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일거양득(3)
음철군의 자신감이 사라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쉬익─
음철군은 내 방심을 노릴 셈으로 갑작스럽게 선공을 했다. 놈의 검이 복면을 한 내 목을 노리고 빠르게 쇄도한다.
– 챙─ 좌르륵─
“크흡! 이, 이럴 수가?”
음철군의 공격을 내가 가볍게 막자, 음철군의 눈에 불신의 빛이 어린다.
먼저 공격했음에도 자신이 뒤로 밀리며, 명백하게 힘의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는 내 차례.
– 쉬익─ 서걱─
“으악, 이, 이런 실력이라니… 자, 자객이 아니로군. 초절정 고수가 자객일 수는 없다. 누, 누구냐?”
빠른 내 공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가슴을 베이고 마는 음철군.
최고의 상태라 해도 막을 수 없는데, 암습으로 받은 부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니 내 공격을 제대로 막을 리가 없다.
“알려줄 마음이 없거든.”
내 정체를 알려주려면 내가 왜 복면을 쓰고 공격하겠냐.
바보도 아니고, 하나마나한 질문을 왜 하는 거야.
아, 그렇게 생각하니 음철군 이자는 바보네. 바보 같은 자를 처리하는데 오래 끌 필요는 없지.
– 쉬익─ 서걱─
“끄윽!”
부상의 여파 때문인지 이번 공격도 피하지 못 한 음철군.
목에 선이 하나 그어지더니 피가 터져 나온다.
목을 베인 까닭인지 제대로 신음도 지르지 못하는 음철군이 목을 부여잡으며 나를 쳐다본다.
– 콰당─
음철군은 목을 부여잡은 상태에서 나무토막처럼 쓰러진다.
죽어가면서도 내 정체가 궁금한지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다 죽었다.
‘쯧쯧! 욕심을 부리더라도 선을 지켰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현무문 영역을 탐내면서 내 뒤통수를 친 것이 결국 화근이 되었다.
“적이다. 문주님이 도강문이 보낸 자객에게 당하셨다.”
큰소리로 적이 누군지 알려주어야지. 그래야 또 둘이 죽어라 싸우지.
여기저기에서 웅성웅성 몰려드는 철검문 수하들.
“뭐, 뭐라고? 도강문이 보낸 자객에 문주님이 당하셨다고?”
“자객이 들었다고? 경비무인은 뭐하고?”
철검문 수하들이 몰려들더니 쓰러진 음철군을 발견한다.
“아앗! 문주님, 문주님 정신 차리십시오.”
“틀렸어. 이미 숨이 끊어지셨어. 목을 베이면서 절명하신 거야.”
“도강문, 이 나쁜 놈의 자식들이 자객까지 보내서 문주님을 살해하다니. 절대 도강문 놈들과 타협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싸우자.”
어쭈? 그래도 정파라고 의리가 좀 살아있네.
결국 음철군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쳐가던 도강문의 도상출은 다시 힘을 내서 철검문을 공격했다.
도상출의 예상과는 달리 완강하게 저항하는 철검문 무인들 때문에 도강문의 피해는 더욱 크게 발생했다.
결국 철검문 무인들이 버티지 못할 것 같자, 아들인 음찬덕과 부인인 상부인은 밤을 틈타 도주해 사라지고 만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주요 패물과 재화만 싸서 도주한 것이다.
아마도 상부인의 친정으로 피신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주가 죽고 부인마저 야반도주를 하자 남은 무인들도 분노하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철검문은 빈 집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철검문이 정리되고 철검문의 영역이 도강문으로 넘어갔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도강문의 도상출은 철검문 영역을 먹자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돈다.
어쨌든 철검문 영역을 차지했으니 만족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개봉에 가짜 객자수표에 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문 들었어? 이번에 현무전장에 가짜 객자수표를 만들어 돈을 사기 치려 한 무인들이 도강문 출신 무인이래.」
「뭐야? 그럼 도강문이 사기를 쳤다는 거야?」
「그렇지. 돈도 빼 먹고, 현무전장의 배경인 현무문에도 타격을 주려고 했다고 하더라고.」
「저런 나쁜 놈들이 있나. 가짜 수표를 만들어 배포하다니.」
봉황루 등을 통해 시중에 소문을 퍼트리니 확실히 소문은 눈덩이처럼 금세 퍼졌다.
