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낙양지점(3)
“나도 매화신투가 하는 일을 조금 돕고 싶어서.”
“돕다니. 무엇을?”
조건이라는 말에 잔뜩 긴장하다가 돕겠다는 말이 나오자 약간은 허탈해하면서도,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매화신투.
“아까 그 아이들이 돈을 버는 일. 이 건물에는 현무전장하고 현무기성복점이 들어와. 전장에서 아이들이 할 일은 없어. 하지만 옷가게에서는 할 일이 많지. 옷감을 나르고, 바느질을 하고, 옷을 수선하고, 수선을 위해 옷을 뜯어야 하니까. 쓰레기도 치우고 청소도 해야 하고. 모두 자질구레한 일손이 필요한 일이야. 그 일에 아이들을 고용할게.”
“그러니까 현무기성복점에서 빈민가 아이들을 고용하겠다는 거야?”
“그렇지. 일을 몇 명에게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잘게 나누어서 여러 명에게 주면 큰돈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먹고살 정도의 돈은 될 거야. 하루 다섯 문이 아니라 그 이상을 충분히 벌겠지. 그 돈으로 낙안반점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아이들에게 일거리를 주겠다고 하자 매화신투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로서는 뜻밖의 제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그런 일을… 왜 그렇게 그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거지?”
“배고픈 아이들을 돕는 일에 왜가 어디 있어. 세상 서러운 것이 배고픈 것인데.”
“네놈이 배고픔의 서러움을 알기라도 한다는 거냐? 개봉의 부잣집에서 태어난 주제에?”
“아까, 그랬지. 내가 당신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고. 거꾸로 질문하지. 매화신투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고. 누구에게나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는 법이야. 배고픔의 설움? 누구보다 잘 알지. 일단 뭐든지 배에 집어넣으려고 하고, 절대 내 것은 뺏기지 않으려는 습성이 저절로 생기지.”
“⋯⋯.”
매화신투는 생각지 않은 내 대답에 잠시 침묵을 지킨다.
“의외로군. 너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대답이나 해. 조건은 협상된 거지?”
“물론이다.”
매화신투가 고개를 끄덕인다. 빈민가 아이를 돕는 일이니 그녀가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무기성복점에서 일거리가 많이 나온다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몸을 파는 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군.”
“매음녀로 빠지는 아이들이 많은가?”
“배운 것 없는 빈민가 여자아이들이 뭘로 돈을 벌겠어. 허드렛일을 받아야 하는데, 있는 집은 하인을 쓰고 있으니 빈민가 아이들에게까지 올 일거리가 없지. 결국 여자는 몸 파는 일로 빠지고, 남자는 뒷골목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지. 모든 빈민가 아이들을 다 구제할 수는 없어도, 할 수 있는 만큼은 구제하고 싶어. 현무기성복점에서 고용한 수만큼 아이들이 구제되는 거지.”
“그렇게 말하니, 부담감이 좀 생기네.”
“중간에 마음 바뀌어도 욕하지는 않을 거야.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아니까.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런 마음을 갖고 제안을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매화신투는 진심으로 내게 고마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낙안반점 매매 계약서를 체결하고 건물을 인수하게 되었다.
* * *
“어? 오빠, 벌써 건물을 구했어?”
“그래, 운 좋게 좋은 위치에 꽤 넓은 건물을 구했다. 딱 내가 원하던 크기라 바로 구입했어.”
그러면서 낙안반점과 빈민가 아이들 고용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끄덕이는 설소영.
“좋은 일인 것 같아. 빈민가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일이잖아. 아마 열심히 일할 거야.”
열심히 일하지. 한 푼이라도 준다면 무슨 일이든 할 아이들이 그 아이들이니까.
* * *
건물을 구입했으니 모든 일이 잘 풀릴 줄 알았다.
관아를 찾아다니며 하는 서류 작업은 소영이가 잘 하고 있고, 건물 재단장 역시 소영이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개점식에 대비한 복식시연회만 준비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뭐? 불량배들이 와서 시비를 걸었다고?”
“응, 사 부대주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나를 잡아가려고 했다니까.”
“하, 낙양이 좀 험한 곳이기는 하지. 안 그래도 그게 문제라 사중찬을 붙여준 건데, 별일 없으니 다행이다.”
