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82)
r 81 – 81. 힘내라, 미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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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제한 시간 ] [ 00 : 00: 29 ]눈앞이 핑핑 돈다.
아니, 이걸 대체 어떻게 살아남으라고…!
“칼리반, 도와줄 방법 뭐 없-”
[나도 딱히 연애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어서. 적절한 도움은 못 주겠네. 미안.]“…”
이 무가치한 인간아.
당신 진짜 가디언인거 빼고 잘하는 게 뭐야. 응?
[…말 심하게 하네.]궁시렁거리는 칼리반은 무시하고 소울 링커 안에 있는 다른 혼령에게도 말을 건다.
“발카서스, 당신은…!”
[…나도 도와줄 수가 없겠군. 미안하네.]“…”
믿었던 발카서스마저 내 발등을 찍는다.
당신, 오래 살았잖아…! 인생 경험 풍부하잖아…!
왜 적절한 조언 하나 못 해주는 건데…!
[…나도 연애 경험이 없어서 말이지. 정말 능력 밖의 일이라 못 도와주겠네. 어떻게 도움을 청해도 천년이 넘게 독신인 사람을 고르나.]“…”
[차라리 죽은 척 하는 법을 지금부터라도 연습하는 건 어떤가? 혼신을 다 한 연기면 상대방도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앞으로 당신한테도 조언 안 구할 거야.
이러다가 나 진짜 죽어, 이 사람들아!
[아니, 안 죽을 것 같은데. 여기서 죽을 놈이었으면 진작에 죽었지.] [그건 동의하지. 어떻게든 알아서 할 거란 믿음은 있네.]“…”
[나는 이만 자러가지. 아직 오래 깨어있기는 조금 힘들군…]그 말에 이어서 곧바로 발카서스의 연결이 끊어졌다. 정말로 자러 간 거다.
내가 어쩌자고 그 고생을 해서 이 웬수들을 동료라고 받았을까.
눈앞이 번쩍거리는 와중에 기괴한 몰골로 문을 ‘찢어버리며’ 들어오는 유리아를 바라본다.
[다우드 씨, 왜, 대답이 없으세요…?] [ 남은 제한 시간 ] [ 00 : 00: 15 ]남은 시간을 보니 피가 버쩍버쩍 타들어간다.
진짜, 뭐라도 방법이 없나? 단 하나도?
-혼신을 다 한 연기면 상대방도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그 때.
방금 전에 발카서스에게 들은 말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잠깐만.
연기?
“…”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본다.
적절한 ‘소품’은 금방 눈에 들어왔다.
머릿속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계획을 짜 맞춘다.
설정을 떠올린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의 ‘취향’을 머릿속으로 조목조목 분석한다.
솔직히, 이거 말도 안 되는 짓인데.
당장 이 자리를 넘어가려면 이것 말곤 없다.
그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온 유리아의 손이 내 몸을 타고 뱀이 기어오르듯이 스르륵 미끄러져 올라왔다.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그런 창이 주르륵 이어지는 것과 동시에, 유리아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말을 이었다.
[차라리, 둘이서, 함께, 영원히-]냉기가 나한테까지 도달한다. 이대로 갔다간 그대로 유리아가 내 목을 붙잡고 조르기라도 할 것 같다.
“…”
그러니, 그러기 전에.
그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제지한다.
“웃기지도 않네, 유리아.”
[…예?]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을 조정한다. 표정을 만들어내고, 적절한 목소리 톤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일단, 이 짓을 하기 전에 먼저 해야할 건.
‘…미안합니다, 엘노어.’
아마 듣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사과는 해야겠다.
미안합니다. 진짜 미안해요.
하지만, 나도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제발, 먹혀라.
“그런 ‘소꿉장난’을 질투하다니.”
그런 말을 꺼내자마자.
유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유리아의 머릿속은 지금도 징징 울리고 있었다.
