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편복독귀(2)
아니, 박쥐 대처법이 거울이라니? 참으로 묘한 대처법이다.
“그렇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표면이 매끄러운 철판이나 거울을 들고 있으면 부딪치는 것이 박쥐입니다.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죠. 우리 서협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주인의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박쥐의 특성. 생물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기억난다.
‘박쥐가 투명한 유리창에 자주 부딪치는 이유가 초음파가 돌아오지 않아서라고 그랬지. 그러고 보니 거울에 앉아서 물을 먹는 시늉을 하는 박쥐도 많다고 했지. 거울에서 돌아오는 초음파가 수면처럼 매끈해서 거울을 수면으로 착각한다던가.’
박쥐들이 왜 거울이나 철판에 부딪치는지 이해가 된다. 박쥐들은 초음파로 지형과 대상을 파악하는데, 거울이나 매끄러운 철판은 박쥐의 초음파를 반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키기 때문에 장애물이 없는 빈 공간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박쥐에 대한 습성을 떠올리니 박쥐에 대한 대처법이 생각난다.
“주인장 혹시 이 마을에 거울을 파는 잡화상도 있소?”
“있지요. 마을이 크지 않아서 장터가 작은데, 한 곳에서 거울을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대 거울은 없고, 손거울만 팝니다만.”
“손거울이면 충분하지요.”
식사를 마치고 주인장에게 들은 잡화상을 찾아가서 거울을 몽땅 사자 의아한 표정이 되는 손연설.
“거울은 사서 뭐 하게?”
“몸에 붙여야지.”
“몸에 붙인다고?”
“거울을 몸 전체에 사방으로 붙이면 박쥐들이 우리의 신체를 파악하는 것에 혼동이 올 거야. 일단 우리의 크기부터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지. 우리가 움직이는 동안 어디는 공간으로 어디는 사람으로 인식할 테니까. 그런데 그게 또 잠깐 사이에 공간과 물체의 위치가 바뀌고 그럴 거야. 우리가 움직이는 동안 거울의 반사각이 달라질 테니까.”
“거울의 반사각이라니? 무슨 반사각? 어두운 동굴에 햇빛이라도 비친다는 거야?”
“햇빛이 아니라 초음… 됐다. 그런 거 있어. 박쥐가 사물을 파악하는 원리 같은 것.”
생각해 보니 초음파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한국인이야 음파, 전파, 초음파 등이 쉽게 이해되는 개념이지만 이곳에서는 쉽지 않았따
당연히 박쥐의 습성이나 박쥐가 내는 초음파 설명도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뭐를 반사하냐고?”
“박쥐가 사람 귀에는 안 들리는 소리를 내. 그 소리가 반사되는 것을 통해서 물체를 판별하는 동물이야.”
“그래? 사람 귀에 안 들리는 소리를 낸다고?”
“응, 그래.”
초음파를 사람 귀에 안 들리는 소리라고 하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손연설.
“사람 귀에 안 들리는 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떻게 안 거야? 사람 귀에 안 들리는 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잖아?”
손연설 이 여자는 너무 똑똑한 것이 문제야. 당장 허점을 파고들다니.
“측정하는 방법이 있어. 그것을 설명할 시간은 없고. 하여간 거울을 몸에 두르면 박쥐들이 공격대상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맬 거야.”
“정말로 거울을 몸에 붙일 거야?”
“그럼, 정말이지. 운화편복동에 들어가려면 그래야 해.”
다시 산으로 향한 후에 한적한 곳에서 거울을 꺼내놓고 함께 준비한 끈을 이용해 몸에 거울을 붙이기 시작한다.
손잡이에 끈을 끼워서 온 몸 여기저기에 거울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 정말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킥! 이건 너무 이상하잖아. 너무 우스꽝스럽고, 바보 같아. 마치 광대놀음 하는 것 같아.”
손연설은 내 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한다.
“우스꽝스러워도 실리가 중요하니까. 이렇게 해야 박쥐의 공격을 피할 수 있어.”
“그럼 나도?”
“너도 동굴에 들어가려면. 안 들어가려면 안 해도 되고.”
“나도 들어가야지.”
어쩔 수 없이 손연설도 거울을 온 몸에 매달기 시작한다.
