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69
69화. 금열쇠의 비밀(3)
이로써 109번 째 부처는 찾았다. 그럼 남은 것은 금열쇠를 꽂을 자리지.
그림자가 뚜렷하게 부처상을 보일 때 육계가 만들어진 곳에 보이는 건물 하나.
‘저곳인가?’
육계는 부처상의 머리 끝을 말한다. 그림자가 진 곳에 있는 건물은 낡은 건물 하나 뿐이다. 일단 부처상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는 건물이니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 끼이익─
오래된 절 안에서도 또 오래된 건물인 듯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건물인지 건물 안에는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문을 열자 햇빛을 받은 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창고인가? 먼지가 쌓인 물건만 잔뜩 있네.’
건물 안에는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꽤 많았다. 항아리에 상자에, 무슨 도구에. 이것저것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처럼 보인다. 건물 안과 물건들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물건은 사천왕상이다.
“사천왕상은 일주문 쪽에 두는 건데? 그리고 크기가 작네.”
대개 사천왕상은 일주문 뒤의 사천왕문에 두는 법이다. 사찰로 들어갈 때 가장 첫 번째 만나는 문이 일주문인데 한 줄로 세운 기둥 위에 맞배지붕 양식으로 만든 것이 일주문이다. 기둥을 하나로 한 이유는 마음의 기둥을 하나로 하라는 뜻에서다. 그러니까 ‘일주’는 ‘일심’을 뜻하는 것이다.
그 일주문 뒤에 세운 것이 사천왕문으로 좌우에 네 명의 사천왕상을 배치한다. 그런데 그 사천왕상이 이 건물 안에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사람 몸집보다 약간 큰, 보통의 사천왕상에 비해 매우 작은 크기인 것도 특이하다.
“가만… 이 금열쇠를 광목천왕상의 보탑 안에서 찾았는데, 저 광목천왕상에는 보탑이 없네?”
이상하다. 광목천왕상의 손에 보탑이 없다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광목천왕상을 유심히 살핀다. 안을 두들겨보고 외관을 아무리 살펴봐도 다른 사천왕상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 크기가 작다는 것이 특이할 뿐 특별한 것은 없다.
하지만 보탑이 없다는 것이 아무래도 걸렸다.
“광목천왕상에 보탑이 없다니. 이건 확실히 이상하단 말이야.”
좀 더 유심히 광목천왕상을 살피다가 문득 발견한 이상한 부분.
“광목천왕상의 계인이 반대잖아.”
불교에서 맨손으로 어떤 손동작을 만드는 것을 수인이라 하고, 손에 무엇을 들고 암시하는 것을 계인이라고 한다. 연꽃이나 약병, 창 등을 들고 뭔가 상징하는 것이 계인이다.
일반적으로 광목천왕상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그 손바닥 위에 보탑을 들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눈 앞의 광목천왕상은 손바닥이 바닥으로 향하고 있고, 손가락 끝이 구부러져 있다.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은 발 쪽이다.
“발 쪽에 뭐가 있나?”
발 쪽을 살펴봐도 보이는 것은 없다.
“바닥까지 살펴봐야지.”
꽤나 무거운 광목천왕상이라 내공의 힘을 이용해 잡고 쓰러트린다.
– 쿵─
쓰러진 광목천왕상의 바닥에 보이는 열쇠구멍.
“찾았다. 이거로군.”
광목천왕상의 바닥은 금속으로 되어 있었고, 움푹 파인 열쇠 구멍이 있었다.
– 철컥─
금열쇠를 넣으니 딱 맞다. 열쇠를 돌리자 들리는 경쾌한 소리.
– 그그그극─
그리고 기관장치 같은 것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 덜커덩─
소리가 그치자 바닥이었던 곳이 양 옆으로 갈라지면서 안의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열린 공간 안에 있는 상자 하나.
상자를 꺼내고 안을 살펴보니 다른 것은 없다. 상자 하나가 전부인 모양이다.
