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56)
마음이 이끄는 대로-56화(56/134)
#56.
로더릭이 밤늦게 이재의 방을 찾았을 때,그녀는 또 헤일리의 일기장에 집중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집어던진 전적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녀는 진지해졌다.
공작이 국왕의 정혼녀들을 죽였다는 의심을 갖게 된 건, 일기장덕분이었다. 헤일리의 일기장에는 어쩌면 더 많은 단서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
이재를 빤히 보고 있던 로더릭은 물었다.
“나도 같이 봐도 돼?”
“안 돼요.”
단칼에 거절하자, 로더릭은 조금 뚱한 얼굴을 했다.
“치사하긴. 부부끼리.”
“부부끼리도 사생활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서구권이 훨씬 그런 걸 중요하 게 생각한다고 들었는데요.
“아,우리 왕후께서는 그런 가치관을 갖고 계셨군. 나랑 부부관이 좀 다르네.”
“………….”
“그냥 어릴 때 일기가 귀여울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죄송한 말씀이지만,전혀 귀엽지 않아요.”
하지만 국왕은 여전히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사실 국왕이야 보려고 들면,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는 그저 주인 의 참관하에 정당한 방법으로 보 고 싶었을 뿐이다.
“사생활을 공유하면,우리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글쎄요. 오히려 거리감만 생기실 것 같은데요.”
저도 읽을 때마다 헤일리한테 굉장한 거리감을 느껴요.
“그럼 비웃으시면 안 돼요.”
이재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국왕에게 나는 맞고 싶지 않다,죽 고 싶지 않다 따위의 일기를 보 여 줄 수는 없었다.
그녀는 결국 한 삼 년 전쯤의 일기를 보여 주 었다.
「497년 11월 5일
어머니가 또 디저트 가게에 가 셨다.
나는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지 만,
어머니는 이번에 초코 케이크를 사다 주실 것이다.」
몇 장 넘겨 보던 국왕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로 귀여웠기 때문이다. 열아흡이 아니라,꼭 아흡 살 때 쓴 일기 같았다.
사실 왕후는 타고난 외모와 달리 어디 가서 귀여운 척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모든 것을 해탈한 노인처럼 굴 때는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런 말이 있다. 귀여운 척을 한 적이 없는데, 귀여워 보이면 그건 진짜 귀여워서 그런 거라고.
국왕은 살구색 여우가 그의 욕을 잔뜩 써 놓았다 해도 귀여워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썼어?”
“폐하 눈에도 그래 보이시죠?”
“어릴 때라 그런 건가? 너,말 하는 거랑 글 쓰는 습관이 전혀 다르네.”
국왕은 확실히 문제를 정확하게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누가 홈쳐볼까 봐 걱정이라도 됐던 건가? 우리 여우,조심성이 많아서.”
그 말에 이재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혹시 그랬나?”
“뭐야,그게.”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릴 땐 확실히 단것도 좋아했던 거지?”
“그랬나 봐요.”
“그런데 내 여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거지?”
방금 굉장히 이상한 단어를 들은 이재는 그를 의아한 듯 바라 보았다.
“이렇게라뇨?”
“어쩌다 이렇게 노인 같은 식성으로 변한 거냐고.”
이재는 그 말에 조금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제 식성이 어때서요. 왜 그런 것까지 폐하 기준으로 판단하세 요. 그냥 존중해 주세요.”
“그래,알았어. 그냥 재밌어서 그런다.”
로더릭은 일기장을 협탁에 툭, 던져 놓고는 이재를 끌어안고 누웠다.
잘 시간이었고 오늘의 키스를 할 차례였다. 물론 이재는 그 문제에 대해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지만,확실히 싫은 내색도 아니었다. 오히려 요즘은 본인도 빠져들어서 즐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오늘 거기에서 진 도를 조금 더 나갔다.
