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9
9화. 첫살인(2)
처음에는 놈이 하는 짓을 지켜보면서 놈이 헛소리를 더 지껄이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생각도 했다. 놈이 지껄이는 과정에서 정보를 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놈이 그냥 어머니에게 조용히 나쁜짓만 하면? 그걸 지켜보는 내가 열 뻗쳐 죽을 것이다. 놈이 어머니에게 손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 감히 신성한 어머니 몸에 손을 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나와 아버지 외에는 만질 수 없는 신성한 존재다.
‘놈이 떠드는 것을 좀 더 지켜본 다음에 죽이면 좋겠는데, 저 새끼가 떠들지 않고 조용히 어머니 몸에 손대면 손해만 보는 거잖아.’
그렇다고 지금 바로 죽이자니 그것도 찝찝하다.
‘지금 놈을 죽여 버리면 놈의 배후를 모르는 상태가 되고. 그러면 앞으로도 하수인이 올 것이고. 어머니는 계속 위험에 처할 것이고. 배후를 알아내기는 해야 하는데. 방법을 찾아내자. 방법을!’
잠깐이지만 억겁 같은 시간 속에 방법을 찾아 머리를 광속으로 굴린다. 그리고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 그 방법이 있었네. 옹알이밖에 못 하는 내가 배후를 찾아내는 방법이 있었어.’
방법을 찾았으니 바로 실천으로 들어간다.
“일 각이면 충분하지. 그 정도 시간이면 내가 개봉일미를 차지하기에 충분하지. 흐흐흐! 그럼 옷부텨 벗겨볼까.”
‘일 각이면 충분해? 조루새끼!’
자는 사람 옷을 벗기고 다시 입히는 시간만 일 각은 걸리겠다. 어쨌든 놈이 바로 행동으로 들어가려는 것 같았다. 나 역시 행동으로 옮긴다.
‘뒤집기─!’
뒤집기를 한 후에 머리맡에 있는 호두알을 집는다.
“응? 뭐야? 갓난아기가 뒤척이는 거잖아. 딴 또 다른 놈이 있는 줄.”
내 동작을 감지한 놈이 잠깐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다가 피식 웃으면서 다시 어머니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미련한 새끼 같으니. 갓난아기라고 무시해? 수면분을 뿌렸음에도 내가 움직인 사실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 하다니. 저런 놈을 하수인으로 고용한 놈도 별 볼일 없겠군. 하긴, 의뢰인이 주문한 물건을 중간에 가로채는 놈이니.’
놈이 허접한 놈이라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만약 놈이 나처럼 빈틈이 없었다면 내가 움직이는 순간 긴장하고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긴 수면분에 상관 없이 갓난아기를 보면서 긴장할 놈은 없겠지. 그냥 갓난아기가 잠결에 뒤척이는 것으로 생각하겠지.’
어쨌든 호두알을 손에 쥐었으니 이제 놈을 처치할 기회는 잡았다.
– 스윽─
놈이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더니 무릎을 꿇으며 어머니의 옷에 손을 대려고 했다.
‘수라암천술─!’
드디어 타인을 상대로 한 첫 번째 무공출수가 이루어졌다. 진짜로 적을 제압하기 위한 첫 번째 무공 출수다. 그리고 꽤 숙련된 내 수라암천술은 정확하게 펼쳐졌다.
– 쉭─ 퍽─
– 쿠당─ 데구르르─
내 손에서 쏜살처럼 날아간 호두알이 놈의 마혈을 때리는 순간 놈은 반쯤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나무토막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놈 옆으로 호두알이 데구르 구른다.
– 슥삭슥삭─
놈이 쓰러진 옆으로 낮은 포복을 하면서 기어간 다음에 놈과 눈을 맞춘다.
싱글생글 웃는 내 눈을 보면서 놈의 눈동자가 부르르 떨린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쉬이─!”
나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빌어먹을, 이게 아닌데.’
원래 내가 하려는 맛은 ‘쉿!’인데, 옹알이 수준인 내 입에서는 ‘엄마, 소변!’이라는 의미의 말이 튀어나왔다. ‘쉿!’과 ‘쉬이!’는 의미부터 다른 말인데.
