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6
6화. 옹알옹알 뒤집기 천재(1)
신생아의 성장은 빠르다.
보통 2~3개월이 지나면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손을 쓰기 시작한다. 손바닥에 닿는 것은 모두 다 잡는다. 그리고 입에 손을 넣고 뺀다. 눈동자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시력도 꽤 발달한다. 한 자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사물을 구분하고 쳐다볼 줄 안다. 그리고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 눈동자가 같이 굴러간다.
– 데구르─
이건 내가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다. 내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 이동했다.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잡는 동체시력은 중요하지. 그래야 적의 공격을 파악하고 피할 수 있으니까.’
나는 움직이는 물체가 보일 때마다 물체를 따라서 시선을 움직였다. 동체시력을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력에 이어 근력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신생아가 되어보니 알 수 있다. 왜 아기들이 손을 빠는지.
‘구순기라고 하잖아.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신생아로서는 입이나 입술로만 사물을 접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기라 이거야. 그래서 무엇이든 입에 처넣고 빠는 거지. 그게 심심해서 그러는 거야. 몇 달을 천장만 보고 누워 있다가 드디어 손에 집히는 것이 생겼으니 얼마나 신나겠어. 그러니 그게 뭔지 궁금한 거지. 그래서 무조건 입에 넣고 탐색해보는 거고.’
물건을 입에 처넣고 빠는 것까지는 이해된다. 그런데 자기 손은 왜 빨까?
‘머리가 나쁜 거야. 자기 손하고 물건을 구분 못 하는 거지.’
어차피 신생아에게 위생관념 따위는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러니 자기 손을 빠는 것이 더럽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런데 자기 손을 왜 빠냐고? 내가 내린 결론은 손하고 사물을 구분 못하는 돌머리라서 그런 것이라는 추측이다.
왜 그런 추측을 하냐 하면… 나는 내 손을 안 빨거든. 나는 똑똑하거든.
“신기하네요.”
“뭐가 신기하다는 거요?”
“무비가 입에 아무 것도 넣지 않아요. 손도 안 빨고 물건도 입에 넣지 않아요.”
“그게 뭐가 신기하다는 거요?”
“원래, 아기들은 뭐든 입에 집어넣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런데 무비는 입 안에 아무 것도 안 넣어요. 손에 뭔가 쥐어줘도 가만 잡고만 있어요. 왜 이렇게 아이가 얌전한지 모르겠어요.”
어머니는 구순기인데도 내가 물건을 입에 가져가지도 않고 뭔가를 빨지 않는 내 모습이 생경한가보다. 나보고 얌전한 아이란다. 내가?
‘물건이나 내 손을 왜 빨아. 더럽게시리.’
나는 생각보다 깔끔한 성격이다. 그러니 더러운 것은 사양이다.
2~3개월 정도 지났을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언어적 변화다.
“옹알옹알─!”
빠른 아기들은 이때부터 옹알이를 시작한다. 대개의 아기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귀로 들은 것은 있어서 그걸 흉내 내보려고 하지만 그게 쉬울 리가 없다. 그래서 나오는 소리는 ‘옹알옹알’이다.
나도 ‘엄마’라는 말을 해보려고 혀를 놀려보았지만 내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옹알옹알’이다.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혀를 내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이 안 되잖아.’
혀근육이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배운 무공 중에 혀근육을 강화시키는 무공은 없는데? 어쩔 수 없다. 옹알이는 내공으로도 해결 안 될 것 같다. 자연성장에 맡기기로 한다.
매일 같이 젖을 먹고 잠자기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 내 몸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꽤 커진 느낌인데?’
보통 3개월 정도 되면 출생 당시의 몸무게보다 두 배 정도로 몸이 자란다. 그 묵직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밤낮이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밤에는 젖을 먹지 않고 낮에 주로 젖을 먹는다. 대개 3개월부터는 심야 수유 횟수가 줄고, 밝은 낮에 수유하는 일이 많아지는 법이다.
