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0화(10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0화
“제가 언제 이태백 헌터님을 혼냈다고 그러세요…….”
이미 정신을 온전히 차렸음에도 쥐 죽은 듯 소파에 길게 누워 있던 지은이 조그만 목소리로 이태백의 말에 반박했다.
생각해 보니 뭘 믿고 그렇게 소리를 쳤는지. 지은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떻게 이태백 헌터를 마주 봐야 할지 몰라 몸을 일으키고도 시선을 애써 피해야 했다.
“제발 잊어 주세요…….”
“이미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잊겠나.”
“네? 정말로 일어났던 일이라고요?”
“물론일세. 이제야 제대로 기억이 나는군. 어쩐지 낯익은 얼굴이라 했어.”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는 이태백과 달리 지은은 19년 전의 세상에 자신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듯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분명 19년 전이라면 자신은 고작 3살일 시절인데, 어떻게 22살이 된 지금의 자신이 그 시간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인가.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부정해 봤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한 이태백 헌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동안은 아무리 얼굴을 떠올리려고 해도, 뭔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얼굴과 목소리가 도통 기억나질 않더군. 그래도 19년 전 우리가 나눴던 대화는 정말로 있었던 일이 맞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아무리 마법이라고 한들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에 관여하는 마법이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해 보지 못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지은을 대신해 이태백이 말을 이었다.
“내가 말해 주지 않았나. 마법을 다루다 보면, 이렇게 마법 같은 일을 직접 경험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
“아…….”
과거 40대였던 이태백 헌터가 했던 말을 눈앞의 60대의 나이에 접어든 이태백 헌터에게 듣고 있으니 그제야 정말로 그 시간대에 자신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는 중인 지은에게 이태백이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아내의 도시락 통은 또 사라졌던데 잘 들고 있나?”
“아…… 그건.”
당연히 지금 자신에게 있는 도시락 통을 꺼낸 지은이 이태백 헌터에게 그것을 건넸다.
비틀린 시간의 축이었던 과거에서 되돌아오며 인벤토리에 미처 넣지 못했던 도시락 통은 현재의 이태서 헌터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와 있었으니까.
편안한 표정으로 지은이 건넨 도시락 통을 받아 든 이태백 헌터가 인벤토리에 도시락 통을 집어넣고는 말했다.
“이 도시락 통이 태서를 통해 지은 양에게 다시 가게 되었던 것도, 어쩌면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운명이었는지도 모르지. 그 과거에서 내게 했던 말은 아직도 유효한가?”
“네?”
“기억하라고 했으니 한 번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네. 현재에 충실하라고 했었지.”
“제가…… 그랬죠.”
“앞으로 일어날 미래가 기대된다고 했던 말은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게 말하는 이태백 헌터의 눈에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총기가 서려 있었다.
환각 마법의 탁한 기운에 사로잡혔던 때와는 달리, 나이가 들었음에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려 오는 느낌을 주는 랭커의 형형한 눈빛이었다.
“네, 저는 앞으로도 미래를 기대하면서 살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눈빛이 과거와 꼭 닮아 있음을 확인한 이태백 헌터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내가 지은 죄를 고백하려 하네.”
갑작스럽게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하려 한다는 이태백의 말에, 지은은 물론이고 지금 둘 사이의 대화를 도통 따라가지 못하고 있던 주혁도 긴장해 몸을 굳혔다.
그런 둘의 긴장된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태백 헌터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쩌쩍! 하고 공간이 깨져 나가는 파열음이 집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건…….”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오기 전, 공간이 갈라지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집 안에 덧씌워져 있던 하나의 공간이 깨져 나갔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깨진 공간에서 쏟아지는 파편이 정말로 커다란 유리가 깨질 때와 똑같다는 점이었다.
깨진 마법진 조각들이 와르르 거실 바닥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 아들놈이 걸은 환각 마법은 공간을 지배하는 마법이라 부득이하게 소란을 피운 점 미안하네.”
자신의 손짓에 깨져 나간 것이 태서의 환각 마법이라는 것을 밝힌 이태백이 미리 설정해 둔 보호 마법을 씌워 준 덕에 날카로운 마법 파편이 쏟아지는 도중에도 멀쩡하게 있을 수 있었다. 지은은 이태백의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태서 헌터가 환각 마법을 걸었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이지. 내 아들의 마법을 내가 알아채지 못했을까.”
“그럼 어째서 가만히 계셨던 건가요?”
아들인 이태서가 자신을 환각 마법에 가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환각 마법 속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은 지은이 되물었다.
그런 지은의 물음에 이태백 헌터가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하나 남은 아들이라, 내 그동안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것이지.”
“……어떤 걸 모른 척하고 계셨나요.”
“내 아들의 마법은 설명한 대로 공간을 지배하지. 19년 전 지은 양이 말한 대로 대단한 헌터가 되었지 않나?”
“아들 자랑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지금?”
