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진짜 특작대(2)
우리 다섯이 죽음으로써 백정맹이 반년을 준비한 특작대는 모두 죽었다고 개천혈교에게 인식시키려는 것이었어.
그리고는 몰래 준비한 교관으로 이루어진 특작대로 뒤통수를 치려는 거였지.
그렇다면 백정학관 역시 실은 교관들의 합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야 하고.
이야, 이렇게 생각하니 제갈신광 저 인간의 두뇌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네.
우리 다섯을 죽여서 개천혈교로 하여금 더 이상의 특작대는 없는 것으로 속이려 하다니.
결국 백정학관 특작대 다섯 명의 뒤통수를 친 거잖아?
‘와아! 저 씨불새끼는 정말 뒤통수의 달인이네.’
그런데 우리가 성공적으로 생환한 것이 알려졌으니 개천혈교 쪽에서는 특작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비를 할 것이고.
제갈신광 저놈은 그 점이 못내 아쉬운 거라 이거잖아.
‘하, 저 나쁜 새끼. 지난번에 나를 죽이고, 이번에도 특작대 다섯 명의 뒤통수를 쳐서 모두 죽이려 했어? 사파놈들도 지들 동료는 죽이지 않는데, 제갈신광 저 새끼는 같은 정파라도 죽인다니까. 하지만 이 새꺄, 내가 알아서 생존했다.’
“이번 특작대의 생환 가능성은 얼마로 보십니까?”
“각주께서 계산한 것과 같지요.”
“성공하면 오 할, 실패하면 영이라는 거군요.”
“그렇지요. 실패하면 모두 죽을 겁니다. 특작대 대원들도 그걸 알고 간 거고요.”
실패하면 모두 죽는 임무라. 이번 특작대 역시 결코 난이도가 낮지 않은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 것이다.
“만약에 성공한다면 지옥혈왕은 부활하지 못하는 것이 맞겠지요?”
“성공한다면 그렇지요. 지옥혈왕의 영혼이 담긴 신체가 파괴되는 것이니까요.”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번 특작대가 실패한다면… 마지막 대비책인 최종3책을 발동하는 수밖에요.”
“꼭 그것을 발동해야 하는 겁니까?”
“해야죠.”
“어려운 문제군요. 사실 죄 없는 사람들 아닙니까.”
“지옥혈왕을 막기 위해서는 죽여야죠. 대를 위해서는 소의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저놈의 ‘대를 위한 소의 희생’ 타령 봐라.
저놈들은 맨날 저걸 이유로 죄 없는 사람의 죽음도 당연하게 여긴다니까.
“휴우, 최종3책은 정말 발동 안 하기를 빕니다.”
“거듭 말하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필수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두렵습니다.”
“각주께서 노력하신다면 그들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건 천비각주의 능력에 달린 문제지요.”
“휴우, 제 책임이 무겁군요. 그들의 생명이 제 손에 달려있다 생각하니.”
뭐야? ‘최종3책’이라는 것이 뭔데?
그게 뭔데 또 누구를 죽이려는 거야?
저들이 하는 말로 봐서는 적을 죽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적을 죽이면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을 테니.
그러니까 ‘최종3책’이라는 것도 자기편을 죽이는 일이라는 이야기잖아.
도대체 ‘최종3책’은 또 뭐야?
하여간, 아무리 봐도 제갈신광 저놈은 살인귀가 몸에 들린 것 같다. 사람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을 보니.
아니, 살인귀도 자기편은 안 죽인다니까. 자기편도 죽이는 저놈은 살인귀보다 더 악마 같은 놈이라니까.
그리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또 뭐지?
지옥혈왕의 부활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인가? 느낌상 그런 뜻으로 파악되는데.
“이번 특작대가 성공하기만을 빌어야겠군요. 안 그러면 적지 않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 수도 있으니.”
“그래야지요. 며칠 후면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겠지요?”
“그럴 겁니다. 태항산까지 가는 데 며칠이면 충분하니까요.”
태항산? 특작대의 목적지가 태항산이야? 그럼 지옥혈왕의 신체. 그러니까 악주필의 신체가 보관된 곳이 태항산이고?
“가보겠습니다.”
“회랑까지만 마중하겠습니다.”
천비각주는 큰 한숨을 내쉬더니 무거운 얼굴로 일어나 방을 나간다.
