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Year Max Level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86)
제 1486화
1486. 검은 별 4
지하 소강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선, 예쁜 한복을 입은 최도영의 어머님이 병원 침대에 앉은 채 군복을 입은 최도영의 아버지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명예 전역식에서 부모님을 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최도영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어머니…… 아버지…….”
사실 원래는 어머님을 이곳 명예 전역식에 모시려고 했었다.
하지만 최도영의 어머님이 근래 큰 수술을 하면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백희영 팀장에게 지시해, 병실을 1인실로 옮긴 뒤, 화상 통화로 명예 전역식에 참관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어젯밤 꿈에 아버지가 나오셔서 도영이 일이 이제 다 잘될 거라고 껄껄 웃으시던데, 이래서 그랬구나.
하여간 우리 아들, 억울함이 풀린 거 축하해.
다정한 어머니의 말에 최도영이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 걱정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런 최도영의 모습을 본 기자들 역시 눈물을 훌쩍였다.
그리고 스타그램 라이브 채팅창에서도 다들 눈물 이모티콘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때, 화상 통화를 하던 어머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눈물을 훌쩍이는 아들을 달랜다.
-그나저나 우리 아들. 아버지가 보고 계시는데, 계속 이럴 거니?
명예 전역식이 진행되는 도중이니, 어서 눈물을 그치라는 뜻이란 걸 알아챈 최도영이 급히 눈물을 닦는다.
“아닙니다, 어머니!”
이어서 최도영은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은 양, 두 어깨를 쭉 펴고서 문사현 국방장관을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장관님! 제가 추태를 보였습니다.”
“부모님을 향한 감정이 어찌 추태인가. 그런 소리 말게. 그나저나 부모님이 보고 계시는데 이렇게 상패를 줄 수는 없지. 잠깐만 기다려 주게.”
문사현 국방장관은 영정 사진에 있는 최도영의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꼬박꼬박 ‘부모님’이라 부르면서, 몸을 돌려 자신의 부관을 바라본다.
“내 옷에 흐트러진 곳은 없는가?”
“예. 장관님.”
“다시 한번 살피게. 최도영 중사 부모님께 보이는 모습으로 부족함이 없냐 이 말이야!”
문사현 국방장관의 부관이 이번에는 세심하게 쳐다본 뒤, 어깨 위에 있는 머리카락을 하나 빼내고서 답한다.
“죄송합니다. 이제 됐습니다.”
“고맙네.”
문사현 국방장관은 몸을 다시 돌린 뒤, 두 손으로 정중하게 명예전역 증서가 적힌 상패를 손에 든다.
“정 실장. 명예 전역식을 시작하지!”
“예.”
난 이영진을 향해 다시금 신호를 보냈다.
이영진이 마우스로 클릭을 한다.
화상 통화를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나오던 영상이 스크린의 왼쪽 절반으로 이동한다.
이어서 오른쪽 절반의 영상에서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지방의 병사들이 예비군복을 입은 채 나오고 있었다.
-최 중사님! 저희도 왔습니다!
-최 중사! 나도 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하 병사와 친구와 동료들까지 반갑게 인사하자, 최도영이 다시 한번 울컥하는지 두 주먹을 꽉 쥐고 울음을 참는다.
난 그 즉시,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그럼, 지금부터 최도영 중사님의 명예 전역 상패 전달식이 있겠습니다! 시상자는 문사현 국방장관님이십니다. 장관님?”
문사현 국방장관이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상패를 들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최도영 중사는 부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오명을 뒤집어쓰는 용기를 발휘하였습니다. 이에 저희 군은 불명예 전역 명령을 내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최도영 중사가 명예롭게 전역했음을 모두에게 알립니다.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문사현!”
원래 내용은 굴렁쇠 엔터에서 상패를 준다는 내용이었지만, 최도영의 부모가 보고 있었기에, 문사현 국방장관은 내용을 조금 바꾸어서 명예 전역식을 진짜인 것처럼 바꾸어주고 있었다.
탁.
문사현 국방장관이 최도영에게 상패를 건네준다.
“축하하네, 최 중사!”
최도영이 상패를 받고 경례를 한다.
“충성!”
“충성!”
그때, 군복을 입은 미소가 조르르 다가가 꽃다발을 건네준다.
“도영 삼촌!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미소야.”
현장에 있는 모든 병사와 화상 통화 속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려고 한다.
하지만 문사현 국방장관의 말에 다들 멈칫한다.
“다들 잠깐만 축하를 멈춰주십시오. 한 가지 절차가 더 남았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문사현 국방장관이 자기 군복 어깨 부위에 찍찍이로 붙은 태극기 패치를 북 하고 뜯어낸 뒤, 최도영에게 말한다.
