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100)
마음이 이끄는 대로-100화(100/134)
이재는 로더릭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 같이 먹어야죠. 불공평 하네요.”
“애초에 우리의 체격과 체력이 불공평해.”
국왕이나 기사단장 같은 사람들은 온몸이 무기였다. 그러니 아무하고나 안 싸우는 거였다.
그러나 이재가 여전히 머뭇거리 고 있자,로더릭은 아내를 조금 도와주기로 했다.
“뭐,같이 먹어 줘?”
이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몸에 좋은 거라면서요.”
“그래. 근데 난 이거 먹으면 너 랑 두 번 할 거 세 번 하고,세 번 할 거 네 번 하게 되겠지.”
“부인,감당할 수 있겠어?”
“……안 먹겠단 얘기를 참 특이 하게 하시네요. 그렇지만 의사 전 달은 확실하게 되네요. 말은 이렇 게 해야 하는 거였어요.”
“반드시 먹고야 말겠단 소리였 는데,부인께서 오해하네.”
이재는 못 들은 척 포크를 접 시로 뻗었고,로더릭은 어깨를 떨 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으나,성 의를 봐서 용기 있게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음식을 몇 번 씹은 살 구색 여우는 포크를 움켜쥐며 오 랜만에 분개했다.
“폐하! 이건 혹시 지옥에서 온 요리인가요?!”
로더릭은 참고 있던 웃음을 터 뜨렸다.
“굳이 또 물어보니까 확실하게 대답해 줄게. 널 제때 못 받은 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그건 사과 할게.”
“근데 균형을 못 잡을 정도까지 그런 일을 한 건,너한테도 약간 은 잘못이 있는 거야.”
왕은 검지로 접시들을 툭,툭 밀었다. 이재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놓아 주기 위해서였다.
“딱 한 입씩만 먹으라고. 그 정 도는 어려운 부탁 아니잖아. 그러 고 나면 다른 거 내오라고 할게.”
“나도 해 줄 게 이런 거밖에 없어서 그런다.”
상대가 저렇게 진솔하고 유한 태도로 나오면 짜증이 나려다가 도 푸시식, 가라앉는 법이었다. 심지어 이재는 실제로 짜증이 난 적도 없었다.
빵을 긁적이던 그녀는 무안한 마음으로 포크를 움직였다. 그러 다 주저하며 말했다.
“폐하가 왜 해 주는 게 이것 말고 없어요. 폐하는 하지 말라던 것도 제가 부탁하면 들어주잖아요.”
“내가 우리 콩알을 못 이겨 먹으니까 어쩔 수 없지.”
“……거짓말. 져 주는 거면서.”
중얼거리는 걸 듣고 있던 로더릭은 코웃음을 쳤다. 어처구니가 없는 걸 넘어서 억울할 지경이었다.
“부인께서 이렇게 크나큰 착각을 하고 계신 줄은 몰랐네. 나 딱히 져 준 적 없어. 그냥 너한테 안 되는 거야.”
그러자 이재도 흥,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남편 쪽에서 대체로 상대를 봐준다고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꼭 그녀에게만 그러는 건 아니었다. 왕은 성 사람들의 실수도 ‘우리 잘 좀 하자?’ 하고 그냥 넘어갈 때가 꽤 있었다.
“죄송하지만, 저도 그 말은 신뢰할 수 없네요.”
“진짜야. 내 인생에 이런 비참한 승률은 처음이다. 네가 가끔 사람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
“그리고 뭐, 온 힘 다해 너 이겨서 뭐 할 건데. 아내 기분 상하게 해 봐야 내 기분도 같이 더러 워지는 거지. 내 기준엔 그게 제 일 모자란 놈이다.”
“어쨌든 싸우기 싫어서 져 준다 는 거네요.”
부부는 오늘도 참 희한한 주제 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서로 네가 더 세다며,본인이야 말로 약자임을 열심히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저런 걸로 싸우고 있는 게 참 이상했던 주변 사람들은 어색한 웃음을 홀렸다.
