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풍운의 낙양(7)
방 바깥에서는 난리가 난 상태.
병장기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피바람이 불고 있는 중이다.
그 상황에서 나하고 당비취는 팔자 좋게 서로를 껴안고 열정적인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정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나는 비취를 구하러 온 것이니까. 그리고 비취가 무사하면 된 거다.
“히이, 너무 달콤해. 오빠가 이 야밤에 나를 구하러 달려와서, 자객으로부터 나를 구해주다니. 정말 내가 남자를 잘 골랐다니까.”
“내가 조금 잘난 놈이기는 하지.”
“인정! 오빠는 잘났지. 그래서 내가 오빠를 선택한 거고. 그런데 이 야밤에 어떻게 자객이 습격할 줄 알고 나를 찾아온 거야?”
“응, 내가 먼저 당했거든. 물론 놈들을 처리한 후에 신문해서 얻어낸 정보로 백정맹이 습격당할 거라는 것을 안 거고.”
“그래? 괜찮은 거야?”
“괜찮으니까 이렇게 달려왔지. 나는 다친 곳 없으니까 걱정 마.”
“다행이다. 그런데 전투 소리가 곳곳에서 나는 것을 보니 자객이 많이 습격한 모양이기는 하네.”
“그렇지. 백정맹 간부하고 구파일방 오대세가 등의 수뇌부를 동시에 암살하려고 했으니까.”
“앗, 맞다. 아버지! 아버지는?”
“거기는 남씨가 탐색하고 있으니 별 일 없을 거야.”
그때 들리는 소리.
“네놈도 자객이 아니더냐?”
“나는 현무문 소문주님을 도와 당신을 도와준 것이오.”
“믿기 어렵다.”
당청익과 남괴의 목소리다.
“아버지가? 아버지도 자객에게?”
“아니야, 아직 살아 있으니 저렇게 소리치는 거지. 남씨가 막아줬을 거야. 아, 지금 오해를 하고 싸울 수도 있겠네. 옆방으로 가보자.”
– 휘릭─ 휙─
당비취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가니 문이 부서진 방이 하나 있다.
그 방 안에서 대치하고 있는 당청익과 남괴.
“아버지!”
“오, 비취야! 무사했구나.”
당비취를 보는 순간 당청익의 표정에 안도의 감정이 드러난다.
“오빠가 나를 구해줬어요.”
“그래?”
“가주님, 이 사람은 현무전장 경비무사 남씨입니다. 남씨가 가주님을 자객으로부터 구해줬을 겁니다.”
“이 사람이 나를?”
방 안에 보이는 시체 세 구.
“저 시체를 모두 가주님이 죽인 겁니까?”
“그건 아니네. 한 구는 내가 깨어났을 때 쓰러지는 중이었네.”
“남씨가 죽이지 않았다면 가주님은 저 자객에게 당했을 겁니다. 이미 자객이 가주님 방에 은신한 상태였습니다. 자객이 움직일 때 남씨가 막은 겁니다.”
“허어, 이럴 수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목숨을 구한 은인이 아닌가. 실례했소. 나는 당신이 자객인 줄 알았소이다.”
“큼, 오해할 만한 상황이니 이해합니다. 야밤에 낯선 사람이 방에 칼을 들고 있으면 당연히 그리 오해하겠지요. 저는 소문주님 명을 따라 가주님을 공격하려는 자객을 해치웠을 뿐입니다.”
“고맙소.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아버지, 지금 백정맹에 대규모 자객이 침입했다고 해요.”
“바깥의 소란이 그 때문에 일어난 것이냐?”
“그렇습니다. 30명 정도의 자객이 침투했으니 적지 않은 전투가 일어났을 겁니다.”
“뭐라? 30명? 그런 대규모 자객이 백정맹을 기습했다니. 실로 큰일이로군.”
“그래도 놈들이 암살을 시도하기 전에 비상종이 울렸으니 잠에서 깨어나 대응을 했을 겁니다. 고수들이니 비상종에 다 깨어나고 경계를 했겠죠.”
“흠, 하긴 나도 비상종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순간 나를 습격하는 자객들을 보고 피하기는 했지. 만약 비상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나도 당할 뻔했지.”
