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Year Max Level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85)
제 1485화
1485. 검은 별 3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조현구는 뒷목을 잡았다.
군의관 출신 이준용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은 조명 일보 집안 식구의 수는, 30년 전 조수환부터 시작해 조명 일보 방계에 이르기까지 무려 7명이나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TV에서 이종민 중령의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이준용 소장은 군의관으로 복무를 하며, 사회 각계 지도층의 자녀들에 대한 병역 면탈을 도왔습니다.
이에 우리 군은 성역 없는 수사로 이준용 소장이 저지른 죄를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수사로, 현재 다른 일로 수감 중인 HK 그룹 홍석준과 씨와 홍성범 씨가 거액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X발!’
조현구는 혹시라도 자기 집안 식구들의 이름이 나올까 봐 심장이 덜컥했다.
하지만 다행히 조명 일보 쪽 사람에 대한 명단은 나오지 않고, HK 그룹의 사람들의 이름이 나왔다.
조현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그 의도를 알아채고 통화 중인 정윤호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정윤호 이놈! 일부러 우리 조명 일보 쪽에 관한 정보는 안 흘린 거 맞지? 성휘가 군대에 안 가면, 그제야 우리 쪽 명단을 터트리려고!”
-왜 계속 저보고 그러십니까? 억울하게.
“네 놈이 아니면, 이렇게 꾸밀 사람이 없으니까!”
-뭐, 편히 믿으십시오. 다만 한 가지는 약속드리죠. 조성휘 씨가 군대에 가지 않으면, 제가 재미난 짓을 할 거라는 것만은 알고 계십시오.
순간 조현구는 정윤호에 대해 두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놈이 앞으로 대체 무슨 짓을 할지 도저히 그려지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현구는 새파란 놈을 상대로 생긴 두려움을 인정할 수 없어, 악다구니를 써댔다.
“정윤호! 이러면 내가 너 진짜 확 죽여버릴 수가 있어! 앙?”
정윤호가 태연하게 대꾸한다.
-그 전에 본인이 죽으실 거 같은데요?
“이 새X가…….”
-하여간 병역 문제는 잘 해결하시길 빕니다. 그럼 수고하시고, 죄를 지었으면 그냥 자수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웃기지 마! 내가 자수를 왜…….”
뚜-.
갑자기 전화가 끊겨 버렸다.
“으아아아악! 개XX. 이젠 말을 하다가 끊어?”
또다시 흥분한 조현구가 다시 한번 폰을 던지려고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때, 박한길 전무가 조현구의 손목을 잡는다.
덥석.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그러다가 몇십억 더 해 먹으시려고요?”
이미 50억짜리 백자를 깨어 먹은 상황이었기에, 조현구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에 힘을 뺐다.
“젠장. 빌어먹을! 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머릿속이 터져 나갈 것 같던 조현구는 급히 깨진 액정을 스크롤 해서, 문사현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 샘으로 넘어갑니다.
‘이것들이 다 한패였어!’
조성휘를 군대에 보내고 난 뒤, 병역 면탈도 폭로하려는 정윤호와 국방장관의 계략에 완벽히 당해버렸다.
조현구는 분함에 이를 갈며, 다른 언론사주들을 쳐다봤다.
“여러분들이 절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동향 일보 이철승 회장은 대통령도 한 방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병역 비리 건에 얽히기 싫어 주춤거렸다.
“회장님. 국방장관이 이런 짓을 한 이상, 대통령도 얽혔을 게 틀림없습니다. 아무래도 털 건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매일 일보 안호진 회장도 동의를 표하자, 조현구가 둘을 노려보며 외쳤다.
“정윤호 그놈이 우리 모두를 구속시킬 계략이 있다는 거 잊었습니까? 나 다음은 당신들 차례라고요!”
동향 일보 이철승 회장과 매일 일보 안호진 회장이 그제야 아차 하고선 말한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우리도 어떻게든 저놈의 약점을 손에 넣어야죠! 그래야 협상이 될 겁니다!”
이철승 회장이 폰을 손에 쥔다.
“그러면 회사 내에 에이스 기자들을 정윤호 TF 팀에 소속시킨 다음, 본격적으로 취재를 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일간지의 기자들은 연예 신문 기자들과는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취재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철승 회장이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그때, 박한길 전무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한다.
“회장님들. 저희로서는 정윤호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조현구가 박한길 전무를 노려보며 외친다.
“뭐야, 박 전무! 자네 겁먹은 건가?”