“응, 사 부대주가 아니면 험한 꼴 당할 뻔했어.”
“흠, 그놈들이 누구지?”
“동네 무뢰한처럼 보이기는 하던데. 사 부대주가 나를 보호하느라고 따라가서 확인하지는 못했어.”
새로 구입한 낙안반점을 재단장 하는 도중에 벌어진 사건.
동네 불량배인지 뒷골목 조직인지 알 수 없는 놈들이 낙안반점 공사를 하는 곳에 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가 사중찬에게 얻어맞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놈들이 두고 보라면서 갔어. 사 부대주가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우리가 없는 시간에 놈들이 나쁜 짓 하면 어떡해? 밤에 불이라도 지르면 큰일이잖아.”
그래 그게 문제지.
뒷골목 놈들이 힘은 약하지만 꼼수 부리는 것은 갑이다. 낮에 힘으로 안 되면 밤에 불을 지르고도 남을 놈들이야.
그래서 정면으로 쳐들어오는 무인들보다 뒤통수를 치는 뒷골목 놈들이 상대하기는 훨씬 까다롭다.
“오빠네 현무대를 상주시키면 해결되겠지만 개봉의 현무대를 이곳에 파견할 수도 없잖아. 그리고 그런 식으로 지점마다 파견할 정도의 인력도 안 되고.”
“지점이 한두 곳도 아니고. 현무대 파견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지점 경비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해.”
“그럼 이곳 낙양에서 경비무사를 뽑는 것은 어떨까?”
“그래야지. 낙양지점을 호위할 경비무사를 몇 명 선발해야겠다.”
“오빠, 경비무사를 어떻게 뽑지? 내가 무사는 선발해 본 적이 없어서.”
“그건 내게 맡겨. 내가 지점 경비무사를 구해볼 테니까.”
“알았어. 나는 오빠만 믿어.”
설소영에게 경비무사 쪽은 안심하라고 했지만 막상 경비무사를 뽑을 생각을 하니 고민이 많이 된다.
어설픈 경비무사로는 뒷골목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 일단 적이 누군지부터 파악해야지.
* * *
매화신투를 찾아가 놈들에 대해서 물어보니 혀를 찬다.
“쯧쯧, 낙흑방 녀석들이로군. 재단장 공사를 하니까 주인 바뀐 걸 알고 찾아온 거야.”
“낙흑방이 뭐 하는 곳이야?”
“뒷골목에서 힘 좀 쓰는 놈들이지. 말했던 것처럼 빈민가 출신 남자들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 결국 낙흑방 같은 뒷골목 조직이야. 상인들을 뜯어먹고 사는 흡혈충 같은 놈들이지.”
“낙안반점에도 놈들이 와서 뜯어갔나?”
“뜯어가려고 했지. 이제는 포기했지만.”
“흠, 매화신투에게 당해서 포기했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런 셈이지. 놈들은 악착같은 놈이라 건물에 상주하면서 대처해야 해. 건물을 비우면 바로 해코지로 불을 지를 놈들이거든.”
“그래, 그것이 문제란 말이야.”
일단 놈들에 대한 정보는 확인했고. 하루 종일 상주할 수 있는 경비무사라.
역시 만만한 게 살수들이지. 내가 그쪽 출신이니 잘 알기도 하고.
개봉에서도 부족한 인력을 일거리 없는 살수를 이용해 보충한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살수를 이용하는 것으로 정한다.
* * *
저녁 시간이 되자 진가반점으로 찾아간다.
“어휴, 현 소협께서 오랜만에 찾아주셨군요.”
진씨가 나를 보자 반가운 척한다.
“저기 외상판 좀 써도 되죠?”
“외상판을요? 외상 달아놓으시려고요? 돈 많은 분인 줄 알았는데요.”
“아니, 구인공고 좀 하려고요.”
“구인공고요?”
외상판으로 가서 미리 적은 쪽지 하나를 붙이고 작은 못으로 박아둔다.
“그게 뭐요?”
진씨가 가까이 와서 내용을 읽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현무기성복점 경비무사 구인. 숙식제공. 24시간 상주 가능한 인원. 성별 연령 제한 없음. 현역, 은퇴 상관없음. 한 달 4냥. 이거 경비무사 구인 공고 아니요?”
“맞아요. 현무기성복점을 내는데, 그곳에서 상주할 경비무사를 구인하려고요.”
