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51)
마음이 이끄는 대로-51화(51/134)
#51.
이재는 마차의 조그마한 창에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모 습을 보며 피식피식 웃던 로더릭 은 생각했다.
얘 진짜 어지간히 나오고 싶었나 보네.
“월 그렇게 열심히 봐.”
“그냥요.”
“그러니까 그냥 뭐.”
“일상적인 거요. 사람들,거리, 풍경.”
이재는 슬쩍 둥 뒤를 흘겨보았다.
“요즘 너무 꼬치꼬치 캐물으신다.”
헤일리의 몸에서 깨어나고 며칠 만에 성으로 온 터라,이재는 바 깥 구경을 제대로 할 틈이 없었다.
헤일리의 기억 때문에 낯설지 는 않았다. 하지만 직접 보고 느 끼는 것에는 또 다른 맛이 있는 법이었다.
책으로 읽는 것과 경험하는 것 에는 차이가 있듯이.
로더릭은 둥 뒤에서 그녀의 허 리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안 하면 네가 말을 정 확하게 안 하잖아.”
“이건 별 얘기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이재는 웃기만 했다.
“그래서,왕후께서는 바깥나들 이가 좀 재밌으신가?”
“네,좋네요.”
“누가 보면 내가 널 감금한 줄 알겠어.”
퉁명스럽게 말해 놓고 로더릭은 눈살을 찌푸렸다.
공작이 설마 외 출도 마음대로 못하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옛 애인과 교제하는 걸 반대했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국왕은 이제 왕후가 정말 의미없이 말을 흘려도 그녀가 안쓰럽게만 보였다.
그는 커튼을 조금 더 옆으로 젖혔다.
“그래,열심히 보고 놀아. 모자 라면 며칠 자고 들어가자.”
“폐하 같은 분이 어떻게 밖에서 자요. 무슨 여관에서 주무실 생각이세요?”
이재는 말도 안 된다는 둣이물었고,로더릭은 별거 아니라는 둣 대꾸했다.
“국왕 내외가 하룻밤 묵고 간다 는 건 귀족들에겐 크나큰 영광이지.”
“와,귀족들이 되게 싫어하겠다.”
“그건 그래.”
둘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로더릭은 왕후를 위해 마차를 천천히 몰 것을 지시했고, 이재는 훨씬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마차가 상점 거리로 진 입했을 때,이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녀의 어깨에 턱을 괴고 있던 로더릭도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 광경이 그에게 충격적이어서 가 아니라,반사적으로 확인한 왕후의 안색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앙상하게 마른 꼬마 아이는 몸 을 옹크리며 맞고 있었다. 국왕은 혀를 찼다.
저런 험한 꼴을 왕후한테 보이다니.
이렇게 조용하게 나올 게 아니라, 국왕이 탄 마차가 여길 지날 예정이라고 소문을 냈어야 했나.
“자,잠깐……”
“해일리.”
“잠깐만 세우면 안 되나요?”
로더릭은 마차를 세우는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할 생각이 었다.
그는 반대쪽 문을 열려고 몸을 틀었다.
제이드는 국왕을 호위하기 위해 늘 그쪽에서 말을 몰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후는 그사이를 못 참 고 덜컥 마차 문을 열었다.
그리 고 곧바로 뛰어내렸다.
“헤일리!”
간발의 차이로 이재의 옷자락을 스친 그는 황당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상시 무척 신중한 동 작으로 움직이던 왕후답지 않게 굉장히 빨랐다.
웅크리고 있는 꼬마 아이 앞에 다가간 이재는 조심스럽게 아이 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얼굴을 얻어맞았는지 새빨갛게 부은 얼 굴은 멍이 들고 있었다.
입술에 송골송골 맺힌 피가 주룩,흘러내 리자 그녀는 조금 손이 떨려왔다.
아이는 이제 여덟 살? 일곱 살 쯤 되었을까?
이재는 꼬마 아이를 살포시 끌 어안고 눈앞의 사내에게 물었다.
“왜,왜…… 때리시는 거예요?”
“………”
“얘는 아직 잘 막지도 못하는데?”
어느새 마차 밖으로 나온 로더 릭은 그 말에 몹시 미간을 찌푸 렸다.
