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71
71화. 홍안쌍익사의 인연(2)
“야, 뭐가 움직이는 것 같지? 홍안쌍익사가 아닐까?”
“그런 것 같기도 하구. 그런데 아무 것도 안 보이잖아.”
“내게 축광석 있어. 야명주보다 밝아. 꺼내볼게.”
축광석을 꺼내기 위해 품 안을 뒤지는데 목에 느껴지는 고통.
“아악! 뭐야? 놈이 목을 물었어.”
손으로 물린 곳을 치자 목을 문 놈이 얼른 떨어져나간다.
“에잇, 뱀새끼가 나를 문 것 같아.”
메추리알만한 축광석을 꺼내자 동굴 안이 조금 분간이 된다.
“와, 이것 꽤 밝네. 크기는 작은 게 야명주보다 더 밝아.”
당비취는 축광석의 빛을 보고 감탄한다. 내가 봐도 감탄스럽다.
축광석의 빛은 반딧불처럼 희미했다. 하지만 완전 깜깜한 동굴하고 약간이라도 빛이 있는 동굴은 천양지차다. 내력을 끌어올려 시력을 높이니 주변 사물이며 동굴 풍경이 어슴프레하게나마 보인다.
우리들의 몸은 반쯤 물에 잠긴 상태다. 지하수가 흐르는 수로인지 지하수가 고인 연못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물에 몸이 잠긴 상태. 주변 동굴 풍경이 약간이나마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반사되는 두 개의 빨간 빛.
“저거? 홍안 아니야? 홍안쌍익사가 맞나 보네.”
– 피리릭─
순간 놈이 이번에는 당비취를 노리고 날아든다.
“어딜 감히 뱀새끼가!”
– 촤악─ 추르륵─
묵룡신검이 뽑히면서 물방울이 튄다. 물방울을 뿌리면서 번개처럼 펼쳐지는 초식.
– 퍽─
“끼익─!”
놈이 묵룡신검에 베이더니 그대로 날아가서 동굴벽에 부딪치며 떨어진다.
“잡았다. 홍안쌍익사를 잡… 았… 어? 왜 이러…!”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몸이 펄펄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무비야!”
“몸이 뜨거…!”
순식간에 온 몸에 열이 오르면서 머리 속이 익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지러…!”
– 첨벙─
“무비야─!”
어지러움을 참지 못 하고 쓰러지는 순간 물 속을 뚫고 들리는 당비취의 비명 소리. 하지만 그저 어지럽고 뜨거울 뿐이다.
“응?”
마치 깊은 잠에서 깬 것처럼 눈이 떠진다. 보이는 것은 시커먼 어둠뿐이다.
“뭐지? 아직 동굴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팔에 느껴지는 육중한 이물감.
– 물컹─
“물컹? 뭐야?”
내 팔 위에 뭔가 올려져 있다. 그리고 내 가슴 위에도.
– 더듬더듬─
오른손으로 가슴 위에 올려진 물체와 왼팔 위에 올려진 물체를 더듬으며 정체를 파악한다.
“…사람? 설마… 당비취?”
내 입에서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온다.
내 옆에 있는 물체가 당비취라서 놀란 것이 아니다. 내 가슴과 손으로 느껴지는 풍만한 이 촉감은… 어린 시절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어머니의 가슴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어? 깬 거야? 다행이네. 안 깨면 어쩌나 싶었는데.”
내 왼팔에 머리를 묻고 한 팔로는 나를 껴안고 있던 당비취가 내 비명에 대답한다.
눈을 껌벅이니 어둡지만 어슴프레한 밝기 속에서 당비취가 나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는 것이 보인다. 축광석이 머리맡에 있는 것이 보인다. 축광석 덕분에 사물 분간이 된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너 왜 알몸이냐? 나는 왜 알몸이고?”
“기억 안나?”
당비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얼굴을 들이댄다.
“기억…? 잠시만…!”
그러니까, 내가 어질어질해서 물 속에 처박힌 이후에… 누가 내 몸을 잡고 꺼내는 것 같았지. 그래 내 몸을 꺼내는 사람이 당비취밖에 더 있겠어.
그리고 ‘무비야! 어떡해! 홍안쌍익사의 독에 당했잖아.’라고 당비취가 소리를 쳤고, 나는 어질어질한 정신 속에 당비취를 덮쳤고.
‘가만, 덮쳐…? 내가?’
순간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당비취를 바라보자 당비취가 싱긋 웃는다.
“기억난 거야?”
“내, 내가… 너를 덮친 게 맞냐?”
“응, 나를 덮쳤지.”
