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임무 성공과 의혹(2)
“비밀통로 동굴은 약초꾼이 알려주었다니까.”
“그런데 너무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여. 화섭자로 불을 붙여서 들어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화섭자로 불을 붙일 틈이 어디 있어. 적들이 쳐들어오고 있었는데. 얼른 피하고 봐야지. 그런데 진짜 캄캄하네. 이렇게 캄캄해서는 한 걸음도 움직이기 어렵겠는데.”
당비취하고 손연설은 어둠 속이 익숙하지 않은지 답답함을 토로한다.
“그것도 걱정 마. 내게 축광석이 있어.”
“어? 오빠에게 축광석이? 정말?”
– 스윽─
내가 품에서 축광석을 꺼내자 어슴푸레 빛이 비추어지는 동굴 안.
매우 희미하고 약한 빛이지만 각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상대를 파악할 정도의 빛은 된다.
“어머, 정말 축광석이네. 이건 나도 말로만 듣던 건데. 야명주는 본 적이 있지만 축광석은 처음이야.”
“이 귀한 것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무비는 뭐를 가지고 다니는 거야? 은천잠사에, 손방패에, 축광석까지. 정말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네.”
당비취와 손연설은 축광석을 보고 매우 신기해한다.
하긴 내가 봐도 신기한 물건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다니.
사실 알고 보면 몸에 좋은 물건은 아니다.
저 빛이라는 것이 사람 몸에는 안 좋은 빛이다. 하지만 워낙 미약한 빛이라 목숨에 큰 지장은 없는 빛이기는 하다.
축광석에서 나오는 빛은 미약했지만 주변 사물을 간신히 구분할 정도는 된다.
그리고 이 정도 빛이면 무공이 뛰어난 특작대 대원에게는 등잔불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움직이자.”
“응!”
“이제 좀 보이네.”
내가 축광석을 들고 앞장을 서자 모두 따라서 움직이는 대원들.
그렇게 좁은 동굴로 지나가자 조금씩 넓어지면서 위도 높아진다.
“동굴이 넓어지는 느낌인데.”
“동굴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벽 틈으로 바뀌는 것 같은데.”
“막혔어. 여기도 바위로 막아둔 것 같아.”
마침내 도달한 반대편이 막혀있다. 보니까 바위로 막아둔 것 같다.
– 그르릉─
역시 조금만 힘을 주어도 쉽게 이동하는 바위.
“빛이다. 어휴, 눈 부셔.”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빛이 쏟아지니 눈이 부시다.
모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하면서 빛에 적응한다.
“여긴 어디지?”
“모르지. 나도 반대쪽 지형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어. 비밀통로를 이용해 빠져나오면 독천곡 반대편이라는 사실만 들었어. 독천독과는 반대편 방향이니까, 이대로 산을 타고 내려가면 검각산 반대편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 놈들과 만나지 않고 도주할 수 있어.”
“잘됐네. 빨리 움직이자.”
– 휙휙─
도주로라 생각하자 모두 신이 나서 빠르게 움직인다.
모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산을 타고 내려가기를 얼마나 했을까.
밑으로 계속 내려갔더니 결국 산자락에 도착한다.
“놈들 손에서 벗어난 거지?”
“반대편이니 벗어났다고 봐야지. 놈들은 독천곡 주변을 조사하고 있을 거야.”
“그 비밀통로를 발견하고 따라올 가능성은 없나?”
“어려울걸. 그 통로는 수십 년 전에 통로를 사용했던 약초꾼이나 알 거야. 놈들이 알았다면 그 통로를 놔두었겠냐고. 막았겠지.”
“하긴 그렇겠네. 놈들이 알았다면 그 통로에도 경비병을 세웠겠지.”
산자락까지 내려왔지만 어딘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걷다가 마침내 발견한 마을.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 겨우 한중까지 다시 복귀한다.
객잔의 방에 들어선 후에야 긴장이 풀리는지 모두 침상이며 의자에 쓰러진다.