제갈신광도 일어나더니 천비각주 양밀석의 뒤를 따라 방을 나간다.
‘잘됐군. 제갈신광이 깊이 잠들 때까지 은신하려면 고역인데, 중간에 빠져나갈 기회가 생겨서.’
제갈신광이 빠져나간 틈을 타서 나도 방 안을 빠져나간다.
제갈신광과 천비각주의 대화를 통해서 얻은 성과는 꽤 컸다.
일단 어제 떠난 교관들이 진짜 특작대라는 사실을 알았고, 백정학관 특작대는 적을 속이기 위한 미끼로 다섯 명 모두 죽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다만 마지막 ‘최종3책’이라는 것이 뭔지는 알 수가 없다.
제갈신광과 천비각주 양밀석의 대화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 내용을 나 혼자 알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특작대 대원들에게는 공유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특작대 대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충격받겠는데? 처음부터 죽어야 하는 특작대로 꾸려진 것을 알면 적지 않게 분노할 거야.’
생각해 보니 이미 생환한 상태에서 제갈신광의 음모를 밝혀 봐야 서로 얼굴 붉힐 일만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나 혼자만 아는 정보로 하자. 가까운 당비취는 알아도 될 것 같고. 손연설이나 교적풍은 몰라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이번 특작대가 상당히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은 분명하다.
지옥혈왕의 부활을 저지하느냐 여부가 이번 특작대에 달린 것이다.
늦지 않게 돌아온 나를 보고 반기는 당비취.
“내일 아침에 돌아올 수도 있다더니 일찍 돌아왔네. 어디 갔다 온 거야?”
“비밀이라니까.”
“피이, 내게는 비밀이 없어도 되잖아. 부부는 일심동체라는데.”
“아직 혼인 안 했어.”
“사실상 부부나 마찬가지잖아. 어머니도 인정했구.”
“부부 사이에도 비밀은 있는 법이야.”
“알았어. 더 묻지 않을게.”
새롭게 알게 된 충격적인 내용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일단 자고 나서 머릿속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 다음 날!
좀 자고 일어났더니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자, 영환술사를 계속 찾아야 하나?’
만약 본 특작대가 임무에 성공한다면 영환술사를 찾을 이유가 없다. 지옥혈왕의 부활은 저지되는 거니까.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실패한다 하더라도 영환술사를 찾을 이유가 없는 건가?
내가 영환술사를 찾으려는 이유는 지옥혈왕의 신체인 악주필의 몸을 찾기 위해서인데 이미 제갈신광과 백정맹은 그 몸의 위치를 알고 특작대까지 보낸 상태다.
그럼 구태여 영환술사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개봉으로 가자.”
갑작스럽게 개봉으로 가자고 하니 조금 의아한 표정이 되는 당비취.
“낙양에서 영환술사 정보를 찾는다 하지 않았어?”
“응, 그런데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그 정보를 찾아야 지옥혈왕을 찾는다며?”
“지옥혈왕의 위치는 백정맹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어제 정보원을 만나러 다녀온 건데, 그 정보원이 이야기해 줬어. 그러니 지옥혈왕 신체를 찾기 위해서 영환술사를 찾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가만… 백정맹에서 지옥혈왕의 신체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면? 그럼 지옥혈왕의 신체를 파괴하기 위해 특작대를 보내야 하는 것 아냐?”
“이미 보냈어. 그제 떠난 교관들이 특작대야.”
“뭐라고? 교관들이 특작대라고? 그럼 그제 떠난 교관들이 지옥혈왕의 신체를 파괴하려고 떠났다는 거야?”
“그렇지.”
당비취는 교관들이 지옥혈왕을 처치하기 위해 떠났다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내가 제갈신광이 꾸민 음모는 빼고 간단하게 정보원에게 들은 것처럼 필요한 정보만 설명하니 납득하는 모양새다.
“그럼 교관들이 성공하면 지옥혈왕의 영혼도 파괴되는 거네?”
“그렇지. 그러니 뒷일은 백정맹에 맡기고 우리는 개봉으로 돌아가서 우리 일이나 하면 될 것 같아.”
“나야 개봉으로 복귀하는 게 좋지.”
영환술사 찾기를 포기하고 개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 * *
“아들 왔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가장 먼저 어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역시 개봉은 내 고향이라 정겹고 포근하다.