이전에, 단절의 저주 때문에 잡동사니가 가득 들어차 있던 창고에서 지낼 때.
다우드가 자신을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했을 때 느꼈던 감각과 대단히 비슷하다.
‘…어라.’
그러나, 그런 상태임에도.
그녀가 멈칫했다.
시선 끝으로는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는 다우드 캠벨의 얼굴이 걸려 있었다.
어쩐지, 평소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물론 평소에도 진지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갭이 대단히 큰 남자기는 했지만.
지금은, 뭐라 해야할까.
마치 대놓고 ‘여심 사냥꾼’의 분위기를 온 몸으로 뿜어내는 것 같은 묘한 분위기.
“…”
그녀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잠깐이지만, 분위기에 압도당할 뻔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줄 수는 없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머릿 속에 징징 울리는 이 느낌 때문에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뜻이죠? 소꿉장난이라니-]그 문장이 끝까지 이어지기도 전에, 그녀의 턱을 잡은 다우드가 자신의 얼굴 앞으로 그걸 확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서로 간의 호흡이 닿을 정도까지 거리가 좁혀진다.
그의 눈동자와 자신의 눈동자가 어떤 색깔인지 서로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
의식이 순간 날아갈 뻔했다.
지금, 이 남자.
무슨 짓을 한 거지?
평소의 우유부단함은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저돌성이다.
‘가,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처럼…!’
아니, 아까랑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나.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추궁하는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슬슬 쿵쾅거리기 시작하는 가슴을 억누르고 있자니, 다우드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 반지에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게 아니야. 너 정도면 당연히 알아줄 거라 생각해서 구태여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듣고 있어, 유리아?”
유리아가 멍한 눈동자로, 간신히 생각을 이어갔다.
‘어, 그러니까…’
여기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뇌기능 대부분이 저하된 느낌이다.
방금 이 남자가 저지른 짓의 파괴력이 보통이 아니었던 탓이다.
실제로도 그 ‘일격’에 당한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컸는지,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방금 전의 독기가 대단히 많이 죽은 느낌이었다.
[…그, 그럼, 무슨 의미가-]“그건 그냥 단순히 겉치레야.”
[거짓말 하지 마세요. 약지에 낀 반지를 그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그런 의미-]“그런 식으로 착각하게 두는 게 아니면 마찰이 생길 게 뻔했으니까. 미리 속여둬야 했지.”
유리아가 입을 쩍 벌렸다.
우와.
이 사람, 지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쓰레기…!’
그런 단어를 단박에 떠올린 유리아가 기가 차다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 짓을 왜…!]“트리스탄 공녀를 매몰차게 거절했다가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진짜’를 방해하는 사람이 될 게 뻔했거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예?]그런 말과 함께.
그녀가 늘 착용하고 다니는 ‘목줄’에, 뭔가 스르륵 묶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유리아가 그쪽을 내려다보자, 고리가 달린 수수한 스카프가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로는 아무런 특징이 없지.
하지만, 그 리본에는 캠벨 남작가의 인장이 그려져 있었다. 귀족이라면 흔히 하나씩 챙기고 다니는 가문의 인장이 박힌 직물.
귀금속이 박힌 반지같이 묵직한 물건을 구하기 힘든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연심’의 증표로 쓰이는 물건이다.
다우드가, 굳은 결의가 엿 보이는 눈동자로 말을 이었다.
“그런 반지 ‘따위’는 내 마음을 드러내는 물건이 되지 못해. ”
[…]“내 진심은, 오히려 이쪽에 담겨 있으니까.”
유리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지금.
[제, 제가 똑바로 이해한 게 맞다면. 지금 다우드 씨는…]“음.”
[트리스탄 공녀가 하도 질척하게 달라붙어서, 저와, 저와…]글자가 잠깐 끊어졌다.
