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90)
r 89 – 89.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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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대체 뭔가?”
한참이 지나 간신히 정신을 차린 엘노어가 제일 먼저 꺼낸 말이었다.
홍조는 아직 덜 빠졌지만, 그래도 아까 전과 비교하면 훨씬 침착함을 되찾은 모습으로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아직까지 주변 전부가 멈춰있다. 회색으로 도배된 세상의 시간은 아직도 흐를 기미가 없다.
“나와, 뭔가, ‘연관’이 있는 현상…이라는 느낌은 드는군.”
엘노어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올려 주변에 뭉게뭉게 덮여 있는 회색 기운들을 슬쩍 건드렸다.
“혹시 이게 뭔지 알고 있나, 다우드.”
엘노어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회색 기운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글쎄요.”
두루뭉술하게 대답을 흘린다.
“그거 왠지 깊게 파보면 안 될 것 같은데요.”
“…? 깊게 파보다니?”
“그런 느낌이 들어요, 엘노어. 굳이 이게 뭔지 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겠다고 저랑 약속해주세요.”
“그대가 그리 말한다면… 그리하지. 당장 내게 해가 되는 느낌도 아니니.”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약속이었지만, 엘노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본인도 아마 스스로에게 깃든 정체불명의 힘이 ‘악마’라는 건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악마는 그 존재 자체가 최고 기밀이라서.’
현재 악마의 조각과 그릇의 메커니즘을 아는 사람들은 아주 아주 적을 거다.
아마 악마에게 거의 무조건 사랑받는 내 ‘체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그 전부일 테고, 그 외에는 기껏해야…
[이단심문소 정도?]그래. 거기.
아뮬렛 안쪽에서 들려오는 칼리반의 목소리에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문장에 담긴 싸늘한 기색이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아마 이 사람은 그 집단에 가지고 있는 적의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쪽이 조금만… ‘정상적인’ 집단이었어도, 적야 사태 때 이 사람과 동료 가디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테니까.
‘하여튼.’
당장 악마의 그릇에게는 본인이 그런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최악의 수다.
내가 괜히 지금까지 본인들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게 아니지.
‘…메인 시나리오가 비틀린다고.’
보통 본인이 ‘그릇’이라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참으로 볼만 하거든.
자신이 인류의 공적을 몸 안에 품고 있다는 건 절대 그 사람의 멘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리가 없으니.
악마의 그릇이 폭주하는 건 본인의 정신 상태에 달렸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은 그냥 자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물며 그 악마들이 깃든 그릇이 하나같이 시나리오에서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잖아.
리루에게 깃든 푸른 악마는 당장 이번 챕터의 하이라이트인 ‘대결투’에서, 유리아에게 깃든 하얀 악마는 6챕터의 ‘성황국 침공’에서 그 진가가 나올 확률이 높다.
이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이 알려졌다가 그런 시나리오가 통째로 비틀리는 건 내 입장에선 절대 좋은 일이 아닐 건 분명하다.
하물며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축인 회색 악마라면야, 굳이 엘노어에게 그 존재가 정확하게 뭔지 알려줄 필욘 없겠지.
어차피 조만간 알게 될 사실이다. 시나리오의 5챕터는 엘노어에게 마지막 3번째 조각이 깃드는 걸 배경으로 진행되는 내용이고, 그쯤 가면 본인에게 깃든 게 뭔지 모를 수가 없을 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그냥 나는 조용히 함구하고 있는 게 맞다.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군.”
그런 생각을 주르륵 떠올리고 있는 사이, 엘노어가 주변에 퍼져 있는 회색 마기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허공에 복잡한 도형을 만드는 식으로 다루고 있었다.
누가 보면 한참 전부터 수련이라도 한 것 같은 숙련도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노어’의 히든 스텟이 개방됩니다! ] [ 지금부터 대상이 ‘회색 마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이건… 납득할 만 하다.
그럴 조건 정도는 충족시키긴 했지.
