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s of Auber RAW novel - Chapter 13_1
Chapter 9. 극야. 닉시 휴거
닉시는 발타자르 호텔을 바라봤다.
파리와 오베르의 중간쯤에 있는 도시. 아르고뉴. 그곳의 가장 중심지에 있는 호텔 발타자르.
전쟁터에 폭탄 떨어지는 걸 봤을 땐 그렇게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가 싶더니, 지금은 왜 그렇게 빠르게 흘러버린 건지.
역시 시간은 상황마다 다르게 흐르는 게 분명했다.
닉시와 클레망 아서 대령이 접선하게 된 곳은 발타자르 호텔의 상층부였다.
동시에 프랑스와 다른 유럽 연방 간의 군사 회담. 즉, ‘아르고뉴 군사 회담’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덕분에 호텔 주변은 경비가 삼엄했고, 평소보다 엄격하게 거리를 통제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닉시도 저기 보이는 호텔 앞에서 통행증 준비할 거 아니면 뇌물을 준비하라고 떵떵거리며 경비를 서고 있었어야 했다.
사표 수리가 안 돼서 탈영병이 된 신세라, 호텔 현관도 기웃거리지 못하고 호텔 앞 시리얼 가게에서 죽치고 있게 됐지만.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데.”
시리얼을 먹다 먹다 질려버린 화가가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봐. 회담 중간 쉬는 시간에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저 회담이 언제 끝날 줄 알겠어? 알면 그게 스파이 아니면 초능력자지.”
마음씨 좋은 가게 주인은 그들이 호텔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가게에 죽치고 앉아 있어도, 시리얼 그릇이 빌 때마다 시리얼을 리필해 주었다.
덕분에 테이블 위에는 추가 영수증과 그릇만이 쌓여 갔다. 배가 차, 기분 나빠진 화가의 한숨도.
“시간 되면 제키가 호텔 앞에 마중 나와 있겠다고 했으니까 제키가 나올 때까진 여기 있어야 해.”
“그럼 굳이 이 시리얼 가게가 아니어도 되잖아.”
“경비원들이랑 군인이 저렇게 많은데 그 앞을 서성이면 어떻게 보겠어?”
“……수상해서 잡아가야겠지.”
“그럼 시리얼 가게에 오래 있는 건 어떻게 보겠어?”
“……시리얼을 엄청 좋아하는군.”
“정답. 여기! 보상으로 후르츠링 추가해 주세요!”
“하아…….”
벤자민이 제 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형형색색 시리얼 칩들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삭힌 청어가 앞에 있어도 저런 표정은 아닐 것 같았다.
“있잖아 화가. 이건 말 안 했는데, 아마 대령은 날 파리로 데려가려 할 거야.”
“그런 중요한 걸 퍽이나 일찍 말하는군.”
“그 너구리 같은 남자는 나같이 돈 되는 사람을 가만 놔둘 리 없거든.”
아무튼 그렇단 말은 둘이 와서, 하나만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말 아닌가.
그렇게 되면 오베르 사람들이 그를 보고 ‘드디어 화가가 농부를 내다 버렸다!’, ‘간악무도한 게르만인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닉시가 혹시 벤자민 씨의 건드리면 안 되는 거라도 건드렸나요?’라고 난리일 게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빠져나올 방법은 있나?”
“마취총을 준비했어.”
닉시가 가방에서 리볼버를 개조한 마취총을 들어 보였다.
완전히 제정신 아니잖아.
벤자민이 탄식했다.
그럴 일은 없지만, 눈앞의 여자가 만에 하나 한 나라의 대령에게 마취총을 쏘고 도주한다면, 그땐 더 이상 도주니, 탈영이니 문제가 아니었다.
위험 분자로 찍혀서 사형 선고를 받니, 마니의 문제가 되었다.
옆에 있었던 자신은 독일인이라는 죄로 나치 전범 재판을 받게 될 테고.
“그건 그냥 쓰지 마.”
“알겠어. 사실 총알 대신 넣은 피부 접촉형 마취 탄환, 아직 강도 실험을 안 한 거라 충격 강도가 얼마인지 모르거든.”
대령의 이마가 후르츠링처럼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닉시가 주섬거리며 마취총을 도로 집어넣었다.
