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88
88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1)
“악천군이 누구죠?”
“제남에 악가장이라는 장원이 있는데, 그 장원의 소유자 이름이 악천군이에요.”
마침내 악천군이 누군지 알아냈다. 하지만 알아냈다는 기쁨도 잠시. 약간 당황스러운 심정이 된다. 뭔가 대단한 인물일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제남의 악가장이요? 나로서는 처음 듣는 곳이네요. 무림 문파는 아닌 것 같네요.”
“네. 전장을 운영하는 곳이에요. 제남악가전장을 운영해요.”
전장을 운영한다면 상인 집안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더욱 개천혈교와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그나마 뭔가 개천혈교와 접점이 만들어지려면 산동악가와 관련성이 있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악가장이 혹시 산동악가와 관련이 있는 곳이요?”
“네. 관련 있어요. 산동악가의 2가주가 독립한 집안이에요. 산동악가 2가주인 악주필이 산동악가에서 독립해서 만든 장원이죠.”
“산동악가 가주가 왜 상인이 되어 전장을 운영한다는 거죠? 무관을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세가의 경우 장남이 모든 것을 물려받기 때문에 동생들은 세가에서 장남을 돕거나 아니면 독립해 따로 살기도 한다. 대개의 경우 무가 출신들은 독립한 후에 무관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무관이 아닌 전장이라니. 뜬금 없다.
“이유가 있어요. 산동악가의 2가주인 악주필은 현천절맥이라는 특이체질을 타고나서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에요. 그 아들인 악천군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2가주 집안은 무관을 운영할 능력이 없어서 제남에서 전장을 운영하고 있는 거죠.”
“현천절맥이라는 특이체질이라. 왜 무공을 익힐 수 없는 거죠?”
“저희도 잘은 몰라요. 사람들 말로는 내공을 축적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그래요?”
아무래도 체질에 대한 것은 당비취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산동악가 2가의 장남 악천군. 현천절맥이라는 특이체질. 나머지 낱말은 지옥이라는 말. 여전히 연결이 안 되는데. 악천군이 있는 악가장이 지옥에 빠진다는 소리인가? 개천혈교가 악가장을 지옥으로 만들어? 아니, 그놈들이 악가장을 왜? 그건 아닌 것 같고.’
개천혈교에게서 도망치던 세작이 간신히 남긴 두 마디는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임이 분명했다. 적안혈수가 직접 추격에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개천혈교에서도 기를 쓰고 추적했다. 그런데 막상 악천군을 찾고 나니 허무할 정도로 아무런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
‘죽어가는 세작 모습이나 적안혈수 모습으로 볼 때, 무척 중요한 정보인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오죽하면 내가 귀한 청루패를 하나 소모시키면서 악천군에 대한 정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을까.
일단 작약만향이 찾아낸 인물이 세작이 말했던 인물일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하지만 왜 평범한 전장을 운영하는 악천군이 그들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악천군이라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고 있죠?”
“지금 제남악가전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래요? 그외 별 다른 점은 없고요?”
“네. 일단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로는 특별한 점은 없어 보여요.”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인다 해도 상관 없어요. 일단 악천군에 대한 정보는 모두 말해 보세요.”
“그렇게 하죠. 여기 이 내용이 악천군에 대해 수집해 정리한 정보인데 한 번 읽어보세요.”
작약만향이 내민 서류들을 받아서 읽어나간다. 역시 특별한 것 없는 내용이었다. 무공을 익히지 못 하는 체질이라 전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 외에 악천군에 대한 특이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한 대목에서 내 눈이 멈춘다.
“여기 이 부분. 아버지인 악주필이 행방불명으로 나오네요?”
“네. 22년 전에 선친인 악주필이 행방불명되었어요.”
“행방불명이라면, 그 이후로 소식이 없고요?”
“네. 그 이후로 시체가 발견되었다거나 어디서 사는 모습이 발견되었다거나 하는 소식이 없어요. 죽었을 거라고 다들 생각하죠. 그래서 그 아들인 악천군이 전장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거고요.”
