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동생 찾기(2)
“저기요. 천운 장로님! 적과 싸우다 죽거나 부상이면 몰라도 행방불명이라뇨?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흠, 그게… 놈들이 부상당한 무당 제자들을 납치해 갔소. 우리 역시 납치당한 제자들 때문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중이요.”
천운 장로는 내 질문에 조금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대답한다.
“아니, 이해가 안 되네요. 적이건 무당파 제자건 모든 힘을 다해 적들과 죽어라 싸워야 할 판에 납치라뇨. 납치를 하려면 그만큼의 인원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그럼 적들이 그 정도로 인력 여유가 있었다는 말이 되는 건가요?”
“하아… 설명이 쉽지 않군. 놈들은 전투를 하는 놈들하고 부상자를 납치하는 놈들로 따로 나누어진 상태였소. 이상하게 전투를 하는 놈들은 거의 광인처럼 덤벼들었고, 뒤에서 부상자를 제압해서 납치하는 놈들은 멀쩡한 무인들로 보였소. 우리 역시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중이오. 하여간 그래서 적지 않은 제자들이 놈들에게 납치된 상태요.”
“그럼 놈들이 명원, 아니, 무당 제자들을 납치해서 어디로 끌고 간 거죠?”
“그건 우리도 모르는 바요. 적들이 물러간 후에 생존자와 부상자 처리에도 바빴으니 말이오.”
“추격대를 보내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추격대를 보낼 여력이 있을 리가 없지 않소. 당장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적이 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남아 있는 인력을 추격대로 보내기에는 위험한 상황이었소. 그리고 워낙 혼란한 상황이라 추격대를 파견할 정신도 없는 상태였고.”
“그럼 납치당한 제자들의 생사는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네요?”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이오. 마음 같아서 추격대를 보내서 구하고 싶지만 본문의 부상자 처리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납치된 일부 제자를 위해 인력을 구성할 수가 없었소.”
추격대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천운 장로의 말이 아쉽게 느껴졌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를 한다.
“장로님, 적들이 광인과 같았다 그랬죠. 혹시 그 적들의 시체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손연설이 자신이 온 이유를 상기하고 시체를 확인하겠다고 나선다.
“대부분의 시체는 소각한 상태고 몇 구는 조사용으로 남겨둔 상태요. 그건 의약당의 허가를 받아야 할 거요. 자네가 이 두 분을 의약당에 안내해 주게.”
젊은 도사 한 명의 안내를 받아 의약당에 가서 허가를 받고 도착한 건물.
“창고로 쓰던 건물인데 임시로 적의 시체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소이다. 살펴보시오.”
“고마워요.”
손연설이 시체를 한 구씩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상하네. 이 시체들이 죽은 지 꽤 시간이 지났잖아. 7일은 지났는데 아직도 시체가 전혀 부패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네.”
상식적으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시체 상태다.
“그러니까 이상한 거지. 7일이 지난 시체면 상당 부분이 부패되어야 하거든. 그런데 생각보다 멀쩡해. 그 이야기는 이 시체에 무슨 약품 처리가 되었다는 이야기지.”
손연설이 시체를 살펴보면서 가볍게 대답한다.
“무당파에서 적의 시체에 약품 처리를 할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이놈들이 무당파와 싸우기 전에 뭔가 약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그 약 기운 때문에 놈들이 광인처럼 행동을 한 것일 수도 있고.”
손연설이 꼼꼼하게 시체를 확인하면서 여기저기 살피더니 얼굴과 눈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그런 후에는 머리 쪽에 손을 대고 뭔가를 탐색한다.
“다 봤습니다. 고마워요.”
시체가 있는 창고를 나온 손연설은 의약당 당주를 찾아가더니 부상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한다.
부상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적의 상태를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손연설.
“그러니까 마치 광인과도 같은 상태였다 이거죠.”
“크흠, 그렇습니다. 칼에 베이고도 고통을 느끼지 않은 것이 완전히 미친놈처럼 보였습니다. 눈에는 정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 생각이 없는 자들처럼 보였습니다.”