“나도 파리로 끌려가기 싫어. 거기 가면 분명 밀린 연구 논문이니, 실험이니 별별 구질구질한 것들로 괴로울 게 뻔하다구. 재입대도…… 해야 하고. 아마 억지로.”
닉시는 그런 칙칙하고 재미없고 곰팡이 냄새 나는 것들보다 반짝이고 새롭고 푸르른 신록 내음 나는 것들이 좋았다. 오베르처럼 말이다.
“게다가 모레가 크리스마스이브잖아. 나 길이랑 이브 때 캐롤링 하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그것도 반년 전부터! 닉시가 외쳤다.
반년이면 참을성 없는 그녀치고 오래 버틴 것이었다. 기대하고 있을 만했다.
“그게 뭔데.”
화가로선 그게 뭔지 알 리 없었지만.
“쉽게 말하면 이브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는 자정에, 사람들 집 앞에 가서 성탄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주는 거야.”
“그 어두운 밤에 누구 집인 줄 어떻게 알고.”
“글쎄?”
특히 닉시의 집은 외진 곳에 있어서 시냇물을 건너고 나면 그녀의 집까지 가는 길엔 가스등 하나 없었다.
그것까지 생각하진 못한 닉시가 앓는 소릴 내며 고민했다.
“그럼 우리 집은 엄청나게 밝은 등불을 걸어 둘게. 멀리서 봐도 네가 알 수 있을 만큼.”
벤자민이 금시초문이란 표정을 했다.
“한다고 안 했어.”
“선물 기대하고 있는다?”
“그러니까 아직…….”
벤자민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이었다. 닉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호텔 로비 입구. 낯익은 붉은 머리칼이 보였다. 제키 마티아스였다.
접선의 때가 된 것이었다.
닉시와 벤자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그 너구리 손에서 벗어나 보려고 열심히 도망쳐 볼게. 근데 만약에 내가 오늘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면……”
―딸랑.
문에 달린 종이 맑은 소릴 냈다.
“너 먼저 오베르로 가.”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의 뒷말은 쿵 닫혀 버린 문에 잘려 그녀의 귀에 닿지 않았다.
뭐 그런 불친절한 인사가 다 있단 말인가.
오늘이 지나도 오지 않으면 가라는 말. 오래전, 전시 상황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흔한 말.
어쨌든 배웅할 사람은 배웅했으니, 그에겐 남는 게 시간이었다.
언제 돌아온단 말은 안 했지만 그렇다고 얌전히 주인 기다리는 애완동물처럼 시리얼 가게에서 목 빠져라, 기다릴 마음은 없었다.
기다리는 건 그의 성미에 안 맞았으니.
그는 시간이나 죽일 겸, 근처 상점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차피 사야 할 것도 있었고, 생각이 길어지면 몸을 움직이는 게 좋으니까.’
절대 불안하다거나 가만히 못 있겠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절대.
벤자민이 굳게 다짐하며 모자를 집어 썼다.
“감사합니다, 손님!”
그 다짐은 저와 그녀가 먹어 치운 시리얼 영수증 앞에서 한번 무너졌다.
* * *
시골은 어딜 가도 비슷비슷하게 한적한 반면, 도시는 개성적으로 복잡했다.
잠깐 근처에 화방이 있는지 찾으려 길을 떠났던 벤자민은 본인이 비슷한 길을 계속 빙빙 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 아르고뉴는 그가 머리털 나고 처음 오는 도시였다.
늘 익숙한 여자가 옆에 있었고. 굳이 그가 길을 찾으려 들지 않아도 늘 그녀가 여기라며 제 손을 끌었기에 초행길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지도도 없이 대체 무슨 용기였는지. 똑같은 우체통을 네 번이나 마주치고 나서야 벤자민은 걸음을 멈췄다.
다행스럽게 그가 돌아가야 하는 발타자르 호텔은 높이가 다른 건물들보다 높았다.
호텔까지 가는 길이 요상할 순 있어도 호텔에 도착하는 데엔 큰 무리가 없었다.
‘여긴 호텔 북쪽인가.’
벤자민은 갈림길에 서 있는 표지판을 바라봤다. 한 번만 더 같은 길을 돌게 된다면 그냥 얌전히 호텔 앞에서 시리얼이나 먹기로 다짐하면서.
‘호텔로 향하는 남쪽엔 병원이 있고, 동쪽으론 먹을거리들이 있는 거리. 서쪽으론…….’