22년 전이라고? 내가 죽은 그 해가 아닌가?
이건 뭔가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데. 하필 22년 전에 악주필이 행방불명 되었다고?
“납치나 그런 것에 관한 정보는 없었고요?”
“네.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내용이 없어요.”
악천군에 대한 서류를 모두 읽고 다시 돌려준다.
“어쨌든 수고했어요.”
악천군과 관련된 내용 중에서 내 감각을 계속 건드리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특이체질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아버지인 악주필이 행방불명이 된 사실. 이 둘이 개천혈교와 연관성이 있고, 뭔가 나하고도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음날 당비취를 만나 현천절맥에 대해서 물어본다.
“현천절맥이 무공을 배우지 못 하는 절맥이라고 하는데, 혹시 왜 그런지 아냐?”
“아, 그거. 별 거 아냐. 기운을 축적하지 못 해서 그래.”
“기운을 축적하지 못 한다니?”
“현천절맥은 체질적으로 단전 생성이 안 돼. 외부의 기운을 단전에 축적해야 내공이 쌓이잖아. 그런데 외부의 기운이 현천절맥의 몸으로 들어가면 단전에 쌓이지 않고 소멸되고 말아. 단전이 생성되지 않으니 무공을 익힐 수 없지.”
“아, 그런 체질이 현천절맥인 거네.”
“그런데 갑자기 현천절맥은 왜? 주변에 그런 특이 체질인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제남의 악가장에 있는 사람이 현천절맥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아, 누군지 알겠다. 산동악가 출신이지. 무공을 못 익히는 체질이라 제남으로 독립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당비취도 악가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자, 누군지는 찾아냈지만 무공고수도 아니고 평범한 이 사람이 개천혈교와는 무슨 관계인 거지?’
하나의 의문을 해결하니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지옥’이라는 낱말에 대한 단서를 찾지 않는 한 악천군이 개천혈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일단 누군지 안 것만 해도 다행이지. 누군지는 알았으니 천천히 탐색해보자고.’
그러다가 문득 드는 또 하나의 의문.
‘이번에 납치된 악운재하고는 사촌지간이라는 이야기인데. 혹시 악운재의 납치하고도 관련성이 있나?’
아직은 악운재를 누가 무슨 이유로 납치했는지 모르는 상황. 그러니 제남에 있는 악천군과 연결 고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둘 다 산동악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뭔가 연결점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상 두 사람이 뭔가 관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내가 생각이 깊어지자 당비취가 내 팔을 잡아끈다.
“뭘 그리 생각해. 팽씨 남매가 술 먹으러 가자고 하던데 같이 술이나 마시자. 이제 모레면 방학도 끝이잖아.”
“무해가 술먹재?”
“무해가 아니라 청룡조가 모이는 모양이더라. 악운재 납치사건 때문에 모이는 것 같아. 그래서 다른 조들도 악운재 소식이 궁금하니까 끼어드는 거지. 나도 궁금하고.”
그래, 나도 궁금한 소식이긴 하지.
그래서 모인 곳이 백정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천주각이라는 술집이다.
이미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모였다. 청룡조만 모인 것이나 백호조, 주작조, 현무조 등 아직 복귀하지 않은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관 학생이 모인 것 같다.
시끄럽게 뭔가를 떠들던 학생들은 우리가 도착하자 일순 조용해진다. 우리 둘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색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갑자기 왜 조용해지는 거야? 우리가 여기 참석한 게 이상해?”
“무비를 오빠로 부른다며? 유진이가 그러던데?”
남궁수지가 당비취를 쳐다보며 묻자 환한 표정으로 얼른 고개를 끄덕이는 당비취.
“으응, 맞아. 무비 오빠라고 부르고 있지.”
그 순간 학생들의 눈이 커지면서 입이 쩌억 벌어진다.
