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50)
마음이 이끄는 대로-50화(50/134)
#50.
로더릭은 심란한 마음 때문에 침실로 돌아가지 않고,서류만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국왕은 시녀장에게 유감이 있었다. 독대를 하지 않게 유도하라고 했더니,아무런 도음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도도하던 시녀장은 왠지 모르게 조금 초조해 보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더릭은 말했다.
“다들 나가 있어라.”
그리고 사람들이 서재 밖으로 빠져나가자, 데보라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로더릭은 한쪽 눈썹 을 들어 올렸다.
“뭐 하는 거지?”
“……폐하,제가 긴히 올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해 봐.”
로더릭은 보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시녀장은 그 뒤로도 계속 마른침을 넘기며 망 설였다.
근래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지만,국왕은 그래도 무서운 사람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제정신일 때가 더 무서웠다. 명석하고 예리했기 때문이다.
“오늘 접견장에서 있었던 독대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 부분이라면 나도 너에게 유감이 많다.”
“………”
“아무튼 계속해. 판단은 다 듣고 하겠다.”
데보라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도 성에서 줄타기깨나 하고, 입조심해 가며 잘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옴직이고, 걸음이 이리로 향하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망설이던 시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폐하,왕후 폐하께선 듣는 귀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계십니다.”
로더릭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공작의 독대를 수락하기 전에…… 저에게 언질을 주셨습니다.”
국왕은 오랜 시간 침묵하다가 이마를 매만졌다.
“뻔히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단 말인가?”
“………”
“……왜?”
“저는 무슨 말이 오갔는지까지는 모르옵니다.”
로더릭은 갈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기분에 팔짱을 꼈다.
“그럼 넌 지금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거지?”
설마 왕후 둥에 칼을 꽂으려 함인가? 그는 한충 날카로워진 눈으로 시녀장을 쏘아보았다.
“왕후 폐하께서는 어쩌면 이 사실을 폐하께서도 아실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
“그런데 혹시 그게 아니시오면…… 왕후 폐하께서는 곤경에 처하시는 게 아닙니까.”
복잡한 표정으로 국왕을 올려다 보고 있는 시녀장은 눈치가 귀신이었다.
듣는 귀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불리한 이야기를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왕후는 이상하게도 그럴 것 같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공작을 상대로 뭔가를 떠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녀장은 사실 그게 뭔지도 알 것 같았다.
왕후가 지난번에 자신에게 따로 물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폐하의 정혼녀들은 언제 어떻게 죽었어?’
로더릭은 헛웃음을 홀렸다.
어느 정도 가닥은 잡혔으나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네가 여기 와 있다는 걸 왕후는 아나?”
“……모르십니다.”
“그렇다면 넌 건방지군.”
데보라는 고개를 멸구었다.
“년 왕후의 수족이다. 네가 감히 왕후의 허락 없이 네 생각대로 판단하고 입을 놀려? 그게 네 위치에 맞다고 생각하나?”
“………”
“네가 진심으로 왕후의 안위가 걱정되었다면,왕후에게 간언을 하는 게 우선이었어야 했다.”
시녀장이 고개를 조아리면서도 머뭇거리자,로더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제가 간언했어도…… 가서 고하라고 할 분은 아닙니다.”
로더릭은 하아, 웃으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정말 미치겠다는 얼굴이었다.
왕후궁에 여우 귀신이 하나 사는 줄 알았더니 둘이나 살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시녀장의 말에 백번 동의하고 있었지만,그는 엄중히 경고했다.
“네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왕후의 의사다.”
“……예,폐하”
“또 이런 건방진 짓을 하면, 그 땐 왕후가 말려도 널 용서하지 않겠다.”
시녀장은 자꾸만 몸이 떨려 와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나 국왕은 그 뒤에는 꽤 선선한 말투로 말했다.
“가 봐.”
시녀장은 당혹스러워서 고개를 들고 국왕을 바라보았다. 로더릭은 턱으로 문을 가리켰다.