“최 중사. 자네의 태극기와 나의 태극기를 바꿨으면 하네.”
군복의 어깨 부위에 붙은 태극기 패치는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최도영의 예비군복에도 태극기 패치가 붙어 있었다.
“장관님의 태극기와 제 것을 바꾸잔 말씀이십니까?”
“그래. 우리 군에서 자네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다시는 없도록, 내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자네의 어깨에 달린 패치를 내 어깨에 달고 매 순간 새기도록 하겠네.”
“네, 장관님!”
최도영이 감격한 표정으로 상패와 꽃다발을 바닥에 놓고선, 자신의 태극기 패치를 북 하고 뜯어낸다.
문사현 국방장관이 최도영의 빈 어깨에 자신의 태극기 패치를 붙여 준다.
착착.
최도영의 어깨에 국방장관의 태극기 패치가 달라붙었다.
최도영은 자신의 패치를 국방장관에게 건넸다.
그 순간, 문사현 국방장관이 최도영의 손에 든 패치를 보며 말한다.
“자네가 직접 붙여 주게!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채근하면서!”
“아니, 제가 어떻게…….”
“난 자네 같은 참군인을 내쫓은 죄인일세. 그러니 따끔하게 혼을 낸다 생각하고 붙여 주게. 다시는 자네 같은 참군인을 놓치지 말라고!”
문사현 국방장관은 모두에게 국방장관 치고는 너무도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 눈엔, 자기 부하들이 저지른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죄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진짜 강인한 군인으로 보였다.
“네. 장관님!”
최도영이 떨리는 손으로 국방장관의 어깨에 패치를 붙여 준다.
탁.
“더 세게!”
탁탁탁!
최도영이 문사현 국방장관의 어깨에 패치를 붙였다.
문사현 국방장관이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최도영에게 악수를 청한다.
“전역. 진심으로 축하하네.”
최도영이 가슴이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두 손으로 국방장관의 손을 맞잡았다.
“감사합니다! 장관님.”
그제야, 지하 소강당에 온 예비군들이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최 중사님! 전역 축하드립니다!”
“중사님! 전역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축하합니다, 최 중사님!”
기자들 역시 기사 송고를 멈추고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최도영이 모두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다.
“감사합니다!”
불명예 전역을 당한 최도영 중사는 축하 인사를 받지도 못하고 밤에 조용히 홀로 짐을 싸서 나왔던 최도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를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전역 축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연거푸 인사를 한 최도영이 몸을 돌려 스크린 화면을 쳐다본다.
이영진이 재빨리 어머님의 모습을 전체 화면의 대부분으로 띄운다.
그 순간, 최도영이 천천히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저…… 전역했습니다.”
엎드린 아들을 본 어머님이 울음을 꾹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아들. 전역 진심으로 축하해.
그 순간, 모든 이들의 눈에서는 다시 한번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 * *
[@miso1004] [[우리의 소원은 통일> 4화. 검은 별과 함께 보기. (LIVE)](실시간 채팅)
-진짜 자기 배우한테 이렇게 해 주는 회사는 굴렁쇠 엔터밖에 없을 듯.
-엄마. 나 굴렁쇠 엔터 들어가고 싶어!
-정 실장님. 나도 매니저 해 주세요.
-와, 감동이다, 진짜!
-그래도 군대도 이번에 일 처리는 진짜 잘한 듯.
-어. 완전 인정. 문사현 국방장관 진짜 최고인 듯. 아랫사람한테 떠넘기지 않고 이렇게 직접 뒷수습할 줄은 몰랐어!
라이브로 방송을 본 사람들은 굴렁쇠 엔터뿐 아니라 군에 관한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자들 역시 별다른 이벤트가 없을 거라 불안해하던 모습을 집어 던지고서 내게 말한다.
“우리 정 실장. 오늘 기사는 걱정하지 마! 우리가 좋은 내용으로 쫙 깔아 줄 테니까!”
난 흥분한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이 빠르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 그때였다.
최도영이 내게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오늘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굴렁쇠 엔터에 오겠다고 선택한 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입니다.”
가슴이 벅차오른 그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니 오늘 부대원들과 함께하는 회식비는 제가 쏘겠습니다.”
“아, 아니. 괜찮습니다. 제가 내겠습니다.”
옥신각신하던 그때, 문사현 국방장관이 다가와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낸다.
“오늘 회식비는 내가 내겠네.”
“괜찮습니다. 장관님.”
“왜? 내가 정 실장보다 많이 못 번다고 해서, 주머니 사정까지 힘들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럴…… 리가요!”
