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결전 이후(完)
한 팔이 뽑힌 후 놈의 힘은 더욱 약해졌다.
이제는 놈의 몸에서 내공이 폭포수처럼 빠져나간 것이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놈은 이제 내공이 거의 바닥 난 상태다.
– 턱─
피가 흐르는 놈의 팔을 땅바닥에 던지면서 놈의 목을 쥔다.
지옥혈왕은 목을 쥐는 내 손을 막지 못했다.
남은 한 팔과 손이 내 손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팔이 사라졌으니 방어할 손이 없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동료들은 지옥혈왕의 호위대를 막기 위해 정신없이 싸우는 중이다.
그리고 놈들의 호위대 중에서 몇은 내 손에 잡힌 지옥혈왕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백정맹 맹주마저 가볍게 해치운 지옥혈왕이 한 팔은 빠진 상태에서 내게 목을 잡혔으니 경악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컥컥…! 어떻게, 어떻게 네놈은 죽지 않는 거지?”
목이 졸린 상태에서 지옥혈왕은 의문과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놈은 잘려 나간 한 팔보다는 내가 지옥혈신공에 영혼을 뺏기지 않은 이유가 더 궁금한 모양이다.
하긴 지옥혈왕에게 신체란 언제든 새로 구할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할 것이다.
“궁금해? 이미 죽은 몸이거든.”
“컥컥, 이미 죽은 몸? 죽은 몸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거냐?”
생각보다 사고의 유연성이 없는 놈이네.
지가 몇 번을 죽었다가 살아난 주제에 죽은 몸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하다니.
놈의 눈에 의문이 빛이 가득한다.
이유를 모르고 죽으면 원귀가 되어 나에게 달라붙을 수 있으니 놈이 죽는 이유는 설명해 주어야겠지.
나는 친절한 사람이니까. 죽는 놈에게 최소한의 배려는 해주어야지.
[이 몸의 주인은 태어나자마자 죽었지. 네놈이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하듯, 나 역시 이 몸의 주인에게 빙의했지. 이제 궁금증이 풀렸나?]씨익 웃으면서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게 전음으로 알려주자, 놈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진다.
내가 빙의한 몸이라고 하자 비로소 놈은 이해하는 눈빛이 된다.
자신이 남의 몸에 빙의하기를 여러 차례 했으니 내가 죽은 사람의 몸에 빙의했다는 사실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놈의 궁금증을 풀어주었으니 이제 끝내야지.
– 우드득─
손에 힘을 주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되는 놈의 목뼈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꺼억! 이, 이럴…!”
놈의 혈안에 불신과 허무함이 살짝 스친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놈의 눈동자는 혈안에서 잿빛으로 바뀌더니 생명의 빛이 꺼져갔다.
마침내 목뼈가 부러진 지옥혈왕은 고개를 꺾으면서 절명하고 만다.
그러나 이것으로 안심할 내가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옥혈왕이다.
영혼만 있으면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는 놈이다.
그러니 놈을 죽일 때는 확실하게 산산조각을 내야 한다.
– 콰지직─ 콰작─
놈의 시체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후에 놈의 머리통을 밟아 박살을 내고, 놈의 심장을 밟아 심장을 박살낸다.
그것도 모자라 검으로 놈의 신체를 갈기갈기 분해한다.
– 쉭쉭─ 서걱서걱─
그렇게 놈은 신체가 모두 박살 나고 몇 조각의 살덩어리로 분해되면서 이 세상을 하직했다.
마침내 지옥혈왕이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산산조각이 된 지옥혈왕의 시체를 보니 오랜 시간 동안 숙명처럼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았던 놈의 존재가 마침내 소멸되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박혔던 존재 하나가 마침내 사라진 것이다.
“자, 놈은 죽었고. 이제 나머지 놈들을 해치워야지.”
일단 정신 없이 싸우고 있는 동료들에게 먼저 알려야지.
“얘들아, 지옥혈왕을 처치했다. 내가 놈의 세 번째 신체도 박살 냈다고.”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신없이 호위대를 막고 있던 동기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한다.
바닥에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난 지옥혈왕의 시체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입을 쩌억 벌리는 동기들.
