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92)
r 91 – 91. 용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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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떻게 쓰는, 꺄아악!”
방금 샤워를 막 끝내고 나온 트리샤가, 화장대 앞에 있던 물건을 건드리다가 물줄기를 뒤집어쓰며 비명을 내질렀다.
중앙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자마자 일어난 일이었다.
얼굴에 물을 흠뻑 뒤집어 쓴 그녀가 곧바로 울상을 지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쇠막대기처럼 생겼는데, 설마 끝에서 물을 뿜어내는 물건이었을 줄이야.
“아우, 신기한 건 많은데 어떻게 쓰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정신을 못 차리겠네. 엘리야, 너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린 트리샤가 이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쪽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뜨거운 열풍을 뿜어내는 기계를 통해 머리를 말리고 있는 엘리야가 있었다.
“…너 그건 어떻게 잘 쓰는 거야?”
“그냥 알겠던데.”
“그냥 안다고?”
트리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답하자, 엘리야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
이상하네.
트리샤가 기억하는 엘리야는 생각 이상으로 세상 물정에 어둡던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도원에서 자랐다고는 들었지만, 가끔은 조금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그런데, 지금의 엘리야는 어떠한가.
‘원래 이쯤이면 트리샤 도와줘~ 같은 소리 하면서 메달려야 정상인데…’
트리샤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친구들로부터 가장 생활력이 강하다는 그녀조차 적응을 못하는 물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
누가 보면 처음부터 이런 물건들과 함께 자라났다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러운 기색이었다.
‘아예 최근에 좀 이상하긴 했었지…?’
눈치 빠르고 싹싹하다는 이야기야 항상 듣던 친구였지만, 최근 엘리야가 보여주는 ‘학습 능력’은 그런 범주를 넘어선 느낌이다.
최근 들어서는, 마치 뭐든지 척 보면 척 알아낸다고 해야 하나. ‘이해력’과 ‘통찰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느낌이다.
그 문장이 조금만 길어도 못 읽겠다며 축축 늘어지던 모습을 생각하면 더더욱이.
마치 뭔가 특별한 능력이라도 하나 획득한 것처럼.
“…”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별개로.
지금 엘리야의 모습은 도저히 트리샤가 내버려 둘 수 없는 상태였다.
‘좀 나아진 것 같더니…’
얼마 전에는 선생님이랑 같이 도시락도 나눠 먹었고, 그쪽도 좋아해준 것 같다고 방방 뛰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바로 최근에 친선 대련 이후에 뭔가 표창을 받으러 나갔다가 와서는 계속 저렇게 무표정하게 뭔가 골똘히 생각만 하고 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사냥꾼의 밤인가 뭔가 해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뭔가 중요한 행사가 있었는데, 본인부터가 전혀 관심 없다는 태도로 불참하지 않았던가.
“…성적은 좀 신경 써야 하지 않아?”
“친선 대련 때 잘했으니까 사냥의 밤인지 뭔지는 하루 정도 빠져도 되겠지.”
“…그러다가 다음 학기 성황국 합동 실습에서 손해 본다? 그것도 성적순으로 자르잖아?”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구.”
“…”
무책임하기는.
마음의 색깔로 판단하건데 그렇게 우울해 보이진 않는단 게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핑크빛으로 도배되어 있던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그렇게 좋은 모습이 아닌 건 확실했다.
원래 엘리야 자체가 그 남자만 얽히면 과하게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좀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감정의 낙차는 조금 심하지 않은가.
결국, 트리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뭔가 또 잘 안 풀리는 게 있어?”
“…어? 응? 아니, 아니아니.”
“…”
트리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엘리야.”
“…응?”
“내가 도와주는 거에 괜히 부담 느껴서 그렇게 거절하면 화낸다?”
“…”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알겠어?”
“…아니, 그래두.”
엘리야가 입술을 삐죽였다.