“그럼 받게. 이번에는 북한 특수부대 역할을 맡은 검은 별을 맡았지만, 앞으로 이왕이면 다음에는 국군 역할도 좀 해달라는 부탁도 담은 뇌물이네. 아참. 이건 내 개인 사비니까 오해하지 말고.”
“예. 장관님!”
최도영 중사가 나 대신 흰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럼 난 일정이 있어서 가 봐야 하니, 가겠네.”
“알겠습니다.”
문사현 국방장관이 날 쳐다보며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신호를 준다.
조명 일보 일가에 대한 병역 비리 때문에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문사현 국방장관 역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현장에 있는 예비역들을 향해 하나둘 인사를 한 뒤, 소강당을 나섰다.
쿵.
그때, 이영진이 마이크를 잡고 말한다.
“실장님. 9시 50분입니다.”
“오케이. 방송 켜줘.”
“예.”
지하 소강당 대형 스크린에서 TVM 채널 화면이 나오기 시작한다.
“자, 그럼 [우리의 소원은 통일> 4화 방송을 함께 시청하겠습니다. 기자님들도 기사 송고를 5분 내로 끝내주십시오.”
“어!”
기자들이 기사 작성을 마치고 차례차례 노트북을 덮는다.
최소혜 기자와 장문기 기자는 쓸 게 많은지, 맨 마지막까지 글을 쓰다 노트북 상판을 덮었다.
“시작합니다!”
최도영과 검은 별에 대해 홍보하느라 온종일 노력했다.
그러니 이젠, 그 노력의 결과인 [우리의 소원은 통일> 4화의 시청률을 두 눈으로 확인할 때였다.
* * *
제2 하나원 근처 타운하우스를 짓다 멈춰 폐허가 된 곳에는, 사방에 짓다 만 공사재료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고, 사이사이로 잡초가 나 있다.
검은 별은 그곳의 공사 기자재 위에 앉아, 자신의 앞에 모여든 스무 명의 남자들이 각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3화에서 검은 별은 한국 심부름센터 사장에게 돈을 주고, 제2 하나원에 들어가는 부식 차량의 보조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심부름센터의 사장은 돈만 받아먹고, 검은 별에게 그 자리를 알아봐 주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난 검은 별이 가볍게 손을 썼는데, 심부름센터 사장이 이렇게 조폭 같은 놈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때, 맨 앞에 선 40대의 심부름센터 사장이 목발을 짚은 채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일자리 마련해 주는 걸 조금 늦었다고 날 병X으로 만들어? 이 새X. 이번엔 네가 병X 될 차례야! 야! 조져!』
심부름센터 사장의 말에, 각목을 든 덩치 스무 명이 앞으로 걸어 나온다.
『형씨.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조금 따끔할 텐데, 걱정하지 마. 금방 끝내줄 테니까.』
검은 별이 피식 웃더니, 주머니에서 총을 꺼낸다.
움찔.
각목을 들고 다가오던 스무 명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춘다.
『뭐…… 뭐야? 씨X.』
『총이 왜 있어?』
검은 별이 품에서 소음기를 꺼내 들었다.
끼릭끼릭.
소음기를 결합하자, 심부름센터 사장이 외친다.
『가짜 총이야 저거! 쫄지 마, 이 새X들아!』
그때였다.
검은 별이 목발을 짚은 심부름센터 사장의 멀쩡한 다리에 총을 쏴 버렸다.
푸슝.
『끄아아아악.』
심부름센터 사장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자, 각목을 든 스무 명이 각목을 놓고 무릎을 꿇어버렸다.
『형님! 용서해 주세요!』
『네. 저흰 조폭도 아니고 그냥 심부름센터 사장 밑에서 일하는 동네 양아치에요.』
『네. 저희 진짜. X도 아닌 놈들이에요.』
스무 명이 와들와들 떨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자, 검은 별이 총을 들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기래? 그러면 내가 이참에 니들을 남자로 만들어 주갔어.』
『예?』
『각목 잡으라.』
『각목은 왜…….』
검은 별이 총구로 바닥을 뒹구는 심부름센터 사장을 가리키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스무 살이 넘었으면 사람 하나는 저승길에 보내 봐야 남자란 소리를 듣디. 그러니 내 말 잘 들으라! 지금부터 저 새끼 목숨 끊는데 1분 주갔어. 1분이 지나도 저놈이 숨을 쉬고 꿈틀대면, 꿈틀댈 때마다 니들이 대신 한 놈씩 죽어 나자빠지는 기야. 알간?』
스무 명의 남자들이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은 별은 별다른 감흥 없이 왼 손목에 찬 시계를 누른다.