“어휴! 죽는 줄 알았네. 정말 운이 좋았어.”
당비취가 침상에 늘어지면서 한숨을 토하자 같이 옆에 드러눕는 손연설.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무비의 실력이 좋아서야. 무비 덕에 살아난 거지.”
“맞아. 연설이 말이 맞아. 오빠 덕에 살았어. 5관문에서 적을 해치운 것이며, 비밀통로며 4관문의 은천잠사에 축광석까지. 정말 오빠의 활약으로 모두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어. 이제 임무를 완수했으니 낙양으로 복귀하면 되는 건가?”
“그렇지. 최대한 빨리 낙양으로 복귀해야지.”
한중에서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즉시 짐을 싸들고 한중을 출발한다.
* * *
그렇게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해 복귀한 백정맹.
“특작대가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백정맹에 도착한 뒤에 맹주전에서 임무 완수를 알리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경악하는 수준이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복귀한 우리들이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지옥혈왕의 신체를 파괴했다는 말인가?”
“네, 틀림없이 파괴했습니다. 석관까지 모두요.”
탁패산 맹주는 우리를 바라보면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것은 나머지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다친 사람이 없이 모두 무사복귀를 하다니. 양 각주, 이게 가능한 일인가? 양 각주가 받은 정보나 개천혈교의 호위 병력을 감안한다면 지옥혈왕의 신체 파괴는 일이 할에 겨우 미칠까 말까 하는 임무 아니었나? 설사 지옥혈왕의 신체를 파괴한다 하더라도, 무사복귀는 사실상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 아닌가?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무사귀환을 하다니. 적에 대한 정보 분석이 잘못된 건가?”
탁패산 맹주의 말에 천비각주인 양밀석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다.
“아닙니다. 저희 정보 분석으로는 적의 무력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특작대의 성공 가능성은 일 할이나 이 할에 불과했고, 무사귀환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금진교 교무각주와 교관들도 검토해 봤지만 의견은 대동소이했습니다.”
어이가 없네. 그러니까 특작대의 무사귀환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거잖아.
그냥 사지로 몰아넣은 자살특작대가 맞다니까.
맹주와 각주들의 말을 통해서 이번 작전이 무사귀환하기 어려운 작전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 특작대의 표정이 굳는다.
옆에서 지켜보는 교관들 역시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호호, 이해가 안 되네. 이번 임무는 우리 넷이 갔어도 어려운 임무 아닌가?」
「음양교합지 때문에 우리가 맡을 수 없는 임무였지만, 우리가 맡았다 해도 어려운 임무였지. 적들의 무력은 결코 우리보다 낮지 않으니까.」
「클클, 내가 보기에는 이번 일도 무비 저놈이 뭔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다. 저놈이 아니고서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짓을 할 놈이 없으니까.」
「아미타불! 소승의 생각 역시 같네. 아무래도 현무비 대원이 뭔가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네.」
「흠, 내 생각도 동일하네. 다른 친구들에게는 변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변수가 존재하는 대원은 현무비 대원뿐이지.」
교관들 역시 이번 임무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네 교관이 맡았어도 어려운 임무라는 점에 나도 동의한다.
내가 아는 네 교관의 실력을 합쳐야 마지막 관문을 지키던 다섯 명과 호각지세를 이루었을 것이다.
비록 다섯 명은 해치우겠지만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3관문의 무인들을 상대한다면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웠겠지. 그 정도로 적은 강했다.
“하여간 지옥혈왕의 신체를 파괴했다니, 참으로 장한 일이네. 더구나 무사귀환까지 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자세한 내용을 들어야겠네.”
어떻게 무사귀환을 했는지 궁금한 맹주와 간부들을 위해서 손연설이 차분하게 임무 과정을 설명해 나간다.
“호, 은천잠사에 축광석까지 가지고 있다고? 실로 놀라운 물건들을 가지고 있군.”
