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Your Heart RAW novel - Chapter (70)
마음이 이끄는 대로-70화(70/134)
#70.
국왕과 귀족들은 남진 정책과 보도르 평화 협정 건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친왕파 귀족들은 국왕의 마음이 협정을 체결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유도 짐작하고 있었다.
던컨가 장남의 날개를 꺾어 버릴 의도인 것이다.
평화가 유지되면,군부는 권력을 잃기 마련이다.
전공을 세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서부에서는 교전이 한창이었지만,왕은 알버트 던컨을 남부에 묶어 둘 심산이었다.
하지만 전쟁에는 많은 이들의 이권이 걸려 있었다.
귀족들의 의 견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엇갈렸다.
“우리가 보도르를 어찌 믿을 수 있습니까? 이미 다섯 차례나 교전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남부 국경 경비 대장으로 가 있는 메이어 후작이 답변했다.
“보도르 쪽에서 국혼을 제의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회의장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안이 놀라워서가 아니었다. 구 태의연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각 진영에서는 이걸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로더릭은 이 상황이 좀 짜증이 났다. 저걸 고민하고 있는 귀족들 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속 듣고만 있던 그는 결국 말을 끊었다.
“중혼이 국법으로 금지된 역사는 이백 년이다. 그대들은 나보고 위대한 카이엔 국법을 어기는 왕이 되라는 말인가?”
그러자 반왕파 귀족은 왕의 말에 괜히 딴지를 걸었다.
“폐하는 모든 법 위에 계십니다.”
“속마음과 다른 말을 잘도 하네. 나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나한테 거짓말을 해도 되는 건 왕후뿐이야. 너흰 아니야.
하지만 국왕이 이 부분에 예민 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느낀 반왕 파들은 물어뜯기 시작했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국왕은 기가 차서 웃었다. 사실은 듣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는 물었다.
제대로 마무리해서 다시 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할 생각 이었다.
“무슨 방법.”
“보도르에서도 몰라서 제의하는 게 아닐 겁니다. 꼭 공식적인 직함을 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후사를 생각하시면 그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왕후 폐하는 몸도 그리 건강하지 않으시고요.”
“그리고……”
국왕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꺼낸 귀족은 머뭇거렸다. 말을 보탠 건 의외로 친왕파 쪽 귀족이었다.
국왕이 왕후를 아꼈기 때문에 점점 상황이 애매해지고 있었지만,왕후는 던컨이었다.
왕후를 폐위하면 던컨은 타격을 입는다.
자연스럽게 공작을 공격할 수 있 는 기회였다.
“외람되지만, 폐하. 카이엔에는 절혼이라는 절차도 있습니다.”
이혼을 의미했다.
로더릭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는 지금 치미는 분노를 다스리 는 중이었다.
헤일리, 네가 폭군이 되지 말라고 했지만,나는 그게 안 될 것 같다.
그는 애꿎은 던컨 공작을 노려 보았다.
네 딸이 지금 저 이리 떼 같은 놈들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아비란 놈이 가 만히 있어? 그 잘난 입을 왜 놀 리지 않고 가만히 있난 말이다.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억누르며 로더릭은 말했다.
“내가 왕후랑 결혼한 지 일 년이 됐나,이 년이 됐나.”
“………”
“고작 석 달도 되지 않았다. 애는 때 되면 내가 알아서 만들 테니, 후사 운운하는 그 입들 좀 닥 쳐라.”
하지만 로더릭은 말을 할수록 점점 분노를 참지 못했다.
본래 자신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아내를 욕되게 하는 건 못 참는 게 진정한 남편이었다.
“내가 나를 공격하는 건 괜찮은데,가만히 있는 왕후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
“의견을 준비해 오라고 했더니, 고작 이따위 천박한 안건이나 들고 와? 내가 너희 같은 놈들을 믿고 정무를 볼 수 있겠나?”
“………”
“너희들이 뒤에서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알아.”
미친 맹수.
“그 호칭 아주 영광스럽게 받겠다. 또 한 번 이런 식으로 왕후를 모욕하면, 그 호칭이 틀리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 주겠다.”