이재는 침착하게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상인의 손에 들린 몽둥이를 보고부터는 몸을 살짝 떨었다.
덩치가 좋은 사내는 멈칫했다. 이재의 말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옷차림과 귀티 나는 외모에 기가 눌린 것이다.
당황한 기사들이 끼어들려 했지만, 국왕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그 모습까지 확인한 사내는 곧 바로 머리를 조아렸다.
“도,도둑입니다. 저 녀석이 제 가게의 물건을 흠쳤습니다.”
그 말에 이재는 아이의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
“정말 네가 홈쳤어?”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재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알았어.”
그녀가 웅크린 아이의 옆머리와 귓가를 쓰다듬어 주자,아이는 더욱 웅크리듯 그녀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모습을 본 로더릭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눈치를 보던 제이드가 말했다.
“폐하,아무것도 모르는 애입니다.”
“나도 알아.”
이재는 아이의 앙상한 둥을 쓸 어 주며, 상인에게 물었다.
“뭘 훔쳤는데요?”
그녀는 사내가 답하기도 전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바닥 에 나뒹굴고 있는 빵 몇 개를 발 견했다.
한숨을 쉰 이재는 설득조로 물었다.
“그래도 가르쳐 주면 되잖아요. 이러면 안 된다고 말로 훈계해 줄 수도… 있었잖아요?”
“………”
“그게 아니면 부모를 부른다든가.”
하지만 꼬마 아이는 이재의 품 안에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엄마 없어.”
그 말은 사실 이재의 역린이었다.
멈칫하던 그녀는 무척 망설이 다가 아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버지도 안 계시니?”
사내아이가 대답 없이 시무룩한 얼굴을 하자,이재는 똑같이 호두 턱을 하고 울상을 지었다.
“그래,알았어. 물어봐서 미안해. 그래도 훔치는 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네가 방금처럼 솔직하게 말하면 누군가는 너를 도와줄 거야. 아니,사실 그런 사람은 없을지도 몰라. 나는 내가 어른이 되면 그 부분에 조금 더 명확한 답을 내 릴 수 있을 줄 알았어. 미안해.
아이를 몇 번이나 더 쓰다듬어 준 이재는 일어나서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사내는 어깨와 팔뚝이 건장해서,이재는 꼭 곰 앞에 선 여우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애를 몽둥이로 때리면 어떡하나요. 어떻게 어른이 애를 피날 때까지 때릴 수가 있어요. 그러고도 어른이에요?”
“아,아니,그럼 어떡합니까? 음식은 다 못 쓰게 됐고, 저도 배상받을 길이 없는데……”
하지만 그 말에 이재는 입술을 깨물고 남자를 뻔히 바라보았다.
추궁하는 눈빛이었다.
“솔직히 알고 때렸죠. 처음부터……”
말하다 말고 어린애가 상처받을 까 봐 이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처음부터 부모 없는 거 알고 때린 거죠?”
“………”
“돈 받을 길도 없고,때려도 누가 와서 따질 사람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잖아요.”
아이가 한 열 살 정도만 되어 보였어도 이재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 팔뚝만 한 몽둥이를 본 순간부터 그녀는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몹시 괴로 웠다.
이재가 한 발자국 더 다가서자, 로더릭은 멈칫했다.
이제 그만 말려야 하나 그가 고민할 때,이재는 남자의 옷소매를 잡고 제발 그러지 말라는 둣 흔들었다.
“왜 방법이 없어요. 물건값만큼 허드렛일을 시키거나,청소라도 시키면 되잖아요. 다 귀찮고 싫으 면 치안청도 있잖아요! 이게 지금 화풀이랑…… 대체 뭐가 다르죠?”
말을 하다가 감정의 고조를 느낀 이재는 울컥하고 말았다.
그녀는 급기야 소매를 놓고,남자의 굵은 팔뚝을 으이그,인간아, 하며 찰싹 때렸다.
“이럴 거면 차라리 죽으세요. 이 덩치로,이 팔뚝으로 어린애나 때리고! 인류 평화에 하등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죽으란 말이에요!”
사내는 팔뚝을 움켜쥔 채,움찔 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이재를 황당한 둣 바라보았다.
황당했던 건 국왕 일행도 마찬 가지였다.
