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30)
마음이 이끄는 대로-30화(30/134)
#7장. 언젠가 나를 알아봐 주길 바랄게
#30.
「후대에게 전한다.
카이엔 건국 100년을 맞이하여
4대 왕,라이언 블레어크께서는 적극적인 민족 융합 정책을 펼치니
다이몬 출신인 멜런,러셀,던컨과 왕실의 혼인 추진이다.
그것은 사실 민족 융합의 목적이 아니라
그들 능력에 대한 경계 때문이니 유의하라.
– 후대 왕들에게 전하는 글 89 페이지 중에서」
국왕과 귀족들의 신경전은 오늘 도 한결같았다.
포문은 역시 던컨 공작이 열었다.
“폐하,알버트 던컨의 복직에 대해 다시 발언할 기회를 주십시오.”
턱을 괴고 있던 로더릭은 좀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던컨 공작.”
“예,폐하.”
“그대는 지겹지도 않나. 난 이제 자다가도 그대 말소리가 들릴 것 같다.”
왕이 농담인 것처럼 피식 웃자, 친왕파 귀족들도 가식적인 웃음을 홀렸다.
“네가 왜 자꾸 거기에 집착하는 지 모르겠지만,나도 사냥 대회 때 알버트 던컨의 실력은 익히 본 바 있다. 물론 사냥이 군 지휘 권자의 덕목은 아니겠지. 하지만 서부 국경을 책임질 사람이 그 정도 실력이라는 게 나는 솔직히
마음에 차지 않는다.”
공작이 입을 다물자,로더릭은 귀족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번 사냥 대회 우승자가 누구 였지?”
그러자 국왕의 의도를 읽은 친왕파 귀족 중 하나가 얼른 대답 했다.
“제 1 기사단장입니다.”
“아,그랬던가. 기사단장.”
“예,폐하.”
“이참에 그대가 그 직책을 맡아보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자 제이드는 정색하며 대답 했다.
“저는 그 정도 깜냥은 안 됩니다.”
로더릭은 던컨 공작에게 어깨를 으쑥해 보였다.
“그렇다는군.”
“………”
“공작. 임명권은 나에게 있다. 요직을 원하면 아버지 그늘에 숨지 말고, 사람 마음이 움직이게 해 달란 말이다. 기회는 이미 줬으니, 실력을 중명해. 알버트 던컨이 남부에서 전공을 올리면 그 때는 나도 숙고하겠다.”
귀족들은 확실히 근래 들어 국왕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굉장히 귀찮고 퉁명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말의 내용은 예전보다 훨씬 날카로웠던 것이다.
하지만 던컨 공작은 반왕파 귀 족들의 수장이었다.
그 또한 물러서서는 안 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럼 왕후 폐하를 알현하게라도 해 주십시오. 폐하께서는 이 말이 불쾌하실지 모르나,저는 왕후 폐하의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이런 식으로 접견을 막으시는 건 너무하신 처사입니다.”
왕후는 이미 공작의 청탁을 두 번이나 잘라 낸 바 있었다.
요즘 은 던컨 공작의 접견 요청마저 거절한 상태였다.
로더릭도 물론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조금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대 말은…… 지금 내가 중간에서 막기라도 하고 있다는 뜻인가?”
공작은 답하지 않았지만,그건 곧 긍정이었다.
그게 아니면 내 딸이 자신의 접견 요청을 거부할 리가 없지 않냐는 얼굴이었다.
“왕후가 사정이 있어서 못 만난 걸 왜 나한테 따지는 거지? 넌 왕후 아비라면서,왕후가 그 정도 의사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 는 건가?”
무슨 아비라는 놈이 딸에 대해 저렇게 모르지?
계속 시큰둥한 얼굴로 있던 로더릭은 회의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회의가 끝난 뒤,국왕의 사람들은 바로 왕후궁에 기별을 넣었다.
규칙성이 모호하긴 했지만,큰 던컨 때문에 기분이 상한 날은 예외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처럼 로더릭이 왕후 궁을 방문했을 때,이재는 또 뭔가를 깎고 있었다.
“이번엔 또 뭘 깎는 거야.”
“지난번에 폐하한테 드린 거랑 비슷한 거예요.”
이재는 결계를 한층 더 강화할 생각이었다.
술귀신이 창문을 두드리는 것에 다소 짜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거의 철옹성을 쌓겠다는 결연한 생각이었지만, 알 턱이 없는 로더릭은 말했다.
“너도 참 한결같지 싶다.”
“감사한 이야기네요.”
“해일리. 넌 이게 설마 칭찬으 로 들리나?”
“칭찬이죠,폐하. 한결같은 사람은 드물어요. 제가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이가 없었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로더릭은 피식 웃었다.
이재의 곁에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그는 말했다.
“공작이 나한테 접견을 막지 말라더군.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저희 아버지가 오늘은 또 그런 식으로 미쳐 날뛰셨군요.”
“한결같다는 건 취소다. 넌 날이 갈수록 더 가관이었어.”
이재는 재미있어서 웃음을 홀렸고,로더릭의 표정은 묘해졌다.
가문 일에 관심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이건 확실히 싫어하는 눈치다.
그런데 공작은 처음 접견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고,오늘은 왕후가 거절 할 리 없다는 둣 굴었다.
왜 저렇게 서로의 온도가 다른 거지.
로더릭이 인상을 쓰며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만나 드려요?”
“뭐?”
“폐하가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게요.”
“..왜?”
이재는 무심히 나무를 깎으며 대답했다.
