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53)
마음이 이끄는 대로-53화(53/134)
#53.
로더릭은 마차에 타기 전에 물었다.
“어디 갈래.”
이재는 인형을 꼭 끌어안고 머뭇거렸다.
너,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말 했지만,솔직히 로더릭은 아내가 좀 특이한 사람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가끔 간절해 보이지만, 비굴하지는 않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간절함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기도는 타인을 향해 있다.
“강에 가고 싶어?”
“..예.”
“그래,가.”
그녀는 조금 멋쩍어했다. 나, 되게 고집쟁이처럼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갈 작정으로 나온 로더릭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헤일리.”
“네.”
“내가 모든 말에 동의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나는 네가 말을 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여기까지 나왔는데 그냥 가고 싶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게 뭐가 어려워. 네 마음에 안 들면 날 틀렸다고 말하면 돼. 나 의견 차이 좀 있다고,너한테 등 돌리고 그러지 않아.”
그러자 이재는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폐하는 틀리지 않았는 데요.”
그는 상식선에서 행동하고 있었고,이건 단지 그들이 다른 풍경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도 사람들과 같은 풍경을 볼 수만 있다면,그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쪽으로 행동했을 것이다.
그럼 외롭지도 않았겠지.
로더릭은 웃었다.
“해일리. 사람이 어떻게 늘 옳을 수 있나. 왕도 틀릴 때가 있는 거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고,이재는 그 허심탄회한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미안했다. 난감해하던 그녀는 평소에 꼭 해 주고 싶었던 말을 하기로 했다.
“폐하,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는데요.”
“해 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어요. 폐하가 추구하는 방향은 사실 옳아요. 의심하지 말고,뜻 하는 바가 있으면 그냥 하세요. 걸어가시면 돼요.”
국왕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도 충분히 잘 참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은 사실 지금보다 더 거침없이 나아가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걸 알려 주고 싶었다.
그리고 로더릭은 그녀가 자신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다. 그는 웃음을 홀리며 말했다.
“우리 왕후께서는 약한 척하면 희한하게 나를 좋아하시네. 난 실망할 줄 알았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힌트를 주면 곤란해. 나 귀여운 척할 거야.”
“………….”
“근데 보통은 좀 사내다운 남자를 좋아하지 않나?”
“……그게 아니라.”
“응.”
이재는 망설였다. 하지만 힐끔 눈을 들었을 때,그는 웃고 있었다.
다시 발끝을 보던 그녀는 말했다.
“저는 그냥 폐하가 좋은 건데요.”
말을 뱉고 나니,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했지? 후회가 든다.
그녀는 인형을 만지작거리다 못 해 쥐어뜯었다. 그리고 로더릭은 인형이 처참해지기 전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 몹시 즐거워하는 얼굴이었다.
“알아.”
“………….”
“나도 계속 그랬으니까.”
“………….”
“빨리 가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얼굴은 조금은 주눅이 든 것 같기도 했다.
착각인 걸까. 힐끔거리는 눈에 불안과 망설임이 있다.
하지만 귀 끝만큼은 발그레했다. 로더릭은 그게 많이 귀여웠다.
이상한 설렘을 느낀 로더릭은 마차에 탄 뒤로는 이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저건 대체 어디서 나온 귀여움 일까?
그는 창가만 보며 계속 마른세 수를 했다.
하지만 이재는 원래 두 가지의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차에 오른 뒤,그녀 는 다른 고민에 빠졌다.
헤일리가 거기 있을까.
이 정도 한을 가졌으면,이재는 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지 못했으면 한풀이를 해 주 고 싶었고,가 버렸다면 초혼 의식을 해서 부르고 싶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헤일리. 나는 사실 네가 왜 그렇게 가 버렸는지 잘 모르겠어.
나는 너를 이해하려고 해 봤어. 너는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내 말이 맞지.
그렇지만 국왕이 옆에 있을 테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재는 그저 확인만 하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폐하.”
“응?”
“제 별명이 정말 예쁜 백치예요?”
로더릭은 순간 인상을 구겼다.
“……어떤 거지 같은 새끼가 너 한테 그런 말을 홀렸나.”
맞구나. 이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일리도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기장에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헤일리는 그냥 웃어넘겼던 것 같았다.
“그래도 남들 눈에 예쁘기라도 하니까 다행이네.”
“……진짜 거울 잘 안 보나?”
이재는 찡그리며 웃었다.
“폐하,카이엔 미인상과 좋은 얼굴은 다른 거예요. 괴리가 있어요. 턱이 저처럼 뾰족하면 안 돼요.”
“네 얼굴이 뭐가 어때서. 예쁘기만 한데.”
이재는 그게 아니라는 둣 고개 를 저었다.
“그렇다고 뾰족한 게 다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전체적인 조화를 봤을 때 미묘한 그게 있거든요?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이건 좀 박복한 얼굴이에요.”
복이 여기로 새 버려요. 죽을상 이라고요. 이재는 자기 얼굴 주변으로 손바닥을 흔들었다.
제일 좋은 턱은 국왕 같은 턱이었다.
운이 어디로도 샐 수 없었고, 쉽게 말하면 저게 바로 왕이 될 상이라는 거였다.
군림하는 자리는 너무 커서,그 자리에 오르면 사람은 부족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정도면 어떤 자리도,어떤 이름도 사람을 담지 못했다.
이 이상한 고비만 넘기면,말년은 국왕 같은 사람이 없었다.
사실 국왕은 그녀 무속인 인생 최고의 관상이었다.
말 못할 답답함을 느낀 이재는 로더릭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
그리고 조금 당황했다.
