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9화(10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9화
환각 마법에 걸려 있었지만, 분명 지금 모습보다는 더욱 편안해 보였던 이태백 헌터의 모습을 떠올린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19년 뒤의 자신이 행복해 보였는지 묻고 있는 과거의 이태백 헌터를 눈앞에 둔 지은은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야 했다.
자신의 질문에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하는 지은의 모습에 이태백 헌터가 씁쓸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눈을 감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
“그날, 그렇게 급하지도 않은 던전 확보에 꼭 참여했어야 했는지, 수도 없이 제 자신에게 묻고 있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이태백 헌터님…….”
“1년이 지났는데 아내와 딸의 복수를 하겠다고 하나 남은 아들을 잘 돌보지도 못하는 제 모습이 한심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멈출 수가 없어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고맙다고요?”
“거짓말로라도 제가 행복해 보였다고 말해 주지 않으셨으니.”
“그게 아니라, 이태백 헌터님!”
“미래의 저는 행복해질까 싶었는데, 그 바람조차 저에겐 사치일 뿐이니까요.”
“…….”
“전 행복할 자격을 잃은 사람입니다.”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이태백 헌터의 말에 지은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는 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입 안에 맴도는 말은 많은데 그 많은 위로의 말들 중 선뜻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쩌적!
그 순간 마치 유리에 금이 가듯 공간에 커다란 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뭔가가 천천히 깨지는 소리와 함께 처음 지은이 소환되었던 거실 한편에 선명하게 생겨난 금이 이내 조금씩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공간에 선명하게 그어진 커다란 금이 보이지 않는 듯 이태백 헌터가 지은이 건넨 도시락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고는 마법진을 소환했다. 지은은 지금 이태백 헌터가 복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느꼈다.
마법진이 가동되며 주위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찰나의 순간, 지은은 내내 입 안에 맴돌고 있던 말을 가까스로 소리쳤다.
“왜 행복할 자격이 없나요!”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니까요.”
“과거가 어때서요! 그 과거가 이태백 헌터님이 의도한 게 아니잖아요! 당신은 지금도, 미래에도 영웅이에요. 영웅이라고요!”
“과거에 얽매여 있을 뿐, 더 나아가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영웅이라…….”
지은의 말에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이태백 헌터가 마법진에 발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과거는 그리운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그립지만, 이미 지나온 시간이기에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죠.”
“……이태백 헌터님!”
“그래서 현재는 괴로운 법입니다. 그리운 과거를 추억만 할 수 있을 뿐이기에 현재는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만요, 제 말을 좀 들어 봐요!”
“괴로운 현재를 버텨 낸다고 미래가 괴롭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을까요. 그래서 미래는 두려운 법입니다. 당신이 미래에서 왔다면, 미래의 저에게 전해 주세요.”
“…….”
“제 아내와 딸은 누구보다 저를 원망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과거를 떠올리라고, 당신은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했으니 마지막까지 행복해선 안 될 사람이라 전해 주시길.”
우우웅!
가동하기 시작한 마법진에 완전히 몸을 맡긴 이태백 헌터를 바라보며 지은이 다급하게 인벤토리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락 통의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 2단 도시락 통]– 지금은 완전히 기능을 잃은 도시락 통이지만 사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전용 아이템입니다.
– 사용 횟수가 충전되는 충전식 아이템입니다.
– 현재 상태 : 사용 가능 (1회)
아이템 정보에서 도시락 통의 사용 가능 횟수가 1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망설임 없이 2단으로 구분되어 있는 도시락 통을 꺼내 들고 소리쳤다.
“이걸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시나요!”
“……그건!”
지은이 꺼낸 도시락 통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챈 이태백 헌터가 다급히 손을 내저어 공간 이동 마법을 취소시켰다.
절박한 표정으로 도시락 통을 바라보며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태백 헌터에게 지은이 소리쳤다.
“괴로운 과거에 얽매여 살아야 하니까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하셨나요!”
“…….”
“아내와 딸이 누구보다도 원망하고 있을 거라고요? 제 생각은 달라요! 오히려 지금 이태백 헌터의 모습을 보면 정말로 원망할 거라고요!”
“아빠랑 누나 왜 싸워요? 흐아아아앙!”
지은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에 놀란 태서가 울음을 터트렸다. 태서의 울음소리를 들은 이태백 헌터가 태서를 다급하게 품에 안아 올리고 다독이기 시작했다.
“제가 이걸 어떻게 들고 있냐고 물으셨죠.”
“…….”
쩌저저적!
더욱더 선명하게, 그리고 크게 생겨나는 균열.
틀림없이 지금 이 시간대의 지은이 다시 돌아갈 시간이 다 된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지은은 처음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처럼 자신의 의식이 어디론가 빠져드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제 말 잘 기억하셨다가 알려 주세요.”
“그게 무슨…….”
“과거는 그립고, 현재는 괴롭고, 미래는 두렵다고 하셨나요! 하지만 아니에요!”
“나는…….”
뭐라 말을 하려던 이태백 헌터의 말을 자르고 지은이 소리쳤다.
“아프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고 해서 좋은 추억이 없던 것도 아니잖아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울 수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 현재는 소중해요! 뜻하지 않게 각성하게 되었지만,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채워지고 있다고요. 아픈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기분이 드는 날이 정말 이태백 헌터에겐 없었나요?”