개봉으로 복귀한 후 며칠은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고 빠르게 지나갔다.
포목점과 기성복점을 비롯해 전장사업까지.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서 처리할 일이 많았다.
“아웅, 온몸이 굳는 것 같네. 하루 종일 서류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산책 나가자. 굳은 몸 푸는 것은 산책이 최고야.”
“그럴까?”
당비취와 함께 나간 산책.
해질 무렵이라 노을이 빨갛게 물들어간다.
“와, 하늘 아름답다. 붉은 노을이 정말 아름다워.”
“그러네. 일에 치여 사느라고 하늘을 쳐다볼 일도 많지 않았는데. 오늘 따라 노을이 붉네.”
마치 핏빛처럼 붉은 노을이었다.
“저기 대상국사네. 개봉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이잖아. 저기 한번 들러보자.”
“응, 그러지.”
대상국사는 오래 된 절이고 큰 절이다.
송나라 때는 이것저것 다양한 물건도 판매하는 상업활동도 했지만 요즘은 물건 파는 일은 접은 모양이다.
조용한 경내에 인적이 드물다.
“조용하네.”
“해질 무렵인데 누가 절을 찾겠어. 우리처럼 산책이나 하려는 사람이 찾는 거지.”
그렇게 대상국사 안을 천천히 산책한 후에 어슬렁거리다 보니 서호까지 오게 되었다.
“와, 서호는 몇 번을 봐도 아름다워. 역시 호수가 둘이서 산책할 때는 분위기가 있어.”
서호를 돌면서 당비취는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었다.
그러나 내 귀에는 미묘한 소리가 들린다.
“이거 병장기 소리 같은데?”
“응? 그래?”
“응,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전투? 싸움구경이 최고지. 어디야?”
조금 전까지 분위기를 따지던 당비취는 눈빛을 반짝이며 싸움구경을 재촉한다.
“저쪽이야. 가보자.”
나 역시 서호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긴 상황이다.
현무문이 개봉일패가 된 이후 문파 사이에 전투가 벌어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파끼리 전투가 아니라면 개인적인 전투라는 뜻. 그런데 병장기 소리를 들으면 일대일은 아닌 것 같고. 어쩐지 다수와 싸우는 전투 같단 말이야.’
– 휘릭─ 휙─
신법을 이용해 서호 주변을 달리면서 소리가 난 곳을 향해 움직인다.
역시 다대일의 전투가 진행 중이었다.
서호 우측에 있는 갈대밭에서 사람들의 인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갈대 위로 나타났다가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인영들.
그중 한 명은 흑의를 입고 있는데, 딱 보는 순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봐도 몸매가 완연하게 드러나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초류선이잖아?”
“어머, 정말? 초 소저가 맞아?”
“맞아. 저 몸매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어.”
“초 소저가 누구랑 싸우고 있는 거야?”
“그거 따질 시간이 어디 있어. 일단 적부터 해치우고 봐야지.”
“아, 맞다. 그렇지. 얼른 가서 도와주자.”
속력을 더 올려서 도착하니 적은 다섯 명이나 된다.
악전고투를 벌인 흔적이 역력하다. 초류선의 온몸이 피로 물든 상태다.
– 부웅─ 쉬익─
다짜고짜 검을 발검하고 놈들을 향해 달려든다.
– 채챙─
“흣, 누구냐?”
“그러는 네놈들은 누군데?”
갑자기 등장한 우리 둘을 보고 잠시 뒤로 물러서는 적들.
“크흣, 두 사람은?”
“초 소저, 나야. 저들은 누군데 여기에서 저들과 싸우고 있는 거지?”
“크윽, 개천혈교 무인들이다. 저들에게 쫓기는 중이다.”
“개천혈교? 그럼 지옥혈왕의 몸을 파괴하려는 특작대 임무는 성공한 건가?”
순간 눈이 커지는 초류선.
“크윽, 그걸 어떻게?”
“오빠, 초 소저 상태가 위험해. 일단 적부터.”
“그래, 알았다. 적부터 없애고.”
상황이 다급하니 초류선과 대화는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적부터 없애기로 한다.
초류선과 싸우는 모습으로 볼 때 놈들은 일류 이상의 고수들이다.
만약 이들 중에 절정이 있다면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