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결전(2)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소. 맹주를 도와야 하오.”
소림의 승려 몇이 몸을 날리더니 지옥혈왕을 공격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옥혈왕이 다른 손을 뻗자 지옥혈왕을 향해 몸을 날리던 승려들 역시 이동을 멈춘 상태에서 눈이 충혈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부들부들 떨다가 한 순간 앞으로 쓰러지는 승려들.
– 털썩─ 털썩─
그리고 탁패산과 백광 대사도 천천히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한다.
– 털썩─ 털썩─
“아앗, 맹주와 대사께서?”
“아미타불! 진정 저자는 마귀란 말인가? 맹주와 대사께서 무공 한번 펼치지 못하고 쓰러지다니.”
“하아, 저자는 누구도 막을 수 없소. 저자 가까이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백병군은 모든 화살을 지옥혈왕을 향해 발사해라.”
손광 문주가 탄식을 터트리더니 백병군을 향해 깃발을 흔든다.
– 쉬쉬쉭─
백병군은 적을 향해 쏘던 화살을 지옥혈왕 쪽으로 돌려서 발사하기 시작한다.
– 팅팅팅─
그러나 화살은 지옥혈왕의 몸에 접근하지 못했다.
주변의 호위대가 쳐내거나, 호위대를 뚫고 지옥혈왕 근처에 접근한 화살은 지옥혈왕의 호신강기에 막혀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백정맹 간부와 소림사 간부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지옥혈왕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우리가 병력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지옥혈왕이 살아남는다면 이긴 것이 아니오. 하아, 하늘이 우리를 버리는 것 같소.”
마침내 손광 문주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지옥혈왕을 죽일 방법이 없으니 탄식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당비취가 내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오빠, 정말로 지옥혈왕을 상대할 수 있어? 정말이야? 맹주조차 손 한번 못 쓰고 죽었는데 정말 안 죽을 자신이 있냐구?”
당비취의 눈동자에는 절실함이 가득 했다.
직접 눈앞에서 지옥혈왕의 위력을 보니 내가 상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중원 최고 고수에 속하는 탁패산 맹주와 백광 대사가 힘 한 번 못 쓰고 당했으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지옥혈왕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지.
나는 현무비인 동시에 수라검신이니까.
나는 자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당비취를 안심시켰다.
“나를 믿으라구. 나는 비취에게 허튼소리 안 해.”
“그래, 믿을게! 나, 당비취는 오빠를 믿을게.”
당비취는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드디어 마지막 결전의 순간인가?
“운강, 교적풍, 팽무해, 남궁무훈!”
“응? 왜?”
“나 불렀냐?”
“바쁜데 나는 왜 부르는 거야. 뭐냐?”
“너희들이 나를 좀 도와줘야겠다.”
“응? 뭐를 도와. 졸개 상대도 힘든 거냐?”
팽무해는 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지옥혈왕을 칠 거다. 그러니 너희들이 나를 도와줘야 해.”
“응, 지옥혈왕?”
“무슨 소리야. 지옥혈왕이라니.”
한참 싸우던 동기들은 잠시 뒤로 물러나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내가 지옥혈왕을 죽이겠다고.”
“무비, 네가 지옥혈왕을? 맹주도 놈에게 당했는데?”
“내가 누군지 잊은 거야? 지옥혈왕의 신체 두 개를 박살 낸 사람이 나야. 세 번째 신체도 박살 낼 수 있다고. 그러니 나를 도와줘.”
“무비야, 정말 가능한 거야?”
“아미타불! 소승은 무비를 믿는다. 모두가 불가능한 두 번의 임무를 성공하고 우리를 무사생환 시켰잖아.”
“맞아. 그러긴 했지.”
“나도 무비를 믿는다. 놈이 저리 말하면 분명 우리가 모르는 비법을 알고 있는 거다.”
운강과 교적풍이 내 편을 들기 시작하자 동료들의 눈이 반짝인다.
“좋아. 나도 무비 편이다. 무비야 어떻게 도와야 하는 거지?”
“내가 지옥혈왕을 상대하는 동안 놈의 호위대가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줘. 내가 지옥혈왕과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다른 사람들은 자옥혈왕에게 두려움을 느껴서 근처도 가지 않으려고 해. 너희는 나를 믿으니 나를 도울 수 있을 거야.”
“물론이다. 너는 우리가 호위해 주마.”
“아미타불! 내 놈을 던져 놈을 막아주지. 그런데 놈이 우리를 가만 둘까?”
“놈은 나를 상대하느라고 너희들에게 손쓸 틈이 없을 거야.”
“아미타불! 그건 반가운 소리네.”
“호위대는 우리가 상대할 수 있지.”