조각 두 개를 먹은 그릇에다가, 폭주까지 한 번 했으면 악마의 힘이 어느 정도 개방되는 건 당연지사다.
‘좋다, 고 해야 하나?’
솔직히 앞으로도 다른 악마와 얽히면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지금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노어는 내 가장 강력한 우군 중 하나다.
하물며 회색 악마의 기운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더더욱.
“그럼, 그거 가지고 뭔가 할 수 있겠어요?”
일단 그 힘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겠지.
회색 마기를 계속해서 움직이는 엘노어에게 그렇게 주문한다.
“할 수 있다니?”
“…이걸 수습할 수 있는 뭔가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엘노어가 폭주하면서 완전히 절반으로 갈라져 작살이 난 투쟁의 용광로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 3챕터 주요 배경이라고.’
이래서야 시나리오고 뭐고 도저히 진행할 수가 없다.
새삼 방금 이 사람이 한 짓이 얼마나 엄청난 짓인지 인식된다.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를 고작 몇 초만에 이 꼴로 만들어 놓다니.
“…수습이라.”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 해보겠네. 될 것 같은 게 있거든.”
이어서, 엘노어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하고, 마기를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세계가 ‘되감겼다’.
“…!”
이런, 미친.
입이 떡 벌어진다.
이전에 정화자 보스전 중에 회색 악마의 조각을 현현시켰을 때, 그쪽이 내 구멍난 가슴을 ‘시간을 되감아서’ 수복시켜준 적이 있었지. 동영상을 뒤로 감은 것처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건 그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다만, 그 단위가 이전처럼 한 곳이 아니라 눈에 닿는 범위 전체가 되감기고 있다는 게 차이다.
반으로 쪼개져 박살난 돔이 이어진다. 그 여파로 건물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로 추락하던 사람들도 다시 중력을 거슬로 건물 안으로 돌아온다. 여기저기서 터지던 폭발도, 쏟아지던 건물의 외장재와 기물들도, 전부.
나와 엘노어의 몸도 두둥실 떠올라, 주변이 이 꼴이 되기 직전의 상태로 위치한다.
나는 타티아나의 앞에 서서 원하는 것을 요청하던 곳, 엘노어는 그걸 지켜보던 인파 근처.
아예 그런 일들이 없었던 것처럼 멀끔하게 투쟁의 용광로가 돌아오는 덴, 기껏해야 몇 십 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런 힘을 고작 한 명이 다뤄도 되냐는 질문이 머릿속으로 도배되는 사이.
눈앞으로 창 하나가 떠올랐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노어’가 ‘회색 마기’를 이용하였습니다! ] [ 두 번째 조각의 융합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뭐?
식겁하며 엘노어를 향해 탐색안을 킨다.
[ ‘탐색안’을 사용합니다. ] [ 대상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 [ 같은 대상에게는 24시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됩니다. ] [ Character Info > [ 엘노어 에리나리제 라 트리스탄 ] [ 특징: 그릇 – 회색 악마 ] [ Status Info > [통상]근력: S+
민첩: S+
내구: S+
행운: C
권력: A+
[이능]마력: B
법력: F
신성: F
회색 마기: EX
[ Misc. >-현재 융합한 ‘악마의 조각’ 개수: 2개
-2단계 융합 진행: 55%
-타락 진행: 0%
“엘노어, 그만, 그만!”
“…음?”
내가 다급하게 지르는 비명에, 엘노어가 그제서야 눈을 떴다. 아까 전과 바뀐 위치 때문에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날 찾는다.
“…저랑 약속 한 가지만 더 해주세요, 엘노어.”
그리고 그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급히 그렇게 말한다.
“뭔가?”
“이 힘, 다시는, 절대로, 죽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
네가 방금 시켜놓고서 뭔 소리냐는 표정이 엘노어의 얼굴에 떠올랐지만, 나로서는 진짜 급한 일이었다.
