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40)
마음이 이끄는 대로-40화(40/134)
#40.
로더릭은 방에서 이재를 기다리 고 있었다.
이재가 그의 방에서 자고 싶다고 또 한 번 청해 왔기 때문이다.
로더릭은 그녀가 한 번씩 이유 룰 알 수 없는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미친 사람이라,이 방에서 자면 이상한 목 소리가 들린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냥 이재의 말을 들어줬다. 사실 처음부터 저 콩알이,저 여우가,하면서 어지간한 건 다 들어주고 있었다.
그때 방문이 살짝 열리고,시종들이 기별을 하기도 전에 살구색 머리칼이 튀어나왔다.
로더릭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손등으로 입가를 가렸다.
“너 뭐 해. 그냥 빨리 들어와.”
“실례할게요.”
이재는 빠르게 방을 훌으며 침 대로 다가왔다.
그녀는 가져올 게 있다고 본인 방에 다녀온 참이었다.
드디어 야심작을 세상에 선보일 차례였다.
왕은 싫어하는 척하면서도 사실 은 제일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었다.
자랑하고 싶어진 그녀는 어깨 에 힘을 주고 자신 있게 내밀었다.
“폐하,이거 전에 제가 말한 선 물이에요.”
이번엔 진심으로 손이 가질 않 아서 로더릭은 잠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이재는 빙긋 웃으며 로더 릭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끌어왔다.
그리고 손바닥에 염라상을 꼭 쥐여 주었다.
로더릭은 헛웃음을 지으며 완성된 조각상을 구경했다. 전에 준 건 웃기기라도 했지.
“헤일리.”
“네. 말씀하세요.”
“난 이 끝에 뭐가 있을지 참 궁금하다.”
이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이거 깎을 때,내가 너한 테 뭘 많이 잘못했나?”
“왜요?”
“얘 지금 화가 잔뜩 났는데?”
만족스러운 평가에 이재는 웃음을 터뜨렸다.
“싸움은 원래 기선 제압이거든요.”
“………”
“폐하,전 강하고 거친 친구가 필요했어요. 사실 저는 늘 친구가 필요해요.”
“……그래.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낌없이 지원해 줄 테니까 네 작품 세계를 펼쳐 봐.”
로더릭은 어이가 없는 나머지 혹혹 울고 싶었지만,일단 동조해줬다.
왕후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 했다. 그녀라도 행복하면 된 거였다.
하지만 그가 조각상을 침대맡에 두려 하자,이재는 곧바로 제지했다.
“폐하,그건 책장에 놓아두세요.”
“왜?”
“책장에 놔야 배치가 딱 맞아요.”
염라는 지옥의 시왕이다. 죄를묻는 판관 격이었다.
원귀들에게는 ‘너희 인생 똑바로 살았니?’ 하는 경고가 되겠지만, 산 사람인 로더릭이 지옥의 왕과 가까워질 필요는 없었다.
로더릭은 한숨을 쉬면서도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책장에 조각 상을 올려 두며 말했다.
“헤일리.”
“네.”
“내 방이 점점 이상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이재가 맑은 웃음을 터뜨리자, 로더릭도 어이가 없어서 따라 웃었다.
얘는 지금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이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더 릭은 그녀의 어깨를 툭 밀었다.
이재의 둥이 침대에 닿기가 무 섭게 그는 그녀의 몸 위에 올라 탔다.
그녀의 동그란 눈이 커지는 게 보였지만,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는 입술부터 포겠다.
방 안에는 금세 질척이는 소리 가 울려 퍼졌다. 그게 너무 창피해서 그녀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로더릭은 양 뺨을 붙잡고 놓 아주지 않았다.
목 안에서 성대를 긁는 것처럼 가르릉거리는 소리가 난다.
입이 가로막히자, 비음 섞인 소리 또한 흘러나왔다.
로더릭은 그 신음에 자극을 받 은 둣 이재의 입안 점막을 할아댔다.