* * *
“훗, 곧 있으면 도강문도 현무문이 흡수하겠군요.”
내 부탁을 받고 소문을 퍼트린 봉황루주 백모란은 예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나를 뒤통수 친 놈들은 용서하지 못하거든. 가짜 객자수표를 만들어서 우리를 몰락시키려 한 도강문을 그냥 놔둘 수는 없지.”
“혹시 철검문 일에도 관련하셨나요?”
백모란이 살짝 눈을 굴리면서 물어보는데 속으로 뜨끔했지만, 겉으로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태연스럽게 짓는다.
“아니, 철검문은 도강문하고 싸우다가 무너진 것 아닌가?”
내가 한 짓이지만 절대 내가 했다고 하면 안 되는 일이기에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뗀다.
“그래요?”
“왜?”
“자객이 음철군 문주를 살해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자객 정보가 파악되지 않아서요. 음 문주의 목을 베었는데 그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고 했어요. 음 문주가 제대로 대항을 하지 못하고 당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도강문의 도상출 문주도 부상을 입고 있는 상태더라고요. 그러니 도 문주가 자객으로 음 문주를 죽인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수법 역시 살수의 수법이었어요. 개봉에 그 정도 실력을 가진 살수가 없기에 혹시 소문주님이 손을 쓴 것은 아닌가 싶었죠.”
“내가 왜 손을 써?”
“소문주님 휘하에 살수 출신이 있잖아요.”
“내 수하에 살수가? 누구?”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되묻자 피식 웃는 백모란.
“이거 왜 이래요. 사중찬 부대주가 흑림 출신인 것을 파악했는데요.”
“⋯⋯.”
백모란 이 여자가 이렇게 정보력이 좋았나? 잠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쳐다보자 백모란이 싱긋 웃는다.
“왜요?”
“그건 어떻게 안 거요? 누구에게도 사중찬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는데?”
“흑림으로 심부름 보낸 적 있잖아요. 한동안 사중찬 부대주가 보이지 않아서 무슨 일로 자리를 비웠나 조사했더니 소문주님이 시킨 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일이 뭔가 알아봤더니 흑림 출신으로 부상당한 사람 대신 심부름을 갔다고 하고. 그렇다면 심부름을 간 사 부대주 역시 흑림 출신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지죠.”
“대단하네. 그럼 평소에도 우리 현무문의 현무대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제는 현무문이 개봉 최고 문파인데. 항상 동향을 감시하고 있지요.”
“백 루주 앞에서는 비밀을 만들기가 쉽지 않겠네.”
“사 부대주를 시켜서 음 문주를 죽인 것 아닌가요?”
“아니야. 사 부대주를 시켜서 누구를 죽인 적 없어요.”
“정말요?”
이 여자가 정말? 왜 이렇게 집요한 거야?
“내 부모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사 부대주로 하여금 누구를 죽이라 한 적은 없어. 심부름만 한 번 시켰을 뿐이오.”
“그래요? 그럼 누구지? 나는 사중찬 부대주가 죽인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는데.”
아무 관련 없는 것으로 발뺌하기를 잘했다.
백모란의 눈치면 약간의 정보만 줘도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내가 또 몰래 자객으로 위장해 도상출을 죽이는 것은 조심해야 하겠네. 저렇게 잔뜩 감시를 하고 있으니.
“소문은 잘 내고 있는 것 같네.”
“그런 거야 우리가 전문이죠. 소문의 수집과 전파는 우리가 가장 강점이 있죠.”
“그래 잘하고 있어요.”
계획을 약간 수정해야겠다.
* * *
소문이 적당이 퍼졌을 때 도강문으로 가서 도상출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사중찬 부대주를 비롯한 몇 명만 데리고 도강문 정문에 가서 도상출 나오라고 외치자 시끄러운 외침에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든다.
“도 문주는 나와서 현무전장의 가짜 객자수표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행위에 대해서 해명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손해를 배상하라.”
지나가는 사람들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도강문을 향해 외치자 슬금슬금 모여든 구경꾼이 꽤 된다.
내 외침과 구경꾼들이 내는 왁자지껄 소리에 결국 대문을 열고 나오는 도상출.
“현무문의 소문주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것이냐?”
