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d to Be Lov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99)
r 98 – 98. 쟁탈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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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 성공적으로 뒤를 밟은 건 좋은데.
이게 무슨 상황이냐.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저걸요?”
대련 스테이지 안쪽으로 입장하는 리루와 엘노어를 보고 있으니 그런 반문이 자동으로 흘러나온다.
“여기서 제가 끼어들면 더 개판 될걸요?”
[…그건 동의하는데.]칼리반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저 둘이 그냥 싸우게 내버려 둘 거야?]“…”
그건 그것대로 파멸적이라는 건 나도 잘 알 고 있다.
그냥 저대로 싸우게 두는 순간,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아마 높은 확률로 리루겠지.
그리고 리루가 죽는 순간 3챕터 클리어의 실마리는 그대로 날아간다고 해도 좋다.
‘…저 사람은 꼭 필요하다고.’
괜히 장비를 두 명이서 나눈다는 게 아니다.
이번 보스전에서는 타티아나와 알란,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거든.
아마 타티아나의 능력을 생각해봤을 때, ‘무기’를 이용한 타격이 불가능한 구간이 반드시 온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맨손으로 그쪽에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리루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지켜봅시다. 아예 해만 있는 건 아니니까.”
원작 진행을 생각하면, 그릇들끼리는 서로 싸움이 붙는다면 기량이 급속도로 상승한다는 묘사가 있기는 했다.
악마의 기운이 서로를 자극함으로서 잠재 능력을 끌어낸다고 하던가.
물론 그 결과는 대부분 파멸적인 상황으로 이어졌지만, 당장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게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란 소리다.
나도 리루의 성장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긴 하니까.
[아무튼 사고 터지는 건 반쯤 확정이란 소리 아니냐?]“…”
맞는 말이다.
[어떻게 하려고?]“…”
칼리반의 말에 턱을 쓰다듬는다.
이내 진지한 기색으로 대답을 꺼내놓는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당신이 생각했을 때 답 같은 거 있어?”
[…]없잖아.
나는 나를 믿는다.
죽을 위기가 오면 뭐라도 머리를 쥐어짜내서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란 걸…!
[…너도 이제 슬슬 자포자기 하는 거 아니냐?]“…”
그렇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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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카데미 중 가장 학생들끼리의 싸움을 장려하는 장소답게, 투쟁의 용광로의 대련실은 가장 최신식 시설로 도배된 장소다.
거의 마법에 가까운 수준으로 대상의 부상을 치료해주는 메디컬 스테이션만 해도 그렇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얼마나 부딪히고 터져도 당장 죽을 걱정까진 하지 않아도 된단 소리겠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은 그런 도움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태다.
“…”
엘노어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애초에 항상 무표정을 걸고 다니는 여자라 얼굴만으로 감정을 읽어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느껴진다.
이 피부가 저릿저릿 할 정도로 느껴지는 살의는, 틀림없이 진짜다.
“…”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녀가 지금 투쟁의 용광로 전체에 있는 많고 많은 인간들중 굳이 엘노어를 고른 이유라면 별 것 없다.
본능적으로, 지금 그녀 근처에 있는 인간들 중 가장 위험한 인간이 이쪽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저, 이전에 있었던 경험도 그렇지만.
함께 했었던 ‘시상식’ 이후로는 그녀의 감각이 계속해서 경종을 울리고 있었으니까.
저건, 절대로 적대해선 안 되는 괴물이다.
“…”
하지만.
자신은 지금부터, 그 괴물과 싸운다.
“…난 그대를 알고 있네, 리루 가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건너편에서 그런 문장이 날아왔다.
“부족 연합의 전사라면 누구든 명예로운 싸움과 영광스러운 죽음을 찾지. 그런 성향을 모르는 건 아니네.”
“…뭐?”
“그대가 그런 과정의 일환으로서 다우드를 이용하려는 것 자체는 이제 아무런 감정도 안 든단 말일세.”
“…”
“지금이라도 물러서면 용서해주겠네. 아니면.”
엘노어가 그녀쪽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익숙한 느낌이다.
전신이 칼날에 저며지는 것 같다. 아직 어떤 물리적인 위해도 다가오지 않았음에도.
물러서고 싶다. 몇 번이고 마주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등을 돌리고 도망가고 싶다.
“…”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처음에는 그랬어.”
리루가 침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짜로 그렇게… ‘이용’할 생각 만만이었으니까.”