『시작!』
그때, 바닥에 쓰러진 심부름센터 사장이 기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검은 별이 턱 짓으로 심부름센터 사장을 가리킨다.
『니들 목숨줄. 도망친다.』
스무 명의 남자들이 각목을 잡고 재빨리 일어나 뛰어갔다.
『죄송합니다, 최 사장님!』
『죄송은 X미! 저 새X 때문에 죽게 생겼는데 무슨 죄송!』
『죽어!!』
그 순간, 카메라는 방향을 틀어 검은 별의 얼굴을 비춘다.
퍽퍽퍽.
각목으로 사람을 내려치는 소리와 동시에 비명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검은 별은 공사판 자재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원래 선한 인상이었기에 얼굴만 보면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삼촌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BGM으로 사람의 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검은 별의 그 웃음은 소름이 오싹 돋아날 정도로 무섭게 느껴졌다.
잠시 후.
『그만!』
검은 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메라는 계속해, 쓰러진 사장이 아닌 검은 별의 얼굴만을 비춰준다.
저벅저벅.
소음기를 단 총을 들고 오는 검은 별의 모습에, 각목을 든 남자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탁.
발걸음을 멈춘 검은 별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발을 툭 하고 친다.
『컥.』
그렇게 맞고도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검은 별이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쳐다본다.
스무 명이 창백한 얼굴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검은 별이 아래를 쳐다도 보지 않고 방아쇠를 당긴다.
푸슝.
검은 별의 얼굴과 옷에 피가 튀었다.
검은 별이 씨익 하고 웃더니 입가에 묻은 피를 혀를 내밀어 닦아 먹으며 말한다.
『아새끼들. 쫄지 말라! 내레 이제 동지가 된 니들을 왜 죽이갔어?』
스무 명은 벗어날 수 없는 지옥에 발을 들였다는 걸 알고선, 다들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덜덜덜.
몇몇 이들은 웃음을 짓는 검은 별의 포스에 놀라 오줌마저 지리고 있었다.
『저기 뒤에 가면 시체 백이 있으니까 가서 저 새X 잡아넣으라. 산에 파묻어야 하니까』
『예.』
검은 별의 말에 스무 명이 재빨리 움직여 시체 가방을 들고 온다.
그 순간, 검은 별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더니, 빈 드럼통에 넣는다.
탁.
검은 별은 이어서 피가 묻은 상의를 벗은 뒤, 공사장 드럼통에 넣었다.
이후 휘발유를 그 위에 뿌리더니 불을 붙여 버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검은 별의 굴곡진 상체를 비춘다.
그 순간, 검은 별이 짙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소원 동무. 조만간에 만날 테니, 조금만 기다리시라요.』
얼굴과 상체에 핏물이 묻은 검은 별의 모습은 흡사 도깨비를 연상할 정도로 섬뜩한 모습을 자아냈다.
* * *
꿀꺽.
검은 별이 사람을 죽이고 현지에 자기 조직을 만들어 버리는 짧은 씬이 지나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와 분위기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최도영의 연기에, 기자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한다.
“와, 진짜. 진짜로 이런 일을 해보기라도 한 거 아냐?”
“사실 도영 씨가 북파 공작원 출신 하사 아냐?”
“와, 그나저나 저 몸 때문에 카리스마가 더 사는 거 같은데?”
“몸매 부럽다, 진짜.”
최도영은 이번 역을 위해서 지난 몇 개월 동안 탄수화물을 제로에 가깝게 섭취하는 식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지방률 3%밖에 되지 않다 보니, 근육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 점이 연기에 임팩트를 더욱 더해주고 있었다.
그때, 최도영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서 내게 묻는다.
“실장님. 이거 잘 된 거 맞을까요? 라이브 채팅창에서는 분위기가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난 슬쩍 라이브 방송을 확인해 봤다.
[@miso1004] [[우리의 소원은 통일> 4화. 검은 별과 함께 보기. (LIVE)](실시간 채팅)
-와, 최도영 진짜 무섭다.
-너무 편안하게 웃는 게, 이런 일을 너무 치러서 일상 같이 여기는 사람이라서 더 무서움.
-아까 본 이미지랑 너무 다른데?
-조금 전, 영상 안 봤으면 오해했을 듯.
…….
난 최도영을 안심시켰다.
“이건 악역을 맡으면 일어날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래서 제가 이번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고요.”
캐릭터가 선명하고 악역이 될수록, 몰입한 팬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다.
그래서 난 그 미움을 줄이기 위해, 오늘 이벤트를 한 것이었다.
검은 별 캐릭터와 최도영을 분리시키기 위해서.
