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단서(3)
“소림이 밀리고 있어.”
당비취 말대로 전투는 소림이 완전히 수세에 몰린 상태였다.
바닥에 깔린 시체는 소림승이 훨씬 많았다.
의외로 개천혈교 쪽 시체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개천혈교는 거칠게 소림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개천혈교 무인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소림승이 약 3백 명 정도로 보이는데, 개천혈교 무인도 비슷한 수로 보였다.
“숫자가 비슷한데 소림이 밀린다고?”
“오빠, 뭔가 이상해. 개천혈교 무인의 무력이 소림을 넘어서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밀리다니.”
“일단 소림 쪽으로 이동해서 상황을 알아보자.”
뒤에서 봐서는 자세한 판단이 어려우니 전투장소를 우회해 소림 쪽 진영으로 몸을 날린다.
“백광 대사님!”
전방에서 치열하게 적과 싸우고 있는 소림승이 눈에 뜨인다.
긴 눈썹이 바로 외모를 구분하게 만드는 장미권제 백광 대사다.
백정학관에 다닐 때 교관인 백천과 제자인 운강을 보러 자주 들렀기에 안면이 있는 사이. 나를 바로 알아본다.
“오, 이게 누구요. 천웅검 현 대협 아니오? 옆은 독수화 당 소저고. 두 사람이 소림에 어인 일이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요. 개천혈교가 공격 중인 건가요?”
“하아, 그렇소. 놈들을 막고 있지만 보다시피 크게 밀리고 있소. 백정맹에 지원을 요청하고 버티려고 하지만, 백정맹에서 지원군이 오기 전에 끝날 것 같소. 아무래도 오늘이 우리 소림의 마지막 날이 될 듯하오.”
“숫자가 비슷한데, 왜 이렇게 밀리는 거죠?”
“놈들은 사람이 아니오. 내 권에 맞고도 쉽게 죽지 않소. 더 기가 막힌 것은 저놈들의 공격에 당한 제자들이 독에 중독되어 힘을 못 쓴다는 사실이오. 저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독으로 무장한 강시요.”
“독으로 무장한 강시요?”
장미권제 백광 대사의 말을 듣고 개천혈교 쪽 무인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초점이 없는 눈동자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개천혈교에서 제작한 강시라면 독혈강시?’
당비취 역시 개천혈교 쪽 무인을 살펴보더니 눈치를 챈 모양이다.
“오빠, 이놈들 말이야. 활강시왕이 제조법을 넘겼다는 독혈강시 아냐?”
“맞는 것 같은데. 강시에 독까지 지니고 있으니까.”
전투상황을 살펴본 결과 개천혈교는 독혈강시를 이용해 전투를 이끄는 중이고, 강시가 아닌 무인이 더 적었다.
“독혈강시? 현 대협, 그게 뭐요?”
“몸 안의 피를 빼내고 독혈로 채워 넣은 강시입니다. 독혈이라서 놈들에게 당하면 독에 중독되어 즉사합니다. 심지어는 독혈강시에게 부상을 입혀도 독혈이 터지면서 독혈에 중독되어 당하죠. 보통 무인 실력으로는 독혈강시를 상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맞소. 놈들을 상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오. 어지간한 공격에는 꿈쩍도 안 하고, 놈들의 사지라도 잘라내면 독혈이 퍼지면서 중독이 되오. 나야 호신강기로 독혈을 방어하고 있지만 제자들은 그게 안 되니 괴물 같은 놈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중이오.”
벌써 백여 명 정도의 소림승이 시체로 변한 상태고 나머지 삼백 명도 간신히 막고 있는 것이 곧 시체로 변할 상황이다.
“대사님, 저놈들 대응법을 압니다. 제 말대로 하면 놈들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저 무시무시한 놈들의 대응법이 있단 말이오?”
“일단 저들은 정면대결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진법을 이용해 일단 놈들의 공격을 막는 것이 집중하십시오. 일반 제자들은 대나한진을 펼쳐서 방어에 집중하십시오. 공격은 하지 말고 방어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한승들만 따로 뒤로 빼주십시오.”
“안 그래도 밀리는데 나한승을 빼면 더욱 밀릴 것 아니오?”
백광 대사는 의문의 표정을 짓는다.
나한승이라면 소림사의 정예다.