“겁을 먹다뇨. 냉정해지자는 겁니다. 솔직히 전, 자기 손에 ‘권력’이 있다는 걸 깨닫자마자 저렇게 잘 활용하는 놈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권력을 쥐면 그 권력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해서 겁을 먹거나, 혹은 선을 넘어서 마구잡이로 사용하다가 제풀에 꺾이잖습니까?”
조현구는 자신의 속내와 같은 생각을 하는 그에게 내심 기대하며 되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저희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정윤호에 대해 반감이 있는 모두에게 요청해야 합니다. 우리 다음은 그쪽들 차례니까, 관망하지 말고 싹 다 힘을 보태라고요.”
조현구가 회장들을 쳐다봤다.
“두 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철승 회장과 안호진 회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더 큰 힘을 모아야지, 정윤호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정윤호에 대한 두려움이 들기 시작한 탓인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인다.
조현구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박한길 전무에게 말했다.
“김동수랑 옥슬기 대표랑 부르고, 엔터 회사 대표들이랑 연예 신문사 싹 다 모으지. 그리고 기업 대표들도 모으고, 방송국 주요 PD들도 다 모아!”
“알겠습니다.”
정윤호를 상대하기 위해선, 이제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언론사주들과 박한길 전무였다.
* * *
국방부의 기자회견장 복도.
난 조현구 명예회장과의 통화를 마친 뒤, 이종민 중령의 기자회견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폰으로 기사들을 확인했다.
예상한 대로, 기사의 댓글에는 호평이 일색이었다.
[(단독) 군의 병역 비리 발본색원을 천명한 국방부. 군의관 출신 장성 구속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댓글)
-장성 구속이라니, 군이 웬일이야?
-ㅋㅋㅋ. 군이 군인부터 잡아넣고 조지는 거 처음 보네.
-국방장관이 무색무취였는데, 존재감 확실하게 보여주네.
-HK 그룹은 반으로 쪼개졌더니, 이제 가루가 되겠군.
-근데 조명 일보 쪽에 숨어 있는 병역 비리자 많은 거 아님? 그게 아니고서야 조성휘가 바로 군대 간다고 할 리가 없잖아.
-ㅋㅋ. 백퍼지. 자기 집안 조사 들어올까 봐서 일단은 손자부터 총알받이로 내세운 거지.
-아, 맞다. 조수환 회장이 군대 안 갔지?
-ㅋㅋㅋ. 조명 일보 끝났네.
굳이 조명 일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조성휘가 군대에 간다는 발표를 먼저 한 탓에, 오히려 다들 조명 일보가 수사에 오를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때, 기자회견 문이 열렸다.
발표를 마친 이종민 중령이 밖으로 나왔다.
이종민 중령도 폰으로 기사를 확인했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정 실장님 말씀대로, 군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국방장관님이 제 제안을 받아들여 주신 덕분이죠, 뭐.”
투 스타인 이준용을 즉각 체포한 것도, 조현구 명예회장을 속인 것도, 모두 국방장관이 기민하게 움직여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기획을 정 실장님이 다 해 주신 덕에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이제까지 병역 비리 건을 알고 계셨으면서, 왜 이제야 알려주셨습니까?”
“예전에 만약 제가 말을 하면 들어주셨겠습니까?”
이종민 중령이 멈칫하더니,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아뇨. 힘들었겠네요.”
내가 이제까지 병역 비리 사실을 알고 있어도 쓸 수 없었던 건, 충분한 힘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이번처럼 내 연예인들의 힘을 이용해 폭로할 수가 있게 되자, 이렇게나마 들어라도 주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아시는 명단은 HK 그룹의 두 사람뿐입니까?”
일부러 조명 일보 쪽 명단은 건네주지 않고 두 사람만 알려줬더니, 의심하는 눈치였다.
“나머지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내셔야죠.”
“혹, 저희가 조사한 결과가 미흡하면, 따로 조명 일보 쪽을 터트리려고 하는 건 아니시고요?”
이 양반, 생각보다 눈치가 보통이 아닌데?
난 대답 없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종민 중령이 바로 뜻을 알아차리고서 대꾸했다.
“어차피 병역 면제자들 명단을 다시 다 확인하고, 세세하게 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
그때, 복도 끝에서 최도영이 문을 열고 나왔다.
“정 실장님.”
“증언이 일찍 끝나셨나 보네요?”
“1차는 끝났고, 모레 다시 와야 합니다.”
난 TVC에서 백진애와 최도영 그리고 곽무혁 법무실장과 변호사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었다.
그리고 최도영은 자신이 당한 일과 김태훈 대령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을 구두로 증언하고 나온 것이었다.
“진애 씨는요?”
