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당비취와 재회(4)
입에서 파편들이 튀어나가는 속도보다 더 빠른 것이 당비취의 피하는 속도다. 당비취는 마치 내가 파편을 내뱉을줄 알았다는 듯이 얼른 몸을 옆으로 피하더니 다시 제자리로 복구한다.
뭐 이런 황당한 짓을?
“뭐, 뭐라고? 나한테 왜 독을 쓴 거야?”
“전에 독이 안 통했잖아. 이번에도 안 통하나 확인해 보려고.”
당비취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태연하게 대답한다.
야, 독을 쓰면서 저렇게 웃으며 쓴다고? 독수화가 맞네. 독한 년 같으니.
“야야, 진짜 너무하네. 그렇다고 먹는 음식에 독을 타냐? 아니, 정말로 나를 중독시켜서 독살하고 싶은 거야? 그렇게 옛날에 내게 당한 것에 한이 맺혔나?”
“죽이기는 왜 죽여. 전에도 마비독만 쓴 거야. 이번에도 마비독만 쓴 거고. 죽일 마음은 없다구.”
“그래,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 가만 그런데 왜 중독되지 않고 마비되지 않은 거지?”
옆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분명 쓰러진 놈들이 보인다. 두 놈을 보고 내 몸을 확인해 보고.
이상 없는데?
“뭐지? 나는 왜 안 쓰러지냐? 왜 저놈들은 쓰러지고?”
“이유를 알고 싶어?”
“응. 왜 나는 안 쓰러진 거냐?”
“그럼 이 술을 마셔 봐.”
당비취가 술을 따라서 내게 넘겨준다.
– 꿀꺽─
술을 넘기는 순간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
‘뭐야 술을 마셨을 뿐인데, 독기가 꿈틀거려?’
분명 술을 마실 때 술 안을 탐색했지만 독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런데 술을 넘기자마자 몸 안에서 독기가 꿈틀거리면서 전신으로 퍼져가려고 한다.
‘수라심법─!’
적의 독암기를 맞는 것이 일인 살수들이기에 독을 제어하는 일에도 능숙하다. 독을 치료할 능력은 없지만, 일시적으로 독을 제어하거나 독기를 막아두는 일은 가능하다. 수라심법 역시 자신의 기운이 아닌 외부의 기운을 제어하고 막아두는 일에 적합한 심법이다.
“술에서 분명 독기를 감지하지 못 했는데.”
“술에 독기가 없다는 것도 감지했어? 생각보다 미각이 발달한 모양이네.”
“그런데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니까 몸 안에서 독기가 꿈틀거렸다 이거지. 설마, 이원합독술? 니가 벌써 그 경지에 이른 거냐?”
“호오! 무비 대단하네. 이원합독술을 간파하고. 몸 안에 꿈틀거리는 독기도 느끼고.”
“흠, 그러니까 어향육사와 죽엽청주 두 곳에 각기 다른 독을 쓴 거네. 그래서 죽엽청주만 먹어도 독이 발동하지 않은 거고, 어향육사만 먹어도 발동하지 않은 거고.”
“맞아. 두 군 데에 각기 다른 독을 썼어. 저놈들에게 술을 건네 줄 때는 내가 술잔에 독을 발라서 줬지. 그래서 술을 마신 후에 어향육사를 먹는 순간 중독현상이 나타난 거야.”
“그래 따로따로 먹을 때는 독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 하겠네. 어향육사를 먹을 때도 독이 발동하지 않은 상태니까, 독을 감지하지 못 하는 거고. 죽엽청주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어향육사를 먹은 내가 죽엽청주를 먹고 둘이 위에서 합쳐지는 순간 독기가 발동하는 거라 이거지.”
“맞아. 이원합독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네. 저놈들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어향육사에 독이 든 상태기 때문에 내가 술잔에 독을 발라서 주면 술을 마시는 순간 중독되는 거… 가만, 그런데 왜 안 쓰러진 거지? 무비 너 왜 안 쓰러지냐?”
나를 칭찬하던 당비취가 눈을 동그랗게 키우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 몸을 훑어본다. 나를 우습게 봤다 이거군.
몸 안에서 발동한 독기는 현재 위 안에 가둔 상태다. 그걸 모르는 당비취는 내가 쓰러지지 않자 당황하면서 의아해하는 것이다.
“독에 중독되지 않았으니까.”
“뭐라고? 어떻게 중독 안 될 수가? 독을 감지하는 능력을 감안해 이원합독술을 펼친 건데. 분명 술을 마시는 순간 독이 발동해야 한다고.”
“독은 발동되었어. 지금 내 몸 안에서 독기가 꿈틀대고 있다니까.”
“뭐야? 그럼 왜 안 쓰러지는 건데?”
“알고 싶어?”
