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나? 천웅검!(6)
“하하하, 무비야! 무비야, 이놈아! 네가 적 수장의 목을 쳤다면서? 대단하다, 이놈아!”
“와, 정말 대단해. 광인을 무력화시키고 적 수장의 목을 친 게 무비 너라면서?”
측면을 공격했던 팽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팽무해와 팽유진이 화다닥 달려온다.
– 와락─
덩치 큰 팽무해가 나를 와락 껴안으며 활짝 웃는다.
“야야, 무해야! 숨 막힌다. 이것 좀 놔라.”
덩치 큰 곰 같은 놈이 꽉 껴안으니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다.
“아, 그래? 너무 반가워서 말이야. 네 덕에 우리가 죽다가 살아났다. 완전히 패퇴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역전하다니. 꿈만 같다.”
“맞아. 무비는 대단해. 우리를 살린 거야.”
– 와락─
이번에는 팽유진이 나를 껴안는다. 어라? 유진이는 또 왜 나를 껴안는 거야.
“유진이, 너 지금 누구를 껴안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당비취가 바로 눈꼬리를 올리면서 팽유진을 나무란다.
“누구는. 오늘의 영웅 천웅검을 껴안고 있는 거지.”
“무비가 내 남자인 것 몰라?”
당비취가 도끼눈으로 팽유진을 쳐다보자 실실 웃는 팽유진.
“히히, 이런 핑계 대고 한번 안아보지, 언제 안아보냐. 야, 무비 품 괜찮네. 비취, 너는 맨날 무비에게 안긴다는 것 아냐. 부럽네. 품에 안길 남자도 있고.”
팽유진이 팔을 풀면서 내게서 떨어지더니 헤실헤실 웃는다.
“하여간… 틈을 보여주면 안 된다니까. 내 남자는 내가 알아서 잘 간수해야지.”
“야, 비취야. 그러니까 마치 내가 물건 취급받는 느낌이다.”
“물건이 아니라 내 남자로 취급하는 거야.”
“그런가?”
“무비야─!”
이번에는 남궁 남매가 달려온다.
저놈들도 살아있었네. 어라? 남궁무훈은 한 팔이 왜 저래? 왜 팔이 몸에 붙어있지?
“야, 무훈이 너 팔이 왜 그러냐?”
“응, 별것 아니야. 적에게 부상을 당해서.”
“잘린 거냐?”
“아냐, 다행히 잘리지는 않았는데, 많이 다쳤어. 한 동안 팔을 쓸 수 없어. 부상에서 회복되어도 예전처럼 쓸 수는 없대. 그래도 안 잘렸으니 다행이지.”
남궁무훈은 크게 다친 모양이다. 그래도 안 잘린 것이 다행이긴 하네.
전투가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모두 내 주변으로 몰려온다.
「오오, 저 소협이 천웅검 현 소협인가. 정말 잘생긴 소협이야. 무공도 대단하고. 적의 수장도 현 소협이 해치웠다고 하잖아.」
「천웅검 현 소협 덕에 우리가 이겼고, 내 목숨을 부지한 거지. 적에게 반이나 당한 후에 패퇴해서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역전할 줄이야.」
「내 목숨의 은인이지. 아니, 우리 모두의 은인이야.」
「당연하지, 천웅검이 있어서 이번에 승리한 것이고 우리가 목숨을 구한 거지.」
「천웅검이야말로 정파 최고의 영웅이야.」
「그럼 당연한 말이지.」
백정맹을 비롯하여 각 세가, 기타 세력의 연합체인 백정맹 연합은 기적적인 역전을 일군 후에 모두 감격한 표정이다.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으니 감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같이 존경과 흠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나다.
‘거참, 수라검신인 내가 정파의 영웅이 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다들 나를 칭송하니 저절로 내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모두 오빠를 칭송해. 당연한 일이지. 이 많은 사람이 오빠 덕에 전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승리했으니까. 오빠야말로 이번 전투 최고의 영웅이야.”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내 손을 잡고 감사를 표하는 무인들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수백 명이 모두 나를 빙 둘러싸고 환호성을 질렀다.
