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1화(10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1화
‘애들은 1년 사이에 엄청 큰대요. 복수도 좋지만, 하나 남은 아들을 잘 챙겨 주시길 바랄게요. 미래에서 온 제가 장담하는데 정말 대단한 헌터가 될 거예요. 현재에 충실하게 임해 주세요.’
‘태서가…… 헌터가 된단 말입니까?’
‘누나! 저는 아빠처럼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예요! 헌터가 아니라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모든 걸 만들어 낼 거예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비틀린 시간의 축에서 있었던 일들이 모두 실제 과거에 이뤄졌던 일로 이태백과 이태서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각성을 할지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어린 태서에게 지은의 확신에 찬 말은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지은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그런 지은에게 이태백이 말했다.
“소울 마나가 두 개로 나뉜 이유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네.”
“이태서 헌터의 각성에 제가 영향을 끼쳐서…….”
“나는 우리 같은 각성자가 사용하는 권능이 누군가에게 힘을 빌려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힘을 빌려 온다?”
“우리끼리 나눌 말이 많은 것 같은데.”
“…….”
“…….”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천천히 교환해 보지 않겠나?”
이태백의 말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던 주혁이 자세를 바로 고쳐 앉으며 반응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대현자의 가설을 들을 기회였다.
혼란스러워하는 지은과 진지한 표정의 주혁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태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 전에 차가 다 식었으니, 새로운 차와 함께. 어떤가?”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태서에게 자신이 과거의 시간대에서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은도, 지금껏 없었던 ‘던전’에 대한 가설이 아닌 ‘각성’에 대한 가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자는 스승의 제안을 받은 주혁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자신의 제안을 승낙했다는 것을 눈치챈 이태백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진다네.”
* * *
태백 길드 길드장실.
공식적으로 길드장인 이태백이 칩거해 있는 동안 태백 길드의 길드장 대리를 맡고 있는 것은 그의 아들인 이태서였다. 텅 빈 길드장실 안에서 커다란 의자에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마력초를 입에 물고 있던 태서의 앞에 별안간 불쑥 검은 그림자가 솟아났다.
“미리 연락을 하고 오라고 했을 텐데, 키드.”
바닥에 솟아난 검은 그림자의 모습이 서서히 변해 가고 나타난 것은 완연한 금발에 푸른 눈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짠! 깜짝 놀라게 해 주려 했는데, 언제쯤 놀라 주실까?”
로스웰 키드.
학살의 어릿광대라는 이명을 가진 미국 로컬 랭킹 2위의 랭커이자, 다국적 길드 [해방의 날개]의 길드장.
수많은 미국의 길드 중에서도 목소리가 가장 높은 길드, [해방의 날개]의 주목적은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헌터들만의 새로운 세상을 세우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힘을 잃은 수많은 1세대 헌터들이 망명해 몸을 의탁한 길드이기도 한 [해방의 날개]엔 수많은 범죄자들과 무국적자들, 죄를 짓고 도망친 망명자들이 가득했다.
다국적 범죄 길드의 길드장인 키드의 깜짝 등장에도 별 반응이 없는 태서였다. 그런 태서의 반응에 키드가 영어로 짧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내 키드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태서가 입에 물고 있는 마력초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가져가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크게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푸하! 역시 한국산이 맛이 좋아. 마나가 부족했거든.”
빼앗다시피한 마력초를 연거푸 들이마시며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키드가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태서의 앞으로 걸어와 시선을 맞췄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
“고민은 무슨.”
“흐음. 그래 네가 고민이 없다고 한다면야.”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태서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키드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책상에 기댄 채 말을 이었다.
“‘열쇠’는 찾았어?”
“아니.”
“찾았다고 했잖아?”
“아니었다.”
콰지직!
키드가 짚고 있던 책상이 손의 악력만으로 부서지며 커다란 소리가 넓은 길드장실 내에 울려 퍼졌다.
“아아악! 젠장!”
등장 내내 생글생글 웃고 있던 키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자취를 감췄다. 무심한 태서의 반응에 더욱 화가 났는지, 책상 한쪽 모서리를 가루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내 거센 욕설과 함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키드가 소리쳤다.
“무슨 생각이야, 이태서!”