“제가 정문 경비에게 알려서 비상종을 치게 한 겁니다.”
“현 소협이? 그럼 오늘 비취도 구하고, 나도 구하고. 그리고 백정맹의 많은 사람을 구한 것이 현 소협의 덕이 되겠군.”
“뭐, 그렇기는 하죠. 제가 조금 잘난 면이 있죠.”
“훗, 그래. 그건 인정해야지.”
“맞아, 아버지. 오빠가 이 심야에 달려와서 나를 구해줬잖아.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잠에 든 상태였다구. 자객이 나를 죽이려 했는데, 오빠가 해치우고 나를 구했어. 아버지도 오빠 덕에 살아난 거구. 역시 내가 남자 하나는 잘 골랐다니까.”
“그래, 비취 네가 자랑할 만하구나. 흠, 그나저나 다른 세가는 어떤지 모르겠군. 나도 모르고 당할 정도로 놈들이 일류 자객들이니, 놈들에게 당한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전투 병장기 소리는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자객과의 전투가 거의 끝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바깥은 소란스러웠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소리가 났다.
– 콰당탕─
“당문, 당문 귀빈들은 어떠십니까? 살아 계십니까?”
빈객당 문을 열고 회랑으로 밀어닥치는 사람들. 백정맹 무인들이다.
“당문은 괜찮소. 다친 사람은 없소.”
“아아, 다행입니다.”
“다른 곳은 어떻소?”
“아직 피해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귀빈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괜찮으니 다른 문파를 돌봐 주시오.”
“알겠습니다.”
소란은 밤새 내내 계속되었다. 그만큼 적의 습격은 광범위했던 것이다.
* * *
아침이 되자 백정맹 맹주실에서 긴급 회의가 열렸다.
나하고 낙양쌍괴는 증인으로 참석해야 했다.
백정맹 맹주 탁패산은 우리 셋에게 상황을 전해 듣자 탄성을 지른다.
“현 소협이 아니었다면, 간밤에 정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뻔했네. 30명이 자객이 은신해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현 소협 덕에 비상종이 울렸고, 비상종 덕분에 깨어났기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네. 물론 그럼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나마 비상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모두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겠지. 참으로 고맙네. 현 소협은 진정 무림의 영웅이야. 늦은 밤에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달려와 주다니. 정말 고맙네.”
“과찬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나로서는 당비취를 구하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내 의도와 상관없이 백정맹 맹주 탁패산을 비롯해 백정맹 간부, 그리고 각 문파의 수뇌부는 그렇게 보지 않은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인가. 현 소협이 아니었다면 나는 간밤에 죽은 목숨이었네. 비상종에 눈을 뜨는 순간 벌써 천장에서 내려온 자객의 검이 내 심장 한 자 앞까지 다가온 상태였으니 말이야. 그나마 비상종에 울린 덕에 잠에서 깨어나 겨우 가슴 관통상 정도로 끝낼 수 있었네. 내 목숨을 구한 것은 현 소협이네.”
“맞네. 나 역시 종소리에 눈을 뜬 순간 자객의 검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상태였네. 정말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네. 내가 산 것은 현 소협 덕분이야. 현 소협이야말로 정파의 기둥이고 영웅일세.”
“맞소. 지난 번 검각산 특작대 생환도, 태항산 임무 성공과 생환도, 교관 특작대를 구한 것도 현 소협이었소. 오늘은 수십 명의 목숨을 구했으니. 그것도 명문정파의 수뇌부들을 구한 것이오. 현 소협이 아니었다면 오늘로 명문정파 수뇌부는 몰살당할 뻔했소.”
백정맹 간부를 비롯해 각 문파 수장들은 하나같이 나를 칭찬하느라 바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비상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할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을 자신들도 알기 때문이다.
비상종이 울려서 깨는 순간 자객의 검이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고수들답게 그 긴박한 상황을 잘 알기에 자신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 비상종임을 아는 것이고, 그 비상종을 울리도록 한 나를 생명의 은인으로 떠받드는 것이다.