“응. 이번에도 중독되지 않고 안 쓰러지는 것은 이해가 안 되네.”
조금 전에는 내가 안 쓰러지는 이유에 대해 내가 놀라며 내가 궁금해 했는데, 지금은 당비취가 놀라면서 궁금해 한다.
“보여줄게 왜 안 쓰러지는지.”
내력을 이용해 위의 급소를 강타하자 자극에 의해 위에 있던 음식이 넘어온다.
– 우웩─ 파앗─
위에서 역류한 음식들이 입을 통해 쏟아지면서 쓰러진 두 놈의 얼굴 위를 강타한다.
그 토사물을 보더니 당비취가 놀란 눈으로 토사물과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음식물에 독기를 가두어 두었던 거야?”
– 쓰읍─
소매로 입을 닦으면서 한 번 웃어주었다.
“그런 셈이지. 독이 발동하는 순간 음식물 안에 독기를 가두어 두었지.”
“어떻게?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수법인데. 무림 최고 수준의 고수는 되어야 가능한 수법인데.”
무림 최고 수준의 고수? 뭐 틀린 말은 아니지. 한때는 그런 수준에 올랐으니까. 지금이야 내공 부족으로 많이 약한 상태지만. 경험치는 그대로니까. 그 경험치 덕에 독기를 음식물에 가두었다가 토해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지.
“정말 대단하다. 이원합독술은 누구나 당할 수밖에 없는 상승독공인데, 이걸 파해하다니. 상상도 못 했어. 독이 발동된 다음에도 중독되지 않는 수법이라니. 대단하다.”
“또 엉덩이 맞고 싶은 거냐?”
“흐익! 무슨 끔찍한 소리를. 다 큰 처녀의 엉덩이를 때리는 것은 나쁜 짓이라구.”
“내게 독을 쓴 것은 나쁜 짓 아니구?”
“그래도 요조숙녀를 때리는 짓은 군자가 할 짓이 못 되는 거야.”
“나는 군자 아니다. 나는 그냥 무인일 뿐이야. 이번만 봐준다. 또 한 번 내게 독을 쓰면 나도 가만 있지 못 해. 엉덩이가 아니라 온 몸을 두들겨 팰 수도 있어.”
“아, 알았어. 내 독공이 통하지 않는 것 알았으니 나도 함부로 까불지 못 할 거잖아.”
“니 독공이 내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는 아는구나.”
“으응. 그런데 정말 놀랐다. 어떻게 이원합독술을 파해하냐. 저기 저놈들은 바로 당했잖아.”
당비취는 진심으로 내게 감탄한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째 존경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 같다.”
“응. 맞아. 존경스러워. 내게 두 번이나 패배를 안긴 사람이잖아. 지금까지 내 독공을 이렇게 가볍게 파해한 사람은 없거든. 당문의 고수들이나 안 당하지, 외부인은 모두 당했거든.”
“존경 안 해도 되니 내게 독공 쓰지 말고, 아니다. 그냥 내 앞에서 알짱거리지 말아라. 너 만나기만 하면 피곤하다.”
“알짱대지 마? 나를 만나면 피곤해? 정말이야?”
“그럼 거짓이겠냐? 처음 만날 때도 독을 쓰고, 지금도 독을 쓰는 여자를 누가 좋아해. 음식 먹을 때도 독을 쓴 것 아닌가 의심하면서 먹어야 하잖아. 그게 안 피곤해? 마음 놓고 음식도 먹지 못 하는데? 넌 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여자야. 내가 정말 싫어하는 유형이라고.”
“정말 싫어하는 유형? …내가?”
“응. 그러니 어지간하면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라.”
“그, 그말 진심이야?”
“진심 아니면? 내가 뭐 하러 너한테 거짓말을 하냐.”
“⋯⋯.”
당비취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잠시 동안 말이 없다.
어? 저거 뭐지? 저거 눈물인가? 설마. 천하의 독수화가 눈물을 흘릴 리가. 그런데 눈 주변에서 볼을 타고 흐르는 저거는?
“뭐야? 우냐?”
– 끄덕끄덕─
당비취가 긍정의 신호로 고개를 끄덕인다.
“뭐야? 적응이 안 되잖아. 천하의 독수화가 눈물이라니. 이해가 안 되네. 왜 우는 거냐?”
“내가 왜 우는지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무해! 무비는 너무해.”
당비취는 촉촉한 눈가를 훔치더니 울먹하는 목소리로 나를 째려본다.
“너무하기는 니가 너무하지. 어떻게 나를 만날 때마다 독살할 생각만 하냐.”
“나, 나는 14년 동안 너를 잊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래. 알아. 때린 놈은 잊어도 맞은 년은 안 잊는다고 말하려는 거지? 그래. 엉덩이 때려서 미안하다. 내가 진정성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할게. 됐지?”
