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화(1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화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불 꺼진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는 동안 집 안으로 우다다다 뛰어 들어간 까망이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주인, 집이 깔끔하다냥.>
“매일 열심히 청소하거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지은 혼자서 살게 된지도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외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울 때에는 오늘은 어떤 음식을 만들어 볼지 부엌에 재료를 늘어놓고 고민하곤 했었다.
외할머니가 살아 계실 적, 집에서 가장 신경 쓴 장소는 단연 부엌이었다. 부엌에 놓인 4인용 식탁은 단 한 번도 가득 채워진 적 없었지만, 그래도 외할머니와 식사를 할 때는 외롭지 않았었는데.
혼자가 된 지금은 거창하게 요리를 해서 음식을 먹고 있으면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더욱 북받쳐 오르는 것 같아 지은은 집에선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다.
4개의 의자 중 하나에 털썩 앉은 지은이 허리를 숙여 다가온 까망이를 안아 올렸다.
“우리 집에 어서 와.”
<배고프다냥.>
이미 시간은 훌쩍 지나 벌써 저녁 때가 다 되었다.
하루 종일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에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조리대 청소까지 모두 마친 지은은 사실 지금 피곤한 상태였다.
평소대로라면 집에선 시리얼이나 라면 같은 간단한 음식만 먹었을 테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야기가 달랐다.
처음으로 집에 반려동물(비록 히든 정령이지만)을 들인 경사적인 날이었다.
샌드위치도 사람처럼 잘 먹고, 어떤 음식이든 딱히 문제가 없다고 하니 까망이에게 뭘 만들어 주면 좋을까 고민하던 지은이 말했다.
“뭘 만들면 좋을까? 네가 고양이 모습이라 어떤 음식이 먹기 편할지 잘 모르겠어.”
<일반 고양이가 아니다냥. 사람과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냥.>
“응?”
<내가 샌드위치를 손으로 먹었던 건, 주인이 그렇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학습한 거였다냥.>
“그 말은…… 내가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쓰는 모습을 보면 따라서 할 수 있다는 말이야?”
<물론이다냥. 히든 정령에게 불가능은 없다냥.>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는 모습은 전혀 상상이 가지 않기에 지은이 쿡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뭐야.”
<킁킁. 이 집에선 거의 음식 냄새가 느껴지질 않는다냥.>
당장 뭘 하려고 해도 솔직히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배고프다는 까망이의 말에 덩달아 배고파진 지은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장고를 슬쩍 열어 봤지만, 남아 있는 거라곤 밀폐 용기에 담긴 배추김치가 전부였다.
어느 정도 푸드 트럭에서 판매할 음식의 종류를 정하고, 포장 연습까지 마친 뒤로는 거의 집에서 뭘 해먹은 적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으으음…….”
<도대체 그동안 뭘 먹고 산 거냥? 주인, 집만 있는 거지였던 거냥?>
“사실 혼자선 딱히, 뭘 해 먹질 않아서…… 아 맞다!”
토마토와 베이컨이 가득 인벤토리에 남아 있는 것이 기억이 났다.
원래는 주혁에게 해 주려고 했던 메뉴였지만, 아무래도 계란 초밥엔 미소 된장국이 더 나을 것 같아 보류했던 토마토 스튜.
샌드위치에 넣은 계란 속도 남아 있었으니 베이컨을 넣은 토마토 스튜와 함께 부드러운 호밀 빵과 계란 스크램블을 해 먹으면 될 거 같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금세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일어나 도마를 꺼내고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 불을 켰다.
<오, 주인. 또 요리하는 거냥?>
“응, 오늘 저녁 메뉴는 토마토 베이컨 스튜야.”
화르륵-!
오랜만에 집에서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려서 그런지 불이 점화되는 소리가 조금 길게 이어지다가 이내 화르륵 불이 일어났다. 토마토를 살짝 데칠 물이 끓는 동안 토마토를 손질해야 했다.
“흐음…… 어떻게 하지?”
<무슨 일이냥?>
“토마토가 좀 애매해서.”
도마 위에 인벤토리에서 슬라이스 된 토마토 10장을 꺼낸 지은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샌드위치 속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슬라이스 해 놓은 토마토를 데치기엔 살짝 무리가 있었다.
“흠, 그래도 체에 받쳐 놓으면 되겠지.”