‘생각보다 쉿이라는 발음이 어렵다니까. 하여간 의미만 통하면 된 거지.’
말은 헛 나왔지만 손동작으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달이 되었겠지. 내가 놈에게 손가락으로 신호를 하자 놈의 눈이 호랑이눈처럼 커진다.
갑자기 공격을 받아 마혈이 제압되어 쓰러진 상태에서 바닥을 포복해서 기어온 사람이 갓난아기. 그 갓난아기가 손동작으로 ‘조용히!’라는 손동작을 만들어내니 황당한 것이다.
‘자 그럼 신문을 시작해볼까.’
내 고사리 같은 손이 놈의 눈 앞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옹알이를 벗어나지 못 한 상태라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2회 차 때 배운 글씨는 충분히 쓸 수 있다. 손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니까.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필담!
수라검신 때 가끔 써먹었던 방법이다. 가끔은 말 못 하는 놈들과 대화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선천적인 벙어리도 있고, 고문에 의해 혀가 잘린 놈들도 있다. 비밀을 잘 지킬 수 있다고 해서 자객이나 살수로 선호되는 것이 벙어리다. 그리고 말을 할 수 없는 그들과 대화는 필담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손을 움직여 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놈의 시선은 내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내가 바닥에 쓴 글자를 쳐다보면서 놈의 눈은 점점 커져갔다.
【아혈은 풀어주지. 어머니 깨면 안 되니 조용히 대답해라. 누가 시킨 것이냐?】
바닥에 한 글자씩 써가는 글자를 읽어가던 놈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몇 달짜리 신생아가 바닥에 문자를 쓰고 있으니 이걸 누가 믿을 것인가? 놈은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반쯤 얼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글씨를 다 쓴 내가 일어나 내가 놈의 눈앞에서 손으로 글씨를 쓴 바닥을 가리키며 끄덕이자 놈은 더욱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 이해가 안 되겠지. 몇 달 짜리 신생아가 자신의 마혈을 제압하고, 필담으로 대화를 시도한다는 이 상황을 누군들 이해하겠냐고.
– 픽─
나는 글씨를 다 쓴 다음에 바닥에 앉은 상태로 놈의 아혈만 풀어주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어머니와 바닥과 놈의 입을 가리키자 놈의 눈동자가 부르르 떨린다.
“이, 이… 이게 무슨 괴이한 일이?”
괴이한 일?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내가 저놈 입장이 되어도 똑 같은 말을 했겠지. 신생아에게 제압당한 것도 믿기 어려운데, 그 신생아가 능숙하게 글을 쓰면서 어른의 말투로 신문을 하다니.
내가 씨익 쪼개주며 웃자 놈의 눈 주변이 부르르 떨린다.
“어찌 신생아가 글을 쓸 수가? 귀, 귀신이 들린 건가?”
놈의 눈동자가 부르르 떨리는 것이 약간은 공포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놈의 눈에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을 강요하는 내가 귀신이 들린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귀신 말고는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자귀신이라도 들렸다고 생각한 것일까? 놈은 내가 귀신이 들린 아기로 알고 공포심을 느끼는 것이다.
【새꺄! 사주한 놈이나 대라니까?】
내가 다시 바닥에 글을 쓰자 놈의 눈동자가 내 손가락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면 쳐다보더니 표정이 굳어버린다. 믿기 힘든 상황에 놈이 당황한 것이다. 그러면서 놈의 입이 닫힌다. 신생아에게 항복하고 발설을 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로 하면 못 알아듣는다니까.’
내 모습 때문에 지금 놈은 이 상황이 믿기지도 않을 뿐더러, 내게 당한다는 실감도 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놈들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이 뭔지를 알려줘야 입을 열지.’
내가 내공을 이용해 살기를 일으키자 놈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신생아의 몸에서 살기가 뻗어 나오니 믿기 어려운 것이다. 놈의 눈은 공포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살기를 뿜어내며 씨익 웃는 내 얼굴은 귀신이 들린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 픽픽픽─
다시 한 번 내 손가락이 놈의 혈을 몇 군데 점혈한다. 아혈을 다시 막고, 분근착골 수법을 펼친 것이다.
