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천상적기의 딸(1)
“크윽, 내 무공서만 봐서는 음공을 익힐 수 없소. 그 무공서에는 비의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이오. 내 딸은 그 비의를 내게 배웠기 때문에 무공서만 있어도 익힐 수 있지만, 현 소협은 그 비의를 모르니 무공서를 봐도 익힐 수 없을 거요. 그러니 그 비의 부분의 구결을 전수해 주겠소.”
뜻하지 않게 실험체로 납치된 천상적기를 통해서 천상적기 산우현의 비의를 전수받게 되었다.
모든 구결과 비밀을 내게 전수한 산우현은 편안한 눈빛이 되었다.
“이제 나를 죽여주시오. 죽기 전에 현 소협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소. 내 딸에게 내 안부와 무공을 전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오. 그리고 현 소협 덕에 죽지 못하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크게 감사한 일이오.”
“그렇게 하지요. 편히 가십시오.”
산우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산우현의 뇌호혈에 진기를 넣어서 조용히 산우현의 목숨을 끊어주었다.
중독으로 인해 험악한 얼굴로 변했지만 산우현은 웃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산우현은 행복한 얼굴로 생을 마감했다.
“염혼독귀, 이 잔인한 녀석을 너무 곱게 죽인 것 같아. 놈도 독으로 살과 뼈를 녹인 후에 서서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 죽게 했어야 하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염혼독귀 그놈을 너무 편안하게 죽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살려낸 다음에 죽일 수도 없고.
“어쨌든 생각지도 않게 음공을 획득할 기회를 얻게 되다니. 안 그래도 음공이 꼭 필요하던 차였는데.”
내가 여러 종류의 무공을 익혔지만, 음공은 익힌 것이 없다.
그런데 3기 중 한 명인 천상적기의 음공을 배울 기회를 갖게 되었다.
중원 최고의 음공이라는 그 음공을 내가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낙양에 들러야 하잖아.”
천상적기의 무공도 딸도 낙양에 있다. 그러니 낙양으로 가야 한다.
염혼독귀만 처리하고 바로 개봉으로 복귀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낙양으로 방향을 잡는다.
* * *
낙양에 도착해서 천상적기가 알려준 약도대로 도착한 집.
커다란 장원은 아니지만 적당한 규모에 우아한 멋이 있는 집이다.
음악에 조예가 있는 천상적기하고 잘 어울리는 집이다.
지금은 주인이 없으니 빈집인 상태. 대문을 열고 들어가 천상적기가 말한 건물을 찾는다.
“이 건물이군. 낙음당.”
음을 즐긴다 해서 붙인 건물 이름.
안으로 들어가니 정갈하게 정돈된 방 안에 장농과 피리만 있을 뿐 다른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깔끔한 성격이었군. 방 안이 이렇게 깔끔하게 정돈된 것을 보니. 어디 보자. 이 방 안에 있는 농의 맨 아래 서랍이라 그랬지.”
– 끼이익─
맨 아래 서랍을 앞으로 잡아당긴다. 끝까지 잡아당겨서 농 바깥으로 빼낸 다음에 서랍의 아래를 확인한다.
있다! 서랍 아래 붙어있는 작은 책자 한 권.
“이런 곳에 숨겨두면 쉽게 찾기 어렵겠네. 대부분 서랍을 열어서 안에 있는 물건만 확인하려 하지 바닥 밑에 뭔가 숨겼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바닥에는 숨겨둘 공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일반인의 심리를 역이용한 은닉 수법이네. 바닥의 그 작은 높이 차를 이용해서 붙여두다니.”
– 찌익─
책을 붙이는데 사용한 종이를 찢어내고 책을 꺼낸다.
“월야적음신공이라. 이름도 낭만적이네. 어디 보자.”
월야적음신공은 4초식으로 된 무공이다.
초식은 몇 개 없지만 그 위력은 대단한 음공으로, 검법 같은 일반적인 무공이 아닌 음공이라 초식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무공이다.
“천상적기의 말대로야. 무공서만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역시 음공이라는 특성상 현묘한 비의를 담고 있어. 그 비의를 모른다면 이 무공서를 봐도 익힐 수가 없어. 결국 비의는 사람을 통해서만 전수되고, 초식만 이 무공서를 통해서 전승되는 거로군.”