“초식에 비해서 힘이 엄청났고요.”
“크흠, 네. 분명 초식으로 보면 삼류나 이류 정도 수준인데 힘은 엄청나서 힘으로 우리를 압도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며 전투를 치렀고, 놈들과 전투를 치르는 동안 공포감이 밀려들 정도였습니다. 뭔가 어설픈 공격 같지만 우리의 공격을 무시하고 동귀어진하자는 식으로 무작정 공격만 펼치니 우리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요. 정말 광인 같은 자들이었습니다.”
“힘이라는 것이 내공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근력을 말하는 건가요?”
“크흠…! 근력 쪽에 더 가깝습니다. 내공이 강했다면 검기를 발산했을 텐데 검기를 발산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실제로 놈들의 무기와 부딪쳤을 때 힘의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어설픈 초식에 비해 힘이 강하니 괴력을 보여주는 놈들 같았습니다.”
“상대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네요.”
“정상적인 무인이 아니었으니까요. 상처와 목숨을 돌보지 않고 덤벼드는 놈들이 무섭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손연설은 꼼꼼하게 적과 싸울 때 상황이라든지 적의 무공이나 내공, 이상한 점과 약점 등을 물었다.
옆에서 손연설의 질문을 듣는 동안 기시감처럼 떠오르는 내용이 있었다.
부상자를 만나고 나오는 손연설의 표정은 심각했다.
“뭐 찾아낸 거 있어?”
“응,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에 공격한 자들은 개천혈교의 무인들이 아니야.”
“개천혈교 쪽일 거라고 다들 생각하는 분위기던데?”
“개천혈교에서 습격한 것은 맞아. 다만 전투에 참여한 사람들이 개천혈교 무인이 아닐 거라는 뜻이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무기와 무공이 일치하지 않아.”
“응? 뭐라고?”
“이번에 습격한 적들의 무공이 제각각이야. 개천혈교 무인이라면 수하들이 배우는 무공으로 통일이 된단 말이야. 무당파 제자들이 같은 무공을 쓰는 것처럼 개천혈교 무인들도 같은 무공을 써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그야 그렇지. 같은 문파나 조직이면 같은 무공을 배우게 되니, 같은 무공을 써야 하지. 어? 그럼 연설이 지금 네가 말하는 것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싸한 느낌이 올라온다. 손연설의 말에서 뭔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뭔지 감이 와?”
“설마… 납치된 사람들에게 이성을 마비시키는 약을 먹여서 이용했다는 거야?”
“응, 내 생각은 그래. 여기저기서 납치한 사람들에게 약을 먹이거나 특별한 시술을 통해서 광인을 만든 다음에 무당파를 공격하게 했을 거 같아. 그래서 침입자들의 무공이 제각각이었던 거야.”
“그건 정말 무서운 가정인데.”
“가정이지만 가정보다는 확신에 더욱 가까워. 시체를 보고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본 결과 이번에 공격한 개천혈교 무인들은 뭔가에 의해 이성을 잃고 광인이 된 상태인 것이 분명해. 다만 이들이 약이나 시술에 의해서 미치광이가 된 것은 금방 이해가 되는데, 본래보다 근력이 강해진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 본래보다 전투력이 배로 향상되었다는 이야기거든.”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무슨 이야기?”
“예전에 사령음혼귀라는 놈을 처리한 적이 있어. 놈에게서 놈이 사용한 독약 등을 획득해서 당비취에게 준 적이 있는데, 한 가지 약은 당비취가 이상하다고 하더라.”
“무슨 약이기에?”
“최음제나 산공독, 절독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켜 주는 약이라고 하면서 신기해하더라.”
“순간적으로 폭발시켜 준다고? 어떻게?”
“비취 말에 의하면 일종의 흥분제 같은 거라던데. 잠시 동안 근육의 힘을 강화시켜 주는 약이라고 했어.”
내 설명이 끝나자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손연설.
“그래. 그런 거였구나. 놈들이 정신을 잃게 만드는 약 속에 근육강화제 같은 약을 섞어서 사용한 거구나. 그래서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도 괴력을 발휘한 거였어.”