아마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진 자신도 이해한다.
이전에 엘노어를 한 번 찔러볼 때 그 연인을 뺏겠다고 했을 때 가장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으니까.
지금도 그때 상황의 연장 선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저 부족 연합 전사의 특성상, 싸울 계기를 만들기 위해 그쪽을 이용한다 생각하겠지.
아니, 하지만.
그때와 지금과는 상황이 천지차이로 다르다.
그녀가 다우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그녀와 엘노어 간에 놓여있는 간극도.
이 여자, 틀림없이 강하긴 했지만 절대 이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덤벼. 나도 빈말로 그런 말 하는 것 아니니-”
그런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리루의 복부에 강렬한 일격이 날아들었다.
“…-!”
발길질 한 방에 내부가 진탕이 되었다.
반응할 새도, 뭔가 자세를 잡을 틈새도 없이.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갈고 닦은 그녀의 육체가.
검술 명가의 여식이라는 인간이, 검을 뽑지도 않고 날린 일격에.
[ 치명적인 부상이 감지됩니다. ] [ 메디컬 드론이 작동됩니다. ]치명상에 준하는 부상에만 반응하는 메디컬 스테이션이 곧바로 작동한 것만 봐도 어느 수준으로 얻어맞았는 지는 명확했다.
지금 이 ‘대련장’이 아니라 실전이었다면, 자신은 방금 그 일격으로 죽었다.
하지만.
“…다시.”
리루가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불꽃은 전혀 사그라 들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니까.”
다시, 격돌한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보법을 조절한다. 상대방과 자신의 간격을 신중하게 재서 전진한다.
하지만.
“…-!”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른 발길질에 또 다시 걷어차여 밀려난다.
늑골 세 대 복합 골절. 그 일격에 반응하여 막아선 팔도 기형적으로 비틀려 있다.
[ 치명적인 부상이 감지됩니다. ] [ 메디컬 드론이 작동됩니다. ]“…”
리루가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다시.”
이어서.
똑같은 루틴의 반복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격돌하려고 해도, 그저 파리라도 쫒아내는 것처럼 가볍게 휘두르는 상대의 일격에 그대로 산산조각난다.
압도적으로 격차가 난다.
지금까지 그녀가 쌓아온 기술, 이능, 지식, 모두 쓸모가 없게 느껴질 정도로 아득한 차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리루 가르다.”
엘노어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리루를 거의 곤죽으로 만들고 있으면서도 땀 한 방울 흘리고 있지 않은 상태다.
“솔직히 말하지. 그대가 이런 짓을 하는 행동의 경위를 모르겠네. 손속의 사정을 두고 있는 것도 그래서 그렇지.”
“…”
이게, 지금 손속의 사정을 두고 있다는 건가.
이 정도로 괴물같은 용력을 발하고 있음에도.
절망감이 느껴질 정도다.
하다 못해, 이 여자의 ‘전력’ 정도는 이끌어내고 싶었는데.
그래야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라도 찾을 텐데.
지금 그녀의 실력으론 그것조차 불가능한 모양이다.
“강해지고 싶어서.”
“강해지려면 방법 따위야 널리고 널렸네. 굳이 나한테 찾아와서 이런 무모한 짓을 할 이유가 없단 거지.”
“…”
“솔직히 말해서, 준비 운동조차 되지 않네. 여기서 그대가 얻어갈 게 있을지나 모르겠군.”
“…”
리루가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하물며 다우드의 이름을 들먹일 이유는 더욱 없고.”
엘노어가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
“나를 도발할 이유가 아니라면, 왜 그 남자를 본인이 가지겠다고 했나. 그럴 이유가 뭐지.”
“…”
“그대는 굳이 나한테 이 정도로 달려들 정도로 다우드에게 깊은 연정을 품고 있을 리가 없네.”
그건 그렇다.
자신이 그 남자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에 호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연심까지 간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오히려, 가장 뚜렷하게 품고 있는 감정이라면.
질투다.
수십 년을 곁에서 카사를 보필해 온 자신보다 그 남자가 먼저 선택받았다는 사실에 바로 느껴지는 감정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것만 그래서는 아니야.
“…또 도움받기는 싫어.”
그녀가 분하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도 알 수 없는 감정이지만.
그 남자에게는, 이 이상… 그녀 때문에 고생을 시키기 싫다.
