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84)
r 83 – 83. 해상 열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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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시작합니다.”
“영상 팀, 정상 가동 중입니다.”
“인공 마수 팀, 정상 가동 중입니다.”
“안전 대책 팀, 정상 가동-”
상황실 근처에서 차례대로 쭉 올라오는 보고를 들은 하탄 우-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만들긴 했네.”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대형 마수를 직접 사냥해 본 입장에서 보기에, 저게 가짜라는 걸 알아차릴 인간은 저 중에선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실전 경험조차 없을 게 분명한 애송이들을 상대로는 조금 가혹하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진짜 자질은 그 사람이 극한에 몰려야 나온다.’
투쟁의 용광로라는 이름 자체가 학생들을 가장 혹독한 환경에 수도 없이 노출시키겠다는 의도를 담아 작명된 이름이다.
철은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법 아닌가.
그런 면에서, 지금 이 가상 시뮬레이션은 하탄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만한 정도였다.
“이야, 이런 건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웃음이 싹 사라지긴 했지만.
실눈을 뜨고 싱글싱글 웃고 있는 여자.
주변으로는 부족 연합 특유의 야만인 느낌이 물씬 나는 복색을 입은 인간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여자만큼은 문명인의 느낌이 물씬 나는 복장이다.
이어서 흘러나온 말도 그런 차이가 잘 체감되는 문장이겠지.
“이렇게 생긴 사람들이 마탑에서나 다룰 법한 첨단 기기들을 다루고 있다니요. 부족 연합이란 곳은 보면 볼수록 이상한 곳이라니까요.”
“…사제장 타티아나.”
하탄이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넘겼다.
“부탁이니까, 참관하러 왔으면 입 다물고 구경만 하다 가지?”
“어머.”
험악하게 날아온 문장에, 여자가 혀를 빼물고 능청스럽게 양손을 살짝 들었다.
하탄 입장에서는 당장 얼굴에 한 방 먹이고 싶을 정도로 가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탄의 표정이 더욱 가라앉았다.
“그럼 이 자리에서 똑바로 말해두지.”
아까 전과 비교하면, 반쯤 살기를 담아 쏟아진 문장이었다.
“난 네놈이 싫어, 사제장. 네놈이 알란에게 한 짓을 생각해보면 나한테 당장 안 죽는 걸 다행으로 여겨.”
“…”
“그놈은 내 친구였어. 머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멍청했지만, 그래도 용맹하고, 명예를 알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을 알던 전사였다고.”
“…”
대답 없이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 있는 타티아나에게, 서릿발같은 하탄의 목소리가 이어서 쏟아졌다.
“연합을 잘만 다스리던 대족장한테 다짜고짜 싸움을 걸고, 그 사지 중 세 개를 자르고, 그 씨족까지 전부 멸족시키는 미친 짓을 갑자기 저지를 놈은 아니었단 말이다.”
참으로 그러했다.
모든 전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카사 가르다와 결투를 진행해,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의 사지 세 개를 모두 자른 것, 모두.
전부 이 여자가 그쪽 부족의 사제장으로 임명이 된 뒤에 일어난 일이다.
심지어 그 결투의 ‘과정’ 자체가…
‘…끔찍했지.’
당시의 광경을 떠올린 하탄이 속으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결코 정정당당하게 이루어진 결투는 아니었지.
정확히는, 결투라고 부르기도 수치스러운 ‘학살’이었지.
결투 당사자들 외에 카사 가르다의 씨족 대다수가 그 날에 살해되었으니까.
“알란 대족장님은 정정당당한 결투에 따라 부족 연합을 다스리는 위치에 오르셨을 뿐입니다. 권위와 정통성 모두 적합해요. 그렇지 않나요?”
“…”
그렇기 때문에, 지금 태연하게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여자에게는 한 방 먹이지 않는 게 인내심의 한계를 측정하는 일이었다.
하탄은 그쪽에 뭐라 대꾸하는 대신에, 상황실의 인원들에게 다음 지시를 이어갔다.
“…기차에 있는 놈들 전원 생체 징후 추적해.”