로더릭의 손은 우묵한 등줄기를 훑다가,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동그란 곡선과 골을 살살 쓰다듬 자, 이재는 조금 떨어져서 그를 바라보았다.
국왕의 푸른 눈동자도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만져도 돼?”
미묘한 긴장감과 함께 좀 경직 되는 느낌이 들었지만,이재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같은 침대에 서 매일같이 입술을 겹치면서, 이 제 와 그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도 좀 이상했다.
하지만 이재를 계속 바라보던 로더릭은 물었다.
“가슴은…… 안 되겠지?”
갑자기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이재는 꾹 눌러 참았다.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로더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 발언은 철회하겠다. 아주 신사적으로, 정중하게.”
“………….”
“근데 나 혹시 많이 짐승 같았어?”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이재는 그를 밀쳐 내고,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로더릭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뭐야. 헤일리. 웃는 거야? 혹 시 우는 건 아니지?”
그때 이재의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뭐야. 왜 웃어. 그럼 그렇다고,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 줘야 나도 속도를 맞추지.”
“………….”
“말 안 할 건가?”
“………….”
“자꾸 이러면 나 운다?”
이재는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폐하,진짜 웃긴 사람이야.”
하지만 그녀가 계속 고개를 들 지 않자,로더릭은 그녀의 둥 뒤 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목덜미에 입술을 파묻었다.
따끔한 기분에 그녀는 마구 몸부림쳤다.
“으으,거기다 뭐 하시는 거예요. 왜 목을 물어요!”
로더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 를 등 위에서 결박한 채,자국을 남겼다. 짐승이 영역 표시를 하는 중이었다.
“네가 날 자꾸 짐승 취급하니 까,물어 드려야지.”
“……살살 해요. 기분 이상해 요.”
“그럼 더 이상할지도 모르는데.”
로더릭은 과할 만큼 자국을 남기고도 풀, 풀 할았다.
그리고 여 우가 급소를 물려서 콱,죽어 버린 것 같자 떨어졌다.
그는 그녀
의 몸을 가볍게 돌렸다.
이재는 눈꼬리를 접고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로더릭은 그 모 습에 심장이 쿵,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여우가 풍성한 꼬리를 살 랑살랑 흔들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달려 들려고 했지만, 이재는 손을 뻗으 며 그를 막았다.
“빨리 자요.”
이재는 웃음을 홀리며 그의 가슴을 밀다가,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자기가 알아서 이불을 뒤집어써 버렸다.
곤히 잠들어 있던 살구색 여우 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녀 는 날카로운 눈으로 창밖을 주시 했다. 본인이 정말 여우 귀신이기 라도 한 것처럼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이재는 어느덧 이런 상황에 꽤 적응되고 있었다.
여전히 부담은 느꼈지만,마음 또한 예전보다 편 안하다.
그건 아마도 국왕이 그녀에게 즐거움과 위로 또한 주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것은 사람. 그럴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사람.
성큼성큼 창가로 다가간 이재는 술귀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술귀 신은 창을 두드리지는 못하고,조금 떨어진 채 로더릭을 부르고 있었다. 이재가 틈이 날 때마다 결계를 고치며,보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솔직히 요즘은 너희가 무서운 것 이상으로 좀 질린다.”
이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한숨을 쉰 그녀는 돌아섰다.
한을 풀어서 고이 보내 줄 생각이었다.
이재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바깔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왕후 폐하?”
친왕파 단신 좌장이 한밤중에 모습을 드러내자,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얼굴을 했다.
기사단장이 그녀 앞에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뭐,찾으시는 거 있으십니까?”
이재는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찾는 얼굴이 없었다.
“데보라는?”
“방금 전에 교대했습니다. 불러 다 드릴까요?”
잠시 고민하던 이재는 고개를 저었다.
“제이드.”
“예,왕후 폐하.”
“나,술 한 잔만 갖다 줄 수 있 을까?”
기사단장은 그 한 마디에 직감했다.