“…내가?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이후 장면들이 술취한 사람들의 기억처럼 끊어지다 이어지다 하면서 지나간다. 분명 당비취와 관계를 가졌다. 그것도 짐승처럼.
“내가… 너랑… 했냐?”
“했지!”
“내, 내가… 왜?”
“홍안쌍익사에게 물렸잖아. 놈은 독은 극양의 성질을 포함하고 있어. 그래서 무비 너 피가 끓어오르면서 음욕에 불탄 거야. 머리가 펄펄 끓는 느낌이었을 걸.”
“맞아. 어지러워지면서 머리가 펄펄 끓어올랐어. 몸도 뜨거워졌고.”
“홍안쌍익사의 독에 중독되어서 그래.”
“그렇다고 내가 너를? 나를 제압하면 되잖아. 내가 이성을 잃었으니 너에게 대항할 힘도 없을 것 아냐? 왜 내가 너를 덮치는데도 가만 있었던 거야?”
“너를 제압하면? 너는 죽는데?”
“죽어? 내가?”
“독에 중독되고 피가 끓어올랐잖아. 그 독기하고 열기를 배출하지 않으면 너는 피가 응고되고, 머리 속이 익어서 죽는다구. 그래서 내가 음양교합으로 니 몸의 열을 내 몸으로 뺀 거야. 그래서 니가 살아난거구. 내가 없었으면 너는 죽을 뻔했다구.”
“음양교합? 내가 너랑 한 게 정말이구나.”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어?”
“응? 아, 고마워. 내 생명을 구해줘서.”
“겨우 그 말로 끝나는 거야?”
“그래, 정말 고마워. 엄청 고맙게 생각할게.”
“정말, 그게 다야?”
– 물컹─
당비취가 내게 자꾸 물으면서 나를 껴안자 그녀의 풍만함이 내 가슴에 전달된다.
기분은 좋네. 그런데 뭐야, 고맙다는 인사말로 부족하다는 건가? 그래 물질적인 것이 뒤따라야지.
“그럼 또 뭐? 고맙다고 했잖아. 알았어. 물질적으로도 보상해줄게. 동굴 나가면 나를 구해준 것에 대해서 내가 보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 표시를 할게.”
“그런 말이 아니잖아. 물질적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구.”
“그게 아니면? 말로 말고 물질적인 성의를 보이라는 것 아냐?”
“나… 무비가 첫남자야.”
“내가? 너의… 첫남자?”
자연스럽게 내 말 끝이 위로 올라간다. 첫남자라는 말이 지닌 의미를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냥 고맙다고만 하고 끝낼 거야?”
“⋯⋯.”
이런 경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사람 죽이는 일에는 능해도 이런 일에는 재주가 없단 말이야.
이 시대에 처녀가 순결을 잃었다는 것의 의미는 얼마나 무거운가.
“미안하다. 나 때문에 니가 순결을 잃었다니. 할 말이 없다. 내가 나쁜 놈이다.”
“나쁜 놈인 것은 아네? 그럼 어떻게 할지를 말해줘야지.”
“어떻게 해야 하냐? 내가… 이런 일은 처음이라.”
“여자의 정조를 가져갔으면 책임진다고 말을 해야지.”
“책임?”
“그럼 순결을 너에게 바치고 시집은 다른 남자에게 가?”
“나한테 시집오겠다는 거냐?”
“당연한 거 아냐? 뭐야? 설마 나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야?”
당비취의 눈과 목소리가 함께 올라간다. 잘못 대응하면 삐질 것 같다.
“아, 아니. 그럴 리가 있냐. 니가 순결까지 희생하면서 내 목숨을 구해줬는데. 당연히 책임져야지. 다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런 곳에서 너랑 관계를 맺을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래, 너나 나나 상상이나 했겠냐. 뜬금 없이 우리 둘이 관계를 갖고 순결을 취할 것이라는 우리 모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어. 어떻게 해서든 수습해야지.
“알았다. 일단 너와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심도 있게 이야기하지. 일단 일어나자. 옷부터 입고.”
“옷을 왜 입어?”
“뭔 소리야? 그럼 옷을 안 입어?”
“이 상태에서 옷을 입으면 내가 억울하잖아.”
“억울하다니? 뭐가?”
“너는 나랑 첫 관계를 이성이 없는 상태에서 한 거잖아.”
“그렇지.”
“그러면 안 되지. 나하고 첫 관계를 기억 못 하면 안 되지.”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제정신일 때 해서 기억을 시켜야지. 첫 관계는 뜨거운 기억으로 머리 속에 남아야 하는 거야.”
“⋯⋯.”
잠시 당비취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 해서 멍한 표정이 되었다.
“설마… 다시 하자는 거냐?”