<오, 좋은 생각이다냥!>
칼을 들어 살짝 토마토의 껍질을 벗겨내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토마토 껍질을 모두 벗겨낸 지은이 체를 꺼내고 그 위에 토마토를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체에 받친 토마토를 살짝살짝 물에 넣으면서 데친 뒤 바로 찬물을 담은 볼에 옮겨 담았다.
아무래도 샌드위치는 아삭한 식감을 주기 위해 껍질을 굳이 벗기지 않았지만, 푹 삶아서 부드럽게 먹어야 맛있는 스튜를 끓이기 위해선 껍질은 반드시 제거하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겨낸 토마토는 곧바로 믹서기에 넣어서 갈아 주고 설탕도 두 스푼 크게 넣었다.
이어서 냉장고 채소 칸을 열은 지은이 진공 포장을 벗기지 않은 깐 양파와 당근, 감자 두 알을 확보하고 씨익 미소 지었다.
양송이버섯도 있었으면 더 식감이 좋았겠지만 지금은 스튜에 들어갈 야채가 이 정도나마 남아 있는 게 기적이었다.
<난 채소가 싫다. 고기가 먹고 싶다옹.>
지은의 손에 들린 채소를 본 까망이가 투정을 부렸지만, 요리를 하면서 영양소에 균형이 맞지 않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싱크대에 물을 틀고 당근과 양파 그리고 감자를 박박 씻은 지은이 이내 채칼을 들어 감자 껍질을 능숙하게 벗겨냈다.
순식간에 감자 두 알의 껍질을 모두 벗긴 지은이 이내 감자를 네모나게 깍둑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도마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당근까지 같은 모양과 크기로 자른 지은이 양파를 빠르게 썰어 나갔다.
도마 위에 하얀색, 노란색, 주황색의 야채가 어우러져 구색을 갖추자 바로 프라이팬을 꺼낸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버터와 베이컨을 꺼냈다.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뿌리고 버터를 먼저 녹였다. 버터가 알맞게 기름에 녹아들자, 키친타월로 물기를 조금 짜낸 한입 크기의 베이컨을 바로 볶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에 까망이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골골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열심히 베이컨을 볶던 지은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맞다! 그걸 까먹었어!”
<깜짝이야! 왜 그러냐옹?!>
“마늘!”
마늘을 깜빡할 뻔했다. 한국인의 요리에 마늘이 빠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인벤토리에 넣어 둔 다진 마늘 용기를 찾아냈다.
베이컨이 살짝 익자, 지은이 프라이팬에 마늘 두 스푼을 넣었다. 마늘 향을 기름에 입히는 작업을 한 뒤에 잘라 둔 양파와 당근, 감자를 와르르 옮겨 담았다.
치이익!
재료 볶아지는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졌다.
나무 주걱을 이용해 기름이 튀지 않게 살살살 저어가면서 눌어붙어 타지 않도록 뒤적거리며 재료를 한데 볶아 준다.
그 후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재료를 그릇에 옮겨 닮은 뒤, 볶은 채소와 베이컨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준 채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자와 당근을 젓가락으로 살짝 눌러 본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 정도면 됐다!”
이어서 믹서기에 갈아 둔 토마토를 냄비에 남김없이 부은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토마토 슬라이스를 더 꺼내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냄비 안에서 다시 스튜가 끓기 시작했을 때, 지은이 갈지 않은 토마토 4조각을 집어넣고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건 10분 정도.
완전히 국물이 걸쭉해지고 마지막에 넣은 토마토가 흐물흐물해져서 으깨질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었다.
스튜에 곁들여 먹을 호밀 빵도 잘 잘라 토스트기에 넣어 바삭하게 구워 내고 함께 먹을 계란 속까지 척척 그릇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주인을 본 지 하루도 채 안 됐지만, 손이 굉장히 빠르다냥.>
“그래? 난 모르겠는데.”
<혼자서 빠르게 잘하는 거 같다냥.>
“고마워, 까망아. 조금만 기다리면 돼.”
잠시 후, 지은이 냄비 뚜껑을 열어 작은 접시로 스튜를 호로록 맛봤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를 꺼내 추가로 양념을 한 뒤에 눌어붙지 않게 휘휘 저어 주고는 다시 뚜껑을 닫았다.