“그럴 리가. 마법사들의 비밀을 알려 주려 한다네. 자네들은 마법사가 어떻게 각성하는지 알고 있나?”
헌터들이 어떻게 각성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은 지은도, 주혁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각성하게 된 것이지, 그 각성을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마법사의 각성은 특별하지. 마법의 근원인 마나의 ‘색’이 정해지는 과정이 따로 있으니까.”
“마나의 색이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주혁조차 지금 이태백이 말하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처음 듣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모든 마법사는 저마다 마나의 색을 가지고 있지. 나 역시 마찬가지일세. 그것을 우리는 소울 마나라고 부른다네.”
“네, 마법사들마다 고유한 마나의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소울 마나라고 따로 부른다는 사실은 처음 듣습니다.”
진지해진 주혁의 말에 이태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펼쳐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시려 오는 것 같은 푸른 불길이 이태백의 손 위에 작게 피어올랐다.
“보는 바와 같이 내 소울 마나는 푸른색이라네.”
“와아…….”
작은 불꽃이었지만 순식간에 후끈한 열기가 훅 하고 끼쳐 왔다.
온몸이 떨려오는 것 같은 서늘함을 느끼게 하던 푸른색의 소울 마나에게서 느껴지는 열기에 놀란 지은은 고개를 뒤로 쭉 빼야 했다.
그런 지은의 반응에 급히 주먹을 말아 쥐는 것으로 불꽃을 없앤 이태백이 멋쩍은 듯 사과의 말을 건넸다.
“미안하네. 내 지은 양이 헌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네.”
“아니에요. 그런데 마나 색에 대한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신 건가요?”
“거창한 것처럼 보이지만 소울 마나의 색에는 사실 별다른 의미가 없다네.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사람의 마나의 색이 두 가지 이상일 경우이지.”
“두 가지 이상의 색이요?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이태백의 말을 들은 주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소울 마나라고 하는 것이 마법사들의 마법의 근간입니까?”
“그렇다네. 소울 마나는 개인의 마법적 역량을 결정하는, 말 그대로 마법사의 영혼이지. 이 소울 마나의 크기에 따라 통제할 수 있는 마법의 역량이 늘어나지.”
“그렇다면 소울 마나의 색이 두 개 이상일 때 무슨 문제가 발생합니까?”
“영혼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란 뜻이네.”
“세상에…….”
마법사들의 마법의 근간인 소울 마나.
개인의 영혼이나 다름없는 소울 마나의 색이 두 개 이상이라면 영혼이 분리된 상태와 다름없다는 충격적인 말에 지은과 주혁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이어진 이태백의 말은 더욱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소울 마나의 색이 두 개인 마법사가 있지.”
“그게 누굽니까?”
“바로 내 아들일세.”
“이태서 헌터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마법사도 소울 마나가 하나뿐이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지금껏 각성한 그 어느 마법사도, 소울 마나가 두 개 이상이진 않았네.”
주혁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하며 이태백이 한숨을 내쉬었다.
소울 마나가 두 개라면 이태서의 영혼이 둘로 나뉘어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었으니, 그의 영혼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뜻과 같았다.
“영혼이 둘로 나뉘어 있는 상태일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어떤 점입니까.”
“그걸 모르겠네. 다만 짐작하는 건 내 아들의 소울 마나가 두 개인 것이 지은 양과 관련됐다는 것이네.”
“네?”
마법에 대해선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있는 마법사가 없다는 대현자라는 이명을 지닌 그의 입에서 모른다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해 1차로 놀라고, 이태서의 현 상태에 자신이 관련되었다는 말에 2차로 놀란 지은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씀이세요?”
“내 아들의 각성에 지은 양이 관여했으니 하는 말일세.”
“제가요?”
지은이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세간에 알려진 이태서의 각성 나이는 15살이었다. 그런 태서보다 나이도 어리고, 15살의 이태서와 일면식조차 없는 자신이 어떻게 그의 각성에 관여를 했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은 탓이었다.
“이태서 헌터는 15살에 각성했잖아요!”
“지은 양도 각성자라고 했으니 알겠지. 각성을 하기 전에 나타난 징후나 특별한 점이 있었나?”
“그런 게 있을 리가요…….”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는 히든 클래스로 각성하기 전의 지은은 청년 사업 공모전에 지원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푸드 트럭을 서울시로부터 제공받았을 뿐이었다.
“그렇겠지. 지은 양뿐만 아니라 나도, 내 건방진 제자도 마찬가지일세. 이 세상 그 어떤 각성자를 데려다 놔도 자신이 각성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은 없을 걸세.”
“그런데도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가…….”
“딱 한 사람, 내 아들을 제외하곤 말이지.”
“네?”
“지은 양이 직접 알려 주지 않았나?”
지은은 이태백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면식이라곤 최근에 만난 것이 다인 이태서 헌터에게 언제 자신이 각성을 한다고 알려 줬단 말인가.
이태백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지은의 머릿속에, 순간 어린 태서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자마자 지은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