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사업확장(1)
“최근 행적을 모른다면 과거 행적은 어디까지 기록되어 있는 거죠?”
“어디 보자. 22년 전이 마지막 행적으로 기록되어 있네요. 그 이후에는 공식적인 행적이 끊겼어요.”
“마지막 행적이 어디죠?”
“태항산이네요. 태항산에 자리 잡고 강시를 연구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 이후 기록은 없고요?”
“네, 없어요.”
이렇게 되면 난감해진다.
22년 전에 태항산에서 강시를 연구했던 활강시왕 언도석은 이후 개천혈교의 부탁을 받고 개천혈교로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종적을 감춘 상태.
‘태항산으로 다시 돌아갔을 리는 없고. 난감하게 되었네.’
강시술사를 찾으면 지옥혈왕을 추적할 수 있을 거란 내 기대심이 사그라든다.
“아참, 관련 정보가 있기는 한데 참고가 될지 모르겠네요.”
“관련 정보라는 것이 뭐죠?”
“최근의 강시 관련 정보요.”
“최근의 강시 관련 정보가 있어요?”
“강시술사를 찾는다고 하기에 최근의 강시 관련 정보도 수집해서 보내달라 했거든요. 이거라도 드릴까요?”
“물론이지요. 필요한 정보입니다.”
– 부스럭─
“여기 이게 최근 수집된 강시 관련 서류들이에요. 읽어보세요. 언도석을 찾는 것하고는 상관이 없는 정보겠지만요.”
“아닙니다. 때로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은 정보 속에서도 단서가 있는 법이지요.”
작약만향이 꺼낸 서류를 꼼꼼하게 읽으며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그 모습을 옆에서 가만 지켜보는 작약만향. 작약만향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이상하게 단 소협은 내가 아는 사람의 젊은 모습을 쏙 빼닮았어요. 누가 보면 그 사람의 아들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요. 외모는 안 닮았지만 행동은 똑 같아요.”
내가?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런데 나를 보면서 수라검신을 떠올리다니. 여자들의 직감은 놀랍다니까.
“전 그냥 서류를 봤을 뿐인데요.”
“그 서류 보는 모습이요. 그게 사람마다 다르거든요.”
“서류 보는 모습이 사람마다 달라요? 그냥 한 장씩 넘기면서 읽는 거잖아요. 다 같은 모습 아닌가요?”
“아뇨. 달라요. 누구는 한 손을 계속 움직이면서 넘겨요. 누구는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며 넘기고요. 누구는 고개를 삐딱하게 갸웃한 모습으로 읽고요. 누구는 다리를 떨면서 읽고. 또 누구는 탁자를 잡고 읽고. 누구는 탁자를 손끝으로 툭툭 쳐가며 읽고. 누구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읽고. 사람마다 다 다르죠.”
작약만향의 말을 듣고 보니 글 하나 읽는 동작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겠다.
“우린 손님의 습성을 관찰하고 기억했다가 맞춤형으로 봉사해야 하니 개인의 남다른 버릇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억하는 편이지요.”
“제가 작약만향이 아는 사람과 비슷한가 보군요.”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 똑같아요.”
“그래요? 제가 어떻게 읽는데요?”
“석상처럼 읽어요.”
“네? 석상이라고요?”
“집중력을 엄청 발휘해요. 읽는 동안 시선은 서류에 고정한 상태에서 다른 부위는 전혀 미동도 없어요. 뒤에서 본다면 석상처럼 고정된 등판만 보일 걸요. 너무 집중해서 말 걸기가 무서울 정도예요.”
“아, 제가 안 움직이는군요.”
그건 나도 몰랐던 거다.
“네, 그 사람도 집중할 때는 마치 석상처럼 안 움직였었죠.”
와 글 읽는 동작 하나만으로도 특정인을 유추할 수 있다니 소름이네.
역시 여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내 버릇을 꿰고 있잖아.
다 본 서류를 작약만향에게 돌려주고 다시 백정맹으로 돌아와 복기해 본다.
‘미확인 목내이라. 확실히 이상하지. 아니, 의심이 가지.’