“뭐야? 정말로 지옥혈왕을 죽인 거야?”
“아미타불! 이게 정말 사실인 거야?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렵네.”
팽무해와 운강은 시체덩어리를 보면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하긴 지옥혈왕이라는 존재의 무서움을 생각하면 이토록 빨리 내게 당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고도 몰라. 내가 말했잖아. 놈을 박살 낼 수 있다고.”
“아미타불! 무비가 놈을 없애다니. 반신반의했는데, 정말로 이루다니.”
“운강, 네가 빌려준 보살십팔염주의 덕이 컸다. 그걸로 놈의 마기를 제거한 덕에 놈의 내공이 흩어졌거든.”
“아미타불! 무비 네 말이 사실이었다니. 정말로 보살십팔염주로 놈을 해치울 수 있었다니.”
운강을 따로 만나 보살십팔염주를 건네받고 사용법까지 익혔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림의 신물을 타인에게 빌려준 것도 문제지만, 소림의 무공까지 전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옥혈왕을 없앨 수 있다는 내 말을 믿은 운강은 사문의 처벌을 각오하고 내게 보살십팔염주를 빌려주고, 사용법까지 전수했다.
결국 운강의 도움이 지옥혈왕을 죽이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지옥혈왕을 죽이는 데, 운강 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 혼은 덜 나겠다.”
“아미타불! 지옥혈왕을 죽였는데 혼이 나면 어때. 참회동에 갇혀도 후회 없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지옥에 간단 말이냐.”
“그렇게 말하니 고승 같아 보인다.”
“아미타불! 원래 내 법력이 꽤 높은 편이지. 하하!”
이럴 때 보면 운강 저 녀석도 자아도취가 좀 심한 것 같네.
하여간 지옥혈왕이 죽었다는 사실에 동기들은 엄청난 사기진작이 된 모양이다.
반면 호위대는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이 죽었으니 사기가 바닥으로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전투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동기들은 놈들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빨리 전투를 끝내야지.
– 휘릭─ 부웅─ 붕─ 서걱─
“크악!”
“끄윽!”
내 검이 지나갈 때마다 호위대들이 비명을 지른다.
내 무공은 이제 무림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 일 검에 한 명씩 쓰러진다.
호위대는 순식간에 내 검에 의해 정리되었다.
내 주위로 몰려든 동기를.
– 와락─
“정말이네. 오빠가 지옥혈왕을 처치하고 살아남았잖아. 고마워, 오빠!”
“내가 그랬잖아. 나는 허튼 소리 안 한다고.”
다들 보는 앞에서 내 품에 안기는 당비취.
보통 때라면 떼어놓겠지만 오늘은 그냥 안고 보듬어 주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역시 무비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군.”
교적풍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와 지옥혈왕의 시체를 번갈아 본다.
“아, 비취가 부럽다. 무비 품에 저렇게 안겨도 보기 좋아 보이잖아. 나도 얼른 나 좋다는 남자를 만들든지 해야지.”
팽유진은 비취가 부럽다는 눈빛이 된다.
“그러게 말이야. 무비가 이 정도로 대단한 영웅이 될 줄 알았으면 나도 좀 더 관심 가질걸”
남궁수지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신다.
그렇게 우리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때 멀리서 지켜보던 백정맹 수뇌부는 석상처럼 굳은 상태였다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저, 저… 정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란 말인가?”
“아미타불! 틀림없는 현실로 보입니다. 천웅검 현 대협이 지옥혈왕을 죽였소이다. 천웅검과 동료들이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오.”
“어찌, 그럴 수가. 지옥혈왕은 죽은 자가 아니면 죽일 수 없다고 천기에 나왔는데, 저 어린 천웅검 현 대협이 어찌 지옥혈왕을 죽일 수가 있단 말인지.”
손광 문주와 소림 방장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우리의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음에도 그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 지옥혈왕의 죽음이다.
정심이 깊은 두 사람은 곧 정신을 차리고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지옥혈왕이 죽었다. 천웅검 현 대협이 지옥혈왕을 죽였다. 개천혈교 수장이 죽었으니 놈들은 오합지졸이다. 놈들을 더욱 압박해라.”
손광 문주는 깃발을 움직이면서 다시 병력을 지휘한다.
