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뜻밖의 기연(3)
소양신단의 기운에 조금 의아함을 느끼던 나는 그 원인이 짐작되자 당황한다.
‘소양신단 때문이 아니야.’
소양신단이 일주천한 뒤에 단전에 축적시키려던 내 의도와는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단전으로 축적하려는 소양신단의 기운에 반응하는 기존의 기운들.
이미 축적된 단전의 기운이 추가 내공 축적을 반대하는 것처럼 소양신단의 기운을 밀어내고 있다.
‘내공이 이 갑자나 되어서 그런 거야. 단전에 축적할 공간이 없어서 그래. 한계치에 도달한 단전의 용량 때문에 이 갑자가 넘는 기운을 거부하는 거야. 소양신단의 기운은 단전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몸 안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현상에 적지 않게 당황한다.
‘설마 주화입마에 걸리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 설마가 아닌가?’
뭐든 과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이 갑자가 쌓인 상태에서 추가로 먹은 영단의 과한 기운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까운 소양신단의 기운을 바깥으로 배출시킬 수는 없지.’
반 갑자 내공이 걸린 영단이다.
이 기운을 그냥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단전에 축적시켜야 한다.
하다못해 반이라도 축적시켜야 한다.
나는 소양신단의 뜨거운 기운을 단전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단전의 기운은 소양신단의 기운을 밀어내려고 반발한다.
나는 더 밀어 넣고. 그럴수록 단전의 기운에 대항하는 소양신단의 기운도 점점 뜨거워진다.
단전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소양신단의 기운이 뜨거워진다.
두 개의 이질적인 기운이 서로 내 몸 안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는 이 상황이 매우 위험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빌어먹을! 여기에서 잘못 하다가는 주화입마에 들겠네. 둘을 조화시키지 못하면 위험해.’
이미 내공이 꽉 찬 단전에 추가로 내공을 축적하려 한 것이 문제가 되어서 발생한 상황.
단전으로 파고드는 소양신단의 기운과 이를 막는 기존 기운이 서로 반발하면서 대항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나는 두 개의 진기를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소양신단의 기운은 이제 용광로처럼 들끓고, 기존 단전의 기운은 강하게 소양신단을 밀어내면서 위로 솟구치고 있는 중이다.
둘을 조화시키지 못하면 그야말로 주화입마에 빠질 상황.
생사가 걸린 아찔한 상황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어떡하지?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나지?’
두 개의 기운이라.
두 개의 기운을 조화롭게 다루는 방법은?
그때 떠오르는 한 가지 방법.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한다.
‘수라심법은 양의 성질을 가진 심법, 반면 현월심법은 음의 성질을 가진 심법. 소양신단의 기운은 양기니 수라심법하고 잘 맞아. 소양신단의 기운을 수라심법으로 제어하면서 기존 내공은 현월심법으로 제어해, 음양의 조화를 꾀하면 통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동시에 두 개의 심법을 따로 운용한다는 것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심법을 동시에 행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몸에는 두 개의 기운이 따로 놀고 있으니 어쩌면 두 개의 심법 운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있다가는 주화입마에 걸릴 상황이니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 시도해 봐야 한다.
수라심법을 이용해 소양신단의 양기를 다스리자 조금씩 제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월심법으로 단전의 기운을 다스리자 단전의 기운도 조금씩 제어가 되는 것 같다.
두 개의 심법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뭐야? 두 개의 심법 운용이 가능해? 두 개의 기운이 따로 놀아서 그런 건가? 신기하네.’
심법을 운용하면서도 내가 다 놀란다.
혹시나 싶어서 시도해 본 것이 정말로 되니 신기한 것이다.
‘태양의 기운을 차가운 달의 기운으로 감싸서 식혀야 해.’
소양신단의 기운을 기존 단전의 기운으로 감싼다.
그러자 감싸는 단전 기운을 파고드는 소양신단의 기운.
그렇게 안에는 뜨거운 소양신단의 기운이 바깥은 안정적인 단전의 기운이 감싸면서 둘이 섞이는가 싶었다.
그러나 둘이 서로 부딪치는 순간 두 기운이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크흡! 이런 빌어먹을. 소양신단의 기운이 다시 날뛰고 있어.’
날뛰는 소양신단의 기운을 단전의 기운으로 감싸서 꽉 잡으려고 한다.
그러자 더욱 날뛰는 소양신단의 기운.
아직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기운이라 날뛰는 기운을 제어하는 것이 어렵다.
‘빌어먹을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 같네.’
그나마 단전의 기운은 내 의도대로 제어가 가능하다.
그래서 날뛰는 소양신단의 기운을 단전의 기운으로 감싸고 꽉 붙잡으려고 한다.
단전의 기운은 마치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 위에 올라타 말을 진정시키려는 사람처럼 소양신단의 기운을 억제하려고 힘을 쓴다.
그런데 그 순간 날뛰던 소양신단의 기운은 단전의 기운이 요구하는 억누름에 반발하면서 단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폭주한다.
‘놓치면 죽는다.’
다른 곳으로 폭주하는 소양신단의 기운을 단전의 기운이 붙잡으면서 끝까지 달라붙는다.
그렇게 서로 맞붙은 상태로 전신 혈맥을 폭주하는 두 개의 기운.
날뛰면서 폭주하는 소양신단의 기운, 그런 소양신단의 기운을 억누르려고 같이 따라붙은 단전의 기운.
그 두 개의 기운이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를 붙잡고 혈맥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날뛰던 소양신단의 기운이 혈맥을 돌아다니는 중에 갑자기 뻥하고 뭔가 뚫리는 느낌이 든다.
‘뭐야? 혈맥을 뚫고 있어?’