“설마는 무슨. 당연한 거지.”
당비취가 나를 보면서 씨익 웃더니 나를 껴안는다.
– 물컹─
당비취의 몸은 정말 풍만했다. 옷을 입고 내게 신체적 접촉을 했을 때부터 알았던 사실이지만 맨 살로 접촉해보니 더욱 확실하다.
다시 시작된 관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슴프레한 동굴 안에서 당비취는 정열적으로 내 몸을 탐했다.
“이제 만족하냐?”
“히잇! 응! 어때 제 정신으로 하니? 좋았어?”
“좋았지. 아주 좋았지.”
안 좋을 수가 없지. 당비취가 누구인데? 미모로는 천하제일을 다투는 여자 아닌가. 그리고 몸매도 최상급이고. 안 좋으면 이상한 거지.
“흐응, 나도! 이제 일어나자.”
옷을 다 입고 축광석을 들고 주변을 확인해 본다.
“그 뱀새끼는 죽었냐?”
“응, 죽었어.”
“그놈의 내단이 무슨 영약이라고 했는데.”
“영약 맞아. 만독불침까지는 아니지만 독에 대한 면역을 키워주지.”
“그래? 내단 따로 챙겼냐?”
“먹었잖아.”
“먹어? 누가?”
“너하고 내가 나눠 먹었지.”
“내가 홍안쌍익사의 내단을 먹었어?”
언제 먹었냐? 기억에 없는데.
“그거 안 먹었으면 죽었어. 홍안쌍익사의 독이 얼마나 무서운 독인데. 그놈에게 물려서 독기하고 양기에 중독되었잖아. 그놈 내단을 너랑 내가 반씩 나눠먹은 후에 내가 음양교합을 한 거야. 그래서 홍안쌍익사의 독기하고 양기가 해독한 거야.”
“아, 그런 거였어? 그럼 내가 독에 내성이 생긴 거야?”
“어느 정도는. 어지간한 극독에 당해도 당장 쓰러지지는 않을 거야. 물론 나도 홍안쌍익사 내단을 먹은 덕에 독에 더욱 강해졌고. 우리 둘 모두 기연을 만난 셈이지.”
“그건 좋은 소식이네.”
“홍안쌍익사를 잡았으니 이제 돌아가자.”
“아냐, 내가 여기 온 목적인 홍안쌍익사가 아니야.”
“홍안쌍익사가 아니라구? 그럼 뭐 때문에 온 건데?”
“칠성표충영지! 그걸 찾으러 왔어. 내공을 올려야 하거든.”
“칠성표충영지? 그게 여기에 있어?”
“홍안쌍익사가 있는 곳에 칠성표충영지도 있다고 들었어. 몰랐냐?”
“몰랐는데. 칠성표충영지가 뭔지는 알지만 그게 홍안쌍익사 옆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어.”
무림잡화가 대단한 책이라니까. 당문에서도 모르는 내용까지 적혀 있잖아.
“칠성표충영지가 있어. 그러니 찾아야 해.”
“알았어. 그럼 더 들어가 보자.”
축광석의 빛에 의존해 동굴 안으로 더 들어가는데 동굴은 생각보다 깊어서 꽤나 걸었다.
“어? 갑자기 밝아지는데?”
“그러게. 동굴이 왜 밝아지는 거지?”
갑자기 밝아지기 시작하는 동굴. 당비취도 나도 어리둥절한 눈빛이 된다.
“천장에 틈이 있어. 저 틈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어. 어? 저기 좀 봐.”
당비취가 빛이 들어오는 천장을 가리키다가 한 곳을 손으로 가리킨다.
“저기, 희끄무레한 것이 보이는 것 같은데?”
빛이 퍼지는 곳 주변에 뭔가 색깔이 있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붉은색 반점이 가득한 흰색 버섯이다.
“세상에! 정말로 칠성표충영지가 있다니.”
어두운 동굴 속. 천장의 틈 사이로 빛이 내리비치는 곳에 칠성표충영지가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 두 송이네?”
칠성표충영지는 한 송이가 아니었다.
“잘 됐네. 너랑 내가 한 송이씩 나누어먹으면 되겠다.”
“나눠 먹어? 무비 니가 이거 찾으러 왔다면서?”
“내 생명을 구해준 사람에게 보답해야지.”
“히잇! 그래,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지.”
당비취가 아니었다면 칠성표충영지는 고사하고 저승길에 갈 뻔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순결을 희생하면서 나를 살린 당비취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답을 해야 했다. 사실은 칠성표충영지를 발견하면 당비취를 줄 생각도 했다.
내가 은원관계는 확실해서 원한도 안 잊지만, 은혜도 확실하게 갚는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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