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31
31화. 무림잡화(2)
“팔찌는 다른 장소에 있었지. 그러니 팔찌는 개천3보가 아닐 수도 있겠네.”
[무림잡화]를 처음부터 다시 세밀하게 읽어가면서 팔찌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찾았다. 이거였네.”
팔찌의 모양과 문양을 기억하고 있던 나는 마침내 [무림잡화]에서 팔찌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것 봐라. 이것도 상당한 신병이기잖아. 방패로 사용할 수 있는 팔찌라니. 그것도 만년묵철로 만든 거라고? 아직 무공이 약한 내게 딱 필요한 무기 같은데.”
만년잡화에 실린 팔찌의 이름은 ‘묵철방패신환’이다. 생김새는 팔찌지만 내력을 집어넣으면 방패로 바뀌는 신병이기다. 더구나 소재가 전설의 금속인 만년묵철이다. 가장 단단한 소재니 어지간한 무기로는 뚫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흐흐흐…! 따로 숨겨두기를 잘 했네. 그냥 신분을 나타내는 팔찌인가 싶었는데 이런 신병이기였다니.”
세 개의 물건 중에서 부피 때문에 품 안에 넣고 다닐 수 없던 물건이라 묵철방패신환은 도주 도중에 내 비밀안가에 숨겨두고 도주했다.
“손에 찰 수 있는 물건인 줄 알았으면 손목에 차고 사용했을 텐데. 하긴 그때는 그 팔찌가 내공을 이용해서 차는 팔찌인 줄 몰랐으니.”
[무립잡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한 팔찌로 알고 있었고, 손목에 차기에도 작은 물건이라 평범한 팔찌로 알고 있었던 묵철방패신환. 다행히 버리지 않고 비밀안가에 숨겨둔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그런데, 비밀안가에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안 맞는데.”
비밀안가에 다녀오려면 가장 빠른 방법을 이용해도 며칠은 걸린다. 하지만 백정학관 입학시험은 이제 모레 앞으로 다가온 상황. 아쉽지만 묵철방패신환은 나중에 찾는 것으로 해야겠다.
개천3보에 이어 찾은 정보는 ‘신궁전’에 관한 것이다.
“어디 보자. 신궁전을 왜 그토록 무림인들이 차지하려고 했는지.”
[무림잡화]에서 ‘신궁전’ 관련 설명을 읽으니 읽을수록 구미가 당긴다.“이것 봐라. 단순히 보물이 묻힌 지도인줄 알았는데, 최고의 보검이 묻혀있다고? 신궁전의 신궁이 신수궁장을 뜻하는 것이었어? 그 신수궁장이 생전에 만든 최고의 검인 묵룡신검의 소재가 적혀있다고?”
이러면 생각이 달라지는데.
신궁전은 수라검신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신궁전을 개천혈교 놈들이 가져가지는 못 했을 것이다. 놈들이 찾지 못 하는 곳에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대개의 살수들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물건을 꿀꺽 삼켜 뱃속에 넣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 현명한 보관방법이 아니다.
적에게 죽임을 당하면 적이 제일 먼저 배부터 갈라서 물건을 꺼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옥신환을 개천혈교 놈들이 가져갔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궁전은 놈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숨겨두었지.”
물건을 삼켜서 위에 보관하는 방법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비밀보관법은 직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항문을 통해 직장 안에 물건을 보관하는 것은 현대의 마약사범들도 즐겨쓰는 흔한 수법이다. 이 방법 역시 약간의 경험이 있는 적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경험이 있는 놈들이라면 배를 가르고 항문과 직장도 가를 놈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신궁전을 숨긴 곳은 머리 속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골과 두피 사이다. 머리의 두피를 가른 후에 신궁전을 숨겼다. 두피를 가른 흔적이나 신궁전의 모양은 머리카락에 의해 보이지 않게 되므로 두개골과 두피 사이에 숨긴 신궁전을 발견할 놈들은 없을 것이다.