어어? 왜 더 좋아졌지.
뺨을 긁적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진짜 맞네? 너무 심하게 좋네?
이재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전에 없이 얼굴을 들이밀자,로더릭은 조금 당혹스러워했다.
“헤일리. 갑자기 왜 이래?”
“폐하,지금 보니까 되게 잘생기셨네요?”
“어? 그래, 너무 고맙긴 한데.”
“정정할게요. 제 취향은 잘생긴 남자였나 봐요.”
이거 아주 대운이 가득 깃들었네. 역시 대성할 상이야.
사람 관상이 원래 변하긴 하는 건데,그래서 인생 잘 살라고 하는 건데,어떻게 이렇게까지 단시간에 더 좋아질 수 있지.
“와,진짜 이상하네. 신기하다. 너무 잘생기셨다.”
이재가 계속 감탄하자,로더릭은 황당하다는 둣 웃었다.
“너, 얼굴을 보긴 보는 거였군?”
“그럼 안 보겠어요? 저도 사람이에요.”
“근데 어떻게 이렇게 나한테 차가울 수가 있어.”
“와. 지금 좀 재수 없었다. 폐하도 자기가 잘생긴 걸 아는군요? 역시 인간들이란……”
로더릭은 웃음올 터뜨렸다.
“모른다는 것도 좀 가식 아닌 가? 난 거울은 보거든. 근데 너한 테는 이게 전혀 먹히질 않는 것 같아서 고민은 하고 있었지.”
이재는 픽 웃었다.
“저는 폐하한테 차가웠던 적은 없어요. 늘 그랬어요.”
“그래,나도 알아. 너는…… 전혀 차가운 사람이 아니더라.”
로더릭은 자꾸만 그녀를 허물려 고 했다.
이재는 시선을 피했지만, 그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 그는 또 도망가려는 이재를 끌어안 았다.
“좋아한다고 말해 줘서 너무 고 마워. 난 죽기 전엔 못 들을 줄 알았거든. 사실 아직도 설레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제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그거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주시면 안 되나요.”
“아,왜. 싫어.”
“……근데 왜 못 들을 줄 아셨어요?”
“네가 속내를 다 말하는 성격이 아니잖아. 자꾸 참고 뭘 감추니까.”
“전 사실 꾹꾹 눌러 참다가 뜬금없이 으아아,뛰쳐나가는 사람이에요.”
로더릭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 그런 것 같더라. 왜 그렇게 될 때까지 참아.”
그러자 이재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참 단순했다. 남 에게 이 고통을 전가하고 싶지 않아서 였다.
페하, 제가 사실은…… 제 세상 에 갇혀 있어요. 저는 남들보다 넓은 세상을 보지만,공유하지 못 하는 세상은 결국 폐쇄돼요. 그럼 이건 넓은 게 아니라 좁은 거예요.
여기엔 사실 저 혼자밖에 없고, 저는 많이 외롭고 무서워요. 겁이 나서 매일 몸이 떨려 와요.
하지만 이곳이 바로 저의 전쟁터인 거예요. 저를 이해하실 순 없겠지만,제가 이걸 잘 참고 버터 낸다면 분명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요. 오늘이 괜찮아지는 사람들도 생기겠죠?
그렇다면 이건 저의 당위인 겁니다. 저한테 놓인 길도,제가 가 야 할 길도 한 가지인 거예요.
나의 슬픔이여. 언제나 뒤안길로.
이재는 씁쓸한 얼굴로 구두 끝 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해 주었다.
“폐하,사실 제가 꽤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응. 나도.”
그녀는 이제 창가만 바라보았고, 로더릭은 조금 머쓱해했다.
하지만 그는 곧 슬쩍 물었다.
“해일리,나 정말 좋아해?”
“………….”
“근데 언제부터?”
“………….”
“말해 줘.”
“이제 그만하세요. 저 끝났어요.”
“아,갑자기 또 차갑기 짝이 없네. 온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어.”
“………….”
“그냥 좀 해 주면 안 되나? 이 거 혹시 돈 드는 거였어?”
굉장히 경직되어 있던 이재는 웃고 말았다.
로더릭은 계속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지만,이재는 마차가 멈추었다는 걸 느꼈다.
“그렇지는 않은데요. 저도 돈 있고요. 폐하가 쓸데없이 예산을 많이 잡아서,귀족들이 자꾸 찾아 오잖아요. 저는 정치하고 싶은 생각 전혀 없으니까,그 사람들한테 괜히 먹이를 주지 말란 말이에요. 폐하는 제가 놀고먹는 것 같겠지만 사실 저도 나름 바쁘거든요?”
“………….”
“아무튼 지금 내려야 되는 것 같아요.”
로더릭은 정말 미치겠어서 그녀 의 팔을 붙잡았다.
헤일리. 여기 서 이렇게 내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냥 해 줘라,좀.”
“………….”
“그래,알았어. 근데 나는 많이 좋아해.”
“……저도 그래요. 계속 알고 있었으면서 뭘 물어봐요.”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알았어?”
“그걸 어떻게 몰라요.”
이재는 안절부절못하다가 마차 문을 밀었다.
그리고 황급히 뛰어 내리며 말했다.
“티 내기 싫으면,이렇게 잘해 주지나 말던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혼자 남은 로더릭은 계속 머리 를 쓸어 올렸다.
왕후는 안간힘을 다해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이 있었다. 조금만 닿아 보면 온도를 속일 수가 없 둣이.
저 작고 소중한 걸 정말 어떻게 하면 좋지?
그는 한동안 마차에서 내리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