손연설에게 과정을 전부 듣고 난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는 간부들.
“비밀통로를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비밀통로가 아니었다면 무사귀환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군.”
“네, 무비 대원이 미리 알아온 비밀통로를 통해 적을 피해 도주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모두 수고했네. 정말 어려운 임무를 모두 열심히 마쳐주었네. 특작대 임무는 끝났으니 포상과정만 남은 거네. 모두 돌아가서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맹주전을 떠나려고 특작대가 일어서려고 할 때 손을 들자 모두 나를 쳐다본다.
“뭔가?”
“맹주님과 각주님 말씀을 들어보면 이번 작전의 성공 가능성은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우리를 작전에 투입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일 할의 가능성이라면 사실상 자살특작대가 아닙니까?”
자살특작대라는 말에 안색이 살짝 변하는 탁패산 맹주.
대원들 역시 그 말에 얼굴 표정이 굳는다.
운 좋게 살아나기는 했지만, 이번 작전에서 자신들이 죽을 뻔했고, 심지어 5관문에서 임무에 실패할 뻔했던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특작대라는 내 말은 과해 보이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음,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네. 자네 말대로 사실상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 투입한 것이 맞네. 또한 자네들의 무사귀환은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운 임무였네. 자네 말대로 자살특작대라는 표현이 틀리지는 않지.”
탁패산 맹주가 내 표현을 순순히 인정하자 대원들 표정에 의외라는 눈빛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더 미룰 수도 없는 일이었네. 그래서 낮은 확률이지만 모험을 걸어본 것이지. 운 좋게 여러분 실력이 우리의 예상보다 뛰어나서 성공한 것이고.”
좋아, 낮은 확률을 보고 우리를 사지로 밀어 넣은 것은 대의적인 결정이었다고 치고.
“다른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가 파괴한 것이 지옥혈왕의 신체가 맞는 겁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쩐지 지옥혈왕의 신체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옥혈왕의 신체가 아닌 것 같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모두가 의혹과 의문이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예전에 어떤 대협에게 들은 바 있는데, 지옥혈왕이 22년 전에 마령이체술이라는 술법이 실패해서 몸을 옮겨가지 못하자 강시로 만들어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본 신체는 강시가 아니라서, 과연 지옥혈왕이 맞는지 의심이 들더군요.”
“지옥혈왕을 강시로 만들었다고? 그 말은 누구에게 들은 건가?”
탁패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탁패산뿐만 아니라 천비각주와 교무각주, 교관들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난다.
전혀 생각지 않은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에 지나가는 대협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들었습니다. 그 대협이 누군지는 모릅니다. 다만 지옥혈왕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강시로 만들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대협의 농일 수 있지 않은가? 신분도 불확실한 떠돌이 무인의 말을 백정맹 정보보다 더 진실이라고 믿는 건가?”
“하지만 만약 그 대협의 말이 맞다면 이번에 저희가 파괴한 것은 지옥혈왕의 신체가 아닐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흐음, 일단 우리는 이번에 파괴한 신체가 지옥혈왕의 신체로 알고 있네. 그 외에 더 해줄 말은 없네.”
“알겠습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맹주전을 물러나와 학관의 회의실에 모인 대원들.
입이 튀어나온 것을 보니 당비취는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피, 뭐야. 결국 우리를 성공 확률도 없는 임무에 자살특작대로 보낸 게 맞다는 거잖아. 그런데도 우리가 무사귀환해서 깜짝 놀라는 거고.”
“뭐 어쩔 수 없지. 원래 전쟁 중에는 확률이 떨어져도 할 수 있는 전술을 시도해 보는 법이니까. 지휘자들은 수하들의 목숨보다는 작전의 성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법이잖아.”
대원들이 불만을 하나씩 터트릴 때 나는 아까 봤던 간부들의 반응을 다시 곰곰 떠올린다.
내가 두 가지 질문을 했을 때 간부들의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