듣던 중에 반가운 목적지였다.
길은 일직선으로 곧게 나 있는 큰길. 저기면 같은 곳을 빙빙 돌 염려도 없었다.
벤자민은 서쪽으로 걸어갔다.
* * *
“감사합니다!”
도시는 확실히 물품들이 다양하고 많았다.
페인팅 나이프 하나만 사려 했던 벤자민의 손엔 나이프 이외의 것들이 들려 있었다. 평소에 자주 쓰는 물감 여러 개와 질감이 좋은 붓 두어 개.
내색하지 않았지만 은근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마음이 여유롭게 풀어진 그가 괜히 물감 몇 개를 들었다 놨다.
[선물 기대하고 있는다?]샛노란 물감 앞에서 그가 손을 멈칫했다.
‘선물…….’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선물을 주는 날이다.
보편적인 정의는 알고 있다.
다만 그도 산타가 도망치고 없는 입장이라 선물이라고 하면 도통 뭘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을 뿐.
보통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자신에게 필요한 걸 받으면 기뻤다. 그런 그에게 선물이라고 하면 향이 좋은 커피콩, 물감을 닦는 데 쓰는 기름, 맛있는 달걀.
그런데 보통 사람은 아닌 농부는 대체 뭘 받으면 기뻐할까. 벤자민은 곰곰이 머릴 굴렸다.
세상에서 본 적 없는 생물체, 잡초들이 한 방에 죽는 제초제, 본인이 모르는 깜짝 이벤트.
일단 본인은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선물이라…….”
물감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그는 결국 그것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꾸 눈에 밟혔던 부드러운 질감의 캔버스도 집어 들었다.
‘나중에 생각하면 되겠지.’
“감사합니다!”
가게를 나오자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뒤늦게 닉시가 ‘오늘 안에 자신이 오지 않으면 오베르로 먼저 가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차표 한 명 값도 애매한 돈이었다. 그러나 때는 늦어버렸다.
벤자민은 주윌 두리번거리며 호텔이 있는 방향을 찾았다.
점심을 지나 저녁으로 향하는 시간의 도시는 활기가 넘쳤다.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지로 걸어가고, 담소를 나누거나, 차 한잔을 즐겼다. 연말 특유의 들뜬 분위기도 느껴졌다. 그거 하난 오베르와 같았다.
[아직도 날 사랑해?]‘그런 걸 왜 물어봤지.’
혼자 있으면 지겹도록 곱씹어 봤던 의문이 다시 혼자라고 고갤 들이밀었다.
처음 그 질문을 들었을 땐, 사랑 고백을 꾸준히 말해 주길 원하는 건가 했다.
그러나 가만히 풀밭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녀는 사랑스럽다가도, 진흙 속에는 수억 마리 박테리아가 있다며 흙덩이를 들이미는 그녀는 사랑스럽지 않았다.
하루에 수십 번씩 좋다 싫다, 사랑스럽다 열받다가 하는데. 원한다고 기대에 부응해 주긴 힘들었다.
다음엔 그나 세상이 변하길 원하는 건가 했다.
늘 새로운 걸 좋아하는 그녀니 가장 그럴싸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가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고 여태껏 살아왔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지 않는다. 그건 사랑한단 말을 듣게 된 그녀의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엔 저가 언제 사랑을 그만두게 되는 건지 묻는 건가 했다.
벤자민이 고갤 들었다.
다시 표지판 앞. 이대로 쭉 남쪽으로 가면 호텔이었다. 그가 걸음을 돌렸다.
저만치 멀리, 다섯 번째 만남을 이룩한 우체통이 보였다. 벤자민이 고갤 돌렸다.
“……저자는.”
그리고 눈을 돌린 곳에서 낯익은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낡은 로브를 푹 눌러쓰고 있었지만 묘하게 꾸물대는 걸음걸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시선에서 익숙함이 묻어나왔다.
무엇보다 남자의 목덜미의 검푸른 얼룩.
라텐 거리에서 만난 그 남자.
‘맥스라고 했던가?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원래라면 파리에 있어야 할 인물이었다.
아르고뉴는 파리와는 300km는 떨어진 도시. 잠시 놀러 왔다고 말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닉시가 이곳에 있기도 했다.