서류에 적힌 강시 관련 정보의 구 할 이상은 진주언가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강시술의 최고봉이 진주언가니까.
진주언가 본가나 중원 천하에 산재한 속가들이 강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중원 천하의 강시는 사실 진주언가 출신이 대부분 다루고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기타 정보. 특히 미확인 정보다.
‘대별산 지역에서 발견된 것들은 확실히 이상해.’
서류에는 중원 각지에서 발견된 미확인 강시들을 기록해 두었는데 대별산 지역에서 최근 강시들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숫자가 아니라 강시의 형태 부분이다.
‘피가 한 방울도 안 남은 목내이 형태의 강시라 했지. 이건 일반 강시술사 수준에서는 어려워.’
대개 목내이라 하면 수백 년 동안 무덤에서 지내면서 만들어진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고, 사술에 의해 정기를 빨려 목내이가 되어 발견되는 것이 그 다음이다.
대개 채음보양에 당한 여자나, 채양보음에 당한 남자들이 이런 경우다.
그런데 대별산 지역의 목내이는 조금 이상하다.
무덤에서 나온 것이 아니니 사술에 의해 당한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대개는 기만 빨린 상태의 생강시로 발견되기 마련이다.
몸은 살았지만 생기는 고갈된 형태의 강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별산의 목내이는 피까지 빨린 목내이라고 한다. 피를 빨렸으니 몸까지 죽은 사강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피까지 빼내면서 강시화시킬 수 있는 강시술사는 매우 드물다. 진주언가 출신을 제외하면 거의 찾기 어렵다.
물론 진주언가에서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킬 리가 없으니 진주언가의 소행은 아니다.
‘조사할 가치가 있어. 언도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그러니 대별산으로 가봐야 한다.
“대별산에 간다고? 개봉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고.”
“아니, 개봉에 가서 부모님에게 인사는 드려야지. 그리고 개봉에서 처리할 일도 있어. 사업 준비한 것이 있거든. 그건 처리하고 가야지.”
“그럼 같이 가자.”
“비취, 너는 당문으로 안 갈 거냐?”
“가 봐야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뭐. 오빠랑 다니는 게 더 재미있어. 대별산 갔다가 같이 당문 가는 건 어때? 사천 구경한 적 없잖아. 개봉에서만 살았다며.”
사천을 왜 가 본 적이 없어. 숱하게 갔지. 물론 현무비로 태어난 이후로는 간 적이 없지만.
* * *
어쩔 수 없이 당비취랑 함께 복귀한 개봉.
“어머니 저 왔어요.”
“어머, 우리 비취 왔어. 잘 왔다. 더 예뻐졌네.”
집에 들어서면서 당비취가 활기차게 외치자, 방 안에 있던 어머니가 얼른 뛰어나온다.
어머니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제는 대놓고 우리 비취라며 며느리 취급한다.
그걸 또 좋다고 같이 손을 잡고 흔드는 당비취.
“어머니, 아들도 왔는데요.”
“그래, 우리 아들 왔어. 고생 많았다.”
– 와락─
어머니는 초승달 눈웃음으로 나를 껴안는다. 역시 어머니 품은 나이가 들어도 포근하다.
아버지를 비롯한 식솔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에 근황을 묻는다.
“그 동안 별일 없었죠?”
현무문이 개봉일패가 되었으니 더 이상 아버지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별일은 없다. 다만 최근 와서 개봉 정파들이 영역을 다시 나누자고 제안해서 고민 중이다.”
“영역을 나누다니요?”
“우리 현무문이 인수한 영역 중에 원래 정파인 영역도 있지 않느냐. 그건 정파 문파들이 고루 나누어 가져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또 여러 문파들이 거기에 동조해서 영역 재설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씨부럴 새끼들이 있나. 내가 피 흘려서 얻은 영역을 그냥 처먹으려 그래.
“누가 그런 제안을 하는 거죠?”
“세 개 문파에서 모두 그런 제안에 동의했다.”
“세 개 문파요? 청류문하고 철검문 말고 또 하나가 뭐죠?”
“백호문이 있지 않느냐.”
“백호문의 운찬산 문주는 사망했잖아요.”