이제는 내공을 쓰지 않고도 목을 가눌 정도가 되었다. 3개월 정도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그걸 증명하는 변화 중 하나가 색채의 구분이다.
흑백으로 보이던 세상이 점점 천연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색깔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신생아가 색상을 구분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생후 2~3개월 정도부터. 사물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나는 물건의 형태를 통해서 더욱 색을 잘 구분할 수 있었고, 색인지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었다.
‘아름답네… 역시 세상은 컬러풀한 것이 뷰티풀한 거야.’
색깔과 더불어 변화된 시각적인 변화는 부모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된 점이다. 가까운 거리의 사물을 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 나와 눈을 맞추는 두 분의 얼굴을 담을 수 있었다.
이 시기가 되면 신생아는 부모님과의 눈맞춤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눈맞춤을 했다.
‘역시 어머니는 미인이야.’
어머니는 아름다운 분이셨다. 내가 사귄 여친과 애인보다는 더 아름다운 분이었다. 이런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감사할 정도였다.
발달이 빠른 신생아는 생후 3개월이 지나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당연히 성장이 빠른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다.
– 추르릅─ 추릅─
“하아하아… 흐으응! 사, 상공.! 하아아항…!”
내가 머리를 돌릴 수 있게 되면서부터 내 머리는 한 쪽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가족끼리 ‘그런 거’를 하는 방향이다.
‘어렴풋하게 보이네.’
고개가 돌아간 뒤부터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두 분의 모습이 뿌옇게나마 보였기 때문이다. 두 분의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묘한 것은 직접 보면서부터 흥분감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청각에만 의존해서 상상했던 것이 훨씬 흥분시켰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슴프레 보이는 두 분의 행위는 시각적인 자극을 주지 못 했다.
‘하지만… 안 보자니 궁금하고. 보고 있으니 상상이 안 되어 흥분이 덜 되고. 어쩌라고.’
다행히 두 분의 사랑나누기를 꽤 많이 봐서인지 이제는 두 분의 행위에 대해서 관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야한 동영상이라도 처음 한 두 번 볼 때 재미있는 거지 수십 번 보면 질리는 법이다. 내게는 두 분의 사랑나누기가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두 분이 ‘그런 거’를 하고 있을 때면 나도 내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하하아… 히이잉…. 가, 가가.! 아흐흐흐으…!”
‘수라심법─!’
“후아하─! 후아하─!”
두 분이 그런 거를 할 때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내공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 안에 두 분의 신음 소리와 내 호흡 소리가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울려 퍼졌다.
그렇게 또 시간이 유수처럼 흐르는 가운데 나는 더 넓은 세상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해.’
나는 내 몸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있는 삶이 너무나 답답했다. 움직이고 싶었다. 다른 세계로 탐험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뒤집기를 해야 해.’
나는 뒤집기의 필요성을 느꼈다.
─ 뒤집기!
신생아의 육체적 변화를 나타내는 첫 번째 사건이다. ‘엄마’라는 말을 하는 것이 신생아의 정신적 변화를 나누는 중요 사건이라면, 뒤집기는 육체적 변화를 나누는 중요 사건이다.
신생아의 육체적 변화는 2단계를 거친다. 1단계가 뒤집기를 통한 공간의 확장이다. 공간적으로 설명하자면 한 점에 머물러 있던 1차원적 세계가 동서남북 2차원적 세계로 확장되는 것이다.
2단계는 걷기를 통한 눈높이의 변화다. 뒤집기로 보이는 것은 바닥 뿐이다. 동서남북의 2차원 세계를 볼 수 있지만 높이라고 하는 3차원 세계는 보지 못 하는 것이다. 바닥만 보던 시야가 서서 바라볼 때 비로소 세상은 3차원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나는 1단계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반적인 신생아의 뒤집기 시기는 대개 생후 5~6개월이다. 뒤집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뒤집기야말로 신생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처음에는 엉덩이 들썩이기부터 시작한다. 대개 3개월 이후부터 신생아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끙끙거린다. 그러다가 제 뜻대로 안 되면 울기를 반복하는 법이다. 이때 아기를 도와주겠다고 부모가 손으로 뒤집어주거나 하면 아이의 뒤집기 능력은 성장하지 않는다. 아기가 짜증을 내고 우는 것이 안타깝더라도 부모는 그저 지켜보고 응원만 해주어야 한다.