원인제공은 당비취가 한 것이지만 어쨌든 엉덩이 몇 대 때린 것이 상처가 된 것 같으니 사과를 한다. 때린 사람의 진정성 있는 사과만이 맞은 사람의 한을 풀 수 있는 거잖아.
“내가 너한테 맞은 것 때문에 너를 안 잊은 줄 알고 있는 거야?”
“그게 아니면?”
“그것 때문 아니야.”
“아니기는. 됐다. 술 더 먹을래? 아니면 숙소로 갈래.”
“술 그만 먹을래. 기분이 나빠졌어.”
“알았다. 그럼 그만 먹고 가자. 주인장! 계산이요.”
“네네, 갑니다.”
주방에 있던 진씨가 바로 달려 나오더니 쓰러진 두 놈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 이 무슨 일이? 그리고 누가 이렇게 토사물을 토해놓은 거야? 청소하기 힘들게.”
그건 내가 그런 건데. 생각해 보니 조금 미안하네.
“토사물은 내가 토한 거긴 한데. 저놈들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서. 청소비로 돈을 더 드리죠.”
“응? 이 두 놈을 두 사람이 쓰러트렸다고?”
진씨는 주방에서 요리하느라 우리들의 시비를 제대로 감지 못 한 모양이다.
“뭐, 그렇게 되었네요.”
“이 두 놈이 이렇게 곱게 쓰러졌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이 두 놈이 쓰러질 정도면 이 반점의 반은 날라갔을 텐데? 그런데 병장기 소리가 안 들렸는데.”
곱게 쓰러진 두 놈이 이해되지 않는지 진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우리 둘을 쳐다본다.
“몸에 상처도 없고. 어떻게 이 두 놈을 쓰러트린 거지?”
“독이요. 당문의 독수화에게 시비를 건 게 잘못이죠.”
“독수화? 이 소저가 독수화?”
그제서야 진상 파악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진씨.
“독에 중독된 바람에 곱게 쓰러진 거였구나. 칼도 꺼내보지 못 하고. 소저, 이놈들 죽은 거요? 그럼 곤란한데. 반점에서 사람 죽으면 처치 곤란한데.”
“죽은 것 아니고 마비만 된 거에요. 물론 놈들에게 다른 독도 좀 먹인 상태라, 후유증이 꽤 심할 거예요. 몇 달은 끙끙 앓을 걸요.”
“후유증? 마비독이라며?”
“저놈들에게는 술 잔 뿐만 아니라 술 안에도 독을 탔지.”
“내 술은 멀쩡했는데?”
“재회기념 축하주로 건배하는 술인데, 독을 타면 안 되지.”
“재회기념으로 먹는 요리에는 독을 타도 되고?”
앞뒤가 안 맞는 말에 딴지를 걸자 당비취가 눈을 흘긴다.
“대충 넘어가면 안 돼?”
“대충 넘어가게 되냐? 독살 당해서 죽거나 몇 달 후유증을 앓는다는데?”
“하여간 너에게는 앞으로 독공 안 쓸게. 됐지? 사천당문 사람은 약속한 것을 어기지는 않아.”
그래 사천당가 놈들이 자존심은 강하지. 지 입으로 말한 것은 지키는 놈들이지. 그러니 앞으로 내게 독공을 안 쓴다는 당비취 말도 사실일 것이고.
“그래. 그러면 넘어가는 것으로 하지.”
계산을 마친 후에 ‘진가반점’을 나와 다시 낙빈루로 돌아온다.
“안 들어가? 아참, 비취는 숙소가 어디냐?”
“백정맹 안의 객방.”
“백정맹 안이 숙소야?”
“구파일방하고 5대세가는 백정맹 소속이잖아. 그래서 숙소가 배정돼.”
“그래, 그럼 잘 가.”
“술을 먹어서 조금 어지러운데 무비 방에서 조금만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어지러워? 당문 출신인 니가? 5살부터 술을 마셨다는 니가 술에 취해?”
“어려서부터 술 마셨다고 안 취하는 거 아냐.”
“얼른 니 객방 가서 쉬면 되잖아.”
“가다가 일행 만나면 누구랑 술 먹었냐고 물을 것 같아서 그런단 말이야. 무비 너랑 술 마셨다고 말하기 싫어서 그래.”
“골고루 한다. 잠깐 동안만 있다가 가야 해.”
“알았어. 술냄새만 안 나면 맹으로 들어갈게.”
기어코 물귀신처럼 내 방까지 따라 들어오는 당비취.
“에휴, 정말 물귀신이 따로 없네.”
“무비는 내가 그렇게도 싫어?”
“응, 싫어.”
단호하게 말하자 당비취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린다. 그러면서 급우울한 표정을 짓는 당비취.
니가 우울한 표정을 왜 짓냐? 우울한 건 너를 상대하는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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