– 우드득─ 우드득─
놈의 근육과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린다.
‘얼마나 버티려나?’
고수일수록 고문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놈은 고수와는 거리가 먼 놈. 의뢰자의 물건을 가로채는 직업의식이 없는 놈은 하수다. 그러니 고문 같은 것을 버티는 능력도 하수다.
아혈을 제압당해 놈의 입에서는 비명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다만 눈빛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놈의 눈빛은 내게 자비를 바라는 중이다. 고문을 끝내주기를 바라는 눈빛이다. 그러나 바로 고문을 그칠 내가 아니다. 일단 한숨 돌리면 또 생각이 달라지는 법이거든. 놈이 충분히 고통을 맛볼 때까지 기다리다가 바닥에 글을 쓴다.
【아혈 풀어주면 즉시 대답해라. 대답 안 하면 더 고통스러운 고문을 할 것이다. 납치를 사주한 새끼 이름? 알아들었어?】
고통 속에서도 놈의 시선은 글을 쓰는 내 손가락을 따라가고 있었다. 놈은 눈을 깜박이며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 픽픽픽─
고문을 멈추고 다시 아혈을 풀어주자 놈의 입에서 헉헉거리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헉헉헉… 흐으으아악! 흐억흐억!”
내가 다시 놈의 입을 가리키자 놈이 바로 끄덕인다.
“헉헉… 홍벽문 문주! 개봉일미를 납치해오라고 시킨 자는 홍벽문 문주 홍진탁이다. 헉헉!”
드디어 놈의 입에서 어머니 납치를 사주한 놈의 이름이 나왔다. 물론 나로서는 그놈이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중원 천하에 산재한 수 천 개의 중소문파까지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 홍벽문이 어느 문파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내게 찍혔다.
자, 이제 사주한 놈이 누구인지 알았으니,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어야지.
– 픽─
“끅!”
깔끔하게 놈의 사혈을 눌러주었다. 놈은 짧은 신음과 함께 눈을 뜬 상태로 절명했다. 눈을 뜬 놈의 눈빛은 마지막까지 믿을 수 없다는 심정이 역력했다.
‘아, 빌어먹을. 죽이지 말 걸 그랬나? 시체 처리를 깜박했네.’
놈을 죽이고 신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신생아의 몸으로 성인의 시체를 옮기는 일은 불가능하다.
‘내일 아침에 식솔들이 발견한 뒤에나 처리가 가능하겠네.’
안 봐도 뻔하다. 어머니를 비롯해 식솔들이 얼마나 놀랄지. 난리가 나겠지.
‘아니야, 안 죽이면 골치 아파져. 놈을 살려두면 의뢰인이 홍벽문인 것을 알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홍벽문 문주라는 놈이 입을 막으려고 우리 현무문을 공격할 수도 있어. 대놓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노릴 수도 있어. 그러니 몰래 납치하려 한 놈의 의도대로 몰래 처리하는 것이 맞아.’
때로는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몰래 납치극이 그렇다.
납치범이 의문을 죽음을 당한 것이 서로에게 좋다. 홍벽문 문주인 홍진탁은 자신의 신분이 들켰나 안 들켰나 전전긍긍하면서 보낼 것이다. 아버지가 전혀 눈치 채지 못 한 상태라면 구태여 홍벽문이 현무문을 공격할 일도 없을 것이고.
‘당분간 이 사건은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좋겠어.’
문자를 통해 필담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정 급하면 필담으로 알리면 된다. 물론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필담으로 알렸다가는 부모님도 뒤로 넘어질 것이다. 신생아가 필담을 한다면 귀신이 들린 아이라고 걱정할 것이다.
‘일단 어머니 보호는 완료. 효자 무비가 어머니 납치를 막았습니다.’
다시 한 번 어머니에게 효도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살부터 살인을 할 줄은 몰랐는데.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니까.’
스무 살 넘어서 강호 출도 이후에나 할 줄 알았던 살인을 1살 때 해버렸다.
‘한 살 때부터 살인천재가 된 느낌이네.’
물론 2회 차에서 수도 없이 사람을 죽여본 나는 죄책감을 느낄 리가 없다. 오히려 효도를 했다는 뿌듯함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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