“흐음. 만약 놈들이 배를 가르고 지옥신환만 꺼낸 후에 시체를 그대로 두고 떠났다면 신궁전은 절벽에 남아있을 확률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수라검신이 죽은 곳은 삼문협에서 멀지 않은 왕옥산 협곡. 낙양에서 가까운 곳이다. 당시 나는 삼문협을 통해 도주하면서 개천혈교의 적인 백정맹이 있는 낙양을 향해 도주 중이었다. 낙양까지만 도주하면 개천혈교 놈들의 움직임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몸을 숨기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양에 도착하기 전에 놈들에게 따라잡혔다.
“왕옥산이니 여기서 멀지 않은데.”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역시 신궁전이라는 보물에 대한 유혹이 강렬하다.
“쩝, 기분 나쁜 장소를 다시 가는 것이 찝찝하지만 보물이 더 중요하니까.”
결국 왕옥산을 찾아가기로 결정한다.
“그 전에 무림잡화 책은 다 암기하고. 쓸모 있는 정보들이 많으니까.”
[무림잡화] 안의 내용을 모두 암기한 후에 책을 태우고 왕옥산으로 출발한다. 빨리 움직인다면 하루 안에도 왕복이 가능한 거리다.왕옥산에 도착해 협곡 사이를 지나 마침내 내가 떨어졌던 절벽을 찾았다.
“저 위에서 떨어졌으니 대충 이 근처일 거란 말이야.”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 죽은 것이 아니라 절벽에서 몸을 날리는 순간 이미 부상의 여파로 혼절했기 때문에 정확한 추락지점을 알 수 없다. 그러니 대충 주변을 수색해보는 수밖에. 추락지점으로 추정되는 절벽 밑을 한참 뒤졌지만 뼈로 보이는 것들이 안 보인다. 유골이 안 보이니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설마 놈들이 내 시신을 가져가기라도 한 걸까?”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을 뒤지는데 눈에 뜨이는 물건 하나. 녹슨 쇳덩이다.
“이건… 내 혁대에 사용했던 장식?”
녹이 슬고 부식이 심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지만 내 물건이니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혁대의 장식쇠가 남아다는 이야기는 혁대가 있었다는 이야기고, 혁대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옷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놈들이 시체까지 가져가지는 않은 거야. 어쩌면 살이나 뼈를 짐승들이 먹어치운 것일 수 있어. 짐승이 먹어치웠다면 동전까지 먹어치우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근처 어딘가에 유물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어.”
다시 희망을 되살리며 주변을 꼼꼼하게 수색하자 하나씩 보이는 유물들. 뼈는 동물들이 먹어치운 모양이다. 내 유물을 내가 수습하는 상황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에 신경 쓰다 보니 특별한 감정이 올라오지는 않는다. 이미 22년이나 지난 일이다.
옷은 부식되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황. 그나마 남아있는 유물들은 녹슨 고철이 되어버린 옷의 금속장식들이다. 신발과 상의에 장식했던 금속장식품들이 발견되었다.
금속장식품이 발견된 주변을 좀 더 꼼꼼하게 뒤졌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는 신궁전.
“옷에 부착된 금속장식이 분명 반경 1장 안에서 다 발견된 곳을 보면 이 근처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시체를 두고 갔으니 분명 놈들이 신궁전을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잠시 생각을 하며 꼼꼼하게 살피다가 혁대 장식품이 땅에 반쯤 묻힌 것을 본다.
“이런. 그걸 까먹을 뻔했네. 22년이나 지났다는 것을 생각했어야지. 당연히 22년 동안 흙먼지가 쌓이고, 비에 흙이 씻겨 내려가면서 토사에 덮이기도 했을 텐데.”
작은 동전 정도라면 1년만 지나도 먼지나 흙먼지에 쌓여서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잊고 있었다.
– 사사사삭─ 쓱삭쓱삭─
이번에는 손으로 주변의 흙을 걷어가면서 촉각에 의지해 탐색하기 시작한다.
– 턱─
‘찾았다!’
흙 속에서 느껴지는 금속의 기운.
손으로 꺼내 흙을 털어보니 신궁전이 맞다. 쇠로 만든 다른 금속장식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식된 것과 달리, 신궁전은 22년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부식되지 않는 동전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마침내 찾았다는 거 아니야. 22년 만에 다시 신궁전을 찾아냈다고.”
기쁨에 찬 나머지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터트렸다.
“자, 이제 신궁전 안의 내용을 해석해야지.”