그런 응어리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미 빚진 녀석이라면, 더더욱.”
그녀 혼자라면 평생을 걸려도 얻었을지 불확실했을 복수의 기회를, 이렇게 단기간에 얻었다.
그런 주제에, 계속해서 자신을 도와주려고 한다.
하다 못해 자신을 도와주는 의도라도 알 수 있다면 이 정도로 답답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남자가 자신을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고생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행동에 끼어드는 건.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
“…나도, 응당 해야 할 도리 정도는 해야 하잖아. 그놈이 무서워하는 것 정도는, 치워줘야지.”
받은 게 있으며 목숨을 걸고서라도 돌려줘라. 카사가 그녀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따라서, 앞으로 더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그 남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걸 치워줄 수 있는 수준의 힘을 길러서, 한 번쯤은 그쪽을 지켜줘야 할 것이다.
목숨을 걸고 이 여자에게 부딪히는 건, 그런 과정의 일환이다.
“…두려워하다니. 다우드가 무엇을?”
리루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걸렸다.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뭐라고?”
“너 말이야. 너하고 그 하얀색 기운을 다루는 검사.”
“…”
“그 녀석, 가끔 보면 너희들 두 명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
“내가 너한테 이겨서 그쪽에 접근하지 말라고 하면, 그놈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아니야.”
전장에 수도 없이 선 자로서 확언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하물며 기감에 극단적으로 민감한 무투 계열 능력자로서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
그 남자는, 때때로 이 여자 두 명을 두려워 하고 있다. 그런 느낌이 확실히 전달된다.
엘노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군.”
“…”
리루의 표정이 살짝 진지해졌다.
이 여자, 시종일관 자신을 귀찮다는 듯이 패대기치다가. 방금 그 말에는 진지하게 반응했다.
즉, 이걸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소리겠지.
이 여자의 전력을 볼 수 있는 기회.
“네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아니고?”
그녀가 도발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너, 그쪽이랑 그렇게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닌데.”
“…뭐라고?”
“그냥 네가 멋대로 밀어붙여서, 그놈도 어쩔 수 없이 받아준 것 아니-”
그런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
섬광이 리루의 눈앞으로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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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으로 흙먼지가 매케하게 일어난다.
‘위험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울컥거리며 피를 토하고 있는 리루를 바라본다.
만신창이다. 내가 방금 스킬을 세우지 않았다면 그대로 죽었을 정도로.
스테이지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메디컬 스테이션의 지원은 받지 못하게 된다.
내가 여기서 신성 방패로 리루를 받아내지 않았으면, 이 사람 진짜 그대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단 소리지.
“…”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방금 엘노어가 검을 뽑아 휘두른 덕분에 완전히 작살난 스테이지를 바라본다.
용케도 저런 거랑 싸울 생각을 했네.
“…괜찮아요?”
“…”
엘노어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음량으로 속삭이자, 리루의 눈동자가 희번득거렸다.
“…도와주지 마.”
“예?”
“도와주지 말라고!”
리루가 이를 악문 상태로 그렇게 말했다.
부끄러움, 치욕 그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 응축된 목소리다. 어쩐지 울먹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내 피가 식는 것 같은 광경도 함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네 도움 필요 없어! 너한테 돌려줄 게 이미 한참 남았는데, 거기서 더 늘리지 말라고…!”
푸른색 기운이 퍼져 나오고 있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도와줌으로서 이 사람이 엄청나게 화가 났다.
“리루.”
일단 입을 연다.
일단 이 사람 화난 것부터 가라앉혀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행한 일이다.
하지만, 떠오르는 게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애초에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당장 이쪽을 달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도 틀림없다.
그러니, 일단 이쪽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연다.
[ System Message >“…”
아니.
그러지 마.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창을 보자마자 전신에 소름이 쭉 내달린다.
이전에 유리아를 떨쳐낼 땐 꽤 유용하게 써먹긴 했다만, 난 아직도 이 녀석이 엘노어를 진정시킬 때 했던 짓을 잊어먹지 않고 있다.
내가 ‘계획’한 부분이 아닌 부분을 이 녀석이 담당한다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마음대로 내뱉는…!
“제 도움에 부채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뭐라고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입 바깥으로 튀어나온 문장을 듣자마자.
“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요.”
“…뭐?”
“당신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리루 가르다.”
리루의 표정이 급속도로 멍해졌다.
“…”
그리고 멍해진 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인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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