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32
32화. 무림잡화(3)
“가만, 보물도 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그것도 사천왕상에?”
– 쾅쾅쾅─
검을 상 안에 숨겨놓았으니 다른 물건도 사천왕상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혹시나 싶어서 사천왕상을 두들겨가면서 공간이 존재하는지 다른 물건이 존재하는지 확인해 본다.
다른 사천왕상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들은 꽉 찬 나무울림과 떨림을 보여주었다.
– 퉁퉁퉁─
역시 광목천왕상의 보탑에서 다른 울림이 흘러나온다.
‘보탑이 비어있어.’
광목천왕의 왼손에 들고 있는 보탑을 잡아당긴다.
– 쑤욱─
이번에도 광목천왕의 보탑을 들어올리자 보탑이 벗겨지며 분리가 된다. 보탑을 벗기자 손 위에 올려놓은 상자가 보인다. 상자의 크기는 주먹만 했다.
‘일단 상자도 품 안에 넣고.’
다시 한 번 꼼꼼하게 확인했지만 더 이상의 물건은 없는 것 같았다.
‘일단 묵룡신검을 획득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지. 돌아가자.’
무사히 신궁전의 비밀을 풀고 낙빈루로 돌아온 뒤에 탁자 위에 상자를 꺼내놓는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지만 분명 꽤 가치가 있는 보물이 들어있을 것이다.
기대심을 갖고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본다.
“어…?”
기대심을 가지고 열었던 나는 생각보다 초라한 물건에 김이 팍 샜다. 엄청 화려한 보물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은 금열쇠 하나가 전부다.
“금열쇠니 약간의 돈이 되는 물건이기는 하지만 한 두 냥 짜리 열쇠니 보물이라 할 정도는 아니잖아. 고작 이런 금열쇠를 그토록 엄청나게 감추어두었다는 건가?”
금열쇠를 꺼내서 확인해보니 앞뒤로 글씨가 새겨져 있다.
“우국사? 109번째 부처?”
우국사면 개봉에 있는 사찰이잖아. 그럼 거기의 109번째 부처하고 관련 있는 열쇠라는 건가? 궁금증이 올라왔지만 지금은 개봉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흠, 이건 개봉의 현무문에 돌아간 다음에나 알아봐야 할 내용이네. 개봉의 우국사하고 관련된 것은 분명할 거야.”
보탑에서 발견한 상자 안의 물건이 고작 손가락만한 금열쇠라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묵룡신검이라는 엄청난 보검을 획득했기에 내 마음은 꽤나 흥분된 상태다.
어쨌든 무림잡화 덕분에 신궁전의 비밀을 쉽게 풀 수 있었고 신궁전의 보물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노려야 할 물건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얻었다.
“내공이 필요하던 차인데, 무림잡화를 통해서 내공을 올릴 수 있는 영약 영단에 대한 물건 정보를 확인한 것은 큰 도움이 되었어.”
묵룡신검을 허리에 차니 묵직한 것이 느낌이 죽여준다.
“좋군. 나랑 잘 어울려.”
어쩐지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사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묵룡신검이 내 뒤를 봐주는 든든한 후원자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다음날은 낙빈루에서 조용히 보내려 했다. 다음날이 입학시험이고 최근 살인사건도 있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기에 조용히 지내려 한 것이다. 간밤에도 세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아침부터 객잔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들었어? 간밤에도 세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고 하잖아.」
「이번에도 백정학관 입학시험 치러 온 지원자라며.」
「두 명은 죽었고, 한 건은 백정맹 감찰대에 걸리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 했는데, 범인이 도주했다고 하네.」
「백정맹 감찰대에서 범인을 잡으려고 나름 노력은 하고 있는 모양이야.」
「불안해 죽겠네. 오늘밤에도 또 살인사건이 일어날까?」
「글쎄. 하지만 불안하기는 하네.」
간밤에 발생한 세 건의 살인사건 때문에 지원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표출했다.
‘개천혈교 놈들이 백정맹의 허를 찔렀군. 감찰대가 한 곳에 집중할 것을 알고 동시에 세 곳에서 살인을 기획하다니. 놈들의 잔머리도 보통이 아니네.’