실제로 목을 써서 말하는 게 아님에도 숨을 반드시 골라야 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저와, 다우드 씨의, ‘진실된 관계’에 방해가 되는 방해꾼에 불과해서. 그냥 ‘달래기’ 위해 그걸 받아들였다는 말씀이시죠?]정리해놓고 보니까.
진짜 상대방은 정신 나간 수준의 쓰레기다. 그런 생각이 든다.
괜히 언니가 이 사람을 경계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그래.”
단호한 기색으로 단칼에 자르는 모습을 보니.
뭐라고 더 할 수가 없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쓰레기건 뭐건 간에.
“…”
‘자신을 가장 좋아해주는 쓰레기’라면.
그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으니까.
유리아가 홍조가 올라온 얼굴로 목줄에 걸린 스카프를 매만졌다.
그 마음에 흔들림이 없을 거라는 증표까지, 이렇게 전달해주지 않았는가.
“…진짜죠?”
‘글자’가 아닌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방금 그 한 마디로, 머리 속에서 계속해서 울리던 그 느낌이 단박에 사라진 느낌이었으니까.
“그래. 진짜야.”
“진짜로, 진짜죠?”
“그럼.”
“다른 사람 때문에, 저를 떠나시지 않으실 거죠?”
“물론이지.”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이 더욱 커진다.
유리아가 홀린 듯이 목줄 위에 묶여있는 스카프를 만지작거렸다.
“…다우드 씨와, 나의, 약속의 증표.”
스스로 그렇게 되뇌일수록.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은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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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적어도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는 주변에 얘기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원활하게 내가 모든 걸 다 정리한 뒤에 주변에 공표할 생각이니까.”
“…”
등 뒤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식은땀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슬슬 경련이 오기 시작하는 안면 근육을 간신히 통제한다.
기껏 아까 전에 팔자에도 없는 카사노바 연기도 어떻게든 해냈는데, 이제 와서 들킬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내 간절한 노력이 통했는지, 내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게 분명한 유리아가 얼굴 전체를 붉게 물들인 상태로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몸 전체에서 발산하던 악마의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조금 안심했어?”
“…”
다시 끄덕끄덕.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또 끄덕끄덕.
귀 끝까지 붉어진 유리아가, 기름칠이 안 된 기계처럼 끼기긱 내 방문을 나섰다.
복도 끝으로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상태인 게,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을 전부 다 소화해내지도 못 한 게 분명한 기색이었다.
“…”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
[기가 막히네, 기가 막혀.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낄낄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칼리반에게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칼리반.”
[왜.]“저 이제 어떻게 하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쓰레기야.]“…”
시니컬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그대로 입을 다문다.
나도 내가 욕 먹어도 싼 놈이란 건 인식하고 있는데.
이거 진짜 어떻게 수습하냐?
[내가 살다살다 악마들 상대로 양다리 걸치는 놈을 다 보네. 너 이거 감당 되냐?]“…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요.”
엘노어와 유리아가 동시에 자신들이 ‘나의 유일한 반려’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된다.
아카데미를 졸업해 모든 메인 시나리오가 끝나고, 아탈란테의 말대로 악마의 그릇과 내가 ‘진실된 사랑’을 꽃피워 그 기운이 봉인될 때까지.
[그러니까.]칼리반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창하게 말하긴 하는데, 그냥 계속 안 들키고 양다리 걸쳐야 한단 소리 아니냐?]“…”
[잘못 폭주하면 혼자서 세상도 멸망시킬 수 있는 악마의 그릇 두 명 상대로?]“…”
[너 당장 내일부터 저 두 명 포함해서 교환 학생으로 부족 연합 가는 것 아니야?]“…가죠.”
[그럼 저 두 명도 계속 서로 얼굴 보고 있을 확률 높겠네?]“…높죠.”
[어떻게 하려고?]“칼리반.”
심호흡을 하며, 냉철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답한다.
“죽고 싶어지니까 자꾸 풀어서 설명해주지 마세요.”
[…]나도 몰라, 이 개 같은 인간아.
그건 미래의 나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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