22년 전에는 신궁전을 손에 쥐고도 뭐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무립잡화] 덕분에 이제는 신궁전의 쓰임새를 안다.
신궁전 표면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늘게 새겨진 수 많은 문양들. 이 가는 문양들이 그냥 모양을 내기 위해 장식한 문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팟─
손가락을 베어 피를 낸 다음에 신궁전 위에 피를 흘린다. 동전을 가득 메울 정도로 피를 흘린 후에 동전을 닦아낸다.
“나타났다!”
피를 닦아내자 무수한 선들 속에 나타나는 글자. 붉은 피로 채워진 문양들이 글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법운사 사천왕?”
법운사면 낙양에 있는 사찰이다. 한 때 낙양에는 천 개가 넘는 사찰이 세워질 정도로 사찰이 많은 도시였다. 가장 유명한 사찰인 백마사 외에도 적지 않은 사찰이 남아있다.
일단 신궁전의 비밀을 풀었으니 이번에는 법운사로 가서 나머지 비밀을 풀 차례다.
마치 탐정놀이 하듯 단서를 하나씩 찾아서 움직인다.
다시 낙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어두운 저녁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지체할 틈이 없다. 바로 법운사로 가서 사천왕상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대개 사천왕상은 사찰의 천왕문에 좌우로 배치된 형태가 많다. 법운사 역시 좌우로 두 명씩 네 명의 천왕상이 배치된 형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사찰의 사천왕과 다른 점이 없다. 사천왕상을 꼼꼼하게 살펴 봤지만 흔한 사천왕상으로 보인다.
‘이 사천왕상에 무슨 단서가 있다는 걸까?’
사천왕상을 보면서 곰곰 생각한다.
‘칼을 든 천왕이 지국천왕. 삼지창과 보탑은 광목천왕. 용은 증장천왕. 비파는 다문천왕. 이들에게서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 거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사천왕상을 살피는데 눈에 들어오는 지국천왕의 검. 손잡이에 새겨진 조각이 용 모양이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용이니 흑룡 아니면 묵룡이다.
‘뭐야? 지국천왕이 들고 있는 검 손잡이에 묵룡이 조각되어 있어. 그리고 신수궁장이 만든 검의 이름이 묵룡신검. 설마, 저 검이 묵룡신검?’
사천왕상은 나무로 만든 조각이고 당연히 지국천왕상이 들고 있는 검도 나무로 만든 검이다. 하지만 저것이 정말로 묵룡신검이라면?
– 휙─
울타리를 넘어간 뒤에 지국천왕의 허벅지를 밟고 묵룡이 조각된 손잡이를 잡고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쉽게 안 빠지네. 내공을 써서 빼보자.’
“후웁─”
– 쑤욱─
처음에는 빡빡해서 꿈쩍하지 않던 검이 쑤욱 하고 빠진다.
“핫, 하하… 세상에! 여기에 검을 숨겨놓다니.”
검 손잡이를 잡고 잡아당기자 손잡이 부분이 검신과 분리되면서 빠진다. 그리고 나타난 새로운 검. 거대한 나무 검신 안에 또 하나의 검이 들어있다. 그 검은 목검이 아니라 금속으로 된 일반 검이었다. 아니 일반 검이라고 부르기에는 예사롭지 않은 검이다. 묵빛이 예사롭지 않은 검은색 검.
검신에 꽂혀 있는 검을 검집 채 빼낸다.
– 쑤욱─
묵직하다. 일반 검보다 몇 배는 될 것 같은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는 검.
– 솨라랑─
묵색의 검집을 왼손으로 잡고 손잡이를 잡아당기니 검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놀랍게도 수 백 년을 사천왕상에서 잠자고 있던 검임에도 날카로운 예기가 그대로 보존된 상태다. 마치 조금 전에 칼날을 갈아놓은 것처럼 날카롭다.
“이게 묵룡신검? 대단하네. 이것도 금속 재질로 볼 때 만년묵철로 만든 검이 분명해 보여. 가히 신검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아.”
지국천왕의 목검 안에 잠들어있던 묵룡신검이 마침내 몇 백년 만에 내 손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흥분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쿵쾅쿵쾅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검 중에서 최고의 보검을 손에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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