“가짜 객자수표를 유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 그 일에 대해서 납득할 수준으로 해명을 하든지, 아니면 사과하고 손해를 배상하든지 해라.”
“어린놈의 새끼가 건방지게 반말이야. 지금 내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냐?”
“나는 문주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에게 말하는 것이니까. 네놈을 한 문파의 문주로 존중해 줄 이유가 없다. 존중을 받고 싶다면 네놈이 가짜수표에 대해서 해명을 해보거라.”
나이 어린 내가 반말을 써가면서 삿대질을 하자 도상출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당장은 나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참는 모양새다.
철검문과 싸움으로 인해 전력의 4분의 3이 사라진 상태에서 다시 현무문과 싸우는 것은 너무나 위태로운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화를 내면서도 도상출은 참으려고 애쓴다.
“나는 가짜수표를 유통한 적이 없다.”
“여기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 이 가짜수표가 도강문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냐?”
“그게 우리가 만든 것이라는 증거라도 있는 것이냐?”
[증거? 증거는 비밀벽장에 숨겨둔 가짜수표와 어음이지. 음철군이 등 뒤를 벤 상처도 증거고. 상자 안의 금은보화도 증거다.]내가 조용히 날린 전음에 눈빛이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하는 도상출.
“비, 비밀벽… 아니, 네놈이 그것을 어떻게?”
[어떻게는. 내가 그 비밀벽장을 털었으니 알지. 거기에 있는 어음으로 시내의 금은보화를 사들였거든. 물론 네놈이 가져가려다가 음철군에게 등에 칼을 맞고 떨어트린 그 상자도 내가 챙겼고. 바보 같은 네놈은 그것도 모르고 음철군이랑 죽어라 싸우더군. 도상출 네놈처럼 머리가 빈 놈을 상대하는 일은 내게는 아주 쉬운 일이지.]놈만 들을 수 있게 전음을 날리며 내가 일부러 놈만 알아볼 수 있게 멸시의 웃음을 날리자, 놈의 눈에 핏발이 서면서 분노하기 시작한다.
“이, 이놈이… 이제 보니 네놈이 모든 것의 원흉이었군.”
비로소 사태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확인한 도상출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바로 내게 달려든다.
사파답게 성질 하나는 급하다.
– 부웅─
놈이 갑자기 검을 휘두르며 나를 공격하자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 눈이 된다.
– 채앵─ 좌자작─
힘을 줄여서 방어했기에 도상출의 공격에 뒤로 밀리면서 먼지를 일으키는 나.
놈은 내가 자신보다 무공이 아래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훗, 내가 꾸민 것을 이제야 안 거야? 그런 바보 같은 머리로 문주 노릇을 하니 돈도 다 뺏기고, 수하들도 죽어나가는 거지. 이 돌머리야!]내가 놈을 조롱하면서 미소를 짓자 놈의 눈이 더욱 시뻘게진다.
놈에게는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는 상황.
“이, 이 어린놈의 새끼가 나를 감히 놀려?”
– 부웅─ 붕─ 채앵─
도상출은 더욱 분노한 표정으로 거칠게 나를 몰아붙였다.
“크흣, 가짜수표를 해명하거나 사과하라고 했더니 살인멸구 하려는 것이냐? 갑자기 공격을 하면서 내 목숨을 노리다니. 나를 죽이면 가짜수표 사건이 무마될 것이라 생각하는 거냐?”
갑작스러운 도상출의 공격에 주변 백성들은 모두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갑자기 도 문주가 왜 현무문 소문주를 공격하는 거야?」
「낸들 아나. 현무문 소문주가 가짜수표 해명을 요구하자 갑자기 공격한 것 아닌가?」
「정말로 살인멸구라도 해서 가짜수표 사건을 덮으려는 건가?」
「그러는 것 같은데. 난데없이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현무문 소문주를 공격했잖아.」
「그럼 가짜수표 소문이 사실인 것 같은데.」
「그나저나 현무문 소문주가 다친 것 아냐?」
「그래 보이는데? 힘겹게 막고 있잖아.」
힘겹게 막고 있기는, 즐겁게 막고 있구만.
나는 힘겹게 막는 척하면서 뒤로 밀리는 연기를 한다.
증인들이 있는 상황에서 도상출과 싸워야 할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