“대체 이 상자가 뭐길래 이렇게 복잡하게 숨겨놓은 거야. 신수궁장도 참 괴랄한 성격의 장인이라니까. 그런데 상자 안에 든 것이 금은보화라 해도 그 가격은 높지 않겠는데? 상자가 크지 않아서 은자 천 냥이나 겨우 들어가겠는데. 금으로 넣는다 해도 얼마 안 들어있을 것 같고. 그런데 무게도 무겁지 않은 것을 보니 금은보화 같지도 않고.”
상자에는 어떤 장치도 없었다. 그냥 뚜껑을 열면 되는 형태.
– 딸깍─
상자 뚜껑을 열자 안에 있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딱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들이다. 물건은 모두 세 개.
“금은보화를 숨겨놓은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이게 무슨 물건이지?”
모두 처음 보는 물건들이다. 보석처럼 생긴 결정 모양의 반투명한 돌조각은 아무리 봐도 비싼 보석이 아니라 평범한 돌처럼 보인다.
물건들 밑에 보이는 작은 책자.
책자를 읽어보니 상자 안 물건에 대한 설명을 담은 책자다. 책자를 남긴 주인공은 신수궁장. 그러니까 상자 안 물건도 신수궁장이 남긴 물건인 것이다.
책자를 읽어보고 나서야 물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 돌조각이 가장 밝은 밝기를 가진 축광석 가공품이라고?”
현대 문명에서는 손전등이라는 것이 있지만, 중세에 그런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어둠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횃불이나 등불. 그러나 불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불씨야 가지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송진이나 기름이 묻은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일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자체 발광하는 야명주가 매우 유용할 것 같지만 야명주는 생각보다 밝지 않다. 방사성 물질이 붕괴되면서 빛을 발산하는 물건인데, 스스로 빛을 내기는 하지만 주변 사물을 밝힐 정도로 밝은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제품이다. 실용성은 별로 없는데도 비싼 것이다.
그런데 신수궁장이 남긴 물건은 흔한 야명주가 아니다. 빛을 저장했다가 발산하는 축광석인 것이다. 낮에 햇빛에 노출을 시키면 태양광의 힘을 이용해 화학적으로 물질이 변환되었다가 어둠 속에서 다시 화학적으로 반응하면서 빛을 발산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이건 정말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물건이네. 야명주도 아니고 축광석이라니. 최대한 많은 빛을 발광하도록 형태까지 결정 형태로 가공을 했고.’
야명주도 귀한데 축광석이라면 말할 것도 없어 더 귀한 물건이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대단한 물건을 얻은 셈이다.
두 번째 물건은 은천잠사환. 역시 희귀성으로 따지면 전설급 물건이다. 천잠사 중에서도 가늘고 투명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천잠사가 은천잠사다. 그 은천잠사를 감아놓은 팔찌다. 은천잠사 끝 부분에는 작은 침이 달려 있어 끝을 날릴 수 있다.
“이거 현대의 생존팔찌나 마찬가지인 제품이네. 풀면 기다란 밧줄이 되는 그런 제품. 자주 쓸 일은 없지만 위기 때는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겠어.”
은첨잠사환은 오른쪽 팔에 채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물건. 상자 안의 세 가지 물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다.
“호심갑이라. 대단한 물건이네.”
이름처럼 갑옷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갑옷이 아니다. 심장만 보호하는 갑옷이다.
일반적인 갑옷의 문제는 부피다. 가죽으로 만들건 금속으로 만들 건 무게와 부피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갑옷을 입었다는 것을 감출 방법이 없다. 그런데 호심갑은 결정적인 부위인 심장만 보호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갑옷이다. 속옷 안에 안대처럼 차는 형식인데, 두께가 엄청 얇고 가볍다. 그러나 어떤 병기도 호심갑을 통과할 수 없다.
가장 강력한 금속인 만년묵철을 촘촘하게 엮어서 만든 호심갑은 검이나 화살에는 뚫리지 않는다. 검이 닿는 순간 충격을 넓게 분산시키는 방법을 통해 관통력을 상쇄시킨다. 단단하기도 하지만 힘을 상쇄시키는 원리로 만들어진 호심갑은 심장을 확실하게 보호해준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호해야 할 곳이 머리와 심장이다. 그 중 한 곳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다면 머리 한 곳만 신경 쓰면 된다. 호심갑을 통해 방어의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대단하네. 세 가지 물건이 모두 전설적인 물건이라 할 수 있어. 이걸 모두 얻다니. 신궁전을 되찾은 것이 진짜 신의 한 수였네.”
