체 단련의 효율이 올라간다는 게 이런 뜻인가. 다시 봐도 어이가 없는 수준의 기술력이다.
“그게 부족 연합의 물건입니까? 확실히 기가 막히네요.”
그 모습을 본 탈리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거기에는 온갖 신기한 물건이 있다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처음 보냐?”
“말로만 들었습니다. 항상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죠.”
그런 말을 내뱉던 탈리온이,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번주 주말에 있는 시험에서는 더 힘을 내야겠습니다. 그쪽엔 제 눈으로 직접 구경하고 싶은 게 널렸으니까요.”
“음?”
“원래대로는 2학군부터 참여 가능한 교환 학생 신청이 이번엔 신입생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몰라도요.”
“…”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황금의 삼각형에 있는 아카데미 간의 교환 학생 행사는, 말이 좋아 교환 학생이지 사실 서로 간의 자존심이 걸린 ‘경쟁’이나 다름 없는 행사다.
최고 중의 최고만 골라서 뽑아, 상대방 아카데미의 학생보다 우리 아카데미의 학생이 훨씬 낫다는 걸 입증해야만 하는 느낌이지.
그냥 교환 학생을 뽑는 주제에 아카데미에서 대대적으로 시험을 본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도 그런 풍조의 일환이다.
“교환 학생으로 뽑힌 이들은 후에 진로에도 대단히 큰 도움이 된다 들었습니다. 아르망드 자작가를 위해서라도 꼭 붙어야 할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힘내라.”
활기차게 말하는 탈리온에게 쓴웃음을 지어준다.
이것밖에 해줄 말이 없다.
왜냐하면.
‘넌 이미 합격인데.’
이렇게 순수하게 열정을 불태우는 녀석에게 넌 그런 소리는 입이 찢어져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신입생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총장님한테 요청한 것부터가 나다. 도와줄 수 있는 건 전부 도와준다는 게 빈말이 아닌건 알겠네.
그 결과, 교환 학생에 몇 명은 아마 ‘무조건’ 붙을 예정이다.
3챕터 진행에 필수적인 인원들 말이지.
‘문제는…’
그렇게 데려가야 하는 사람 중에, 아마 붙여줘도 본인이 절대 싫다고 잡아 뗄 인간이 한 명 있을 거란 점이다.
[ 기프트 관련 인물 알람 >▼ 리루 가르다
[ 호기심 1단계 ] [ ‘치명적인 매력’ 스킬이 조건부로 심어져 있습니다! ] [ 다음 번에 스킬을 발동 시 2배에 달하는 효과가 주어집니다! ] [ 관련 이벤트 발생까지 D-5 ]리루 가르다는 3챕터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다.
악 성향 인물이지만, 시나리오의 악역은 아니다. 오히려 3챕터 클리어의 ‘최중요 인물’이지.
‘…써먹는 과정이 좀 골때리기는 하지.’
3챕터의 클리어 여부는, 이 사람의 나쁜 면을 ‘교화’하는 과정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악 성향 달려있는 게 좀 억울하겠다 싶은 엘노어랑 유리아와 다르게, 이쪽은 그런 성향이 있는 걸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성이 여러 개 있으니까.
사람 패는 걸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미친 듯이 난폭한 것도 그렇고, 전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친 인간이라는 것도 그렇고, 약한 사람은 개무시하는 것도 그렇고…
“음?”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전력질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겨우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새벽인데, 전신이 땀이 젖어있는 걸 보니 한참 전부터 이 근처를 뛰고 있던 게 분명한 모습이다.
휘날리는 보라색 머리카락, 전신에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근육, 그 위를 뒤덮고 있는 흉터들.
나도 아는 사람이다.
땀을 닦으며 리루 가르다를 쳐다본다.
양반은 못 되는 모양이지.
“…”
그쪽의 시선도 잠깐 내쪽에 머문다.
아예 초면도 아니고, 이전에 참관 수업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아마 인사든 뭐든 건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시선이 내가 걸고 있는 목걸이에 바로 머문다. 그 눈이 살짝 커진다.
그 눈살이 잠깐 찌푸려진다. 뭔가 말하고 싶다는 듯이 입을 달싹인다.
“…”
하지만, 뭔가 망설이는 시선으로 내 얼굴과 목걸이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다가.
이내 애써 시선을 돌리고 나와 탈리온을 지나친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 없는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설득하는 모습이었다.
“…”
쓴웃음을 지으며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는 리루를 본다.
저 사람 성격을 생각하면, 나한테 한 번 싸움이나 하자고 시비를 걸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든 일단 자기가 재미있는 싸움을 할 것 같으면 앞뒤 다 거르고 들이받는 인간이고, 저번 만남이 어땠는지 생각한다면 난 그런 조건에 꽤 잘 부합하는 인간일 테니까.
하지만.
리루 가르다는 대족장의 딸이고, 현재는 제국의 아카데미에 와서 학생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기묘한 문장은, 리루와 부족 연합간의 관계가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저쪽 입장에선, 자신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든 물건을 보기만 해도 도망쳐버릴 정도로 그러하다.
“…저쪽이랑은 엮이지 않는 편이 좋아보이긴 합니다.”
탈리온이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학부 전체에 미친 개라는 평판밖에 없는 여자입니다. 벌써 학칙을 어긴 게 열 번도 넘는다고 들었는데요. 전부 폭행 사건이라더군요.”
“그래?”
“예. 대체 어디 출신이길래 그만큼 사고를 치고도 퇴학을 안 당하는 건지 소문만 무성합니다.”
그렇게 투덜거린 탈리온이,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저도 나름 성실하다고 생각하는데. 저 사람한텐 못 당하겠네요.”
허탈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련광이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동급생 중에서는 가장 빨리 일어나서 수련하는 사람인데, 저 여자는 하루 종일 뛰고 운동하는 모습 말고는 본적이 없네요. 오늘도 대체 몇 시부터 저러고 있는 건지 짐작도 안 가는데요.”
“원래 저래, 저 사람.”
“…예?”
티는 안 내지만, 리루 가르다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보는 것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난폭한 성격 밑에 감춰진, 저 사람의 ‘좋은 면’ 중 하나지.
들춰보면 좋은 점이 꽤 많은 사람이다.
▼ 리루 가르다
[ 호기심 1단계 ] [ ‘치명적인 매력’ 스킬이 조건부로 심어져 있습니다! ] [ 다음 번에 스킬을 발동 시 2배에 달하는 효과가 주어집니다! ] [ 관련 이벤트 발생까지 D-5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이 교환 학생 선발 시험과 정확하게 시기가 겹치는 ‘관련 이벤트’때도 그런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 생각을 시스템 창을 보며 곱씹고 있자니.
옆에서 탈리온이 흠, 하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그거 아십니까, 형님.”
“음?”
“형님도 학부 내에서는 생각보다 괴악한 소문이 많습니다.”
“…무슨 소문?”
“보통 사람이라면 접근조차 어려워 하는 여자 여러 명을 동시에 후리고 다니는 대단한 쓰레기라더군요.”
“…”
“엘리야나 학생 회장님도 그렇고, 중간 고사때는 가까이 다가오는 건 뭐든 잘라버리는 귀신같은 여자를 목줄 채워서 길들이고 다녔다던지, 심지어는 성녀님마저 형님이랑 붙어있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던지…”
“…”
“이번에도 새로운 먹잇감을 찾으신 겁니까?”
닥쳐.
제발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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