로더릭은 허어,하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었다.
그는 기사단장 을 바라보았다. 기사단장도 난감한 둣 국왕을 보고 있었다.
한숨을 쉰 로더릭이 말했다.
“죽여라. 왕후께서 인류 평화를 기원하신다는군.”
“예,폐하.”
갑자기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너무 놀란 이재는 사내 앞을 가로막았다.
“자, 잠깐만. 왜 이래? 죽일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러자 국왕은 다시 기사단장을 바라보았다.
기사단장도 난감한 둣 다시 국왕을 바라보았다.
로더릭은 한숨을 쉬었다.
“살려라. 우리 왕후께서 정말로 인류 평화를 기원하시는군.”
국왕은 성큼성큼 걸어와서 이재의 팔을 끌어당겼다.
그는 품에서 돈을 꺼내 제이드에게 건넸다.
“알아서 잘 해결해. 저 애도.”
“예,폐하.”
그는 머뭇머뭇하는 이재를 다시 한번 끌어당겼다.
말썽쟁이를 연 행하는 듯한 손길이었다.
“왜 이래요?”
“너도 그만하고 빨리 와.”
신경이 쓰였던 이재는 자꾸 뒤를 힐끔거렸지만, 제이드는 상인과 뭔가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로더릭은 마차 문을 열고 그녀를 욱여넣듯 태웠다.
그리고 따라 올라오더니, 곧바로 이마를 짚었다.
국왕이 한숨까지 쉬며 심각해 보이자,이재는 그때부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곧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웃으세요?”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그가 한동안 웃음을 멈출 기미가 없자,이재는 조금 뾰로통해졌다.
로더릭이 웃음올 멈춘 건 제이드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그 야말로 상황이 말끔하게 정리된 다음이었다.
마차가 다시 출발하자 로더릭은 무릎으로 이재의 다리를 툭,쳤다.
“야.”
“왜요.”
“삐쳤어?”
“제가 왜 삐져요.”
“삐친 것 같은데?”
“아니라고요.”
그는 픽 웃었다.
“나한테도 해 봐.”
“뭘요?”
이재가 의아한 듯 물었고,로더릭은 팔뚝을 내밀었다.
으이그,인간아,하며 팔뚝을 찰싹 때리는 모습이 잊히지 않았던 것이다.
왕이 뭘 놀리고 있는지 알아챈 이재는 그를 새침하게 흘겨보았다.
“왜. 나도 너한테 좀 혼나 보자.”
“……그런 취향이 있으셨어요?”
“몰랐는데,그랬나 봐.”
“세상에,변태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는 재미있다는 둣 웃으며 팔뚝을 조금 더 들이밀었다.
이재는 질색했다.
“싫어요. 제가 폐하를 왜 때려요.”
“그게 무슨 때리는 거야. 스킨 십의 단비가 내리는 거지.”
황당하다는 둣 로더릭을 바라보던 이재는 마차 안을 둘러보았다.
원귀는 하나도 없는데 이 사람, 갑자기 정신이 왜 이러지.
그는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이재의 뺨을 살짝 잡았다가 놓았다.
“다른 남자 옷소매 그렇게 덥석 잡지 마.”
“………”
“질투할 뻔했잖나.”
“저기,상태가 많이 심각하신 것 같네요. 빨리 신전에 가야겠어요.”
이재는 농담조로 말했지만,로 더릭은 곧 차분하게 설명했다.
“반사적으로 손이 날아왔으면 어쩔 뻔했나. 어린애도 때리는 남자가 여자는 안 때릴 것 같나?”
그랬더라면 로더릭은 인류가 아니라,본인 개인의 평화를 위해 그 남자를 죽였을 것이다.
잠시 침묵하던 이재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죄송해요. 제가 너무 홍분 했죠. 제가 실수했어요.”
로더릭은 말없이 웃으며,살구 색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왕후는 조금 전 확실히 격양되어 있었고, 로더릭은 사실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평범한 사람이 맞고있는 아이를 보면서,‘아직 잘 막지 못 하니까’ 때리지 말라는 말을 한단 말인가. 내심 속이 쓰렸지만,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까는 괜찮아. 내가 옆에 있었으니까.”
그는 그녀의 등을 자상하게 쓸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