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59)
마음이 이끄는 대로-59화(59/134)
#59.
로더릭은 기가 막혀서 이마를 매만지며 웃었다.
“왜 또 그래.”
“뭐가요.”
“왜 이렇게 시무룩하냐고. 그게 이렇게 서운할 일이야?”
“아니에요,그런 거.”
“뭐가 아니야. 표정 보니까 내 말이 맞는데.”
그는 이재의 턱을 손가락으로 두어 번 눌렀다.
“아무튼 오늘은 꼼짝 말고 누워 있어. 그냥 차라리 더 자라.”
“………….”
“나 오후에 올 거니까. 알았어?”
로더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시녀장에게 식사 잘 챙기라고 얘기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재는 머뭇거리는 얼굴로 그의 소매 끝을 잡아당겼다.
로더릭이 입 모양으로 물었다. 왜.
“오늘 오후에 의원이랑 약 달이기로 했는데.”
“……농담이지?”
“아닌데.”
“혹시 술이 덜 깼나?”
“그것도 아닌데.”
로더릭은 막 헛웃음을 짓다가 정색했다.
그는 차마 왕후에게 화는 못 내고, 뒤를 돌아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무나 한 명 나와서 나 대신 반박 좀 하자.”
당연히 부부간의 대화에 낄 간 큰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 은 결말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국왕은 십중팔구 왕후에게 져 주거나, 진짜로 지곤 했다.
심지어 국왕은 강가에 다녀온 이래로 왕후가 호숫가에 나가 있어도 아무 소리 안 했다.
왕실 보 물인 아서의 숲마저 왕후의 취미 생활을 위해 약초밭으로 내어 줬
다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었다.
로더릭은 일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대화에 임했다.
“무슨 약을 달일 건데. 누구 약이냐고.”
이재는 그걸 몰라서 물으세요? 하는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정말 여러 방면으로 사람 미치게 하네.”
“………….”
“야,콩알.”
이재는 조그닿게 중얼거렸다.
“콩알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픈 콩알.”
“약은 네가 먹어야지,내가 왜 먹나? 나는 서 있고, 지금 넌 누워있는데.”
누가 들어도 지당한 말이었다. 이재도 이번에는 부인할 수 없었다.
원귀 때문에 아픈 게 아니라 진짜 술병이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좀 쉬면 되지 않을까요.”
“……하아.”
“근데 술병은 원래 활동을 해야 나아지는 거 아닌가요. 누워 있으면 머리만 아프다던데요.”
“……갈수록 가관이다. 그런 건 몸이 어느 정도 괜찮을 때나 하는 소리고. 너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
로더릭은 미간올 찌푸린 채 주 변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누가 자꾸 왕후한테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건가?”
술귀신한테 들었어요!
이재는 대답은 하지 못하고 빙긋 웃을 뿐이었다.
의원은 굉장히 불편한 얼굴이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국왕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불 앞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후도 나란히 앉아 부채질을 하는 중이었다.
로더릭과 이재가 달이고 있는 것은 로더릭의 약이었고,의원이 옆에서 달이고 있는 것은 국왕이 명한 이재의 약이었다.
국왕은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방이 점점 이상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지켜보는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 을 하고 있었다.
‘성 안이 점점 이상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사실 제일 이상해져 가고 있는 건 폐하야.’
‘근데 왕후 폐하도 고집 한번 어지간하시다.’
연기 때문에 눈이 매웠으나,이재는 눈 한번 비비지 않고 열중 했다.
그녀는 지금 매우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감 출 수 없는 것도 가끔 있는 법이었다. 사랑과 재채기.
이재가 콜록,하며 재채기를 하자 로더릭은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여전히 퉁명스러운 얼굴이었지만,그는 이재가 앉아 있는 의자를 뒤로 쭉 빼 버렸다.
그러니 이재가 방금 참지 못한 건 재채기였지만, 로더릭이 감추지 못 한 건 사랑이었다.
잠시 할 일을 빼앗긴 이재는 망설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녀는 결국 의원한테 일어나라고 손짓을 했다.
“폐하.”
“왜.”
이재는 말없이 저쪽으로 가라고 손가락질했다.
로더릭은 기막혀하면서도 의원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의원의 얼굴은 더욱 불편해지고 말았다.
불만이 가득한 국왕의 표정을 본 이재는 피식,웃었다.
그러니까 안 와도 된다니까 왜 굳이 와서 저런담.
이건 그냥 약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서의 숲에서 직접 키운 약 초였고,부엌데기로서의 역사였으며, 서당 개로서 보고 들은 주문 들의 총체였다.
아무리 국왕 당사자라 해도 방해할 순 없었다.
이재는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으나,로더릭은 얼마 안 가 말을 걸었다.
“해일리.”
“왜요.”
“정말 큰일이지 싶다.”
“뭐가요?”
“나 이거 잘하는 것 같아.”