타액은 계속 섞이고 있었고, 미처 넘어오지 못한 타액은 이재의 입 주변을 타고 흘러내렸다.
키스는 이성을 자꾸만 앗아간다.
그녀는 뒤늦게 서로가 하반신을 맞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이 키스가 그의 정욕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내 로더릭의 커다란 손이 몸의 선을 따라 유영하자 이재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그,그만해요.’
“놔주세요……”
로더릭은 다시 그녀의 양 뺨을 고정하고 혀를 섞었지만, 헐떡거리며 키스를 받던 이재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힘이 거의 들어가지 못한 미약 한 손길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허리를 바로 세웠다.
“하아,하아……”
로더릭이 옆으로 비켜 앉자,그녀는 슬금슬금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의 파란 눈에 아직도 선연 한 욕구가 가득했다.
거친 숨소리를 내던 로더릭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안으로 숨어 버린 여우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이불을 살짝 들췄다.
“왜 밀어내.”
“………….”
“왜 자꾸 나 밀어내냐고.”
이재가 다시 이불을 끌어 올리 려고 했지만, 그는 이불 끝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대답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서 그러는 거야,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좀…… 창피해서 그래요.”
그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네가 왜 창피해. 너는 아무렇 지도 않고,나만 안달 났는데 내 가 창피해야지.”
결국 이불을 완전히 들춘 로더릭은 이재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 웠다.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린 그 는 이번에는 그녀를 자신의 위에 앉히며 드러누웠다.
졸지에 다리를 벌리고 앉게 된 그녀는 당황하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로더릭은 그녀의 골반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몸부림치면 하체를 비비는 꼴만 되리란 걸 깨달은 이재의 몸짓은
잦아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 이자, 로더릭은 그녀의 등줄기를 어루만졌다.
그의 손길은 채근하는 것 같기 도 하고,달래는 것 같기도 했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그를 내려다보고 있어서일까. 숨거나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던 이재가 조금 편안해지자, 그는 물었다.
“해일리,키스 한 번만 해 줄 수 있을까.”
로더릭의 푸른 눈을 잠시 바라보던 이재는 허리를 숙였다. 촉, 초옥 가벼운 입맞춤을 시작한 그녀는 로더릭이 입을 열어 주자 조심스럽게 혀를 섞었다.
서툴지만 성실한 느낌의 키스였다.
로더릭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고,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오자 이재는 몸을 바로 세웠다.
“제가 너무 못해서 웃는 거예요?”
로더릭은 즐거운 기분이었다.
진도를 더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그는 지금의 상태도 꽤 마음에 들었다. 가슴이 묘하게 간질간질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손만 잡아도 떼어 내고, 잠결에 끌어안아도 벌벌 떨던 왕후였다. 곁을 내어 주지 않던 고양이가 어느 날 옆에 와서 앉아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그도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네가 키스해 주니까 좋아서.”
“그래서 웃었어.”
이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로더릭은 이번만큼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는 다시 그녀의 겨드랑 이에 손을 끼워 넣고 옆에 내려 주었다.
팔베개를 해 준 그는 손수 이 불을 끌어 올려 이재의 어깨까지 잘 덮어 주었다.
잠들기 전,고르지 못한 로더릭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싫어서 그러는 거야,아니면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사실 그녀는 많이 무서웠다.
저 너머에는 그의 적들이 있는 데, 그는 자꾸만 그녀에게 잘해 주려고 한다.
그리고 강이재는 어쩔 수 없는 사람처럼 그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무리란 걸 알면서도 그를 자꾸만 도와주고 싶어진다.
그녀는 이 상황과 감정이 두려울 뿐 이었다.
이재가 눈을 번쩍 뜬 건,깊은 새벽이었다.
로더릭이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어 버린 그녀는 자책하며 일어났다.
원귀들은 그녀가 깎은 염라상 때문에 방 한구석에 바싹 붙어 있었다.