그리고 국왕은 이번에도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래,네 말이 다 맞다고 치 고. 그만 짹짹거리고 식기 전에 먹어.”
이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꺼림칙해하는 기 색을 읽은 국왕은 눈앞의 괴생명 체들을 손수 해체해 주었다.
그녀의 앞접시에는 금세 음식들 이 수북하게 쌓였다.
이재는 그를 제지하려고 들었다.
“그만하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 요.”
“됐으니까 빨리 먹기나 해라.”
이재는 잠시 할 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딱 한 입씩만 먹 으랬으면서,그 한 입이 점점 커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인분 같은 일 인분이었다.
어쩐지 노림수처럼 느껴졌던 그녀는 국왕을 의심스러운 눈초리 로 바라보았다.
국왕은 이재의 반응을 전혀 개 의치 않고, 연이어 음식을 날랐다.
그 관심은 보다 평범한 식사가 나왔을 때도 계속되었고,약과 후식이 올라왔을 때까지 이어졌다.
이재가 얼른 약그릇을 집어 들 지 않았더라면,로더릭은 그릇을 손수 입가에 갖다 대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남기지 말고 다 마셔.”
고개를 끄덕인 이재는 약을 꼴깍꼴깍 들이켰다.
이무지게 비운 그릇이 식탁 위에 놓이자, 국왕의 표정은 만족스러워졌다.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았는데 행복해지는 건 대체 왜일까.
큰 이유를 찾지 말자. 그냥 좋 아해서 그런 것이다.
힘을 내는 모습이 예뻐서. 건강하기를 바라 는 마음 때문에.
그러나 방심하고 있던 이재는 곧 두 주먹을 불끈 쥐고,속눈썹 을 파르르 떨고 말았다.
아니, 오늘 진짜 다들 작정을 했구나. 너무 써!
이재가 질끈 감았던 눈을 떴을 때,턱을 된 국왕은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푸른 눈 에는 즐거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왜 웃으세요?”
“………”
“제 표정이 그렇게 웃겼어요?”
이재는 창피해서 오히려 새초롬 하게 물었다. 약 하나도 못 먹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다른 방향 으로 부끄럽게 만드는 답변을 내 놓았다.
“아니. 잘 먹으니까 예뻐서.”
“………”
“그래서 웃은 거야.”
왕은 이재가 콧잔등을 찡그리면 서도 평소보다 열심히 식사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한 것 이상으로 먹으려고 노력했기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성의를 무시하지 못하는 심성 탓일 것이다.
분명 고운 마음씨였지만, 국왕 은 한편으론 속이 쓰릴 때가 있 었다.
얼마나 외로운 시간올 보냈으 면.
얼마나 보살펌을 받아 본 적이 없으면,자기 남편이 고작 이 정도 챙겨 주는 것도 다 특별하게 여겨 주는 걸까 싶어서.
그는 그런 속내까지 드러내진 않았다.
대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진 심이 높은 농도로 섞인 농담을 건넸다.
“부인. 원래 결혼하면 다들 이렇게 행복한 건가?”
“그럴 리가 있나요. 그럼 헤어지는 사람들은 왜 있겠어요.”
“아,그런가. 그럼 이건 결국 내가 부인을 잘 만난 덕인가 보네.”
“………”
“근데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괜히 사람들한테 미안 해지네.”
이재는 잠시 침묵했다. 저건 마치 사랑의 위대함을 모르는 당신들이 참 불쌍해요,같은 발언이었다.
어조는 능청스러웠으나 이승의 무고한 솔로들과 저승의 총각 귀신,처녀 귀신들을 능욕하는 소리 이기도 했다.
“폐하,갈수록 정도가 심해지시 는 것 같아요. 여기까지만 하세요.”
이재는 저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지,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로더릭은 피식,웃으며 다시 한 번 식탁 위를 둘러보았다.