“그건…….”
“애들은 1년 사이에 엄청 커요. 복수도 좋지만, 하나 남은 아들을 잘 챙겨 주시길 바랄게요. 미래에서 온 제가 장담하는데, 아드님은 정말 대단한 헌터가 될 거예요. 그러니 현재에 충실하게 임해 주세요.”
“태서가…… 헌터가 된단 말입니까?”
“누나! 저는 아빠처럼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예요! 헌터가 아니라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모든 걸 만들어 낼 거예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봐요! 지금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예요. 누군가 저처럼 답을 알려 준다고 해도, 그 미래가 정말로 펼쳐질지 끊임없이 고민하겠죠.”
“…….”
“그래서 앞으로 일어날 미래가 기대되는 거예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불확실하기에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한다…….”
조용히 되뇌던 이태백 헌터가 이내 지은의 몸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환한 빛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그게 내 아내, 내 딸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정말 이 도시락 통을 보고도 느끼는 게 없으세요?”
지은이 도시락 통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던전에 나가는 이태백 헌터를 위해 정해연 여사가 매일같이 직접 싸 줬다는 도시락 통.
특이하게도 창조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아이템 설명을 이제야 지은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싸우고 있던 건 이태백 헌터 본인이었잖아요.”
“…….”
“이 아이템 정보는 저만 볼 수 있어요. 나중에 대현자의 자리에 오르는 이태백 헌터님도 보지 못한 아이템 정보를 저는 봤어요.”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었습니까?”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다고요. 이태백 헌터에게 가장 괴로운 기억일 과거가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미래에도 남아 있는 거예요.”
매일같이 던전에 들어가 어쩌면 살아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
자신이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위험한 순간에 자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달라는 심정으로 매일같이 남편의 무사 귀환을 빌며 준비했을 도시락일 터였다.
불안한 마음과 간절한 소망을 가득 담아 만들었을 한 끼 식사.
도시락 통에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항상 도시락 통을 돌려드리면서 뭐라고 하셨어요?”
“…….”
“맛있게 먹었다고, 고맙다고 말해 주시지 않았나요?”
“아…….”
“그때마다 아내분의 표정은 어땠나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만이 담겨 있는 표정이었나요?”
“아니…… 아니었네…… 절대 아니었네.”
조금의 걱정도 없었을 리는 없었다. 던전 개척이라는 미래는 너무나 불확실했고,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불안했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입맛대로 완벽하게 맞춘 정갈한 도시락을 깨끗하게 비운 뒤, 빈 도시락 통을 건네며 ‘잘 먹었어.’라고 말을 했을 때의 아내의 얼굴을 떠올린 이태백 헌터가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항상, 웃었네. 아내는 항상 웃었어…… 내가 자랑스럽다고, 보기 좋다고.”
단 한 번도 위험하니 그만두라 말한 적 없었다.
위험하니까 조심하라는 말은 수도 없이 입에 담았음에도, 대균열을 막아 내고 국가의 영웅으로 명예를 쌓고, 마법적 성취를 계속해서 끊임없이 이뤄 내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이태백 헌터였다.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던전과 균열을 막아 내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자신을 묵묵하게 뒤에서 지지해 준 것은 아내였다.
이태백의 그런 모습을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또한 아내인 정해연이였다.
“그런데도 이태백 헌터의 말씀처럼 그 과거를 괴롭다고 생각하고 원망하고 계실까요?”
그 말을 끝으로 위태롭게 금이 가서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보이던 공간이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감기는 시야 사이로 다급한 이태백 헌터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잠깐! 잠깐만!”
“그러니까…… 앞으로도 힘내란 말이에요…….”
자신이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더 남았는데.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영웅에게 아직 못다 한 말이 너무나 많이 남았는데.
미래의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저 불행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고, 그렇게 말을 해 줬어야 했는데.
적어도 환각 마법에 본인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진 않았다고. 그냥 환각 마법 속에서 잠시 쉬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을 해 줬어야 했는데.
그리고 지금 이 대화를 꼭 기억하라고 말을 해 줬어야 했는데.
미처 전해 주지 못한 말이 입에서 맴도는 것을 느끼며 지은은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 *
“지은 씨!”
다시 지은이 눈을 뜬 곳은 이태백 헌터의 본가 거실 소파 위였다.
넓은 소파 위에 누워 있던 지은이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그녀가 깨어났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하고 있는 주혁의 얼굴이었다.
“아, 돌아왔다.”
“돌아왔다니. 어딜 다녀오셨던 겁니까?”
“아, 제가 잠시 19년 전에 다녀왔…….”
“으으음…….”
의식은 돌아왔는데,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몽롱한 기분을 느끼며 지은이 횡설수설 말을 내뱉었다. 당황한 주혁의 시선이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고 있던 이태백에게 향했다.
“돌아왔군.”
눈을 뜨자마자 똑같은 소리를 내뱉는 이태백과 지은을 번갈아 바라보던 주혁이 그제야 안심한 듯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절하듯 쓰러져 버린 지은의 뒤를 따라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순식간에 의식을 잃은 이태백 헌터를 떠올리자, 다시 온몸에 오한이 드는 듯 주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주혁을 보며 이태백이 희미하게 웃었다.
“민지은 양에게 과거에서 크게 혼나고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