“시행하겠습니다!”
부족 연합의 기술력이라면 저기 있는 전원에게서 그 정도 정보를 얻는 것 정도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지. 생체 징후는 대단히 많은 사실을 말해주니까.
사고를 예방하기도 쉽고, 이 상황에서 그 인간이 얼마나 냉철하게 대처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심박수가 낮고, 감정의 동요가 적으며 가장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는 놈들.
그리고, 그런 기준에서 가장 우수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들은…
“…”
리루 가르다와 카사 가르다.
익숙한 얼굴들을 본 하탄의 얼굴에 쓴웃음이 걸렸다.
저 둘이라면 부족 연합의 성향을 알고 있으니, 이걸 보고 곧바로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겠지.
‘…고향의 땅을 다시 밟는 걸 말리고 싶지는 않다만.’
이대로 투쟁의 용광로 안에 들어오는 건 여러 의미에서 자살이 될 행위가 높다.
아마 저대로 들어오기 전에 본인이 나서서 한 마디 충고 정도는 해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이 둘을 제외하면.
“…다우드 캠벨?”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것처럼 열차 위쪽을 움직이고 있는 남자를 본 하탄이 씩 웃었다.
아, 그래.
저 놈.
기억하고 있다.
이전에 법황에게 대쪽같이 대들던 모습은 대단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었으니까.
역시 그런 짓을 하는 놈답게 이런 상황에서도 제일 냉정한 모양이다.
왜 저렇게 추한 몰골로 움직이고 있는진 모르겠다만.
“…”
하지만, 이번엔 웃고 있는 하탄의 모습과 다르게.
옆쪽에 있는 타티아나의 얼굴이 비틀렸다.
항상 실눈을 뜨고 웃고 있는 얼굴이라, 자세히 보면 알아차리기도 힘들만큼 미묘한 변화지만.
“아, 참. 하탄 족장님.”
이어서 흘러나온 목소리에도,
그런 느낌은 분명히 깃들어 있었다.
“슬슬 난이도를 올려도 될까요?”
“…뭐?”
하탄의 황당하단 목소리가 상황실 안으로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사제장. 무슨 난이도를-”
하탄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타티아나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화면 상으로는 리루가 대형 마조에게 달려들기 직전의 타이밍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대형 마조에게서 노란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사제장. 인조 마수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뭐, 진짜 대형 마수인 ‘썬더버드’의 심장을 인조 마수 완성본에 좀 삽입시켜봤을 뿐이에요. 아마 진짜 대형 마수의 반절 정도는 위력을 낼 수 있을걸요?”
그 말을 들은 상황실 인원들의 얼굴이 대부분 창백해졌다.
저건 ‘진짜 마수’가 아니라면, 결코 다룰 수 없는 ‘특수 마력’이다.
정규 기사는 되어야 때려잡는 중형 마수라 할지라도, 대형 마수의 발톱 끝에도 못 비빈다는 이유가 저기에서 나온다. 특수 마력을 다루는 대형 마수는 그 자체로 자연 재해에 준하는 위력을 가지니까.
그 반절이라고 해도, 저기 있는 사람들은 전원이 학생이다.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제국에서 온 손님들을 대충 맞이할 수는 없잖아요.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미치기라도 한 건가! 저기 있는 인원들은 전부 제국의 학생들이야. 실전 경험도 없다고!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죽는 거죠? 그게 학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나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는 대답에, 하탄이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마지막 양심까지 팔았나, 미친 년이. 교육의 장에서 학생들의 목숨을 도외시 한다고?”
“약한 놈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어요. 차라리 그런 놈들은 빨리 솎아 버리는 게 좋지 않나요?”
그런 말을 꺼내놓는 타티아나의 얼굴은, 여전히 평소와 똑같았다.
실눈에, 웃는 얼굴.
그런 일은, 자신에게 있어서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니란 것처럼.
“대족장님의 지시로 한 일인데요. 불만이 있으면 그쪽에 가서 말씀하시는 게?”
심지어, 그런 일을 그대로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기까지.