“아들이 문주직을 물려받았다.”
백호문 문주의 아들이면 나랑 나이 차이가 많지 않다.
나보다 몇 살 많은 정도의 나이니 문파의 문주 나이로는 무척 어린 나이가 된다.
“그 아들이 영역을 재설정하자고 하던가요?”
“일단 세 문파가 공동으로 제안을 해왔다. 홍벽문과 신종문 영역은 정파가 공동으로 관리해야 하지 않냐더구나. 현무문은 사파 영역을 인수한 것만 해도 상당하니, 사파 영역만 관리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이다.”
이것들이? 얼마 전에 현무문이 개봉 일패로 올라섰을 때는 설설 기면서 서로 돕자는 약정서를 내밀면서 청류문과 철검문을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가더니, 이제는 영역을 나누자고 해?
아무래도 이건 아버지가 유한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다.
아버지가 현무문을 이끌 때는 아버지가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유한 성격에, 무공도 보잘것없으니 아버지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없을 때 아버지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버지는 뭐라고 대답하셨는데요?”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너도 돌아올 때가 된 것 같아서 너랑 의논해 볼 생각이었다. 애초 그들 영역을 인수한 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니라 무비 네가 한 일 아니냐.”
그건 잘하신 거네. 나하고 상의할 생각을 하시고.
“제 의견은 명확합니다. 우리 것은 절대 남에게 안 준다는 것이죠. 우리가 그 구역들을 그냥 얻은 겁니까? 현무대가 목숨을 걸고 싸워서 쟁취한 것입니다. 우리 식솔들의 목숨을 담보로 얻어낸 거라 이거죠. 그러니 그 구역을 차지하고 싶다면 현무대와 싸워서 가져가라고 해야죠. 우리 것은 남에게 하나도 안 줍니다. 아니, 안 뺏깁니다. 그것이 제 대답입니다.”
내 것은 안 뺏긴다. 이것이 내가 강호를 살면서 터득한 진리라구.
확고한 내 대답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역시 아버지 손을 잡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상공, 무비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무비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요. 현무대를 비롯한 우리 식솔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서 얻어낸 거잖아요. 이걸 단지 정파의 영역이었다는 이유로 나누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현무문하고 설가장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을 다른 문파들이 가져간 거였잖아요.”
현무문과 설가장이 받은 박대에 대한 한이 있는 어머니도 다른 문파에게 뭔가를 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바로 나를 지지한다.
“그렇게 합시다. 그냥 운이 좋아 얻은 영역이 아니라, 무비하고 현무대가 목숨을 걸고 싸워서 얻은 영역이니 우리 것으로 하고 지키도록 합시다.”
“아버지, 혹시 다른 문파와 회의가 잡힌 것이 있나요?”
“사흘 뒤에 개봉의 네 개 문파가 한번 보기로 했다.”
“그때 저도 같이 참석하도록 할게요.”
“알았다.”
인사는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를 물어본다.
“포목점하고 전장 사업 준비는 다 끝내신 건가요? 상단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안 그래도 설백상단이랑 이야기를 했다. 동생인 중학이가 도와줘서 준비는 다 끝내놓았다. 무비 네가 오면 의논하고 상단을 출범할 생각이었다.”
“지부에 필요한 땅들은 확보하셨나요?”
“일단 다섯 도시에는 확보해 두었다. 건물을 새로 짓기에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기존 건물을 구입해서 재단장 공사를 했다. 그러니 곧 다 완공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전장에 사용할 교자를 만들 사람을 확보한 다음에 바로 현무상단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도록 하죠.”
“교자를 만들 사람은 어디에서 구할 거냐?”
“개봉에서 구해야죠. 개봉이 본부니 개봉에서 교자를 찍어내야죠.”
“교자나 동전은 관아를 끼지 않고는 만들기 어려운 물건 아니냐?”
“아니에요.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래?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구나.”
두 분은 내가 교자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한 모양이다.
교자를 발행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조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나는 현대인 출신이라 위조를 방지하는 기술을 알고 있다.
그러니 위조방지 교자를 이용한 송금사업은 성공을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