기왕 책을 본 김에 앉은 자리에서 구결을 외우기 시작한다.
두꺼운 책은 아니라 구결을 외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천상적기로부터 비의도 전수받았기에 구결을 외우면서 그 초식에 대한 이해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훌륭하네. 역시 중원 최고의 음공다워. 이제 딸이 산다는 곳으로 찾아가서 이 책을 전해주면 되는 거네.”
책을 품 안에 넣은 뒤에 서랍을 원래 위치로 복원시킨 후에 낙음당 문을 열고 나선다.
그때 머리 쪽을 향해 느껴지는 예기.
– 쉬익─
“흐잇!”
갑작스러운 적의 기습에 깜짝 놀라며 내딛던 발을 박차며 몸을 회전시켜 적의 공격을 피한 후에 다시 한 발을 박차며 뒤로 후퇴한다.
정말 순간적인 대응이었다.
“뭐야? 여기에서 적이 나타나다니. 이 집을 감시하고 있었던 적이 있었던 건가?”
– 휘릭─
“웬 놈이 남의 집에서 도둑질을 하는 것이냐?”
방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습격자.
뜻밖에도 습격자는 여자였다. 그것도 미모가 출중하고 몸매마저 아주 훌륭한 아름다운 여자.
단검을 들고 나를 노려보는 여자.
그 습격자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나.
습격자가 여자고,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사실에 놀란 것이 아니다.
“어…?”
그리고 습격자 역시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현 소협? 현 소협이 왜 여기에?”
“아니, 그건 나도 묻고 싶은 말인데. 초란 루주가 여기에서 왜 나타나는 거야?”
홍청루의 운영을 맡고 있는 명목상 루주인 초란 루주가 나를 공격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초란 루주가 왜 튀어나온 거야?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야 여긴 우리집이니까.”
“응? 여기가 초란 루주집이라고? 아닌데. 여기는 천상적기 산 대협의 집인데.”
“어? 현 소협이 어떻게 우리 아버지를 아는 거죠?”
나를 보고 놀랐던 초란 루주의 눈이 더욱 커지면서 입을 쩌억 벌린다.
“뭐야? 초란 루주가 산 대협의 딸이었던 거야?”
“맞아요. 제가 천상적기의 딸이에요. 그런데 현 소협이 어떻게 우리 아버지를 아는 거죠?”
“산 대협의 딸이 사는 곳은 여기가 아닌데?”
“제 집은 다른 곳에 있어요. 아버지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소식이 없어서 중간중간 들러서 아버지가 왔나 확인하러 오는 거죠. 그런데 오늘도 아버지 집에 들어왔는데, 낙음당에서 농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도적이라 생각하고 공격한 거예요. 가만, 도적 아닌가? 현 소협이 낙음당에서 뭘 뒤진 거죠? 왜 우리 아버지 집에 와서 농을 뒤진 거예요?”
“산 대협이 내게 남긴 유물을 챙기는 중이었지.”
“아버지가 현 소협에게 남긴 물건… 가만, 지금 뭐라고 했어요? 유물이라고 한 건가요?”
초란 루주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진다.
“아, 아버지의 유물이라니. 설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인가요?”
“응, 돌아가셨어.”
“누, 누구 손에 돌아가신 거죠? 아버지는 병이 없었던 건강한 분이셨는데.”
“그게… 내가 목숨을 끊어드렸어.”
“뭐라고요? 현 소협이요? 그, 그게 무슨 말이죠? 현 소협이 우리 아버지를 살해했다고요?”
초란 루주의 눈에 살기가 어리면서 안색이 크게 변한다. 단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천상적기 산 대협이 원해서 그렇게 한 거니,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는 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세상에 누가 죽는 것을 원한다고.”
“상황이 그랬어. 흥분하지 말고 내 설명을 들어보도록 해.”
“무슨 설명을?”
“아버지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아? 아버지 시신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야 할 것 아냐.”
“맞아. 아버지 시신은 어디 있죠?”
“정주에 있어. 그러니까 내 설명을 잘 들으라고.”
“조, 좋아요. 일단 설명부터 듣고 난 뒤에 현 소협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죠.”