눈에 핏발이 올라온 하탄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정치적 외교적 뒷감당이 어쩌고, 의도가 어쩌고 말해봤자 말이 통할 모습이 아니다.
“당장 장비 준비해! 내가 직접 들어간다!”
진짜 마수의 심장까지 박아넣은 이상 원격으로 저걸 차단시킬 수단은 없다고 봐도 좋다.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직접 시뮬레이션 현장에 들어가 저걸 때려잡는 것뿐이겠지.
하지만, 자신이 들어가는 동안 사상자는 틀림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 생각을 떠올린 하탄의 표정이 찌그러지는 사이.
“잠시만요, 족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뭐?”
“거대한 에너지가 감지됩니다!”
상황실 안에서 누군가가 그런 소리를 질렀다.
“거대한 에너지? 무슨-”
그리고, 거기에 하탄이 뭐라고 되물을 사이도 없이.
-!
-!
-!!
‘회색’ 기운이.
폭발하듯이 열차 안쪽에서 솟아올랐다.
부서진 열차의 틈새로 슬쩍 보이기로는, 검을 뽑아든 여자 두 명이 그 자리에서 참격을 날린 것처럼 보였다.
“저게 무슨…!”
누군가가 그런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화면 전체가 먹통이 되었다.
●
“…괜찮습니까?”
일단 확인할 것부터 확인해보자.
내 품에 멍하니 안겨 고개를 끄덕이는 리루를 보니, 아무래도 상태는 멀쩡한 것 같다.
사실 대처할 계획이야 막 떠올린 참이었다.
모든 수단을 가용해 내구도를 뻥튀긴 ‘성흔’ 스킬은 카사의 일격조차 막아낸 전적이 있다.
그걸 적절한 위치에 생성해 리루를 ‘부딪히게’ 만들고, 아래로 내려오는 몸을 내가 그대로 캐치해서 그대로 마조의 공격 경로에서 벗어나기.
공중에서 방향 전환도 하기 힘든 사람을 보호하기로는 그게 제일 나았을 것이다.
마조를 무찌르는 건 모르겠고, 적어도 이 사람을 보호한다는 목적에서는 이만큼 좋은 계획이 없었겠지. 실제로 성공하기도 했고.
“…”
그래.
성공해서 문제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리루를 품에 안은 채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위쪽에서 그대의 목소리가 들려서 와봤네만.”
엘노어가 검을 꽂아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검집으로 스르륵 들어가는 검과, 이 사람이 날린 ‘일격’에 일어난 여파를 번갈아가며 확인한다.
처음으로 참격에 얻어맞은 기차의 천장은 생각보다 멀쩡하게 잘려있었다.
물론 그냥 검에 직접 베인 것도 아닌 금속 합판이 덩어리째로 잘려나간 것 자체가 멀쩡한 건 아니지만, 그 뒤에 잘린 것들을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기차 안에서 쭉 뻗어오른 참격은 그렇게 기차의 일부분을 두부처럼 베어버리고, 쭉쭉 뻗어나가.
그 경로에 걸려있던 대형 마조를 거의 가루가 되어버리도록 ‘산산조각’ 내어버리고.
한참을 뻗어나가, 이 시뮬레이션 세트를 감싸고 있던 돔 형태의 ‘외벽’까지 작살내버렸다.
그 덕분에 이젠 진짜로 하늘이 보인다. 부서진 외벽에서 튀어나온 전선에서 스파크 튀는 것 사이로 갈매기도 보일 정도다.
“이런 위급 상황에 그대를 빨리 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왔네만.”
그리고.
잘못하면 내가 저런 위력의 공격에 처맞게 생겼다.
엘노어가 스산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 여자 누구인가?”
그런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떠오르는 창을 바라본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노어’의 타락 수치가 50% 증가합니다! ] [ 대상이 ‘의심’ 상태에 돌입합니다! ] [ ‘의심’ 상태 동안은 타락 수치의 증가도가 2배로 상승합니다! ]“…”
학원 들어가기 전까지는 죽을 일 없을 거라는 위기감 없던 소리 하던 놈 누구야.
죽여버리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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