“………”
“내 앞에서 또 이딴 얘기 꺼내면,다 왕실 모욕죄로 감옥에 처넣을 줄 알아.”
회의장 문을 걷어차며 나온 국왕은 욕설을 읊조렸다.
“천박한 새끼들. 저딴 것들이 카이엔 귀족이라고.”
제이드와 시종들은 국왕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에는 정말로 왕의 광증이 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서재에 도착한 국왕은 표정이 좀 안 좋을지언정 아주 잘 참았다. 원귀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고 있었지만, 그는 본래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삼 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원귀에게도 굴복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옛 애인이 서재를 방문한 순간,그 인내심 좋던 국왕도 한계를 맞이하고 말았다.
로더릭은 차갑게 웃었다.
“제이드.”
“……예, 폐하.”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건가?”
로더릭은 로렌스에게 말했다.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 내가 다리 하나 부러뜨리겠다는 얘기 못 들었나?”
그러자 로렌스는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3기사단을 탈단하겠습니다.”
“………”
“그리고 왕후 폐하께 서약을 바치겠습니다. 왕후 폐하의 검이 되게 해 주십시오.”
로더릭은 이마를 짚으며,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뜬 왕 이 갑자기 뛰쳐나가며 품 안에서 장갑을 꺼내 던지려고 하자,제이드와 시종들은 미친 둣이 뜯어말렸다.
“페하! 안 됩니다! 추문입니다! 귀족들에게 먹잇감을 주지 마십시오!”
“지금 내가 그딴 걸 신경 쓰게……”
“이러시면 왕후 폐하까지 같이 입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로더릭은 그 말에 멈칫하더니 천천히 몸에 힘을 풀었다.
간신히 참아 낸 로더릭은 로렌스를 쏘아 보았다.
“왕후가 그걸 받아 줄 것 같은 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이 뭔 줄 알아? 왕후를 힘들게 하는 짓이다. 그쯤 하고 집어치워라.”
제이드는 국왕에게서 살기가 홀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로렌스도 기사라면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받아 주실 것입니다.”
“………”
“왕후 폐하께선 국혼 한 달 전에 저에게 떠나자고 하셨습니다. 같이 국경을 넘으면 안 되냐고, 너무 무섭다고…… 많이 떨면서…… 울면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로더릭은 멈칫했다. 국왕의 사람들은 침묵하며 왕의 눈치를 살폈다.
이 결혼을 얼마나 싫어했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물에 뛰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인생을 망 쳤다고도 했다. 그런데 넌 도망갈 궁리까지 했었구나.
국왕은 누가 속을 사정없이 할 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가 같이 떠났을 때, 제 가문에 가해질 처벌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노쇠한 부모님이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왕후 폐하의 기사가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분명 알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왕후 폐하께서는 물에 뛰어드신 겁니다.”
로렌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절 파직하셔도 됩니다……. 아니,해 주십시오.”
“………”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약속을 지키게 해 주십시오. 서약을 누구에게 바칠 것인가는 기사의 명예입니다. 그것만큼은 폐하가 막으실 수 없습니다!”
로더릭은 오랜 시간 침묵했다.
이 감정은 대체 뭘까.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이게 참 담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로더 릭은 지금 비참함과 분노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아내를 그 정도까지 궁지로 몬 게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저 관계가 자신과 아내의 관계보다 순수하다는 것 때문에.
로더릭은 들고 있던 장갑을 한 쪽 벽면으로 무심하게 집어 던졌다.
감정을 절제하려고 애쓰는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그의 심장에는 아무리 짓밟아도 자꾸만 피어나는 불씨가 있었다.
“내가 너를 권력으로 찍어 늘러 봐야 아무 의미가 없겠지. 당연히 내가 이기는 싸움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렇게는 안 하려고 했다.”
“………”
“그리고 난 사실 권력보다는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걸 좋아해. 그게 우아하고 뒷말이 없거든.”
그는 이번에는 외투에서 왕가의 상징이 담긴 은색 배지를 떼어냈다.