“뭐야? 유진이하고 무해가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였어? 비취가 왜 무비 보고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
“왜는. 그만큼 가까워진 사이가 된 거지. 사천당문에 같이 가서 아버지에게 인사도 드릴 생각이야.”
무비가 활짝 웃으면서 태연하게 대답하자 난리가 난다.
“와, 여자들 중에서는 가장 예쁜 비취가 저런 얼굴을 가진 무비를 오빠로 부를 정도로 친해졌다고? 도대체 무비의 얼굴 어디가 좋다고 좋아하는 거냐? 도대체 저 얼굴로 어떻게 비취를 꼬신 거야?”
황보수영은 내 얼굴로 비취를 꼬신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내가 꼬신 게 아니라 비취가 나를 꼬신 거다.’
사실 관계를 바로 잡아주고 싶었지만 참는다.
“야, 오래 사귄 나를 두고 무비를 선택하다니. 조금은 실망인데.”
남궁무훈의 표정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남궁무훈 저 녀석이 당비취를 마음에 두고 있었나?
“나는 무비가 비취를 선택한 것이 조금은 실망이야.”
“뭐야? 유진이 너는 무비를 마음에 두고 있었냐?”
팽유진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로서는 팽유진의 말에 계속 놀라게 된다.
“아미타불! 두 사람이 부부로 맺어짐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빈승은 두 사람의 인연이 맺어진 것이 다 억겁의 윤회 속에서 만들어진 인연이 있어서라고 믿네.”
“야, 부부는 무슨. 아직 혼인식도 안 올렸는데.”
운강은 사람이 너무 좋아서 문제다. 뭐든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야야, 우리 이야기는 그만 하고. 악운재 때문에 모였다며?”
“아, 맞다. 운재 이야기를 하려고 모였지.”
“혹시 가장 최근 소식 들은 것 있냐?”
“응, 아침에 나온 소식으로는 납치범이 산적 같은 놈들이 아니고 개천혈교 쪽 놈이라고 하더라.”
개천혈교? 이것 봐라. 역시 악운재도 개천혈교하고 관련이 있잖아. 그놈들이 악운재를 왜 납치한 거지? 고작해야 후기지수 중 한 명인데.
“추지란이랑 같이 가던 중이잖아. 추지란 소식은 없어?”
“추지란은 다행히 납치되지 않은 것 같아. 악운재가 적과 싸우는 동안 추지란이 화산파로 올라가서 지원 병력을 데리고 내려왔는데 그 사이에 납치되고 없어진 거래.”
“도대체 개천혈교에서 악운재를 왜 공격했을까? 백정맹의 사기를 꺾으려고 공격한 걸까?”
“아냐, 그럼 악운재를 죽였겠지. 그것이 더 공포심을 주고 사기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남궁무훈의 의문을 바로 부정한 사람은 손연설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손연설은 처음부터 계속 뭔가 깊이 생각하는 모양이네. 뭐를 생각하는 중일까?’
학생들의 시선이 손연설에게 쏠린다. 아무래도 백정학관에서 두뇌는 가장 영민하니 손연설의 의견이 궁금한 것이다.
“연설아, 그럼 악운재가 왜 납치되었다고 생각해?”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살인이 아닌 납치라는 점이 중요해. 그것도 화산파 인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납치를 했어. 살인이 아닌 납치를 해야 할 정도의 중요성이 있다는 이야기지. 아니, 애초부터 납치가 목적이었다는 이야기야. 계획된 일이라는 거지.”
손연설은 납치라는 사실 자체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았다. 손연설의 말에 나도 내심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 놈들이 백정맹 소속 무인을 만나 시비가 걸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면 상대를 죽이는 것이 일반적이야. 그런데 죽이지 않고 납치했다는 말은 처음부터 악운재의 납치가 목적이었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왜?’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악운재를 개천혈교가 납치할 이유는 몇 번을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손연설 역시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심하는 것이 바로 납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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