“야, 이제 무비는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올랐는데? 무비, 무해 무훈, 무 자 돌림 삼형제 중에서 무비가 가장 성공했어. 나 팽무해하고, 남궁무훈은 이제 무비보다 한참 아래다.”
팽무해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씨익 웃는다.
“아무려면 어떠냐. 무비 덕에 우리 둘도 목숨을 구한 거잖아. 광인들이 그대로 있었다면 내가 한 팔 부상으로 끝났겠냐. 무비 덕에 목숨을 구했으니, 무비에게 감사해야지.”
남궁무훈도 은혜를 아는지 내게 감사하다고 전한다.
몰살 위기에 몰렸던 백정맹 연합이 극적으로 역전하면서 승리한 까닭인지 사람들의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자자, 이제 전장을 정리하도록 합시다.”
손광 문주의 지시가 떨어지자 전장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뒷정리가 끝나자 낙양으로 회군한다.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표정은 밝은 표정이었다.
백정맹에 도착하자 더욱 내 명성이 올라간 것이 확인이 된다.
백정맹주 탁패산을 비롯하여 간부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나와 환영을 하는데, 역시 가장 먼저 나를 챙긴다.
“현 소협 덕에 이겼다는 전갈을 들었네. 참으로 고맙네.”
탁패산 맹주의 감사인사를 비롯해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칭송과 감사를 전하니 내 어깨는 더욱 힘이 들어간다.
* * *
“이번에 현 소협의 활약이 정말 대단했네요.”
“작약만향이 빠르게 정보를 알려준 덕이지요.”
한숨을 돌리고 작약만향을 만나니, 작약만향은 그새 정보를 취합했는지 나에 대해서 감탄한다.
“자신의 여자를 위해서 한밤중에 전쟁터로 향하다니. 당 소저가 정말 부럽네요. 현 소협처럼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키러 온 남자가 자신의 남자라면, 어떤 여자라도 행복할 거예요.”
“뭐, 자신의 여자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뭐.”
“훗, 그 당연한 일이 목숨과 직결되면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는 법이지요. 자신의 여자를 위해 전쟁터로 달려가는 사내라. 정말 멋있어요. 하여간 현 소협은 볼수록 매력적인 사내예요. 정말 여자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녔어요.”
작약만향은 나를 바라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아참, 잠시만요.”
작약만향이 뭔가를 뒤지더니 서류 하나를 꺼내 온다.
“이건 그냥 전해드리는 정보예요. 자신의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내에게 드리는 선물이라 생각하세요.”
“이게 뭔데요?”
“읽어보세요.”
작약만향이 꺼낸 서류는 정보를 주고받은 전통문 중 하나였다.
“이건?”
“행방불명이 되었던 악천군이 발견되었다는 정보예요. 현 소협이 원하는 정보일 거예요.”
“당연히 내가 원하는 정보지요. 고마워요. 이 정보를 내게 알려줘서.”
“뭘요. 현 소협이 하는 일은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이니 도울만한 가치가 있죠.”
홍청루를 나온 뒤에 고민이 깊어진다.
‘악천군의 위치는 찾았는데. 이 상황에서 내가 무슨 태도를 취해야 하지?’
사실 악천군이 죽건 말건 나랑은 별상관이 없다.
아닌가? 악천군의 몸에 지옥혈왕의 영혼이 깃들면 상관이 있지. 나와 지옥혈왕은 적대적인 관계니까.
‘아, 정말 고민이네.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고.’
악천군의 신체가 지옥혈왕의 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악천군을 죽여야 한다. 대의적으로는 이게 맞다.
하지만 단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가 하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어렵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착한 사람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죽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악천군의 위치를 확인하고도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그 점이다.
적이라면 깔끔하게 죽이면 되는데, 적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서 문제다.
하지만 잠재적으로는 무서운 적이 될 수 있는 사람.
‘제갈신광 그놈이었으면 벌써 악천군을 죽였겠지.’
제갈신광처럼 뱀의 마음을 가졌다면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벌써 악천군을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제갈신광이 아니니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죽이느냐 살리느냐 그것이 문제인 상황이다.