이럴 때는 바깥나들이를 하다가 공연히 오해를 살 수가 있다. 그러니 조용히 객잔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당비취가 문제다.
점심을 먹기 위해 1층 반점으로 내려가자 손을 흔드는 당비취.
“무비야, 여기야 여기.”
쟤가 왜 저기에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드는 거야?
“여기라니?”
“여기 앉아서 밥 먹자고. 무훈이랑 무해도 왔어.”
1척남, 2척남이?
당비취 옆에 몇 명의 선남선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비구나. 오랜만이다. 나 기억하지? 팽무해다.”
“1척남?”
“하하,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네.”
“너도 기억하고 있잖아.”
“하하, 기억하고 있지. 내가 남에게 당한 첫 패배였으니까.”
“내가 형님 아니냐?”
“팽가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니까. 그리고 백정학관에 입학하면 우리는 동기야. 동기끼리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고. 기수가 중요하지. 이번에 입학시험 보는 후기지수들은 모두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
“그래 동기가 되면 그렇지.”
군대에서도 군번이 중요하지 나이는 중요하지 않지.
팽무해는 팽가 출신답게 덩치가 곰을 닮았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것이 아주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무비, 오랜만이다. 나 기억하겠냐? 남궁무훈이다.”
“2척남?”
팽무해도, 남궁무훈도 어린 시절 얼굴 모습이 꽤 많이 남아있었다.
“이 짜식이. 그건 어린 시절 장난인데, 꼭 그 이름으로 불러야겠냐. 대남궁가의 소문주를 그렇게 부르면 어쩌자는 거야. 그것 말고 내 이름으로 불러. 이름을 괜히 만들었냐. 어쨌든 다시 보니 반갑다. 수지에게 너도 입학시험에 참가했다는 이야기 들었다.”
“그래. 오랜만이네. 반갑다.”
두 놈 모두 어린 시절 추억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별명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무훈은 여전히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았다. 생김새는 말끔한 귀공자 모습이 되었다. 어디 가서 인물로는 빠지지 않는 훤칠한 외모가 된 것이다.
“이 사람이 비취가 말하던 현무비 소협이야? 반가워. 나는 황보수영이라고 해.”
“아, 반가워. 현무비라고 해. 개봉 현무문 출신이야.”
“알아. 개봉의 중소문파 출신을 당비취가 칭찬하길래 천하제일미남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약간 실망이네.”
황보수영은 도도한 성격인 듯했다. 내 얼굴을 보더니 약간 실망한 표정이다.
이거 왜 이래? 이 정도면 꽤 잘 생긴 얼굴인데.
“반가워. 제갈용휘라고 한다. 당비취가 점심 겸 만나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왜 당비취가 칭찬했는지 알 수가 없네.”
이 녀석이 제갈용휘? 그럼 제갈신광의 아들? 요주의 인물인 녀석이네.
제갈신광과는 남겨진 빚이 있다. 언젠가 그 빚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의 아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언종언이라고 한다.”
나머지 한 명은 진주언가 출신의 언종언이다. 앞뒤가 똑 같은 이름이네.
‘지금 보니 9신성이라 부르는 후기지수들이군.’
명문세가 출신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9명을 9신성이라고 불렀다. 이 자리에 모인 여덟 명이 9신성 중 여덟 명이다.
“지금 보니 9신성이라 부르는 친구들이군. 한 명은 없네.”
“응, 모용진악은 아직 낙양에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 아무래도 거리가 좀 있는 곳이다보니 늦게 도착하는 모양이야.”
“서로 아는 사이인 것을 보니 종종 만나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교류가 좀 있지.”
당비취가 설명을 하면서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반점 안 사람들은 선남선녀인 9신성에게 모두 집중하고 있는 상황. 모두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있으니 조금 껄끄럽다.
“이들을 데리고 나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고? 왜?”
당비취가 이들을 끌고 온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니야. 나는 그냥 무비 너랑 만나서 점심을 먹으려 한 것 뿐이라고. 그런데 이 친구들이 같이 가자고 졸졸졸 쫓아온 거지.”
“흥! 비취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니가 현 소협 보러 갈 거라고 해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보면 안다고 했잖아. 그래서 누군지 궁금해서 따라온 거고.”
황보수영이 코웃음을 치면서 비취의 말에 반박한다.