“진애는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먼저 돌아가시죠.”
그때, 이종민 중령이 말한다.
“아, 정 실장님. 장관님이 두 분을 좀 뵙자고 하는데, 뵙고 가시죠?”
“죄송하지만, 군의 명예를 살려달라고 하셨잖습니까? 그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요?”
“예. 그래서 또 좀 도움을 받아야겠는데요.”
“뭐든 말씀하십시오.”
난 그 즉시 군대의 실추된 명예를 되살리고, 최도영을 ‘검은 별’로서 홍보할 수 있는 계획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 * *
최도영과 함께 굴렁쇠 엔터에 도착한 난, 4실 매니저들을 불러 모은 다음, 최도영에 관한 보도자료를 뿌리라고 지시를 했다.
덕분에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온갖 포털이 ‘검은 별’과 최도영에 관한 기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후 난, 이영진과 도란희를 비롯한 4실 매니저들에게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를 준비시켰다.
그렇게 바쁘게 이벤트를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9시가 되었다.
4층 문이 열리더니, 유진이가 미소의 손을 잡고, 덕배와 함께 나타났다.
“오빠! 우리 왔어요.”
“유노 삼촌! 나도 왔어요!”
붉은색 코트를 입은 두 사람은 최도영의 일이 잘 풀렸다는 기사를 본 탓인지, 살짝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런데 집에서 같이 오기로 한 이태종 전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
“유진아. 그분은?”
“아, 지하 주차장에 계세요. 기자들이 지하 소강당에 들어가는 거 보시더니, 얼굴을 비추면 안 될 거 같다고 하셔서요.”
마지막 이벤트를 위해 기자들을 회사로 불렀더니, 이태종 전 장관이 기자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나 보다.
“잠깐 내려가 볼게.”
“네. 그런데 도영 오빠는요?”
“아, 메이크업 중이야. 너랑 미소 그리고 덕배도 메이크업 받으러 가면 돼.”
“알았어요.”
난 고개를 돌려 이영진에게 마지막 이벤트 준비를 맡겼다.
“영진아. 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
“예. 저희도 마지막 전화만 하고, 지하 소강당으로 내려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난, 곧장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태종 전 장관의 차는 지하 주차장 맨 구석에 주차되어 있었다.
짙은 선팅이 되어 외부가 보이지 않는 승합차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톡톡.
달칵.
전동 슬라이드 도어가 열리더니, 휠체어를 탄 이태종 전 장관이 날 반긴다.
“올라오게.”
“예.”
이태종 전 장관과 나란히 앉자, 흐뭇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일 처리 한번 화끈하게 하는구만. 병역 비리 건이라니.”
“과찬이십니다.”
“아냐. 아냐. 제대로 된 한 수였어. 그런데 내 궁금증 하나만 좀 풀어줄 수 있을까?”
“말씀하십시오.”
“딱 봐도 현구를 노린 거 같은데 왜 조명 일보를 터트리지 않았지? 조현구 그놈이 아끼는 손자 조성휘를 미국에서 안 데리고 올까 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실은 다른 이유가 더 큽니다.”
“뭔가?”
“병역 비리 브로커가 설마 조명 일보 집안만 봐줬겠습니까? 분명 다른 힘 있는 권력자들도 봐줬을 겁니다. 그러니 이준용이 걸려든 이상, 모두가 이준용에게서 자기 자식 이름만은 나오지 않게 하려고 서로 다투기 시작할 겁니다.”
“뭉쳐서 입막음할 수도 있잖은가?”
“가만히 놓아두면 그렇겠죠.”
“그 말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역시, 단번에 알아차리다니.
확실히 고단수다.
“예. 장관님이 슬쩍 정보를 흘려주십시오. 조명 일보 조현구 명예회장이 정 실장이랑 싸우다가 이준용에 대한 정보를 정윤호와 국방부에 흘린 거라고요.”
이태종 전 장관이 씨익 웃는다.
“그러니까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조현구에게 뒤집어씌운다 이건가?”
“예.”
“아주 서로 원망에 원망을 조현구에게 쏟아내고 카르텔이 박살이 나겠군.”
“그럴 겁니다.”
“근데 말이야. 그냥 알렸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게 또 하나의 이유인데…… 실은 제가 아는 사람이 총 다섯 명 정도밖에는 안 됩니다.”
회귀 전, 박상곤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조현구 명예회장을 핀포인트로 노렸다.
그러다 보니, 이준용을 병역 브로커로 쓰느라 돈을 낸 조현구 명예회장과 병역 면탈을 한 조수환 회장, HK 그룹의 아들 둘, 그리고 다른 중소기업 아들 두 명 정도만 엮어서 구속시켰을 뿐이었다.