“그렇습니까?”
“예. 지금은 드라마 시청 중이라 시청자들이 몰입되어서 그런 거고, 드라마 끝나면 아까 이벤트 덕에 자연스레 다른 사람으로 인지할 겁니다. 하여간 너무 연기를 잘 해서 이런 겁니다.”
“하, 그러면 다행이네요.”
잘 됐다는 말에 그의 얼굴에 안도감이 깃든다.
그때였다.
장문기 기자가 폰을 보다 외친다.
“정 실장. [우리의 소원은 통일> 시청률 떴어!”
“얼마입니까?”
“12%! 그리고 [닥터 인현왕후 뎐>은 13%고! 케이블과 지상파인데도, 이제 1%밖에 차이 안 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 3화 시작 시청률이 10%였다. [닥터 인현왕후 뎐>은 14%였고.그런데 4화에서는 케이블과 지상파인데도 불구하고 그 격차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그 순간, 기자들이 엉거주춤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 가십니까?”
“기사 써야지!”
기자들이 일제히 지하 소강당 뒤쪽으로 뛰어가 앉더니 노트북을 켜고선 기사들을 쓰기 시작했다.
‘성공이군.’
최도영을 알린 이벤트로 관심을 집중시킨 덕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마저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 * *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엔딩은 무려 16%로 끝이 났다.반면 MBS [닥터 인현왕후 뎐>의 시청률은 16.8%가 되었다.
케이블 채널인 TVM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와는 0.8% 차이.
그러다 보니, 밤새 회식을 한 터라 난 집에도 가지 못하고 회사 숙직실에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소근소근 대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여졌다.
-야, 깨워야 하는 거 아냐?
-좀 자게 내버려 둬. 정 실장님이 얼마나 힘들었냐?
-그래도 지금 이 난리에 계속 재우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정 실장 없다고 일 못 해?
-지금 저걸 우리끼리 어떻게 해결합니까?
뭔가 큰일이 났는지 숙직실 앞에서 소곤대는 소리가 다 들려왔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던 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나갔다.
달칵.
문을 열어젖힌 순간, 매니저들이 10명이 숙취에 찌든 얼굴로 서 있었다.
“다들…… 뭐 하시는 겁니까?”
그때, 맨 앞에 선 박인기 실장이 말한다.
“정 실장. 지금 난리 났다.”
“무슨 난리요?”
“최도영에 대한 광고주들 연락이 쏟아지고 있어! 1억 미만은 없어.”
“제법인데요?”
“제법? 이게 제법이야? 막 데뷔한 신인인데 1억이 최소고 2억이랑 3억 자리도 있어!”
신인 배우 광고비는 5천만 원을 넘기 힘든데 시작부터 억 단위라니.
“도영 씨가 악당인데도 상관이 없다는 걸 봐서는 역시 어제 라이브 방송이 먹힌 거 같네요.”
“그래. 대 성공이다!”
악역 캐릭터와 최도영을 분리하려던 계획이 성공한 덕에, 광고가 잔뜩 들어오고 있었다.
“근데 그것 때문에 이렇게 소란이었습니까?”
“아니. 그건 정신 차리라고 말해준 거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 이리 와봐.”
박인기 실장이 날 6층 창문가로 날 데리고 간다.
비틀거리면서 그의 뒤를 따라간 순간, 창문 아래로 회사 입구에서 끝도 없이 이어진 사람들의 줄이 보인다.
“2시간 전부터 널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줄을 선 배우들이다. 저 사람들은 이제 어쩔 거냐?”
“전 배우를 안 받는다고 알린 지 꽤 오래됐잖습니까?”
“그랬지. 특히나 넌 담당 연예인이 많아 도저히 챙겨줄 여건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왜 저리 몰려들었답니까?”
“아, 아직 장문기 기사 안 봤어? 일어나면 늘 기사부터 봤잖아.”
“눈을 뜨자마자 나와서요.”
“봐봐. 보면 너도 이해할 거다.”
박인기 실장이 폰으로 장문기 기자가 쓴 기사를 보여준다.
[미다스의 손 정윤호 실장. 그에게는 연예인들을 향한 깊은 정(情)이 있다. (장문기 기자)]제목 낚시의 장문기 기자답지 않게 점잖은 제목의 기사의 제목을 달아 놓았다.
“평소답지 않은 제목이긴 한데, 이게 왜요?”
“제목 말고, 내용을 봐봐!”
박인기 실장의 말대로 기사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문기 기자의 기사를 본 연예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날 찾아오고 싶을 만한 글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 글발 미쳤네. 장문기 기자. 당신,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었어?’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