“비록 다섯 명이 사망하고, 이십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놈들의 치밀한 계략에 비하면 아주 적은 피해로 끝난 사건이었소. 특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이 모두 살아난 것은 다행이오. 수장들이 죽지 않고 부상으로 끝난 것이 현 소협의 덕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 모두 현 소협에게 감사합시다.”
탁패산 맹주의 말이 떨어지자 수십 명의 수장들이 일어나 모두 내게 허리를 숙여 감사인사를 한다.
“현 소협에게 목숨의 은혜를 입었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오.”
무림 최고의 수장 수십 명이 모두 일어나 내게 감사인사를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햐, 내가 살다보니 이런 날을 다 맞이하네. 이들이 내게 모두 감사인사를 하는 날이 오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니 어안이 벙벙하다.
남괴와 여괴는 내 옆에서 그들을 보면서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다.
“우리 소문주님이 큰일을 하셨네.”
“그러게 말이야. 하긴 수십 명을 살렸으니.”
“손 문주, 놈들이 이 정도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소. 밀살대를 총동원할 줄이야.”
“저 역시 이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놈들의 공세가 예상보다 거셉니다. 지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병력도 결코 얕볼 수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흐음, 그렇지요. 놈들과 전투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것 같소. 만약 오늘 현 소협이 아니었다면, 놈들의 전략대로 수뇌부가 전멸했을 것이고, 이 경우 우리 정사연합은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뻔했소.”
“맞습니다. 오늘 밀살대의 총동원을 막지 못했다면 힘 한번 못 쓰고 밀릴 뻔했습니다.”
귀곡문의 손광 문주하고 탁패산 맹주가 대화 나누는 내용을 보니 개천혈교 놈들과 전투에 관한 내용인 것 같다.
“맹주님, 저는 관련 이야기를 다 증언했으니 돌아가도 되는 거죠?”
“물론이지. 고마웠네. 지금은 우리가 정신이 없어서 현 소협의 행적에 대해 보상을 못 하지만, 나중에 안정이 되면 따로 보상을 하겠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럼.”
낙양쌍괴와 함께 맹주전을 빠져나오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당비취가 얼른 내 팔을 잡아당긴다.
“오빠, 다시 현무전장으로 가는 거야?”
“응, 그렇지. 다시 업무 봐야지.”
“알았어.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 지금 당장 너랑 같이 있고 싶은데, 지금은 아버지랑 같이 움직여야 해서. 그래서 너랑 같이 있을 수가 없어.”
“그래, 괜찮아. 나중에 여유 생기면 계속 볼 수 있잖아.”
당비취는 나랑 같이 있지 못하는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면서 나를 보내주었다.
마음은 내 쪽에 있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백정맹에 남아 아버지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 * *
“현 소협께서 간밤에 큰일을 하셨더군요. 백정맹 수뇌부와 각 문파 수장의 몰살을 막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작약만향 덕에 개천혈교의 자객들을 막을 수 있었어요.”
홍청루를 찾아가 정보를 준 작약만향에게 감사를 전하자, 작약만향은 오히려 나를 더 추켜세운다.
“그게 어찌 내 덕인가요. 현 소협 덕이죠. 하여간 대단한 일을 하셨어요. 하룻밤 사이에 현 소협에 대한 명성이 엄청 치솟았습니다. 현 소협을 보고 천웅검이라는 별호까지 붙고 있어요.”
“천웅검?”
“하늘이 내린 영웅이라는 뜻이죠. 많은 사람을 구한 영웅이라는 의미로 천웅검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낙양지가라는 말이 실감이 되네요. 하루 만에 낙양의 종이값이 오르는 것처럼 현 소협에 대한 평판이 하루 사이에 하늘 높이 올랐네요. 이제는 백정맹이 배출한 최고의 영웅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어요.”
하, 이거야 원. 각 문파 수장들이 내게 절을 하더니 이제는 나보고 백정맹이 배출한 최고의 영웅이라고?
낯간지럽잖아. 그런데 나쁘지는 않네.
‘천웅검이라고? 흠, 이번 별호는 확실히 수라검신보다는 훨씬 좋네.’
무림에서 두 번째로 가지는 별호.
확실히 수라검신보다는 좋다. 입에 착 달라붙는다.
뜻도 좋고.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별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