금은보화가 아니지만 금은보화로도 살 수 없는 물건을 세 개가 얻고 나니, 금은보화를 얻은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 내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무력을 보완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그런 면에서 신수궁장이 남긴 세 개의 물건은 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준다.
“이놈들 이름을 신수삼보라고 이름 지어야겠네. 신수궁장이 남긴 세 개의 보물.”
광목천왕상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원상복귀 시키기로 했다.
“책은 불태워야지. 이곳에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 모르게.”
빈 상자를 다시 집어넣고 금열쇠를 이용해 열린 공간을 다시 닫는다. 그리고 다시 광목천왕상을 세우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중에라도 빈 상자를 발견한 사람은 이 상자 안에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 모르겠지.”
– 화르륵─
신수궁장이 남긴 책자가 재로 변하면서 사라진다. 이제 상자 안의 물건에 대한 비밀은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무림에서 내 생존력을 높여주는 또 하나의 보호막이 될 것이다.
마침내 금열쇠의 비밀까지 모두 해결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는 황혼 무렵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우국사를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길.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내 등을 향해 쇄도하는 기운에 깜짝 놀라며 보법을 이용해 몸을 회피한다.
– 휘리릭─ 촤자작─
“뭐야? 너였냐?”
먼지를 일으키면서 주루룩 미끄러지는 당비취.
“흥, 너무 해!”
“뭐가?”
“나를 따돌리고 혼자 어디 다녀온 거야?”
당비취가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시장통에서 자신을 따돌리고 사라진 것이 불만이었는지 눈썹이 잔뜩 올라간 모습이다. 딱 봐도 화가 많이 나있는 상태다.
“응, 혼자 조용히 다녀올 곳이 있어서.”
“나랑 같이 가면 좋잖아. 어딘데 혼자 다녀온 거야?”
“아, 왜 그래. 너는 너대로 즐기면 되잖아.”
“무비 너가 없으니 심심하단 말이야. 내가 개봉에 뭐 하러 왔겠어. 그런데 이렇게 나를 박대할 거야? 너무하잖아!”
잔뜩 올라간 당비취의 눈꼬리를 보니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되더라? 거 무슨 영화더라. 거기 보면 ‘가슴 만질래?’ 한 마디에 화가 난 남자가 피식 웃으면서 화를 풀던 장면이 있던데.
‘가만, 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허리에 손을 올리고 쌍도끼 눈을 치켜뜬 당비취를 향해 부드럽게 웃는다.
“비취야, 내 몸 만질래?”
“뭐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내 몸 만지고 싶냐고? 내 몸 만지면 화가 풀릴 것 같냐고?”
“니 몸? 으으음…!”
당비취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내 사타구니를 쳐다본다.
“거기 만져도 된다면.”
당비취의 시선을 따라 내려간 내 시선.
“야, 이건 아니지. 가슴 정도는 만져도 되지만 여기는 아니지.”
“피이, 뭐야. 가장 만지고 싶은 것을 못 만지게 하면서.”
“너는 여자인데도 생각이 전부 아래로만 향하고 있는 것 같다.”
“히히, 내가 조금 조숙하거든.”
당비취가 조금은 쑥쓰러운지 피식 웃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화가 좀 풀린 것 같은데?’
일단 쌍심지를 치켜올린 눈꼬리가 내려앉았다.
“기분이 좀 풀렸어?”
“흠, 조금은. 거기 만지게 해주면 완전히 풀릴 것 같은데?”
“그건 너무 나가는 거고. 그래, 그럼 내가 개봉 구경시켜줄게. 그러면 되는 거지?”
“개봉 구경?”
“개봉 구경은 못 했을 것 아냐?”
“응, 못 했지.”
개봉 구경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는 당비취. 드디어 입가에 만족스럽다는 미소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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