“아, 이건 정말 모습이 너무 이상한데.”
내가 봐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온 몸에 거울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
광대 같은 모습으로 운화편복동을 향해 출발한다.
* * *
그리고 도착한 운화편복동.
입구에서부터 음산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기가 운화편복동이야?”
“응, 횃불을 만들었으니 들어가자.”
손에 든 송진 횃불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가면서 최대한 박쥐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얼마를 들어가자 공기가 달라진다.
“이건 독향인 것 같은데? 강한 독은 아니지만 독이 분명해.”
몸에서 반응하는 걸로 볼 때 독향이 분명하다.
“그런 것 같아. 동굴에서 왜 독기가 흐르지?”
“편복독귀 그놈이 독을 이용해 독편복을 만드느라고 독을 사용하는 것 같아. 그 독향이 동굴 안에 퍼지면서 독향에 중독된 박쥐들이 제 정신을 못 차리고 미쳐 날뛰는 것 같은데.”
“무비 네 말이 일리가 있네. 독편복을 만들기 위해 독을 사용한 것이 퍼져서 다른 박쥐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네. 그럼 이 안에 편복독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잖아.”
“그럴 것 같아. 조심해서 들어가자.”
동굴은 길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벽에 붙어서 자고 있는 박쥐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천장에 적지 않은 박쥐들이 있어. 지금까지 본 것만 수천 마리는 되겠다.”
“더 있어. 지금까지 본 것의 열 배는 넘는 수만 마리가 동굴 안에 가득 있어.”
점차 많아지는 박쥐들을 보면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박쥐 한 마리가 날아온다.
– 텅─
– 키익─
내 등의 거울에 부딪치더니 묘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박쥐.
“어머, 정말이네. 박쥐가 거울에 부딪치는 바람에 기절하네.”
거울의 효과를 확인한 손연설은 놀람 가득한 눈이 된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데 알록달록한 동굴 기둥들이 가득한 광장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때 느껴지는 인기척.
“크크크, 누가 들어온 거지? 운이 나쁜 놈들이로군. 박쥐동굴 구경하러 왔다가 죽게 되었으니.”
기둥 저쪽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눈이 퀭하게 들어간 모습이 마치 마른 시체를 보는 것처럼 음침한 모습의 사내다.
얼굴에 살이 별로 없어서 광대뼈가 유난히 도드라지는 사내.
어깨와 머리 위에는 박쥐로 보이는 것들이 붙어 있다.
아마 등 뒤에도 적지 않은 박쥐가 붙어 있을 것이다.
사내는 음습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향해 시선을 날린다.
“으응? 놈들이 아니라 여자? 그것도 젊은 놈 두 놈이? 마을 주민이 아닌 것 같은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쳐다보던 사내는 우리 둘을 보면서 의문 가득한 눈빛을 짓는다.
그러다가 우리 둘의 복장으로 시선이 향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편복독귀.
“그건 손거울? 몸에 손거울을 잔뜩 붙이고 있어? 이놈들이…? 설마 박쥐에 대응하려고? 그렇다면 이 동굴에 들어온 것이 그냥 들어온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뜻?”
사내는 우리들이 몸에 매달고 있는 손거울을 보더니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무비야, 저자가 편복독귀인 것 같은데.”
손연설의 말에 눈빛이 확 바뀌는 사내.
“뭐야? 네년이 어떻게 내 별호를?”
“연설이 네 말대로 편복독귀가 맞다. 제대로 찾아온 거네.”
드디어 3귀 중 한 명인 편복독귀를 찾았다.
“내 별호를 아는 것을 보니 그냥 우연히 동굴에 들어온 것이 아니로군. 나를 찾아온 것이냐?”
편복독귀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사라지면서 정색을 한다.
“맞아. 편복독귀 너를 찾아왔지.”
“건방지게 어린놈이 반말을?”
놈의 눈에 노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고작 약관을 넘긴 내가 반말로 자기를 하대하니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이 자식아, 전생의 경험까지 합치면 네놈보다 나이가 한참 많아. 하긴 저놈이 그걸 알 리가 없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내가 너를 찾아온 이유가 중요한 거지.”