“저를 이용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친왕파 사람들의 목표이기도 했다.
국혼 당일, 제이드만 해도 로더릭에게 능력껏 감아 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듣자 로더릭의 얼굴은 굳어 버렸다.
며칠 전,저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웃어넘겼다.
베개 어쩌고 하니 그도 농담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들으니 이상하게…… 가슴이 서늘했다.
던컨 공작은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저 나이에 저런 말이 나오는 거지?
“헤일리. 너,내 말이 잘 전해 지지 않은 건가?”
“………”
“이용하라는 말이 당연할 만큼 내가 너에게 차갑게 대했냐는 뜻이다.”
“………”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재는 손에 쥐고 있던 조각도 와 나무토막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왕이 정말로 기분이 상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냉각되자 사람들은 조금씩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할 궁리를 했다.
국왕이 이제껏 어린 아내를 봐 주고 있었다는 사실은 명명백백 했다.
별명이 괜히 맹수인 게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물어 뜯을 수 있는 위치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왕의 시종들은 빠져나가면서도 왕후의 안위를 걱정했다. 얼마 안 되는 진압조가 사살되면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빠져나간 방 안에는 오랜 시간 침묵만이 흘렀다.
이재는 초연한 얼굴로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고, 로더릭은 인상을 쓴 채, 그런 이재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그는 곧 깊은 한숨을 쉬었다.
왕후가 입을 다물어 버리면,답답한 건 자신이었다.
“헤일리.”
“………”
“말 좀 해라.”
“………”
“넌 사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풀어 줄 줄도 모르나? 나 지금 삐쳤잖아.”
그러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재는 설핏 웃음을 홀렸다.
그녀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톱밥이 묻은 자신의 손바닥을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의자를 조금 당겨서 로더릭에게 가까이 다가 갔다.
이재는 머뭇거리면서도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쥐어 보았다.
그런데 로더릭은 이미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상태였다.
늘 손을 떼어 내기만 하던 이재가 먼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잡은 것도 아니고, 그냥 손등 위에 얹어 놓은 수준이었지만.
“폐하,왜 그래요. 화나셨어요?”
“어.”
“너무 화내지 마세요.”
“왜. 너도 화낼 건가.”
“아니요. 화내지는 않겠지만…”
이재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조금 슬플 것 같긴 하네요.”
로더릭은 몸에 힘이 쭉 빠져서 의자에 둥을 기대고 얼굴을 문질렸다.
“너 진짜 나한테 왜 이러냐.”
로더릭은 정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혹시 기분이 나쁘셨으면……”
“그만해라.”
“말 못하게 안 한다더니……”
“아,내가 다 미안하니까 그만 하자고.”
그는 이재의 의자 팔걸이를 잡 고 조금 더 당겨 왔다.
이어 푸른 눈이 입술을 응시하자,그녀가 조금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다.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은 로더릭은 새가 쪼듯 몇 번 입을 맞추고, 이재의 아랫입술을 살짝 핥았다. 그리고 작은 몸을 자유로이 놓아 주었다.
“혹시 이것도 내가 강제로 한건가?”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요.”
“그럼 너도 괜찮은 거 맞아? 나는 요즘 그게 상당히 중요해졌어.”
네 속을, 마음을 잘 모르겠거든.
“괜찮았어요.”
“아,좋지도 않다는 뜻이네.”
“……좋았어요.”
이재가 작지만 분명하게 대답하자, 그는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그거면 됐어.”
“아까 했던 말은 내가 다시 한 번 사과하지.”
“왜 폐하가 사과하시나요. 저 때문에 화나셨다면서요.”
“공작 얘기는 내가 먼저 꺼냈으니까.”
이재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로더릭은 이상하게 추궁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결한 눈동자가 거짓말이죠? 하는 것 같은 느낌.
“뭘 그렇게 봐. 너 같은 콩알이랑 싸워 봐야 나만 모자란 놈 되는 거지.”
“저 안 작다고요.”
“그래. 그냥 아내랑 싸우기 싫다고. 나랑 싸우고 싶어 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내가 아내하고까지 싸워야겠나.”
이재는 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사과드릴게요. 저는 그냥…… 도와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린 거예요. 단어 선택이 좀 잘 못됐나 보네요.”
“그래. 알았어.”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첫 번째 부부 싸움은 종료되었다.
로더릭은 이때 자신의 미래를 직감했다.
왕후가 눈을 내리깔고 바닥만 보고 있는 순간,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다가올 순간을 준비하는 사람 같아서.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던 그는 어느새 웃고 있는 이재가 얄미워서 툭,내뱉었다.
“부인,그래서 나랑 키스는 며 칠에 한 번씩 해 주실 건가.”
이재는 움찔했다. 왕은 그 반응이 귀여워서 조금 더 놀리고 싶어졌다.
그녀가 그나마 순진해 보이는 건 이럴 때뿐이었다.
“너도 싫지 않다면서. 좋다면서.”
“………”
“하루에 한 번은 할 수 있는 건가?”
“………”
“신혼에 남편이 수절하고 있는데,너도 그 알뜰한 마음 좀 넉넉하게 쓰지?”
헛기침을 하던 이재가 진짜로 콜록대자,그는 물을 따라와 건넸다.
물을 꼴깍꼴깍 삼키는 왕후를 보며 그는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로더릭의 가슴속에는 아까 전 느꼈던 서늘함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재는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했지만,예리한 그는 알고 있었다.
종종 거짓말을 하는 그녀는 그 순간,진심을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