식탁에는 어느새 각종 디저트가 가득했다. 하지만 아내 입맛에 맞을 만한 디저트를 발견하지 못한 그는 물잔을 건넸다.
입가심이나 하든가,하며 툭 내뱉는 말투 뒤 에 이어진 눈빛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식사가 끝난 뒤로도 국왕과 이 재는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렸다.
국왕이 그녀에게 열심히 장난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수롭지 않은 걸 가지고 티격태격했고, 사실 두 사람은 틈만 나면 그러고 놀았다.
기사단장이 국왕을 찾아온 것은 그때 였다.
그는 보고할 게 있어 왕후궁 복도에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 러나 도무지 식사가 끝나지 않자, 이쪽으로 향한 것이다.
“카이엔에 영광을. ……두 분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괜찮아.”
“괜찮다. 진작 다 했다.”
오늘도 대답이 동시에 나오자, 제이드는 잠시 목을 긁적였다.
그 러나 그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금세 정신을 차렸다.
“폐하,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이따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뭔데.”
“서부 국경에서 온 소식입니다.”
그러자 로더릭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턱짓으로 내 보냈다.
“오래 걸리는 거 아니면 여기서 해.”
하지만 기사단장은 오늘도 잠시
망설였다. 그가 가져온 게 다름아닌 왕제와 관련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국왕은 이 이야기가 외부로 홀러 나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젠 이런 얘기까지 왕 후 폐하 앞에서 해도 되는 건가?
기사단장이 눈치를 보고 있는 건 결국 이번에도 왕후의 존재였다.
이재도 그 기색을 어렵지 않게
알아챘다. 그녀는 지난번처럼 양 쪽 귀를 틀어막았으나,로더릭은 픽 웃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 의 손목을 떼어 냈다.
“너도 이제 이런 거 그만할 때 되지 않았어?”
“너만 몸 안 상한다는 약속 잘 지켜 주면,난 너한테 감추고 싶은 거 정말 하나도 없다.”
그러자 더욱 눈치를 보게 된 건 이재였다. 기사단장이 지금 곤란한 화제를 꺼내려 한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칫밥을 어마어마하게 먹어 온 사람이었다.
다른 건 몰 라도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기색 만큼은 늘 알아첼 수 있었다.
이재는 고개를 모로 돌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린 짐승이 보 내는 신호는 그거였다.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해 치지 않아요.
그러자 제이드도 고민한 표를 낸 게, 또 그 사실을 왕후가 눈치 첸 게 송구해서 머리를 조아렸다.
두 사람이 하는 짓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왕은 의아해하다가 실 소했다. 아내와 절친한 친구가 나란히 무언의 대화를 하고 있는 게 조금 웃겼기 때문이다.
“너희 사이 나빠? 나 모르게 뭐, 안 좋은 일 있었나? 둘 다 왜 이렇게 눈치를 봐?”
“아닙니다! 전 왕후 폐하를 몹 시 좋아, 아니 존경합니다.”
“저 제이드랑 사이 엄청 좋은데요”
물론 국왕은 농담 중이었다. 그러나 이재와 기사단장이 동시에 외치자,얼굴을 찡그리며 웃고 말았다.
“아,이건 또 이거대로 기분이 이상하네. 둘 다 너무 강조하는 거 아니냐? 남편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두 사람은 이번에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동시에 생각 했다.
어쩌라는 거지요?
큼큼,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던 제이드는 머지않아 입을 열었다.
제이드는 카이엔에서 가장 성공 한 기사였다.
그에게는 실력만큼 이나 수완과 감각이 있었다.
어차피 서두는 왕만 알아듣게 꺼내면 될 일이고,이후의 판단은 국왕이 해 줄 것이다.
“폐하,전에 왕제께 별도로 지시하신 일 말입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그게 왜. 왕제 어디 있는 지 찾았나?”
아무 숨김없는 태도에 제이드는 보고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우를 바라보는 표정은 다소 떨떠름해지고 말았다.
그는 그래,또 나만 심각했지,하는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