“그걸 왜 여기에게 붙입니까?”
“여기가 칼잡이 구하는 곳이니까요.”
“응?”
순간 눈빛이 바뀌는 진씨.
순간적으로 진살막의 막주이자 ‘진살숙수’의 눈빛이 되었다가 다시 평온을 찾는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요?”
“알고 왔지요.”
“혹시 첫날부터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였소?”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곳이죠.”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그게 무슨 말이오? 현 소협은 독수화 소저랑 온 것이 처음 아니었소?”
눈썰미 좋은 진씨는 진가반점 손님은 모두 기억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다.
하물며 최고의 미녀인 당비취와 함께 와서 독으로 사람을 쓰러트리고 토사물을 치우게 했으니, 내가 간 첫날을 기억하지 못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내 정체를 몰랐지만 그 이후에 몇 차례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정체를 알게 되었다.
진씨는 부상을 입은 이후로는 진가반점 운영에만 전념했고, 나와 당비취는 백정학관 다니는 동안 몇 차례 술을 마시러 왔기에 우리가 누군지도 잘 안다.
당연히 현무비 얼굴로는 당비취와 함께 온 것이 처음이고, 진씨 역시 그날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독수화랑 오기 전에는 변장을 해서 왔기 때문에 진씨께서 기억을 못 할 겁니다.”
“그래요?”
진살숙수 진씨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머리 굴려봐야, 내가 언제 왔는지 알 수 없을 겁니다. 현역 구하러 온 것은 아니고 은퇴한 살수를 구하러 온 것이니 외상판 좀 쓰게 해줘요.”
“은퇴 살수를 구하러 왔다고요?”
“현역이 옷가게에서 경비무사나 하겠어요. 은퇴해서 할 일 없는 사람이나 오겠죠. 이 진가반점에는 은퇴한 살수도 추억삼아 술맛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들 중에는 옷가게 경비무사를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요.”
“경비무사에게 네 냥이면 보수가 꽤 높은 것 같소만.”
“낙흑방 놈들을 상대해야 해서 조금 번거로워요.”
“낙흑방 놈들을 상대하려고 경비무사를 뽑는다는 거군요.”
“나중에 놈들에게 경고를 보낼 생각이지만 지금은 일이 많아서. 일단은 경비무사부터 선발해서 대응하려고요.”
“은퇴한 살수도 되고, 나이 성별 제한 없다 이거죠?”
“네, 왜요? 추천할 사람이라도 있어요?”
“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면.”
“실력만 있으면 돼요. 아니, 여기 진가반점 고객이면 실력은 확실한 사람이니 아무나 상관없지요. 낙흑방 놈들 정도야 우습게 상대할 수 있으니까.”
“그럼 여기 적힌 낙안반점으로 찾아가면 되는 거요?”
“네, 그리 찾아오라고 하세요. 현재 그곳이 재단장 공사 중인데, 낙흑방 놈들이 와서 행패를 부리는 중이니까.”
“알겠소. 내 현 소협이니 특별히 이 공고문을 놔두도록 하지요.”
“고마워요.”
진씨의 배려 덕에 구인 공고를 진가반점에 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두 사람이 공사 중인 낙안반점으로 찾아왔다.
“상공, 여기가 경비무사 뽑는다고 공고한 현무기성복점이 맞지?”
“낙안반점이라고 했으니 맞을 거야. 저 소협이 구인공고를 낸 현 소협인 것 같은데?”
백발이 성성한 노인 두 사람이 낙안반점을 찾는다. 한 명은 남자 한 명은 여자다.
“제가 구인공고를 낸 현무문의 현무비라는 사람인데요, 지금 두 사람이 현무기성복점 경비무사에 지원하려는 건가요?”
“맞소. 왜요? 우리가 늙은이라 안 되는 거요?”
그럴 리가. 실력만 있으면 되는 거고, 실력이라면 더 이상 의심할 여자가 없는 사람들인데.
백발이 성성한 두 노인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기가 막히군. 낙양쌍괴가 아직 살아있었다니.’
살수계의 전설 중 한 명, 아니, 쌍으로 움직이니 두 명이지.
하여간 살수계의 전설적 살수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그 전설적인 살수 낙양쌍괴가 현무기성복점의 경비무사에 지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