「들었어? 지옥혈왕이 죽었대. 천웅검 대협이 이번에도 큰일을 했어.」
「믿기 어려워. 맹주도 힘 한번 못 쓰고 돌아가셨는데.」
「이제 지옥혈왕이 죽었으니 전투는 우리의 승리야.」
「맞아, 천웅검 대협이 우리를 구한 거야.」
「천웅검 대협이 중원 최고의 영웅이야.」
백정맹측 병력은 사기가 올랐다.
반면 수장을 잃은 지옥혈교는 사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전투가 계속되었지만 결과는 예상할 수 있는 전투였다.
– 와아─ 우리가 이겼어. 천웅검 현 대협 천세!
허공 가득 나를 연호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역시 이 기분은 나쁘지 않다. 모든 사람이 나를 영웅으로 떠받드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 스윽─
내 손을 잡는 당비취와 함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자 더욱 연호하는 사람들.
그렇게 개천혈교와 기나긴 전쟁이 막을 내렸다.
지옥혈왕과의 지루한 인연도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전투가 끝나자 모든 사람이 내 주변으로 몰려든다.
“아미타불! 이번에도 천웅검 현 대협이 우리를 구했소이다. 진심으로 감사하오”
“고맙소. 그런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군. 지옥혈왕을 죽일 수 있다니. 무림3존 모두 근처에 접근도 못 하고 죽었거늘. 현 대협은 어떻게 지옥혈왕과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거요? 천기에 의하면 죽은 자만이 지옥혈왕을 죽일 수 있다고 했는데.”
손광 문주는 나를 보자마자 정말로 궁금한 것부터 묻는다.
“맞아, 오빠 이제 설명해 봐. 왜 지옥혈왕이 오빠의 영혼을 빼내지 못 했는지.”
모두 내가 지옥혈왕에게 죽지 않은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다.
“내가 실은 한번 죽었다 살아난 적이 있어요.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충격으로 심장이 정지한 적이 있죠. 그때 내 영혼은 몸을 빠져나와 허공을 떠도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어요. 그런데 마침 사슴이 지나가면서 나를 밟는 순간 다시 심장이 뛰면서 살아났죠. 다시 말해서 나는 이미 한번 죽었다가, 운 좋게 다시 멈췄던 심장이 뛰면서 살아난 거죠. 나는 한 번 죽은 자니 지옥혈왕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다.
사람들은 내 설명을 듣고 반신반의한다.
하지만 내가 설명한 것이 나름 그럴 듯하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한번 심장이 멈추며 죽었던 몸이라 이거군요. 이해되었소.”
결국 손광 문주도 내 설명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기나긴 전쟁 하나가 끝났다.
* * *
낙양을 비롯한 중원 무림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나갔고, 나는 중원 최고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무비야, 우리 북경으로 돌아간다. 북경 오면 들러라.”
“응, 알았다.”
팽씨 남매는 낙양에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에 북경으로 복귀했다.
남궁 남매를 비롯해 교적풍, 손연설도 자기 문파로 복귀했다.
손연설은 손광 문주와 함께 떠나면서 연신 아쉬운 눈빛을 보냈다.
“비취가 부럽네. 무비를 차지하는 여자가 되었으니.”
“고마워. 칭찬으로 알게.”
“칭찬 맞아. 비취 너의 안목이 대단한 거야.”
그렇게 낙양은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 했다.
물론 그 행렬에는 나와 당비취도 포함되어 있었다.
* * *
“다녀왔습니다.”
“우리 아들 왔어? 엄마는 아들이 무사히 돌아와서 너무 기뻐요.”
어머니는 초승달처럼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품 안에 껴안았다.
역시 어머니의 품은 따스하고 포근하다.
“어머니, 저도 왔어요.”
“그래, 우리 며느리도 왔어. 어서 와. 안으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당비취의 손을 잡으며 다시 한번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에 당비취도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짓는다.
나고 자란 곳이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현무문은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느낌이다.
영웅의 삶은 낙양에 놓고 왔다.
이곳 현무문에서 내가 바라는 삶은 평범하고 돈 많은 소문주로 삶이다.
오늘이 바로 그 첫날이다.
[완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