* * *
다음 날도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있자 현무전장을 찾은 당비취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오빠, 뭐 고민이라도 있어? 표정이 왜 그래? 낙양 어디를 가나 오빠의 명성이 넘치는 중인데. 좋아서 얼굴이 피어나야 하는 것 아냐?”
속도 모르는 당비취는 내가 굳은 표정으로 수심에 잠기자 의문을 표시한다.
비취에게 한번 물어볼까? 내가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주변의 조언이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비취야, 내가 지금 한 가지 고민이 있는데. 놔두면 나쁜 적이 될 것 같은 사람이 있어. 그런데 이 사람이 지금 상태에서는 선량한 사람이야. 예를 들어 지금은 평범한 사람인데, 지옥혈왕의 신체를 대신할 사람 같은 경우 말이야. 이런 경우 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좋을까? 그대로 살려주는 것이 맞을까?”
“지옥혈왕의 신체를 대신할 사람? 우리가 특작대에서 죽인 그 육체 말이야?”
“응, 그 신체처럼 앞으로 지옥혈왕의 신체가 될 수 있는 착한 사람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글쎄. 쉽지 않은 문제네. 죽이자니 죄가 없는 사람이고, 살려두자니 지옥혈왕의 몸으로 이용될 거고.”
“그래, 그래서 고민이야. 죽이자니 명분이 안 맞고, 살리자니 실리에 안 맞고.”
“그 사람을 보호하는 건 어때? 지옥혈왕의 신체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데려와서 보호하거나 감금하는 것 말이야.”
“보호라. 흠, 그래 그런 방법도 있지.”
당비취가 제안한 방법은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 같다.
만약 악천군을 백정맹으로 데려와서 보호한다면?
개천혈교에서 그를 납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작대가 검각산과 태항산에서 수행한 임무는 해당 신체를 죽이는 것이라 수행이 가능했다.
살려서 같이 생환하는 일이라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개천혈교에서 백정맹의 비밀장소에서 보호 중인 악천군을 죽이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그를 살려서 데려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제갈신광이 죽었으니 악천군을 죽이려 할 사람도 없을 것 같고.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자 악천군을 데려와서 백정맹에서 보호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런데, 오빠의 고민이 진짜로 지옥혈왕의 신체가 될 사람에 대한 고민이야? 아니면 그냥 예시를 그렇게 든 거야?”
“진짜로 지옥혈왕의 신체가 될 사람이야.”
“그래? 그런 사람이 있어? 그럼 그 사람에 대해서 백정맹에서는 알고 있고?”
“아니, 백정맹에서는 몰라. 나만 알고 있는 정보야.”
“그래? 하여간 신기해. 오빠는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건 비밀.
내가 수라검신의 빙의라는 사실은 당비취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평생 비밀로 간직해야 할 일이니까.
그럼 이 일을 위해서 다시 한 번 특작대를 소집해야겠지.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번 일을 알려서는 안 되고.
“비취야, 학관 특작대를 소환하자. 나랑 같이 움직일 사람이 필요해.”
악천군만 만나는 것이라면 특작대를 소환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악천군 옆에는 누군가 있다.
그 존재가 한 명인지 집단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분명한 것은 악천군은 누군가의 방문 이후 그를 따라갔고, 그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천군 곁에 있는 사람이 악천군을 위해 보호하는 사람인지, 악천군을 감시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지. 적인지 아군인지도 불분명하고. 하지만 악천군을 데려간 존재라면 악천군의 가치를 아는 사람일 것이고, 그렇다면 보호가 허술하지 않을 거야.’
만약 악천군을 데려간 사람이 개천혈교 쪽이라면 검각산이나 태항산처럼 막강한 호위 병력이 주변에 있을 것이다.
개천혈교가 가장 공을 들여 보호해야 할 사람이 악천군이니 말이다.
그러니 만약을 위해서 나도 특작대를 소환해서 움직여야 한다.
* * *
다음 날 현무전장에 모인 특작대 대원들.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