처음부터 그냥 시녀장을 불 러왔어야 했구나.
“……폐하도 깨어 계십니까.”
국왕도 예전에는 밤만 되면,독주를 찾곤 했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잠을 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결국 악순환이었지만, 신기한 것은 요즘엔 그런 일이 전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주무셔.”
“………….”
“다른 음식은 필요 없고,그냥 술만 갖다줘. 잔은 한 개만 있으 면 되고.”
사람들은 오랜 시간 침묵했다.
아니,안주도 없이 강술을 드시 려는 겁니까.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댁이 새벽에 술을 찾는다는 건, 그것도 강술을 먹겠다는 건 심각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기사단장은 너 무 안쓰럽다는 얼굴로 문틈 사이 를 살폈다.
국왕은 왕후에게 굉장히 잘해 주고 있긴 했다.
평상시의 태도도 그랬지만,국왕이 왕후를 보호하 기 위해 던컨가와의 일을 잠시 덮었다는 걸 제이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밤에는 못살게 구시는 건가.
새벽에 남편 몰래 나와 술을 찾는 왕후가 가엾어 보였다.
그리고 기사단장이 자꾸만 문틈 을 흘끔거리자, 이재는 왜 그러냐는 듯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사람들은 모두 보고 말았다.
세상에. 저게 뭐야.
왕후의 목덜미에는 보기도 민망 한 자국들이 무수하게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렇게 되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결국에는 살 까지 다 발라 잡수셨구나.
‘다들 왜 그래?”
“………….”
“……그냥 정말 한 잔만 마시고 잘 건데. 잠이 좀 안 와서. 안 될 까?”
사람들이 자신을 자꾸 가엾은 눈으로 보자,이재는 눈치를 보며 물었다.
머뭇거리던 제이드는 결 심한 듯 말했다.
“왕후 페하.”
“ 응”
“제가 폐하와 가까운 사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응,알아. 너무 고맙게 생각하 고 있어.”
선량하고 부드러운 언사에 제이 드는 오히려 마음이 아파 왔다.
“그러면 제 말 너무 껄끄럼게 듣지 마시고요. 무례한 건 죄송합 니다. 근데 저희는 두 분을 보필 하려고 있는 사람들이고,저희도 왕후 폐하도 다 성인이니까요.”
“응,뭔데 그래.”
“밤에 많이 힘드십니까?”
“……어? 난 유독 밤에 힘들긴 하지.”
“………….”
“근데 그걸 제이드가 어떻게 알지?”
기사단장은 내가 이럴 줄 알았 다는 표정을 지었다.
폐하가 원래 체력이 거의 짐승, 아니,남다르시거든요. 보통 사람은 며칠 잠을 못 자면,사냥 갈 생각 같은 건 안 합니다.
제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제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대체 뭘?”
이재는 주변 사람들을 쭉 둘러 보았다.
시녀들이 몹시 민망한 표 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괜찮다는 둣,자신들은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는 듯 이재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지않아 답을 찾은 그녀는 깜 짝 놀라 펄쩍 뛰었다.
“아니야! 그런 거!”
“너무 어렵게 생각 안 하셔도 됩니다. 부부란 신혼에 원래 다 맞춰가는……”
“아니라니까!”
으악,하며 외친 이재는 본인 목소리에 본인이 놀라서 방 안을 힐끔 바라보았다. 목소리를 다시 낮추며 그녀가 말했다.
“폐하 그런 사람 아니야.”
“………….”
‘전혀 아니야. 나 정말 하나하나 다 배려해 주셔.”
“………….”
“정말 자상하고 좋은 사람인데. 알잖아.”
그럼 코피는 왜 쏟으신 거지 요? 지금 그 목에선 굉장히 강한 열망과 심지어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갈중이 느껴집니다. 대체 뭘 얼마나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냐 는 말입니다.
이재는 거듭 부인하며 남편을 변호했지만,사람들의 의혹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