원작 게임에서 이런 능력을 다뤄본 적이 없다보니, 설마 이런 효과까지 붙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어쩐지 오늘따라 약속시키는 게 많군, 그대.”
엘노어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답했다.
“…불쾌하실 수도 있지만-”
“딱히 그러진 않네. 오히려 그대와 내가 공유하는 비밀이 많은 것 같아서 좋은 느낌이지.”
“…”
말은 들어줘서 다행이다.
“그럼… 일단, 이 기운을 전부 걷어내도록 하겠네.”
엘노어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멈춘 시간은 그때부터 다시 흐를 것 같군.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럴 느낌이 드네.”
“…그래요. 저도 지금 방금 있었던 일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여기 있는 사람들을 함구시킬 방법을 찾아볼게요.”
아무리 그래도, 인간 한 명이 이 정도 힘을 다뤘다고 한다면 거기에서 발생할 여파는 그야말로 상상도 하기 싫을 수준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일이 최대한 없도록-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네만.”
“예?”
“…?”
“일단, 기운을 전부 없애도록 하겠네. 보면 알겠지.”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이어서, 회색 기운이 전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세계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
“…”
하지만.
거기 어디에도, 내가 생각했던 혼란이나 아비규환은 없었다.
조용하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침착하다. 마치 방금 전에 건물 자체가 쪼개진 게 아예 없었던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저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어이, 사제장님이 원하는 걸 묻지 않았나. 빨리 말 해!”
내가 계속 멍하니 있자, 그런 성난 외침이 군중에서 흘러나왔다.
“…여러분들, 다 괜찮으세요?”
“…? 쟤가 지금 뭐라는 거냐?”
“안 괜찮을 게 있나…?”
살짝 얼빠진 목소리로 그쪽에 말을 건내자 그런 대답이 돌아오고.
그제서야 깨닫는다.
엘노어가 시간을 돌리면서, 여기에 있는 전원은 방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
마치, 그게 아예 없었던 일인 것처럼.
아뮬렛 안에서 칼리반이 신음처럼 입을 열었다.
[시간축 자체가 뒤틀린 것 같은데. 악마의 기운에 저항력이 있는 놈들을 제외하면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도 모를 걸.]…그러게.
회색 악마의 힘은 원작에서도 마지막 보스전에나 잠깐 나오는 게 전부라, 설마 이 정도까지 효과가 있을 진 몰랐는데.
‘하지만…’
전부 다 그런 효과를 받은 건 아니다.
주변에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전원 체크한다.
타티아나. 리루.
그리고.
‘…엘리야?’
얘는 뭔데 여기 껴있냐?
악마의 그릇도 아니고, 타티아나처럼 악마 숭배자도 아닌데?
이 두 명처럼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최소한의 근거조차 없는 녀석이?
“…”
이건, 나중에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것보단, 지금 당장 이 자리를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넘기도록 하자.
당장은 그게 최선이다.
“사제장님. 그럼 요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멍하니 있는 타티아나에게 입을 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리루가 씨족의 영역에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갈 권한을-”
그런 말을 이어가고 있자니, 칼리반이 아뮬렛 안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물어보다니, 뭘?
[이런 어마어마한 힘을 다룰 수 있는데, 아깐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쓰지 말라고 막은 거냐?]아, 그거?
그거야 이런 힘을 자주 썼다가는, 그걸 써서 누릴 수 있는 효과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부작용’이 오니까 그렇지.
[…뭐?]아니, 진짜로 그래.
‘두 번째 조각의 융합률이 그렇게 빨리 오르면…!’
융합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조각이 부추기는 엘노어의 어두운 면이 훨씬 더 강화된다.
타락 수치가 자기 마음대로 널뛰기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단 거지.
한 번 폭주했다가 지금 무슨 꼴이 났는지 본다면 그건 반드시 피해야 한다.
“…”
그리고 지금은 일시적인 충격 요법으로 틀어막기는 했는데.