내가 염혼독귀에 대한 이야기부터 염혼독귀를 죽이고 천상적기를 만나 비의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듣는 초란 루주.
“아, 아버지가 그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놈에게 당했단 말인가요?”
“그렇지. 살아있는 것이 더 지옥 같은 삶을 보내신 거지. 그래서 목숨을 끊어드린 거야. 산 대협도 그걸 원했고.”
“그럼 아버지 시신은?”
“목진장 지하로 가면 나오는 실험실에 있어. 딸에게 알려주면 딸이 가서 시신을 챙길 거라 생각해서 얼른 낙양으로 온 거야. 정주까지는 하루면 되는 거리니까.”
내 말이 끝난 후에도 초란 루주는 의심을 눈을 완전히 거두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아버지가 남긴 음공서를 찾으러 왔다는 건가요?”
“그렇지. 자 이게 아버지가 딸에게 전해주라는 음공서야. 낙음당에 숨겨둔 무공서지.”
내가 품에서 ‘월야적음신공’ 책자를 꺼내자 받아서 책 안의 내용을 확인하는 초란 루주.
“이, 이것이 아버지가 내게 남긴 음공서.”
초란 루주의 눈에서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책을 적신다.
잠시 감정을 폭발시키며 눈물을 흘리던 초란은 음공서를 품에 갈무리 한 후에 나를 노려본다.
“솔직히 나는 현 소협의 말을 다 믿지 못하겠어요. 현 소협이 아버지를 죽이고 음공서를 도둑질하려다가 내게 걸린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의심도 많네. 하긴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지.”
“아버지가 알려줬다는 비의를 말해 봐요. 그건 아버지가 죽더라도 절대 남에게 말하지 않는 내용이니까요. 내가 알고 있는 비의와 같다면 현 소협의 말을 믿도록 하지요.”
“그러지. 하늘의 소리는 선녀의 날개짓처럼 부드럽고, 구름에 달 가는 것처럼 귀에 들리지도 않으니. 들리지 않는 듯 부르는 노래를 천상의 노래라 하느니라.”
내 입에서 ‘월야적음신공’의 비의가 흘러나오자 눈 주변이 다시 촉촉해지는 초란 루주.
“마, 맞아요. 아버지가 비의를 알려준 게 맞군요. 됐어요. 당신의 말을 믿을게요.”
“초란 루주가 산 대협의 딸일 줄이야. 그럼 초란은 홍청루에서 사용하는 기명이겠군.”
“맞아요. 내 본명은 산초영. 산초영이 내 본명이죠.”
“작약만향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 청루단 소속이고?”
“맞아요. 작양만향에게 들어서 알아요. 현 소협이 청루단을 알고 청루패를 획득한 뒤에 우리를 이용한 것도 알고요.”
“흠, 그랬군. 초란 루주가 산 소저였다니.”
“아버지 시신이 정주의 목진장에 있다고 했지요?”
“응, 거기 있지.”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저 혼자 아버지의 시신을 옮겨 오기는 힘들어요. 아버지의 시신을 옮기는 일을 도와주세요.”
“그렇게 하지. 우리 현무문에 마차도 있으니, 전통을 보내서 마차를 정주로 보내면 마차를 이용해서 시신을 낙양으로 옮길 수 있을 거야.”
“그럼 당장 떠나도록 해요. 홍청루 가서 작약만향에게 보고만 하고 바로 올게요.”
* * *
초란 루주, 산초영은 홍청루에 가서 작약만향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에 낙양을 출발했다.
다음 날 정주에 도착했을 때는 현무문에 부탁한 마차도 도착한 상태.
산초영은 목진장의 석탁에 놓여 있는 천상적기의 시신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흑흑…! 아버지가 이렇게 비참한 꼴로 실험을 당하셨다니.”
비로소 내 말의 사실 여부를 명백하게 확인한 산초영은 내게 몇 번이나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죽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던 아버지를 편안하게 해주어서. 현 소협을 의심해서 미안해요.”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니 미안해 할 것은 없어. 자 시신을 마차에 싣자고.”
개봉에서 관도 준비해서 보내라고 했기 때문에 미리 준비된 관에 천상적기의 시신을 넣고, 다시 낙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