교적풍이 강한 살기를 흘리면서 검을 고쳐 잡는다. 운강도 봉을 고쳐 잡는다.
“나도!”
“오빠, 나도!”
팽유진 남궁수지 당비취 등도 돕겠다고 나선다.
“좋아, 가자.”
휘릭─ 휘리릭─
나를 포함한 동기들이 지옥혈왕 쪽으로 접근하자 손광 문주를 비롯한 정파 수뇌부가 깜짝 놀란다.
“아니, 저들은 천웅검하고 동료들 아니오. 저들이 지금 왜 저곳으로 가는 거요?”
“허허, 그러게 말이외다. 설마 저들이 지옥혈왕을 상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 지옥혈왕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포함한 동료들이 지옥혈왕 쪽으로 움직이자 모두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지옥혈왕 역시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 착─
“마침내 만났군. 지옥혈왕!”
“마침내? 어린놈이 가소롭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약관의 몸을 가진 주제에 나보고 어린놈이라고 부를 처지가 아닐 텐데.”
“훗, 몸은 어리지만 정신은 오랜 시간 수련한 몸이다.”
“그래? 그건 나도 그런데.”
농담처럼 히죽거리면서 놀리는 내 말투에 지옥혈왕의 인상이 구겨진다.
“어린놈이 방자하군. 설마 나를 상대하려고 온 것은 아니겠지?”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너처럼 어린놈에게 정력을 쏟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래? 그럼 이 반지는 찾을 마음이 없나 보네.”
말과 동시에 왼손을 들어 보이자 눈빛이 바뀌는 지옥혈왕.
놈의 시선은 내 왼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놈의 눈 주변이 자르르 떨릴 정도로 놈은 놀란 표정이 된다.
“그, 그건?”
“지옥신환이지. 두 번째 신체에 끼워져 있길래 얼른 주웠지. 이거 지옥혈왕의 신물 아닌가?”
“그걸 네놈이 가지고 있다니. 당장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주마.”
“내가 할 소리를 반대로 하고 있네.”
“뭐라고?”
“자, 이제 나와 싸워야 할 명분이 생겼나?”
“이런, 어린놈이라고 무시하려고 했더니.”
“하지만 내 무공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흥, 백정맹주도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내게 덤비겠다는 것이냐?”
“나는 그들과 다르니까. 자, 이제 나랑 싸울 마음이 생겼냐구?”
“물론이다. 그 지옥신환은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물건이니.”
“그래, 그럼 시작해 볼까?”
– 솨라랑─
검을 겨누자 놈도 손을 뻗어 나를 가리키기 시작한다.
놈의 눈이 붉게 물들면서 손도 붉게 물들어 간다.
‘지옥혈신공을 펼치는 모양이로군.’
놈이 지옥혈신공을 펼치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기운.
뭔가 내 몸 안으로 들어와서 헤집고 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내 몸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 빠져나가는 것은 없다.
‘이게 영혼을 빼내 가는 과정인가?’
지옥혈왕은 내 몸의 영혼을 빼 가려고 지옥혈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검을 든 상태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잠시 후 지옥혈왕의 눈빛이 기묘하게 바뀐다.
“왜… 왜 안 쓰러지는 거지? 왜 영혼이 내 손으로 딸려오는 느낌이 안 드는 거지?”
지옥혈왕은 내 영혼이 빠져나가지 않자 조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제 재주는 다 부린 거냐?”
“뭣이 재주? 건방진 놈 같으니.”
“지옥혈신공을 펼쳤는데도, 내가 멀쩡할 정도면 내가 유리한 것 아냐?”
“네놈이 지옥혈신공을 알다니. 도대체 네놈은 누구기에?”
“내 정체를 알려줄 마음은 없고. 이제 무공으로 겨루어 볼까”
– 쉭─ 휘릭─
“흡!”
내가 검을 들고 돌진하자 지옥혈왕이 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헛바람을 들이켠다.
“믿을 수 없는… 어찌 내 지옥혈신공에 멀쩡할 수가?”
이미 죽은 몸이다. 네놈이 빼 가려는 영혼은 이미 태어나자마자 죽었지.
– 부웅─ 붕─
놈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내 공격을 피하느라 바쁘다.
그러면서도 놈은 한 손을 뻗어 지옥혈신공으로 내 영혼을 빼 가려는 공격을 했다.
그러나 내 영혼이 놈의 신공에 반응이 없자, 놈은 더욱 당황한 표정이 된다.
“고작 지옥혈신공 하나 믿고 설친 거야?”
“이, 이놈이? 내가 가진 것이 그 신공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 부웅─ 부아아악─
분노가 올라오는지 놈은 혈안이 된 눈으로 나를 향해 공격한다.