만약에 다음 번에 한 번 더 폭주하기라도 했다간.
‘그땐 진짜 결혼이라도 해야 한다고…!’
내 생각에, 만약에 엘노어가 또 폭주한다면 억누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그것뿐이다.
저쪽에 붙잡혀서, 대체 무슨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안 되는 신혼 생활을 보내야 한다고.
[…그러니까, 정리해보면.]아뮬렛 안에서 실소와 함께 칼리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아가씨가 저 힘을 쓰면 쓸수록 결혼 확률이 높아지니까 쓰지 말란거냐?]“…”
[나한테서 무슨 말 나올진 너도 알지?]아니, 나도 쓰레기인건 알아.
솔직히 여기까지 저질러 놓고 결혼만은 안 된다고 버티는 건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
다른 악마들의 존재 때문에라도, 죽음을 회피할 수단이 그걸로 좁혀지는 순간 난 이미 사망 확정이다…!
[글쎄. 애 쓰는 건 말리고 싶지 않은데.]칼리반이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피하려고 어떻게든 몸 비트는 건 결국엔 터지더라고.]“…”
[네가 저 아가씨한테 코가 꿰이는 건 이미 확정된 미래 같고, 언제 오냐의 차이만 있을걸?]“…”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올 수도?]제발.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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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
루시엔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자신의 무릎 에 머리를 베고 누워있던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평소대로라면 이대로 자신의 품에 안겨서 곯아 떨어질 때까지 얌전하게 온기를 느끼고 있을 시간이다.
단절자에서 나오는 저주를 늦추기 위한 축성 작업 이후로는 늘상 이어지던 루틴이었으니까. 그건 투쟁의 용광로로 건너와 함께 방을 쓰게 된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당장은.
유리아의 ‘기색’이, 조금 심상치 않다.
“…언니, 언니는 방금 그거 못 느꼈어?”
유리아가 이맘때면 항상 뜨던 졸린 눈이 아닌, 살짝 가늘어진 눈초리로 입을 열었다.
“…뭐?”
“뭔가, 되감겼어. 방금.”
“…?”
무슨 소리란 말인가.
되감기다니, 무엇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누군가 그들의 방문을 똑똑 두들겼다.
루시엔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누구시죠? 따로 잡은 약속은 없는데?”
아무리 타국이라지만, 그녀는 성황국에서 귀빈 대접을 받는 성녀다. 이렇게 약속도 없이 아무나 막 찾아오는 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겠지.
하지만, 방문 건너편에 있는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당신도, 방금 그거 느꼈죠?”
여자 목소리. 나긋나긋한 예의가 깃든 문장이었다.
그 말에.
유리아가 움찔했다.
누구를 지칭하는 말은 없었지만, 저 문장이 자신을 향해 온 것이라는 건 확실히 깨달은 분위기였다.
“…누구냐고 물었-”
그 모습에 표정을 굳힌 루시엔이 그렇게 물으려 했지만, 아까 전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180도 분위기가 바뀐 문장이 다시 날아왔다.
“그쪽은 입 다물고 있어. 하등 생물에게 입을 열라고 허락한 기억은 없는데?”
진심으로, 경멸이 담긴 목소리였다.
마치 루시엔 자신과 말을 섞는 건 구역질마저 느껴진다는 것처럼.
“…”
루시엔이 경악하여 입을 쩍 벌렸다.
뭐, 뭐야, 이 미친 인간은?
“하, 하등 생물이라니! 당신 대체…!”
“난 당신을 보러 온 거에요. 유리아 그레이하운처.”
그런 루시엔의 항의를 싹 무시한 상대방이, 다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 페이놀 라이펙입니다. 이단심문소 소속의 궁정 마법사죠.”
“…”
유리아가 무표정하게 문 너머를 보는 사이.
“…긴히 나누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문장이 이어졌다.
틀림없이.
“다우드 캠벨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독이 깃든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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