“미안하단 말이야. 매번 선생님 문제로 트리샤한테 상담하면. 민폐 끼치는 것 같고.”
“괜찮아. 그 사람 문제면 더더욱.”
“…응? 무슨 말이야?”
“…나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서. 개인적으로 흥미가 좀 있거든.”
인간 관찰인 특기인 그녀 입장에서는 그만큼 이상한 사람도 별로 없다.
엘리야와 엮인 김에 겸사겸사 연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란 정도의 감상은 있다.
‘…너무 희미해서 잘 안 보인단 말이지.’
페이놀 같이 아예 색깔이 안 보이는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다우드는 뚜렷하게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알아차릴 만큼의 감정은 절대 내비치지 않는다.
주변에 그렇게 자신을 호의적으로 대하는 어마어마한 여자들이 즐비한데도, 본인이 마음 속에서 직접 발하는 ‘호감’의 빛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건, 마치.
“…억지로 자기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어? 뭐라고?”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저도 모르게 흘린 말에 엘리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트리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그 남자의 상태에 대해 말할 게 무어란 말인가.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해 줘. 선생님이 일부러 자기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고?”
하지만, 엘리야는 그 화제에 이미 꽂힌 모양인지 자기 머리를 빗질하다 말고 그녀 앞으로 의자를 바짝 끌어와 붙였다.
“…으, 음…”
그 확고한 태도에, 트리샤가 결국 볼살을 부들거리다 설명을 이어갔다.
자신의 능력을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유효했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밝혔다간 고운 시선을 못 받는 건 당연할 테니까.
그러니,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말을 돌린다.
“아니, 그냥, 그 사람은 자기가 누구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밝히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단 말이야. 하는 것 보면.”
“트리샤도 그렇게 생각해?!”
“…”
이 격한 반응은 또 뭐란 말인가.
마치 아까까지 계속 죽자고 하던 고민이 이거였다는 반응이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그렇게 말한 엘리야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나 요즘 주변에 있는 것들이 좀… ‘예민하게’ 느껴진단 말이야, 트리샤. 계기가 뭔지도 모르겠어. 그냥 그렇단 말이야.”
“…”
요즘 엘리야를 보면서 트리샤가 느끼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말이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나보지.
“그리고 그런 감각으로 엄청 잘 느껴지는 게 하나 있는데.”
엘리야가 잠시 말을 끊었다.
스스로가 떠올리기에 그만큼 끔찍한 기억이 없었다는 것처럼.
“트리스탄 공녀의 몸 속에는, 뭔가가 있어. 그건 확실해.”
“…있다니? 뭐가?”
“선생님이랑 얽힌 뭔가가 있어. 선생님이 다른 여자랑 붙을 때마다 뭔가 거하게 터지는 게 있다고.”
분명히.
어쩐지 무언가 ‘비틀렸다’는 감각은 여전히 똑똑하게 남아있다.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아카데미 내부에 앉아서 대화하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사건이 하나 있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게 다우드와 다른 여자가 ‘얽히자’ 터졌다는 감각만큼은 확실하게 몸에 아로새겨져 있다.
“…그런 게 있어?”
“응. 확실히.”
그렇기 때문에.
“그럼 큰일이네.”
“큰일? 왜?”
“아니, 지금 그 사람 다른 여자랑 같이 있거든. 서로 좀 친밀해 보였다 하더라고.”
“누구? 한 두 명이 아닐 텐데?”
“…”
말하는 거 보니까 엘리야도 슬슬 그 사람이 쓰레기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걸 친구로서 말려야 할까, 아니면 그냥 포기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떠올린 트리샤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아까 다른 애들한테 대충 들었어. 탈리온이랑, 그 리루라는 사람이랑 배 하나 타고 이 날씨에 바다로 나갔다고.”
“그 사냥꾼의 밤인가 뭔가 그것 때문에? 근데 그게 큰일은 아니잖아?”