붉게 물들어 혈수가 된 놈의 손이 내 몸을 노리고 밀려든다.
‘적혈수로군. 내게는 어림없지.’
보통사람이라면 무서운 위력으로 느껴질 적혈수 공격.
그러나 내게는 위협적이지 않다.
– 펑─ 좌좌작─
놈과 처음으로 공격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함께 밀려난다.
“이럴 수가! 나랑 비슷한 공력이라고? 어떻게 저 어린 나이에?”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빌어먹을, 나랑 비슷한 공력이네. 이 정도라면 쉽게 승부를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잖아.’
이후에도 몇 차례 이어진 공격.
그러나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다.
놈의 지옥혈신공이 내게 무용지물이 되는 바람에 영혼이 빠져나가지는 않지만 무공 자체가 나랑 엇비슷한 수준이다.
역시 개천혈교의 교주다운 무공이다.
“저놈을 협공해라.”
마침내 놈이 주변의 호위대에게 협공을 명령한다.
급해지니 교주의 체면도 없다.
그러나 놈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동료들이 놈들의 호위대를 막아선다.
하지만 지옥혈왕은 내 동료를 향해 지옥혈신공을 펼칠 수 없다.
그랬다가는 내게 바로 역습을 당해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놈은 나를 상대하기도 바쁘다.
그렇게 몇 차례 이어지다가 놈의 공격이 내 빈틈을 노리고 들어온다.
물론 그 빈틈은 호심갑을 믿고 만들어준 빈틈이다.
– 터엉─ 푹─
“끄윽! 이, 이놈이… 빌어먹을.”
나도 빌어먹을이다. 호심갑을 이용해 놈의 공격을 심장으로 받아내면서 찔렀는데, 놈이 급소를 피했다.
“어쩔 수 없군. 네놈 때문에 결국 비장의 신공을 쓰게 되다니.”
놈에게 비장의 신공이 하나 더 있었던 거야?
지옥혈신공 말고 또 뭐?
놈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더니 핏빛이 된다.
그러면서 놈의 몸 주변에서 이글거리면서 강해지는 붉은색 강기.
‘저놈, 선천진기까지 끌어올려 내공을 증폭시키고 있어.’
빌어먹을 자식. 몸 정도는 손상 입어도 된다 이거군.
어차피 놈은 다른 몸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몸의 손상을 각오하면서 내공을 증폭시키기 시작한다.
‘네놈만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것이 아니지.’
나 역시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고, 놈이 방심하기를 기다렸다.
– 쉬익─
놈을 향해 쇄도하면서 일장을 내밀자 놈이 내 손을 잡아온다.
일부러 잡혀준다. 그렇게 해서 서로가 서로의 몸을 구속하게 된 상황.
“흐흐, 어리석은 놈. 나랑 내공이 같다고 생각해서 손을 잡은 거겠지. 하지만 내 내공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군.”
“아니, 알고 있어. 하지만 진짜 공격은 이거거든.”
– 쉬익─
품에서 꺼낸 물건으로 놈을 공격하자 놈이 다시 한번 내 손을 잡는다.
“흐흐, 이제 양손을 잡혔으니 어떻게 할 거냐.”
“양손을 잡혔으니 네놈이 걸려든 거지.”
“걸려들어? 무슨 소리지?”
“네놈 손과 내 손 사이에 있는 물건이 뭔지 모르는 모양이군.”
놈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물건을 향한다.
“흥, 고작 염주 가지고.”
“보통 염주가 아니거든.”
내가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놈도 끌어올리기 시작하는 내공.
그러다가 당황한 빛으로 물드는 지옥혈왕.
“이, 이럴 수가… 마, 마기가? 마기가 흩어지다니?”
“네놈의 마기가 흩어지면, 내공도 소멸되지.”
“뭣이? 그걸 네놈이 어떻게?”
“이 염주는 보살십팔염주. 마기를 없애주는 소림의 신물이지.”
“뭣이, 이것이 보살십팔염주라고?”
놈의 눈이 당혹감으로 물들면서, 당했다는 표정이 된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놈의 두 손은 내 두 손에 단단히 결속된 상태.
증폭되려던 놈의 내공은 마기를 잃자 둑이 터진 것처럼 몸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내공에 놈의 눈은 혼란함으로 가득하다.
“아, 아… 안 돼.”
점점 힘이 빠지는 놈의 손. 아니, 몸 전체에서 내공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돼, 된다고.”
– 빠각─
“끄아악!”
내가 내력을 끌어 모아 힘을 주자, 놈의 한 팔이 부러지더니 어깨에서 뽑혀 나간다.
이것으로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