나도 놈들의 수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럼 놈들은 적과 전투에서 납치한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어 다음 전투에 투입하는 방식을 쓴다는 거잖아. 이렇게 되면 놈들은 자신들의 희생은 없이 납치된 사람을 이용해서 전투를 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거야. 이거 정말 무서운 계략인데?”
“맞아. 그렇게 각 문파의 전략을 갈아먹기만 하고 빠지는 거야. 무당파와 전투에서도 그렇게 무당파 전력만 갈아먹고 빠진 거고. 납치된 무당파 제자와 함께.”
“그럼 납치된 동생이 놈들에 의해 광인으로 변해 다른 문파를 칠 수 있다는 이야기네.”
“그런 이야기지.”
상황이 다급해졌다.
“놈들을 추적해야 해. 이대로 동생이 놈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어.”
“하지만 놈들이 퇴주한 지 7일이나 지난 상태야. 놈들을 쫓을 수 있을까?”
“가능해. 놈들만 퇴주한다면 어렵지만 납치된 사람들이 있잖아. 납치된 사람들은 신체가 자유스럽지 않으니 놈들이 들고 운송해야 해. 그러니 놈들의 걸음은 느려질 수밖에 없어. 하루 걸리면 이동할 거리도 삼사 일은 걸릴 거야. 더구나 놈들이 사람의 눈을 피해 관도가 아닌 산길을 이용해 퇴각했다면 더욱 느려질 것이고. 어쩌면 하루 이틀 거리에 놈들이 있을 가능성도 있어.”
“그래? 그럼 놈들이 생각보다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거야?”
“일반적인 이동속도로 이삼 일 거리 정도에 있을 가능성이 많아. 우리가 지금 따라잡으면 며칠 후에는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어.”
추격술이라면 나도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놈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
천운 장로를 다시 찾아서 퇴각 방향을 묻는다.
“천운 장로님, 놈들의 퇴각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파악이 되었습니까?”
“그건 알지요. 주변 민가의 주민들이 보고 들은 것이 있으니까요. 남서쪽으로 퇴각했습니다.”
“남서쪽이라. 방현 방면이군요. 알겠습니다.”
동생이 납치된 것을 알았으니 더 이상 무당파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서둘러 무당산을 내려와 해검지에서 검을 찾아 남서쪽을 향해 움직인다.
“흔적이 있을까?”
“있어. 한 명이면 몰라도 다수가 움직였어. 길에 자국이 안 남을 수가 없고, 다수가 먹고 자는 흔적이 남지 않을 수가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두 시진 가까이 움직이는데 눈에 들어오는 흔적들.
“찾았다. 놈들이 마차를 준비해 두었어. 납치된 사람들을 운송하기 위한 용도야.”
“그래?”
“여기 길에 난 이 자국들을 봐. 마차 자국이 있잖아. 그리고 주변으로 무수한 사람 발자국이 있고. 이 길이 응달이 져서 축축한 길이야. 그래서 발자국이며 마차바퀴 자국이 그대로 찍힌 거야. 흙이 마른 정도를 감안하면 육칠일 정도 전쯤에 만들어진 자국이야. 이 길을 따라 이동한 것이 맞아.”
손연설이 내가 가리킨 진흙 쪽 자국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맞네. 엄청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지나갔네. 발자국 위에 발자국이 겹친 상태야.”
“경로만 알면 놈들을 따라잡을 수 있어.”
쉬지 않고 말을 달려 사흘을 달린 결과 놈들의 흔적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기 이곳은 놈들이 야영한 흔적이야. 막사를 지었다가 허문 흔적하고 솥을 걸고 요리를 한 흔적이야. 나무 태운 재들이 주변에 가득해. 수십 명이 잠을 자고 먹어야 하니 흔적을 남길 수밖에. 그리고 재가 꽤 많이 남았고, 온기가 느껴져.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확신할 수 있다. 놈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방현에 도착하기 전에 놈들을 따라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