“뭐 해. 가서 일 보라고.”
데보라는 일어서서 국왕에게 깊 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 가 막 문을 열려고 했을 때, 로더릭은 나지막이 덧붙였다.
“시녀장. 왕후 잘 보필해라.”
“……예,명심하겠습니다.”
시녀장이 나간 뒤,그는 커다란 방에 혼자 남았다.
한참 동안 앉아만 있던 로더릭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바라 보았다.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무 수한 별빛처럼, 수만 가지 감정이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다.
“알면서도 그랬다고.”
알고 있다고. 하,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왕후는 왜 그랬을까. 왜 공작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로더릭은 결국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는 없었다.
넌 혹시…… 그 사실을 나한테 몰래 알려 주고 싶었던 건가.
그는 새벽이 밝아 올 때까지 아득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로더릭은 살구색 여우를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둘 다 일어난 지는 한참이 지났으나,그는 이재를 놓아주지 않았다.
몇 번의 탈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그녀는 덫에 걸린 여우처럼 잠자코 안겨 있었다.
“무슨 생각 해.”
이재는 그를 힐끔 돌아보았다.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요?”
“무슨 생각 해.”
“……아무 생각도 안 한다니까요”
하지만 로더릭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무슨 생각 하는데.”
“……제 말이 또 거짓말 같으세 요?”
“아니. 그냥 알고 싶어서.”
뭐든. 너에 대해서.
이재는 별 실없는 소리를 다 한다는 둣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발목을 까딱까딱하며 발장난을 하기 시작하자 그는 자신의 다리로 스윽,내리눌렀다.
이재는 어어? 왜 이래? 하며 그를 흘겨보았다.
“배 안 고파?”
어느덧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좀 고픈 것도 같네요.”
“그래도 조금만 참아 봐.”
“뭐죠,그게?”
“몰라. 아무튼 지금은 우리가 떨어질 때가 아니야.”
이재가 어이가 없어서 웃자,로 더릭은 그녀를 조금 더 당겨 안 았다.
관자놀이에 몇 번이나 쪽, 쪽 입을 맞춘 그는 물었다.
“아픈 데는 없고?”
“왜요. 그것도 조금만 참아 볼 까요?”
“……아파?”
“그냥 해 본 소리예요.”
이번에는 로더릭이 웃음을 홀렸다.
‘이제 나 잘 따라 하네.”
“그런가.”
“옹,아주 바람직했어. 부부는 원래 닮는대.”
로더릭은 아침부터 이재에게 계속 치댔다.
그녀는 좀 난처한 둣 웃으며 로더릭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요즘 왜 이러지? 싶었기 때문이다.
이재는 그를 마주 보고 돌아 누웠다. 그리고 그의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어 보았다. 마치 대형동 물을 쓰다듬는 기분이었다.
기분 좋은 둣 웃던 그는 일어나 앉았다. 침대가 크게 한 번 출렁였고,그는 이재를 일으켜서 자 신의 허벅지 위에 비스듬히 앉혔다.
조금 쑥스러운 자세였지만,그 녀는 머뭇머뭇 그의 목에 양팔을 둘렀다.
그러자 로더릭은 기다렸다는 둣, 그녀의 뺨을 잡고 입술을 묻었다.
이재는 자고 일어난 다음인 게 영 신경이 쓰여서 고개를 살짝 뒤로 뺐다.
하지만 금세 다가온 로더릭은 입술이 스칠 만한 거리 에서 말했다.
“열어 줘.”
그녀는 결국 입을 살짝 벌려 주었다.
로더릭은 한때 손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었다.
뭐 만 해도 이재가 옴찔움찔 놀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스가 익숙해 진 만큼 그의 손은 예전보다 자 유로웠다.
키스 다음은 허락할 기미가 없으니,이런 것만 갈수록 음탕해져 가는 것이다.
로더릭의 커다란 손은 이재의 가느다란 허리,갈비뼈,몰랑한 배, 허벅지 안쪽을 맴돌았다.