그녀는 예리한 시선으로 원귀들의 면면을 살폈다.
가장 기가 약한 귀신을 찾는 것이다.
소년왕은 쓸데없는 데 힘을 빼 지 말라고 했지만,억울하게 죽은 넋을 달래는 것도 무속인의 업이 었다. 무조건 부적부터 들이대고 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굶어 죽은 것으로 보이 는 어린아이 영가를 잡아끌었다.
날을 세우며 이재를 경계하던 영가는 그녀가 달래기 시작하자 금세 입을 열었다. 아이는 아이였다.
-배가 너무 고팠는데,엄마가 안 와서…….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했는 데,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았어.
“그랬구나. 많이 외로웠겠다.”
-사람들은 모두 나빠. 다 괴롭힐 거야.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던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무속인들은 원래 감정이 전이되는 속도가 빠르다.
억울한 사정에 공감을 해야만 한을 풀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아이의 사연은 이 재의 과거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녀의 눈에는 금세 글썽글썽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이재는 조금 더 위로를 한 뒤, 내가 좋은 곳으로 보내 주겠노라 설득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녀의 뒤통 수에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날아 들었다.
“헤일리. 너 거기서 뭐 해.”
“으아아악!
침대에 앉아 있던 로더릭은 격한 비명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방 금 왕후의 몸이 공중으로 살짝 떴다가 내려온 것 같았다.
“……아,깜짝이야.”
“미안하지만, 내가 훨씬 놀랐는 데.”
이재가 놀라자 어린아이의 영가 도 깜짝 놀랐는지 원귀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다급한 시선으로 영가의 뒷모습을 쫓았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격이었다.
하지만 놀란 건 그들뿐만이 아 니었다.
“왕후 폐하,무슨 일이십니까 ?!”
“들어가겠습니다!”
“폐하,일어나 계십니까?!”
방 밖에서 기사들의 외침이 들 렸다.
얼어붙은 이재 대신 대답을 한 건 로더릭이었다.
“들어오지 마라.”
“……폐하,일어나 계십니까?”
“그래. 별일 아니다. 왕후가 악 몽을 꿨나 보군.”
로더릭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 며 소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이재 를 바라보는 그의 눈엔 의아함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이었다.
그런데 왕후가 방 한가운데에서 가 부좌를 틀고 허리를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야 할 건 이재가 아니라 그 광경을 목격한 국왕이었다.
“해일리.”
“거기서 뭐 하냐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던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뻔뻔하게 대답해 야만 했다.
“명상이요.”
“이 시간에?”
“………….”
“거기서?”
“……침대에서 하다가 혹시라도 폐하 깨시면 놀라실까 봐요.”
“거기서 하고 있는 게 더 무서 운데.”
로더릭은 잠시 의심스러운 시선 으로 이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또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한 느 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렇다고 바닥에 앉아 있으면 어떡하나. 찬 데 앉는 거 아니야.”
“………….”
“넌 몸이 약한 콩알이니까 더 조심해야지.”
그는 이재를 안아 들어 침대에 옮겨 주었다.
로더릭이 자리를 잡고 눕자,머뭇거리던 그녀도 결국 자리를 잡았다.
로더릭은 그런 이재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녀가 미련이 남은 눈길로 방 한구석을 보고 있다.
지난 아침에 도 그녀는 저곳을 뚫어져라 응시 하고 있었다.
뭘 보는 거지. 그도 그쪽을 힐 끔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다.
“더 자. 명상은 날 밝으면 하고.”
로더릭은 이불을 끌어오며 그녀 의 쇄골 부분을 도닥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왕후의 심장이 미친 둣이 뛰고 있다. 갑자기 불러서 심하게 놀란 걸까.
하지만 단순히 놀랐다고 하기에는 그녀의 얼굴에 불안감과 수심 이 가득했다.
너무나 이상해서 로더릭은 미간을 찌푸렸다.
왕후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