그리고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지금부터 난 네 앞에서 왕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근데 나는 상대를 보면 무조건 알거든. 너 같은 건 보자마자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여태 껏 패배를 예감한 상대는 기사단장과 왕후 정도야. 너도 검도를 걸었으면 이건 모를 수가 없겠지.”
로더릭의 푸른 눈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확언했다.
“로렌스 어바인. 너는 나한테 절대로 이길 수 없다.”
“………”
“난 원래 이길 게 뻔한 상대랑은 진심으로 안 싸운다.”
그런데 너는 대체 이길 수 없 으면서 왜 자꾸 덤비는 거냐.
왕후가 나보다 널 더 사랑하기 라도 한다는 거냐.
그걸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없는 게 나는 화가 난다.
“왕가의 명예를 걸고,왕에게 덤빈 죄는 묻지 않겠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좀 과격한 대련이었다고 해 두지.”
“………”
“……한번 해볼 거냐?”
로렌스의 눈에서 적의와 투지를 읽은 로더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외투 단추를 풀었다.
“혹시 넌 왕후한테 그런 얘기 들어 본 적 있나?”
“………”
“왕후가 나한테 미친놈이 되지 말라고 하더군. 너도 알겠지만, 왕후는 성직자보다 더한 사람이거든. 모두가 나를 더러 미친놈이 라고 수군댈 때,자기는 아니란 걸 안다고 말해 준 좋은 여자다. 그래서 난 왕후가 말하면 어지간 한 건 다 들어주려고 했다.”
“………….”
“근데 너랑 나,여기 있는 사람 들만 입을 다물면 우리 왕후께서는 마음 아파하실 일이 없는 게 아닌가?”
“………….”
“체술로 할 테냐, 검술로 할 테냐. 네가 정해라.”
로더릭이 외투를 바닥에 집어던진 순간,로렌스는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피하려던 로더릭은 일단 한 대 맞아 주었다.
상대의 완력을 파악할 심산이었고, 자신이 왕인 이상 상대가 움츠러드는 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는 온 힘을 다하지 않는 적과는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복부를 강타하는 충격에 로더릭 은 허리를 살짝 굽히고 인상을 썼다.
여세를 몰아 로렌스가 안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그때부터 로더릭은 봐주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주먹을 피한 로더릭은 발로 로렌스의 복부를 걷어 찼다.
그리고 후두부를 팔꿈치로 찍었다. 그다음은 거의 일방적인 구타였다.
기사들과 시종들은 사람이 사랑에 미치면 어떻게 될 수 있는가를 생생히 목격 중이었다.
로렌스 는 장래가 촉망되는 기사였다.
그런데 여자 때문에 본인의 출셋길 을 발로 걷어차고,왕에게 덤비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사정없이 얻어맞고 있었다.
미친 것은 왕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왕이 얻을 게 없는 싸음이었기 때문이다. 명예로운 싸움도 아니었고, 왕후가 잘했다고 칭찬 해 줄 리도 없었다.
그런데 왕은 도무지 뭔가를 참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표정 하나 없었지만, 사람 하나를 무자비하게 패는 게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로렌스는 배를 움켜쥔 채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로더릭은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그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무릎으로 턱을 가격했다. 그 순간 피가 사방에 튀겼다.
로더릭은 로렌스의 머리를 그대로 벽에 힘껏 처박으려 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퍽,하고 뭔 가 터지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로렌스는 벽과 충돌하기 직전의 거리에서 멈춰 있었다.
로렌스의 머리를 움켜쥔 로더릭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분을 참고 있었다.
왕은 결국 로렌스를 놓으며 바닥에 아무렇게나 집어 던졌다.
“가.”
“………”
“내가 여기서 너 죽이기 전에 가라고.”
“………”
“마지막 경고다. 네가 지금 하는 거,왕후 힘들게 하는 짓이다. 내 아내를 힘들게 하면 다음번에는 아내가 말려도 반드시 네 목을 배겠다.”
“………”
“알아들었으면 꺼져.”
만신창이가 된 로렌스는 결국, 기사들이 부축해서 데리고 나갔다.
로더릭은 시종장이 내미는 손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하지만 더러워진 것은 손이 아니라 기분이었다.
흠씬 패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로더릭은 자신이 최악의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