나머지는 말 그대로 정보를 묻어 버렸고.
그렇기에 난, 이번 기회에 얽힌 놈들을 싹 다 긁어내게 할 생각이었다.
이태종 전 장관이 껄껄 웃음을 터트린다.
“쥐꼬리만 한 정보를 갖고서도, 힘 있는 권력자들을 아주 가지고 노는구만?”
“정보가 부족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야. 보통은 그러면 두려워서 포기를 하지. 자네처럼 덤비는 게 아니라. 하하하. 역시, 대단하군, 대단해.”
대체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난 그에게 급한 것을 부탁했다.
“하여간 손을 써 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이지. 그리고 결국 고소는 할 거지?”
“예. 조성휘가 들어오는 바로 그 날, 조현구 명예회장과 조수환 회장을 폭로할 겁니다.”
“그러면 난, 조성휘를 올해 말까지 들어오게 손을 쓰지.”
올해 말이면 2주 남았군.
“감사합니다.”
이태종 전 장관이 나선 이상, 이젠 큰 걱정을 하진 않아도 될 거 같다.
“그럼 난 이만 난 가 보겠네.”
“마지막 이벤트 하나가 남았는데, 정말 안 보고 가시려고요?”
“자네의 쇼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기자들이 잔뜩 있으니까 안 되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고, 최도영 그 친구 스타 한번 만들어 보게.”
“그러려고요.”
난 고개를 꾸벅하고, 차에서 내렸다.
끼이익.
이태종 전 장관이 탄 차가 출발했다.
난 그 광경을 보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현구 명예회장의 명복을 빌었다.
‘조현구 명예회장. 당신은 이제 끝났어.’
* * *
지하 소강당으로 돌아갔다.
기자들 50명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가 날 발견하고 일제히 소리친다.
“정 실장이 특종 거리 있다고 해서 오긴 왔는데…… 오늘 더 할 게 있어?”
검은 별의 정체가 최도영이라는 게 드러났고, 최도영이 억울하게 불명예 전역을 당한 것도 터져 나왔다.
심지어 재벌가가 얽힌 병역 비리 건까지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특종이 있을 수 있냐는 불안감이었다.
그때, 최소혜 기자가 한심하다는 듯이 기자들을 향해 말한다.
“그동안 특종을 그리 많이 줬는데도 정 실장을 못 믿겠으면 이대로 돌아가든지!”
“에이, 돌아가긴 뭘 또 돌아갑니까?”
연예올타임즈의 백호연 기자는 말을 흐리며 고개를 떨군다.
다른 기자들도 같은 반응이지만, 난 그런 기자들을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나저나 이제 시작하면 될까요?”
“예.”
기자들이 조금 진정한 그때였다.
난 무대 위쪽에서 카메라를 세팅하던 이영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영진아. 라이브 방송 시작해.”
“예.”
현재 시각 오후 9시 30분.
이영진이 유진이의 계정으로 스타그램 라이브를 켰다.
팬들은 빠르게 라이브 방송에 접속하고 있었다.
이어서 난, 무대 옆으로 난 계단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올라오시죠.”
무대 옆 계단 아래에서 유진이와 미소가 올라왔다.
유진이와 미소는 몸에 달라붙는 예비군 군복 입은 채, 꽃다발과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서 나란히 걸어온다.
“왼발! 왼발!”
유진이의 구령에 맞춰, 미소는 씩씩한 걸음걸이로 엄마의 곁에서 따라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근엄하기 이를 데가 없었지만, 무대 아래의 기자들은 둘을 보며 흥분해, 환호를 보내며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타그램 채팅창도 시끌벅적거리고 있었다.
[@miso1004] [[우리의 소원은 통일> 4화. 검은 별과 함께 보기.](실시간 채팅)
-ㅋㅋㅋ. 미소 직각 보행하네.
-ㅋㅋㅋ. 귀엽네. 우리 미소. 얼굴 근엄한 거 봐라.
-유진이 입은 옷 보니까, 군복이 섹시할 수도 있구나 싶은데?
-요즘 우리 유진이 미모가 절정인데?
-근데 두 사람. 머리가 얼마나 작은 거야. 모자가 왜 남아돌아?
유진이와 미소의 머리에 얹힌 모자는 사이즈를 줄여도 커서 남아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의 예쁨과 귀여움을 가리진 못했다.
나란히 내 옆에 선 두 사람이 기자들을 보며 경례를 하며 외친다.