“아니, 트리스탄 공녀가 그 근처에서 얼핏얼핏 보였단 소리를 들었거든.”
엘리야가 식겁을 하며 숨을 들이쉬었다.
물론 엘노어가 진짜 작정하고 그쪽을 쫒아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그 꼴을 보고 터져도 진작에 터졌을 테니까.
아마 다우드와 관련된 용건이 아닌 다른 것을 하기 위해 그 근처에 있다는 게 타당한 일이겠지만.
‘그냥 마주치기만 해도 좋은 일은 안 생긴다고…!’
하다못해 그쪽에 귀띔이나 경고라도 해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 도움을 청하러 갈게!”
“도움? 누구한테?”
“믿을만한 친구 한 명 있어!”
그렇게 말한 엘리야가, 방을 후다닥 벗어났다.
●
“…”
폭풍우가 치는 테라스에서, 유리아가 말없이 단절자를 만지작거리며 스스로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에서부터 시작해 슬슬 내려오기 시작한 이 하얀색 줄기. 단절자가 자신을 침식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이 지표가, 이제 마침내 자신의 팔목 근처까지 내려온 참이었다.
굳이 여기까지 내려온 걸 밝혔다가는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언니가 슬퍼할 게 뻔해서 굳이 보여주진 않는다만.
‘…그리 멀게 남지는 않았네.’
오랫동안 이 검을 가져온 자로서,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손끝. 손목. 팔목. 그 다음으로 쭉쭉 뻗어오는 저주가 몸을 타고 올라와 자신의 심장에 도달하는 순간.
자신은 지금처럼, 유리아 그레이하운처로서 이 세상에 있을 수 없을 거라고.
도저히 그런 것이라 부를 수 없는 ‘뭔가’로 변해버리겠지.
그리고, 그걸 보고 있으면.
방금 전에 그녀에게 왔었던 페이놀이라는 사람이 하고 간 말 또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해서는 결코 그걸 막을 수 없어요.
스스로와 유리아를 ‘동류’라고 지칭한 그 여자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단순히 그걸 그 검에서 올라오는 저주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단심문소의 소견은 조금 다릅니다.
이단심문소.
성황국과도 별개의 체계로 움직이는 제국의 특수 집행기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악마’에게 대적하겠다는 거창한 이념 하에 설립된 집단이지.
제국 황실에서조차 그 행보에 제동을 걸 이는 별로 없을 무소불위의 초법기관이기도 했다.
언니에게 폭언을 한 상대임에도, 유리아도 어쩔 수 없이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인간들.
-…소견이 다르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그건 단순히 저주가 아닙니다. 성력 보유량만 따지자면 법황 다음 가는 저 여자가 매일매일 진심으로 달라붙어서 축성을 하고 있음에도 전혀 진척이 없는 건 우연이 아니라 그거죠.
무표정하게.
인간 중 최강급에 들어가는 성력을 가진 인간조차 대처하지 못하는 건 아주 당연한 사실이라는 것처럼.
-당신의 그 저주는… 고대의 저주에 ‘뭔가’가 추가로 더 깃든 물건입니다.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이 더 필요하죠.
페이놀은 그런 말을 쭉쭉 이어갔었다.
-당신이 그 남자를 독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죽습니다. 유리아 그레이하운처.
-…독점, 이라뇨?
-그 남자는… 지금은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당신의 검에 잠든 ‘존재’에 대해서는 특효약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단심문소에서도 그 남자의 그런 성질에 대단히 관심이 많구요.
활짝 웃은 페이놀이 그런 말을 이어갔었다.
유리아에겐 마치 쥐덫에 놓인 달콤함처럼 느껴지는 미소였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이단심문소는 그런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당신을 밀어드리고 싶다는 겁니다. 그 남자를 독점할 수 있도록. 근처에 있는 대상 중 당신이 가장 그런 걸 관찰하기에 적합해 보이니까요.
-…밀어준다뇨.