지은이 까망이를 돌아보며 한 손을 활짝 편 채 말했다.
“앞으로 5분 남았습니다!”
5분 뒤, 두꺼운 쿠킹 장갑을 끼고 걸쭉하게 수분기가 많이 날아간 토마토 스튜를 식탁으로 들고 가자 까망이가 센스 있게 냄비 받침대를 앞발로 툭 밀어 주었다.
그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토마토 베이컨 스튜가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자, 알겠지?”
<알겠다냥.>
숟가락을 하나만 챙기려다가 까망이의 말이 생각나 까망이의 앞에도 숟가락과 앞접시를 놔 주면서도 반신반의했던 지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까망이가 숟가락을 앞발로 움켜쥐고 스튜를 떠서 호호 불어 먹는 모습을 보며 크게 웃어야 했다.
“하하. 너 진짜 귀엽다!”
<으으…… 뜨거워서 그냥 못 먹겠다냥! 그래도 맛있다냥!>
호호 불어서 식히는 것까지 따라 하는 천재 고양이가 너무 귀엽고 동시에 웃겨서 지은은 처음으로 집에서 한참을 크게 웃었다.
토마토가 베이스여서 그런지 이국적인 맛이 나면서도 마늘 향을 가득 입힌 베이컨 덕분에 익숙한 고기맛도 함께 느껴지는 한국식으로 개량한 스튜였다.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넣었던 베이컨과 푹 익어 포슬포슬한 감자와 적당히 말랑말랑해진 당근을 숟가락 가득 국물과 함께 먹은 지은의 얼굴에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새콤한 맛과 함께 입 안 가득 베이컨과 토마토 소스가 알맞게 스며든 야채들이 함께 씹히니 헛헛하던 입맛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입맛을 당기게 했다.
“야채도 먹어야지?”
빵에 베이컨과 토마토 스튜만 떠서 먹는 까망이의 접시에 기어코 감자와 당근을 올려놓은 지은이 자신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까망이에게 짐짓 엄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튜토리얼 보상 알림을 클릭했다.
[헌터 마켓 사용 권한이 생겼습니다]– 헌터 마켓 경매장 이용 권한이 생겼습니다.
– 스킬 포인트(100p)를 획득했습니다.
– 스킬/아이템 뽑기권(유니크 1회)를 획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을 일단 [스킬/아이템 뽑기권(유니크 1회)]였다.
튜토리얼을 주어진 시간보다 한참 빨리 깬 덕에 등급이 올라간 뽑기권이 나와 지은은 기분이 정말 좋았다.
튜토리얼을 빠르게 깰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주혁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 지은이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괜찮으려나.”
혼자서 4층의 던전에 있던 주혁을 떠올리던 것도 잠시, 빵에 스튜를 찍어 한입 베어 문 지은이 짐짓 떨리는 손으로 인벤토리 소모창에 들어 있는 뽑기권을 불러내었다.
“뭐가 나올까?”
식탁 위로 꺼내진 뽑기권은 작은 나무 상자와 열쇠로 구분되어 있었다. 열쇠를 돌려서 나무 상자를 여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각성한 이래 처음으로 스킬과 아이템을 뽑는 긴장되는 순간.
<너무 기대하지 마라냥.>
“어?”
볼에 가득 베이컨을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까망이가 말했다.
<어차피 튜토리얼 뽑기권에선 그다지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이 나오진 않는다냥.>
“그래?”
<초반 레벨 업이나 퀘스트 진행에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냥. 말 그대로 초보자용 입문 장비다냥.>
까망이에게 설명을 들은 뒤,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을 바라고 있던 지은이 머쓱해졌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까망이의 말대로, 이제 막 클래스 전직을 마치고 튜토리얼 보상을 받았는데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매우 드물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차마 숨기지 못한 지은의 눈이 나무 상자에 고정되었다.
그동안 연습했던 많은 음식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직접 레시피를 바꿔 가며 연습했던 수많은 음식들!
그 어떤 음식도 직접 먹어 보기 전에는 어떤 맛이 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뭐든 끝까지 해 보기 전까지 모르는 일이었다.
먹던 빵을 꿀꺽 집어삼키고 물을 한 모금 마신 지은이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손에 든 열쇠를 망설임 없이 상자의 열쇠 구멍에 넣고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