정황상 그녀가 만들었던 약의 제조법에 관심 있어 했고, 그걸 내놓지 않자 총을 갈겼던 남자.
우연치곤 이상했다.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맥스는 좁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벤자민은 발을 돌려 맥스의 뒤를 쫓았다.
좁은 골목을 지나, 주택가로 보이는 한적한 골목을 몇 번 돌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제법 있었던 터라 미행이 어렵지 않았다.
맥스는 후미진 곳에 위치한 술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호텔과는 거리가 있어서 경비하는 군인이나 경관들은 보이지 않는 애매한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그가 주위를 휙휙 둘러본 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벤자민은 술집 옆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는 척, 가게 창문으로 안쪽을 바라봤다.
사람은 적당히 있는 곳이었다.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나 간단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보면 이상한 곳은 아닌 듯했다.
‘들어가 봐야 하나.’
결국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소란스러운 술집 안. 벤자민이 찾는 로브 쓴 남자는 술집 중에서도 가장 구석, 일행들과 함께 있었다.
“뭘 드릴까요?”
가게에서 가장 싼 것은 구운 식빵. 온종일 밀가루를 먹었던 그에겐 아주 고문인 음식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구운 식빵 하나.”
“버터 발라 드릴까요?”
“……아뇨.”
구운 식빵을 기다리는 척, 벤자민은 최대한 맥스 일행이 있는 곳 근처로 다가갔다.
수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적정한 위치에 멈춘 그가 모자를 눌러 쓰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추수감사절이 있는 건 확실해. 지금 곡식을 털기에 가장 적합하지 않겠어?”
“이런, 이 일꾼 들쥐가 얼마나 끈질긴지 모르는군. 일당 하나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기 전에 관두게. 마침 여기 이 자가 축제에 쓸 큰 칼을 가져왔다고 하니 일단 들어 보자고.”
추수감사절. 곡식. 축제. 겉보기엔 지난 농사와 들쥐를 걱정하는 농부들이 추수감사절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보였다.
그러나 벤자민에겐 그 사이의 기시감 따위를 느꼈다.
‘추수감사절과 들쥐?’
게다가 곡식 털이. 당장 내일모레 산타가 오니 마니 하는 시기에 약간은 어긋난 듯한 단어들이었다. 그러나 어디서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묘한 위화감이 어디서 오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남자들 사이에서 웃으며 눈치 보던 맥스가 입을 열었다.
“제, 제가 들쥐들 굴을 직접 찾아서 녀, 녀석들이 새끼 친 곳을 아, 알아냈습죠. 지, 지도에 표기해 두었으니 아주 저, 정확합니다! 그, 축제에 쓸 양초는 여기 두는 게 어떠십니까, 이 정도면 추수감사절을 준비하지 못할 정도는 될 것 같은데…… 겨, 겨울비가 오기 전에 서두르시죠. 그나저나 야, 약속대로 도, 돈은…….”
“여기 있다.”
“가, 감사합니다, 나리들!”
겨울비.
그 한 단어에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군에 몸담고 있을 무렵, 부대에서 사용했던 ‘습격’을 의미하는 암호명이었다.
저자들이 하는 묘한 대화는 누군가를 습격하려는 작전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들쥐와 양초. 추수감사절도 무슨 뜻을 담고 있는 건가?’
“손님, 구운 식빵 나왔습니다. 잼 발라 드릴까요?”
동물은 보통 인물. 그중 쥐의 경우는 적국에 우두머리에 가까운 지휘관을 뜻하는 은어였다.
“저기요, 손님? 발라 드려요?”
‘그럼 ‘굴을 찾았다’라는 말은 지휘관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말이고, 축제는 말 그대로 ‘작전’. 양초는 ‘폭탄’. 그렇다면…….’
이곳 어딘가에서 큰 폭탄 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저, 손님?”
가게 주인의 의아한 물음에 벤자민은 정신을 차렸다.
“괜찮습니다.”
그는 잼을 거절하며 식빵만 집어 들었다.
이곳 어딘가에서 일어날 테러.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벤자민은 테러가 일어날 곳이 어딘지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군인과 경관이 포진해 있는 곳.
[있잖아 화가. 이건 말 안 했는데, 아마 대령은 날 파리로 데려가려 할 거야.]닉시가 만나기로 한, 우두머리에 가까운 지휘관인 ‘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