지금 그들이 활약하고 있어서 그나마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나한승을 뒤로 빼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밀리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일단 제 말을 믿고 저들을 막으면서 나한승만 따로 뒤로 빼주기 바랍니다.”
“으음, 나한승을 따로 빼야 한다니. 장문인, 현 대협 말을 들었소? 전체 제자로 하여금 대나한진을 구성해 방어에 힘쓰고 나한승은 따로 빼도록 하시오. 무당파를 구하고 함곡관 전투에서도 백정맹을 구한 천웅검 대협의 말이니 믿고 따르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사형 말대로 하겠습니다.”
장미권제 옆에서 소림승을 지휘하던 사람은 소림사 방장인 백월 대사였다.
“모든 제자는 대나한진으로 전환해 방어에만 집중한다. 나한승들은 빠져나와 모두 내 주변으로 모인다.”
백월 대사가 내력을 담아 소리를 지르자 전투를 하던 소림승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적과 전투에서 밀리는 와중에도 움직임이 질서정연한 것이 소림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 휘리릭─ 휘릭─ 착착착─
전투 중이던 나한승들이 빠른 속도로 백월 대사 주변으로 몰려든다.
대충 사십여 명 정도 되는 인원.
이제 개천혈교 무인은 남은 제자들이 대나한진을 구성해 상대하는 중이다.
“현 대협, 요청한 대로 나한승을 모았소. 이제 어찌 해야 하오?”
“백광 대사님, 나한승을 우회시켜서 적들의 후미에서 공격하게 하십시오.”
“후미에서?”
“지금의 독혈강시는 미완성입니다. 그리고 미완성 독혈강시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상대하는 인지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눈에 보이는 것만 상대한다고요?”
“다시 말해서 후방 공격에는 매우 취약합니다. 보이지 않는 뒤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에 대응이 취약합니다. 따라서 전방에서 제자들이 독혈강시를 상대하는 동안 나한승들은 독혈강시의 후방을 파고들어 뒤통수를 노려야 합니다. 만약 독혈강시가 방향을 바꾼다면 나한승들도 같이 방향을 바꾸면서 계속 독혈강시의 뒤통수만 노려야 합니다.”
“허어, 저 무시무시한 강시에게 그런 약점이 있었다니.”
“놈들은 강시라서 목을 자르거나 심장을 관통해야 멈춥니다. 그리고 독혈을 포함한 독혈강시라서 맨손으로 목을 자르거나 심장을 관통하면 독에 중독됩니다. 길이가 긴 곤을 이용해 목을 자르거나 심장을 관통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나한승들은 잘 들었는가?”
“네, 잘 들었습니다.”
“모두 나를 따라 적의 후미로 우회해 공격한다. 독혈강시가 방향을 바꾸면 같이 움직이면서 독혈강시의 후방만 노리도록 한다. 독혈을 가진 괴물이니 모두 곤을 이용하고, 항마곤법을 이용해 적을 상대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장미권제 백광 대사가 몸을 날리자 곤을 들고 그 뒤를 따르는 나한승들.
나와 당비취도 같이 움직인다.
전투가 펼쳐지는 경내를 우회해 적의 후미로 돌아간 다음에 후미에서 공격을 개시하는 나한승들.
– 부웅─ 붕─ 퍽─ 퍽─
“키힉!”
“끼흑!”
나한승의 곤이 목뼈를 가격하거나 등을 관통하자 묘한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지는 독혈강시들.
“아미타불! 정말로 이 무시무시한 독혈강시들이 제대로 대항도 못 하고 쓰러지다니. 모두 힘을 내도록 해라.”
놀라운 결과에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백광 대사와 나한승.
독혈강시가 맥없이 쓰러지자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 부웅─ 붕─ 퍽─ 퍽─
“키흑!”
“끼익!”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후방에서 공격하는 나한승이 곤을 휘두를 때마다 독혈강시들은 제대로 대항도 못 하고 쓰러졌다.
“저, 저런…. 저놈들이 후방에서 공격하다니. 삐리릭─ 삐릭─! 방향을 돌려 후방을 방어해라.”
독혈강시를 제어하는 개천혈교 무인이 신호를 보내면서 지시를 내리자 독혈강시 일부가 몸을 돌려 후방을 공격하는 소림승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천웅검 현 대협의 말을 기억해라. 정면으로는 놈을 죽일 수 없다. 정면 공격은 피하고, 후방만 노려라.”