“흠, 그래. 그 말이 맞지. 어린놈들이 어떻게 나를 알고 찾아온 거지?”
“한 사람 근황 좀 물어보려고.”
“근황? 누구 근황을 물어보겠다는 거냐?”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사람의 근황을 묻겠다고 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편복독귀.
그러나 내가 묻겠다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 표정이다.
“염혼독귀. 그놈의 근황이 궁금해서 말이야.”
“뭐? 염혼독귀 사형의 근황을 묻는다고?”
내 입에서 염혼독귀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지는 편복독귀.
“네놈… 보통 놈은 아니겠구나. 사형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일반적인 무인은 아니로구나.”
놈은 눈빛에 경계심을 띠기 시작했다.
자신의 별호를 아는 것만 해도 놀랄 일인데, 이 외진 동굴에서 염혼독귀의 별호가 나오니 내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눈치는 빠르네. 뭐 그냥 대답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러니 일단 제압하고 봐야지.”
“쿡! 네놈이 나를 제압한다고? 그것도 이 동굴 안에서? 내 별호를 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텐데?”
“알아. 박쥐를 부린다 해서 편복독귀잖아.”
“그런데 박쥐가 가득한 이곳에서 나를 제압한다고? 그야말로 가소로운 일이로군.”
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박쥐로 가득 찬 동굴 안이라면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것이다.
동굴이 아닌 바깥이라 하더라도 수백 마리의 독편복을 조종하는 편복독귀를 상대할 무인은 많지 않다.
“가소로운 일인지는 지나보면 알겠지.”
나 역시 놈의 무공이 두렵지는 않기에 씨익 웃으면서 검을 꺼낸다.
“연설아, 횃불 잘 들고 있어. 전투는 나 혼자 해도 충분하니까.”
“응, 알았어.”
횃불을 손연설에게 맡기고 놈을 향해 다가가자 놈이 씨익 웃더니 괴상한 소성을 지른다.
– 삐익─
– 파다닥─
그 순간 놈의 등 뒤에서 날아드는 박쥐들. 일반적인 박쥐들이 아니라 독편복일 것이다.
– 휘릭─ 부웅─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박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박쥐에게 물리면 안 되니 아예 몸 근처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 휘익─ 서걱서걱─
– 키익─ 킥─
– 투둑─ 투둑─
내 칼질에 썰려나가는 박쥐들.
순식간에 몇 마리가 칼에 베이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박쥐의 수는 많았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박쥐를 모두 해치울 수는 없다.
특히 뒤에서 달려드는 박쥐까지 처리하기는 어려웠다.
– 텅─ 후둑─
다행히 뒤에서 달려들던 박쥐는 거울에 부딪치면 떨어진다.
‘일단 내 피를 빨려고 달려들던 박쥐들이 거울에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달려드는 박쥐를 베면서 편복독귀에게 접근하자 놈이 당황하면서 뒤로 물러선다.
– 삐익─ 삐리릭─
– 펑─
다시 한번 편복독귀가 입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품에서 뭔가를 꺼내 터트린다.
“연설아, 독향이야. 호흡 정지해.”
놈이 터트린 것은 독향. 그러나 독향의 독기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왜 독기가 약한 독탄을 터트린 거지?’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파다다닥─ 파라락─
– 키익─ 키익─
그야말로 동굴을 가득 메울 것처럼 엄청난 수의 박쥐가 날아다니면서 우리를 향해 몰려왔기 때문이다.
수천 마리의 박쥐가 몰려들더니 나와 손연설을 향해 덮치기 시작했다.
– 부웅─ 서걱서걱- 후두둑─
– 텅─ 후둑─ 텅─
독향은 동굴 안의 박쥐들을 중독시켜 우리를 공격하게 만들기 위한 용도였다.
놈의 독편복은 내 검에 의해 썰려 나가고, 일반 박쥐는 거울에 부딪쳐 떨어진다.
‘손거울 효과가 좋군.’
박쥐들은 나를 공격하려고 접근하다가 우왕좌왕했다. 거울에 의해 초음파가 교란되면서 공격대상인이 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박쥐를 썰면서 편복독귀를 향해 접근하자 편복독귀는 다시 뒤로 물러선다.
동굴 안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