“충성!”
유진의 경례에 미소가 한 박자 늦게 인사를 한다.
“츄웅~셔~엉!”
“바로!”
“바로~!”
기자들과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 난, 이어서 무대 옆을 바라봤다.
“최도영 배우님?”
칼 각이 잡힌 군복을 입은 최도영은 팔꿈치까지 군복을 걷어 올린 채 걸어 올라왔다.
팔뚝에 난 힘줄과 갈라진 그의 전완근이 기자들의 환호성을 불러일으켰다.
“와, 전완근 갈라진 것 좀 봐라. 예술인데?”
“얼마나 운동했으면 저렇게 되냐?”
분위기가 화끈하게 불타오르는 것을 본 난, 그제야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최도영 중사님의 명예 전역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명예 전역식?”
“야. 진짜 제대로 자기 스타 챙겨주네.”
내가 준비한 이벤트를 알아챈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진 다음 말에는, 기자들의 흥분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상자로 문사현 국방장관님을 모시겠습니다.”
“뭐? 국방장관?”
군복을 입은 문사현 국방장관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기자들이 흥분해 연신 연사로 셔터를 눌러댄다.
그때, 최도영이 바짝 긴장한 채 국방장관에게 경례를 보냈다.
“충성!”
문사현 국방장관이 짧게 경례를 받아준다.
“충성!”
경례를 마친 문사현 국방장관이 최도영과 악수를 찬다.
그 광경을 본 라이브 채팅창이 시끌벅적해지고 있었다.
[@miso1004] [[우리의 소원은 통일> 4화. 검은 별과 함께 보기.](실시간 채팅)
-국방장관 소환이라고?
-ㅋㅋㅋ…… 여기 이벤트 맛집이네.
채팅창의 시청자들까지 환호를 보내던 그때였다.
문사현 국방장관이 내가 건네준 마이크로 말한다.
“1차 조사 결과가 나왔기에, 불명예 전역을 당한 최도영 중사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위로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다만 국방부의 최종 조사와 결과 취합을 해서 불명예 전역 처분을 취소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점을, 우리 최 중사가 이해해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도영이 감격한 표정으로 말한다.
“괜찮습니다. 장관님이 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입니다.”
“그리 말해주니 다행이군요.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굴렁쇠 엔터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명예 전역증이 이라도 수여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장관님!”
유진이가 즉각 들고 있던 나무 상자를 문사현 국방장관에게 건네준다.
“장관님. 여기 저희가 만든 상패입니다.”
“네.”
문사현 국방장관이 나무상자를 받아 들곤, 달칵하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서 상패를 꺼낸 문사현 국방장관이 날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럼, 우리 정 실장이 간단한 진행을 해 주십시오.”
“잠깐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문사현 국방장관이 고개를 갸웃한다.
“누구 또 올 사람이 있습니까? 아, 백진애 하사는 아직 군사경찰에서 조사 중인 걸로 아는데요?”
“백진애 하사가 아닙니다.”
“그러면 누가 또 온다는 겁니까?”
그 순간 난, 이영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진이 무전기를 잡고 말한다.
“들어오십시오.”
그때였다.
덜컹.
문이 열리더니 예비군복을 입은 20대 후반의 남자 20명이 우르르 들어왔다.
“최 중사님!”
“중사님! 저희 왔습니다.”
최도영이 그들을 보고 깜짝 놀라 외친다.
“김 병장!”
“최 상병!”
그들 모두는 최도영이 억울하다며 DM을 남겼던 이 중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난, 최도영에게 명예 전역식을 해주기 위해, 그들에게 DM을 보내 초대를 한 것이었다.
그 초대에 응한 20명이 내려와, 무대 아래에 나란히 섰다.
그때,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20대 후반의 남자가 무대 위를 올려다보며 외친다.
“최도영 중사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스무 명이 일제히 충성을 외치자 지하 소강당이 떠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린다.
최도영이 눈물을 꾹 참고서 경례를 한다.
“충성!!”
기자들은 흥분을 멈추지 못하고,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최도영은 내가 준비한 이벤트에 감격해 날 쳐다보며 말한다.
“정 실장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아직 이릅니다.”
“네?”
난 다시 한번 이영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도영을 위한 라스트 이벤트가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영진이 고개를 끄덕인 뒤, 버튼을 눌렀다.
지하 소강당의 백스크린에 화면이 켜졌다.
그 순간, 최도영이 말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에 있는 기자들과, 유진이와 미소 그리고 라이브 채팅창의 사람들 역시도, 영상을 보고선 모두가 눈물을 훌쩍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