“알겠습니다.”
방향을 바꾼 독혈강시가 나한승을 노리자 나한승을 몸을 피하면서 독혈강시의 뒤를 잡으려고 했다.
그렇게 나한승들은 독혈강시의 뒤만 노리면서 독혈강시를 하나씩 처치하기 시작했다.
‘저쪽에 있는 놈이 독혈강시를 조종하는 놈이라 이거지.’
– 휘릭─ 휘익─ 부웅─
놈들을 향해 몸을 움직이자 놈이 다급해진다.
“삐릭─! 놈을 막아라.”
내 앞을 가로막는 독혈강시들.
그리고 자신들을 호위하는 독혈강시를 보면서 안심하는 개천혈교의 조종자.
– 쉬익─ 쉭─
“끄윽!”
하지만 놈이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 내게 남아 있었다.
지옥신환을 이용해 탄강기를 발사하자 안심하고 있던 놈은 내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목에 구멍이 뚫린다.
독혈강시를 조종하던 놈을 없애니 독혈강시의 대응이 훨씬 둔화된다.
조종자의 지시로 방향을 바꾸던 독혈강시들은 정면에 보이는 적만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나한승들은 그런 독혈강시의 공격을 피해 뒤를 잡는다.
– 부웅─ 붕─ 퍽─ 퍽─
“키륵!”
“끼힉!”
정면의 적만 상대할 줄 아는 독혈강시들은 빠르게 나한승의 제물이 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사십여 명의 나한승이 한 번 곤을 휘두를 때마다 이삼십 명이 우수수 쓰러졌다.
머리가 터진 놈, 목뼈가 부러지면서 머리가 신체에서 분리된 놈, 심장이 관통당한 놈 등.
독혈강시 외에도 개천혈교 무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무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들로서는 소림승들을 상대하기 벅찬 상황이다.
나와 장미권제를 포함한 나한승의 공격에 독혈강시는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독혈강시의 수가 줄어들자 소림의 대나한진 방어력은 더욱 강해졌고, 소림승의 희생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얼마 후에는 방어만 하던 대나한진의 소림승들도 공격으로 돌아섰다.
“적들을 섬멸해라!”
백월 방장의 말에 이백 명이 넘는 소림승이 일제히 앞으로 진격하면서 적을 섬멸한다.
독혈강시가 없는 개천혈교 무인은 소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결국 시간이 흐르자 개천혈교의 모든 잔당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전투가 끝났다.
전투가 끝난 후에 수백 구의 독혈강시 시체를 바라보면서 소림승들은 넋을 잃은 표정을 한다.
일부는 믿기지 않은 승리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미타불!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은 승리야.」
「모두 죽을 것이라 각오하고 싸웠는데, 이렇게 살아날 줄이야. 어찌 이 괴물들 손에서 살아날 수 있는 건지.」
「아미타불, 이 괴물들을 우리가 물리치다니. 믿기지가 않아.」
「맞아. 괴물들이었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괴물들이라 생각했는데, 이 괴물들을 모두 물리치고 소림을 구하다니.」
「이 괴물들에 의해 우리 사형제가 백여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우리도 목숨을 잃을 뻔했지. 우리 모두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어.」
「아미타불, 이 모든 것이 천웅검 현 대협 덕분이야. 저 분이 오지 않았다면 소림은 오늘로 멸문을 당할 뻔했어.」
「맞아. 천웅검 현 대협이 우리를 살린 거야.」
「천웅검 현 대협, 천세!」
「천웅검 현 대협, 천세!」
여기저기에서 나를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조금은 자부심이 올라가면서 어깨가 으쓱거린다.
“하, 다들 저렇게 내 별호를 불러주시니 뭔가 뿌듯하네요.”
“아미타불! 뿌듯하고 자랑할 만한 공적을 쌓으셨지요. 멸문 위기에 처한 우리 소림을 구해주지 않았습니까. 독혈강시라는 괴물에 의해 수백 명이 죽을 뻔했는데, 천웅검 현 대협이 오셔서 우리를 구해주셨습니다. 당연히 자랑하고도 남을 일이지요.”
백월 대사는 감격에 겨운 눈으로 연신 염주를 굴리면서 내게 허리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