빠른 아이는 생후 3개월 쯤에 시작해 며칠 만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뒤집기 재능충이 있는 법이다. 늦으면 7~8개월이 지나도 뒤집기를 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나도 뒤집기를 못 하는 것이라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냥 멍하니 누워 있는 것에 만족을 하거나 이불 감촉이 좋아서 뒤집기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뒤집기를 빨리 하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행동으로는 엎드린 자세 해주기가 있다. 아이를 가끔씩 엎드린 자세로 누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천장을 보다가 땅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또한 신세계다.
우리 어머니도 가끔 나를 뒤집어 바닥을 보게 해주곤 했다. 그러나 이불 위에서 바닥을 보게 해주는 시간은 짧았다. 이불 위에서 엎드린 아기들이 숨이 막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쿵─!
이 소리는 내가 머리를 바닥에 찧는 소리다.
“응애응애응애─!”
“아이고, 우리 무비 코 했어요. 아팠겠네. 엄마가 잘못 했어요.”
사실 어머니가 나를 뒤집어 엎드리게 한 것은 좀 됐다. 어머니는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돌려서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나는 머리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바닥에 머리하고 코를 박으면서 고통에 겨운 울음을 터트렸다.
머리 무게를 감당하지 못 하니 머리와 코를 박은 상태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어머니는 내가 목을 가눌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목을 가눈 이후에야 바닥에 엎드린 자세를 가끔 해주셨다. 이불에서는 숨이 막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방바닥에서 가끔 해주셨다.
어머니는 조금씩 내가 엎드리는 시간을 늘려주셨다. 그리고 수모에게 들었는지 뒤집기를 도와주는 동작을 도와주었다.
아기가 뒤집기에 필요한 운동은 발을 들어 올려 회전시키는 운동이다. 어머니는 얼굴이 향한 방향의 반대쪽 발을 들어서 빙글 회전시키는 동작을 반복했다. 다리와 허리에 힘이 생기도록 돕는 운동이다. 그외 팔을 뻗거나 팔을 빼는 연습도 가끔 했다. 팔을 빼는 연습은 뒤집기 할 때 필수동작이다. 몸을 안마해주는 일도 빼놓지 않으셨다. 사지를 잡고 잡아당겨주거나 몸을 비틀거나 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전신 근육을 자극하면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뒤집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뒤집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뒤집기가 되면 포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포복이란 무엇인가? 이동을 뜻한다. 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는 팔다리를 이용한 이동이 불가능하다.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사지를 바둥거릴 뿐이다. 그러나 뒤집기가 된다면? 사지를 이용해 포복이 가능해진다. 그럼으로써 내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다.
‘뒤집기를 성공시켜야 해.’
남보다 이른 시기에 나는 뒤집기에 도전했다. 그게 생후 두 달 째인지 석 달 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꽤 이른 시기의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신생아처럼 엉덩이를 들썩이며 다리를 들어 올린 후에 다리부터 넘기려고 했다. 당연히 될 리가 없다. 아직 허리 힘도 없고, 다리 힘도 약할 때다. 짧은 다리를 올려서 넘기려고 하지만 바둥바둥거릴 뿐 진전이 나가지 않았다.
며칠을 시도했지만 뒤집기는 성공하지 못 했다.
‘역시 타고난 근력만으로 뒤집기 하기는 이른 건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3개월 신생아의 근력으로 뒤집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내게는 다른 신생아에게 없는 것이 있다.
내게는 지난 몇 달 동안 축적된 내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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