두 개의 기운이 함께 움직이면서 강한 힘으로 혈맥을 일주천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좁은 혈맥 부분을 뚫으면서 폭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이 독맥의 끝에 도착하는 순간 은교혈에 그대로 부딪친다.
‘뭐야? 진기가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데, 그대로 부딪친다고?’
보통의 행공이라면 독맥이 끝나는 은교혈에서 다시 기운을 되돌린다.
그렇지만 폭주하는 소양신단의 기운은 뒤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만 폭주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소양신단의 기운을 붙잡고 있는 이 갑자의 기운.
그 둘이 그대로 독맥의 끝에 부딪친 것이다.
– 퍼엉─
그리고 그 순간 은교혈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정신 차려야 해.’
지금 이 순간이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생사현관이 타통되고 있어.’
은교혈을 뚫고 폭주하는 소양신단의 뜨거운 기운은 이제 승장혈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승장혈의 벽에 막히는 순간 역시 그대로 돌진하는 소양신단의 기운.
그 기운은 소양신단의 기운만이 아니다.
소양신단의 기운을 붙잡고 있는 이 갑자의 기운도 같이 더해진 기운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갑자 반의 거대한 기운이 승장혈의 벽에 부딪치는 것이다.
– 퍼엉─
그리고 승장혈마저 뚫린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한 곳의 생사현관이 타통되었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생각지 못한 기연을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두 기운의 대립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한 기운이 한 기운을 억누르려고 하자 반박한 기운이 폭주했고, 그 기운에 매달려서 억누르려던 단전이 기운까지 합쳐서 같이 폭주하게 된 것이다.
결국 두 개의 기운이 합쳐진 강한 힘으로 생사현관이 타통되었으니 이는 기연이다.
폭주하는 소양신단의 기운은 여세를 몰아 장강혈과 회음혈로 이어지는 임독맥 사이도 뚫어버린다.
– 펑펑─
마침내 임맥과 독맥이 하나로 타통된 것이다.
그렇게 임독양맥을 타통한 소양신단의 폭주.
그 와중에 단전의 기운이 계속 소양신단의 기운을 억누르니 소양신단의 기운도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마침내 혈맥을 두세 번 돌던 소양신단의 기운이 힘을 잃어가자 그 기운을 감싼 단전의 기운이 소양신단의 기운과 섞여간다.
그렇게 하나로 섞인 기운이 단전으로 돌아오고, 다시 단전에 차곡차곡 쌓인다.
– 두둥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허공에 떠오른 상태임을.
그리고 하나로 된 진기가 정수리 위로 자유롭게 나갔다가 다시 몸 안으로 들락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오기조원의 경지에 도달했어.’
모든 행공을 마무리하고 눈을 뜬다.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단순히 내공만 반 갑자 는 것이 아냐. 몸 자체가 바뀌었어.”
영약을 먹으면 내공이 늘고, 내공이 늘면 힘이 느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내공의 증가로 인한 힘의 증가는 느껴진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느껴진다.
생사현관이 타통되면서 기의 흐름에 막힘이 없다.
“며칠 동안 이동하고 오늘도 계속된 전투를 했던 피로감이 사라졌어. 무엇보다 힘이 계속 샘솟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치고, 기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사현관 타통을 통해서 진기의 운용에 제약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고, 어떤 무공도 펼칠 수 잇을 것 같아.”
이전까지는 녹임일존 좌진후를 만나면 싸워서 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공이나 초식 면에서 좌진후에게 뒤진다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자신감이 들고 있다.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현월7검 후삼식을 모두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무공이라도 익힐 수 있고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그런 자신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내공 증가로 힘이 넘친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내 마음대로 내공과 진기를 제어할 수 있다는 느낌, 그 느낌 때문에 어떤 무공과 초식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간 느낌이 가득하다.
“기연을 만났어. 생사현관 타통이라니.”
공동파에서 만난 뜻하지 않은 기연.
그 기연이 내 무공의 경지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었다.
* * *
다음 날 아침 나를 마주한 당비취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상하네?”
“뭐가?”
“오빠의 얼굴이 뭔가 달라진 것 같아. 아니 분위기도 뭔가 달라진 것 같고.”
“다르긴 뭐가 달라? 어제랑 같은 난데.”
“아냐, 뭔가 미묘하게 달라. 더 잘생겨졌어.”
“흠, 내가 원래 좀 잘난 놈이긴 하지.”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원래 잘난 오빠지만 더 잘난 모습이 되었다고.”
“그래? 도주 산행으로 찌들었잖아. 그 꾀죄죄함하고 피로가 풀려서 그런 것 아냐?”
“내가 그것도 구분 못 하겠어. 얼굴 자체가 바뀐 것 같아. 뭐랄까, 더 잘생겨졌고, 그보다는 뭔가 신비로움과 깊이가 더해진 것 같아.”
아무래도 간밤에 새로운 경지로 들어서면서 몸의 일부도 탈태환골을 한 모양이다.
혈맥이 달라지고 기의 순환이 달라졌으니 근육과 골격에도 변화가 온 듯하다.
“그래? 아무렴 어때. 더 잘생겨졌으면 좋은 거지.”
“흐음, 이상한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다니.”
당비취는 계속 내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를 보고 놀라는 것은 당비취뿐만이 아니다.
“무비야,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아미타불! 뭐지? 무비의 얼굴에서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데. 광채가 나는 것 같아. 얼굴이 바뀐 것 같은데? 아니, 기운이 바뀐 것 같기도 하고.”
“흠, 뭔가 달라지긴 했는데.”
나머지 세 사람도 나를 보자마자 뭔가 달라졌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공동파에서 기연은 기운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외모에도 조금 변화를 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