“그러니까. 와서 보면 안다고 했지, 내가 너희들 보고 같이 가자고 한 건 아니잖아. 수영이 니가 나를 따라온 거지. 나는 너희들에게 같이 가자고 할 마음도 없었다구. 조용히 무비랑 식사나 할 생각이었다고.”
“하하, 맞아 맞아. 우리가 비취 너를 따라온 것이 맞지. 현무문의 현무비라고 해서 나하고 무훈이가 무비 보려고 따라온 거고, 다른 친구들도 덩달아 따라온 거지.”
“들었지? 무해가 나 따라온 거라고 하잖아.”
“흥, 알았어. 어쨌든 시간 낭비했네. 남궁 소협보다 더 잘생긴 것도 아니잖아. 나는 비취 니가 따로 만나서 식사할 정도라기에 뭐 대단한 친구인 줄 알았다.”
황보수영은 팔짱을 끼고 턱을 들어올리며 도도한 태도를 취했다.
“자자, 어쨌든 오랜만에 만났으니 같이 식사나 하자. 식사하러 온 거잖아.”
팽무해 말로 인사 자리가 정리되고 음식을 주문한 뒤에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팽무해, 남궁무훈과는 가벼운 근황을 주고받으면서 어떻게 지냈는지를 서로 말하는 시간을 가졌고, 주변 사람들은 우리 셋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무비야, 저녁 때 나랑 같이 맛집 가자.”
이야기가 한창일 때 당비취가 맛집 탐방을 요청한다.
“야, 비취! 너 감찰대 이야기 들었잖아. 오늘 저녁에는 모두 백정맹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 거 기억 안 나? 죽기 싫으면 조용히 백정맹에 있어야지.”
당비취가 맛집 이야기를 꺼내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남궁수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백정맹 바깥에 나가기라도 하면 죽는다는 거야?”
“감찰대에서 객방에 공지를 돌렸어. 오늘 저녁에 개천혈교에서 지원자를 노리고 대규모 혈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백정맹의 객들은 모두 바깥나들이를 삼가고, 맹 안에서 지내라고.”
“대규모 혈겁?”
“간밤에 세 건의 사건이 더 일어났는데, 악문추 감찰대주께서 대규모 혈겁의 전조일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
‘악문추가?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냥 한 말은 아니라고 봐야지. 흠,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네. 첫 날은 1건, 어제는 3건, 오늘은 어쩌면 더 많은 혈겁을 일으켜서 지원자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지. 그래서 지원자들이 짐을 싸게 만들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지.’
감찰대주인 악문추가 한 말이라면 근거 없이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뭔가 조사를 하면서 낌새를 느꼈기에 손님들에게 당부한 말이라고 봐야 한다.
‘어쩌면 낙빈루 손님들도 조심해야 할지도.’
개천혈교의 살수들이 지원자를 노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합격하면 동기로 같이 지낼 수 있겠네. 꼭 합격해라.”
팽무해는 담담하게 합격을 빌어주었다.
“무비 니가 합격하면 개천에서 용났다고 현무문 식솔들이 좋아하겠네.”
남궁무훈은 여전히 현무문을 작은 문파라고 무시하는 것 같았다.
9신성들과 헤어진 후에는 방 안에서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당비취가 문제였다.
“뭐 해?”
“왜 또 온 거야?”
“맛집 탐방하자니까. 내일 입학시험 치르고 합격하면 바깥나들이도 쉽지 않잖아.”
“그냥 낙빈루에서 저녁 먹자.”
“나는 맛집 알고 싶다니까.”
“반점 위치는 알려줄게.”
“같이 가자니까.”
“어이구, 물귀신 같네. 알았다. 나가자.”
철썩 달라붙는 당비취를 이기지 못 하고 하는 수 없이 낙빈루를 나선다.
“이번에도 시장 뒷골목이네.”
“원래 맛집은 이런 곳에 있는 법이야.”
진가반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추씨반점. 이곳 역시 수라검신 때 종종 들르던 곳이다.
반점 안에 들어서는데 느껴지는 시선들. 반점 안에 있던 사내들의 시선이 당비취의 미모에 쏠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선들에서 느껴지는 기운들이 묘하다. 반점 안의 분위기는 진가반점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미묘하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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