다우드는 자신만이 가장 진실한 관계라고 했는 걸. 약속의 증표까지 남겨줬는 걸.
그렇게 생각하며 목덜미를 메만지고 있던 자신에게 날아온 페이놀의 말은.
아직까지도 뇌에 똑똑히 남아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그 남자 주변에는, 매력적인 여성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
뻣뻣하게 굳은 유리아에게.
페이놀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확신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죠.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리아가 울적해진 표정으로 페이놀이 남기고 간 펜던트를 어루만졌다.
‘…아니야.’
다우드는 자신을 속일 사람이 아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으니.
“유리아!”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느닷없이 방문이 벌컥 열렸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엘리야였다.
“어, 언니라도 찾으러 오신 건가요? 지금은 정기 예배 시간이라 성당에 있을 텐데…”
“성녀님이 아니라 당신을 보러 왔어요!”
“…”
어.
자기?
언니가 아니라?
단절자를 잡기 이전에 까마득하게 어린 시절이면 몰라도, 기억나는 시절은 전부 혼자 보낸 것 밖에 없다 보니까. 이런 적은 거의 처음이다.
“어, 그, 죄송합니다, 왠지, 저 같은 걸 찾겠다고 여기까지 오시다니-”
“그런 말 할 시간이 아니에요. 우리 같이 할 일이 있어요!”
“…”
할 일이라니.
원래대로는 적당히 거절했을 것이다.
아무리 별철 서클릿을 끼고 있다지만 그녀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저주 중 하나를 지니고 있는 몸이다. 잘못 폭주했다간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물며 방금 페이놀에게 이건 성녀인 언니조차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가 함께 엮인 것이라 듣지 않았던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 친구잖아요!”
“…”
아마 엘리야가 말을 이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그랬겠지.
‘치, 친구?’
그, 그렇게 찬란한 단어를 쉽게 뱉어도 되는거야?
유리아가 잔뜩 당황하여 떠듬떠듬 말을 이어갔다.
“우, 우리, 그렇게 부를만한, 결정적인 이벤트 같은 것 있었나요?”
그녀의 인간 관계도는 대략.
1. 가족-언니
2. 가장 소중한 사람-다우드
3. 고마운 사람-시설을 빌려주는 오필리아 경, 엘판테에 자신을 받아준 아탈란테 총장
…정도로 전부 정리 가능한 미니멀리즘의 극치다.
그런데, 이런 한 손가락으로 인간 관계가 전부 압축되는 사람한테 친구라니.
그건 너무… 너무…
“…치, 친구요. 네. 으, 으흠.”
거절하기엔 너무 감미로운 단어였다.
“그, 같이 할 일이라면, 무슨…?”
“우리 같이 선생님을 구하러 가요!”
그 말을 들은 유리아가 멈칫했다.
구하러 가야 한다니. 지금 그 사람이 무슨 위기에 처해있단 말인가?
“지금 그 사람 리루 가르다란 사람이랑 같이 있는데, 근처에 있는 학생회장님이 본다면 큰일이 날 수도-”
아마 엘리야가 유리아를 고른 걸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본 유리아는 그녀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실력이 좋았으며,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입도 과묵해 보이고, 평소에 다우드와도 사이가 좋아보였으니까.
다만.
그녀가 판단하지 못한 건.
“그 리루 가르다란 사람.”
그녀가 다우드와 사이가 ‘얼마나’ 좋은 지, 미처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자에요?”
“…”
“여자인가요?”
“…”
“여자구나. 반응 보니까.”
“…”
“그래요. 일단 갈까요. 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어라.
분명히 의도는 엘노어에게 걸려서 작살나지 않도록 다우드에게 귀띔해주자는 의도였는데.
이 싸늘한 반응은 뭐란 말인가.
‘…불확실한 지뢰를 피하려다가 확실한 지뢰가 생긴 느낌인데?’
그건, 아마 엘리야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확한 독백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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