어 느새 그 손길이 제법 익숙해진 그녀는 솔직히 국왕이 조금 귀여 웠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가도,손 이 갈비뼈 위로 올라가려고 하면 그는 멈칫하며 자제했다.
허벅지 안쪽 더 깊숙한 곳을 향하다가도 금세 무릎이나 움켜쥐며 참았다.
이재는 고민했다.
나도 이제 가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물론 그것은 이재가 이쪽 분야 에 백지상태라서 할 수 있는 생 각이었다.
그 부위는 남자에게 욕 망의 부스터이자, 휘발유였다.
계속 혀를 섞던 이재는 쪽,뽀뽀를 하고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그러자 정수리 위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로더릭은 놀리듯이 말했다.
“여우야, 그만 숨어.”
그는 이재의 얼굴을 움켜쥐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혀 내밀어 봐.”
“……이상한 거 시키지 마세요.”
“조금만.”
“싫어요.”
“그럼 네가 내 거 빨아 줘.”
둘 중에 어떤 쪽이 덜 부끄러운 걸까,고민하던 이재가 고개를 들자 그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푸른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이재는 그의 혀를 쯤,쯤 빨기 시작했다.
사탕을 열심히 먹는 것 같은 행위는 음탕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새 빠져들기 시작 한 그녀는 로더릭의 목에 다시 팔을 둘렀으나, 그는 갑작스럽게 그녀를 밀어냈다.
로더릭은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에 다시 눕혔다.
숨지 말라던 그는 본인 손으로 이재에게 이불을 덮어씌워 버렸다. 시야에서 꽁 꽁 숨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눈을 깜빡깜빡하던 이재는 이불을 내리고 눈만 빼꼼 내밀었다.
“안 돼.”
로더릭은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 지 덮어씌웠다.
“나오지 말고, 들어가 있어.”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목 아래까지 이불을 내려 버렸다.
로더릭은 웃음을 홀리며 이마를 감싸 쥐었다.
“미안한데,나 지금 좀 위험 해.”
“뭐가요?”
“건강한 남자는 아침에 다 그 래.”
이재의 시선이 어쩔 수 없이 쭈우욱 내려갔다.
어딘가 도드라진 부분이 보였다. 근데 저거 왜 저렇게 크지?
국왕은 그다지 가릴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둣 그녀에게 물었다.
“왜. 또 벌레 보듯이 할 건가?”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아니긴. 심술궂게 웃던 로더릭은 말했다.
“내 남편이 건강하구나,기능에 문제는 없나 보네,다행이다, 그 정도로 그냥 편하게 생각해.”
“………”
“언젠가 하긴 할 거잖아.”
“………”
“아니야?”
“………….”
“겨우 그 정도 희망도 못 주 나?”
좀 웃겼지만, 어쨌든 곤란해한다는 건 알 것 같아서 그녀는 고이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째로 그녀를 부둥켜안은 그는 이재가 답답하다고 버둥거리자 숨 쉴 정도로만 이불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얼굴을 보자마자,또 참지 못하고 뺨에 입술을 초옥 맞추었다.
“내일모레쯤 시간 되나?”
“내일모레요? 왜요?”
“신전 가고 싶다며. 다른 데 또 가고 싶으면,거기도 가고.”
“접견은 따로 없던데. 뭐, 할 일 있어?”
이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궁금해하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별로 안 내켜 하시더니 왜 갑자기 적극적이세요?”
로더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왕후 폐하께선 듣는 귀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계십니다’
‘폐하께도 분명 폐하의 당위가 있겠죠.’
너한테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는 이재의 동그란 이마를 쓸어 넘겼다.
“글쎄. 그냥 그러고 싶어서.”
“………”
“현명한 남자는 아내 말을 잘 듣는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카이엔에도 그런 류의 얘기가 있군요?”
“……이건 또 무슨 소린지.”
이재는 대답하지 않고,맑은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