이재는 이잇,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렇게 웃음이 터지면 곤란했다. 그녀는 명치에 손을 올리고 최선을 다해 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재가 웃음을 참는 걸 본 로더릭은 말했다.
“소질이 있나 봐. 근데 왜 나는 짜증이 나는 거지?”
로더릭은 솔직히 약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왕후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부채를 툭, 집어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의원에게 턱짓했다. 네가 해.
로더릭은 다시 이재의 옆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힐끔 바라보자,로더릭은 말없이 부채를 뺏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왕후가 좀 쉬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요즘 아내의 낯빛은 좋지 않았다. 그는 결국 말릴 생각으로 따라온 거였다.
하지만 이재는 부채를 다시 찾아오려고 손을 뻗었고,로더릭은 손을 더 위로 했다.
약을 달이다 말고 국왕 부부는 느닷없이 아공다옹, 몸싸음을 했다.
왕후는 한 번 뺏어 보겠다고 국왕을 거의 부둥켜안다시피 하고 있었고,국왕은 그게 또 기분 좋고 귀여워서 계속 안 주고 있다.
그 와중에 왕후의 이마에 입 까지 맞추며 놀리고 있었다.
확실히 사이좋은 부부이긴 했다.
그래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안색도 사이좋게 나빠졌다.
“아이,진짜. 이렇게 방해할 거면 빨리 가세요.”
로더릭은 정말 너무하다는 얼굴 이었다.
“……이거 나 위해서 만드는 거 아니었나?”
“맞아요.”
“몸은 이 약으로 치료한다지만, 방금 상처받은 내 마음은 뭘로 치료하지?”
이재는 웃지 않기 위해 입술을 다시 한번 꼭 깨물었다.
폐하, 라임을 좀 아시네요? 그의 손에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하지만 이재는 기어이 그의 손에서 부채를 뺏어 들었다.
그리고 불 크기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 약만 뚫어져라,바라보았다.
로더 릭은 턱을 관 채 이재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다소 퉁명스러웠던 그의 표정은 그녀를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예쁘게도 생겼네. 이 살구색 여우는 왜 얼굴까지 예쁘게 생겼지.
그는 무심결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서 귀에 걸어 주었다.
“아이,진짜 성가시게 하시네요.”
“큰일이야. 이제 아무리 차여도 상처도 안 받아.”
“………….”
“내가 이렇게 강한 남자였나, 싶다.”
“알았어요,금방 하고 갈 테니까 제발 그만하세요.”
이재는 결국 포기하고 얼굴을 가린 채 흑흑 웃고 말았다.
그걸 본 로더릭도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몸 정말 괜찮은 건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잖아.”
“그렇다니까요. 믿으실 순 없겠지만,제가 체력이 나쁘지 않아요.”
“그래,그렇다고 치자.”
피식,웃던 그는 곧 주변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헤일리.”
“네.”
“어제 사람들이 너한테 이상한 소리 했다면서.”
“어제?”
의아해하던 이재는 아아,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었다.
“넌 뭐,그런 걸 일일이 해명하고 있어. 맘대로 생각하게 내버려두지”
“그냥 저도 좀 당황해서. 근데 폐하는 그런 얘기 왜 저한테 안 하셨어요? 제이드가 전에 한 번 얘기했다고 하던데?”
로더릭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걸 뭘 너한테까지 말하나. 쓸데없는 얘기를.”
“그런가.”
“어차피 과하든 덜하든 안 하든 수군대는 건 다 마찬가지다. 그럴 거면 차라리 과하다고 수군대는 게 낫지. 너도 크게 신경 쓰지 마라.”
“네. 근데 왜 과하다고 수군대는 게 나아요?”
거기엔 중용의 가치를 추구하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요? 이건 제가 정말 그쪽 경력이 전무해서 궁금한 거예요.
국왕은 픽,웃었다.
“네가 한심하게 들을 수도 있겠지만,남자한테 정력은 자부심이거든. 결국엔 걔들도 다 부러워서그래.”
“………….”
“그리고 뭐,사실이니까 난 떳떳하다. 난 자신 있거든.”
“………….”
“참고로 이건 틈새 어필이었어.”
그가 노골적인 농담을 홀리자, 그녀는 웃으면서 화답했다.
“아아,근데 저도 당장은 확인을 안 해 봐서 믿을 수가 없네요.”
“이런 식으로 사람을 도발하나? 넌 지금 사람 승부욕을 건드린 거야. 나중에 그 말 꼭 후회할 거야.”
“그럼 그때 가서 사과하고요.”
로더릭은 피식 웃었다.
“그때 가서?”
“………….”
“확인해 볼 의사가 확실히 있긴 한가 보네.”
“………….”
“아,갑자기 매우 행복해졌다.”
덫에 걸린 여우는 창피한지 웃음만 홀리며 답변을 피했지만,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한 그는 그 모습을 즐겁게 감상했다.
약은 이미 한참 전부터 망해 가고 있었지만, 지금 행복하면 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