“소란 피우지마, 여긴 네 공간이 아니야.”
“‘열쇠’를 찾았다고 했잖아! 이미 다 보고했는데, 왜 이제 와서 없다고 말을 바꾸는 거냐고!”
언성을 높이는 키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서가 절반이 무너져 내린 책상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태서를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키드가 태서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아! 당장 ‘열쇠’를 찾아와!”
“‘열쇠’에 대한 단서를 찾으면 내가 먼저 연락할 테니 이렇게 찾아오지 마, 키드.”
“너, 이 새끼!”
“나랑 정말로 싸워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주제넘는 짓은 거기까지 해.”
차가운 태서의 일갈에 태서의 멱살을 잡아채려던 키드의 손이 멈칫했다.
백금색의 마나가 일렁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홀릴 것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마나의 움직임 사이로 보이는 것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기운이었다.
멈칫거리는 키드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태서가 말했다.
“애초에 난 협조한다고만 했지, 너희와 뜻을 같이한다곤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
“너도 우리와 같은 부류잖아. 이제 와서 고상한 척하지 마.”
“내가 너랑 같은 부류일 리가…….”
“부정하진 못하잖아, 너도.”
손가락으로 자신과 태서를 번갈아 가리키며 ‘우린 같은 부류’라고 지칭하는 키드를 빤히 바라보던 태서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그런 태서의 반응을 보며 키드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좁아터진 작은 나라에서 고작 로컬 랭킹 4위인 이놈한테 내가 왜…….’
감히 자신의 앞에서 거만하게 의자에 앉아 자신을 무시하는 태서의 목을 조르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억누르며 키드가 웃어 보였다.
빌어먹게도 이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국가였다.
대균열을 제대로 막지 못해 헌터들의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했던 한국 정부였지만,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1세대 헌터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 끝에 강경파가 완전히 몰락한 지금.
태어나자마자 출생 신고를 하고 성인이 되면 주민 등록 번호를 발급받는 철저한 국가의 등록 시스템에 익숙한 한국인들답게 헌터도, 비전투 계열 각성자도 모두 각성자 등록을 하는 상황.
자신들의 입장에선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국가적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특성상, 이 나라에서 자신이나 해방단이 활개를 친다면 자칫 대한민국의 모든 헌터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다국적 범죄 길드인 [해방의 날개]라 할지라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했다. 거기에 빌어먹게도 대한민국과 미국은 국방에서 최우방국이기도 했다.
호시탐탐 자신의 길드를 노리는 다른 세력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는 없었기에 키드는 다시 한번 속으로 올라오는 욕을 참으며 태서에게 말했다.
“너도 우리와 같이 무너트리고 싶은 것이 있잖아? 그래서 우리와 손을 잡은 거 아니었나?”
“확실하게 찾아내면 내가 연락할 테니, 그 전까진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마.”
“그 거짓말, 이번 한 번은 믿어 볼게.”
그렇게 말한 키드가 앉아 있는 태서의 어깨를 손으로 꾸욱 누르며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 뻣뻣하게 굴다가는 큰일 날 거야.”
“할 수 있다면 언제든 해 봐. 너도 잃을 게 많다는 걸 모를 줄 아나?”
자신의 어깨를 누르는 키드의 손을 쳐 낸 태서가 키드를 올려다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그런 태서의 도발에 순간적으로 붉게 변한 키드의 눈동자가 다시 파랗게 돌아왔다.
“그래. 그러니까 우리 서로 좋게좋게 가자고, 태서. 다음에 봐.”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순식간에 키드가 자취를 감췄다. 그가 잔뜩 부숴 놓은 책상의 잔해를 바라보던 태서가 손을 한 번 움직인 것만으로 부서진 책상이 다시 말끔하게 복구되기 시작했다.
마력초를 꺼내 입에 물고 천천히 빨아들이자 몽롱한 기운과 함께 마나가 조금씩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급격하게 차오르는 마력에 취한 손을 움직여 그때까지 들고 있던 서류의 맨 앞장을 넘기자 나온 것은 지은의 사진이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지은의 얼굴 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사진을 쓰다듬은 태서가 몇 번이나 확인한 지은의 상세 정보를 다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 당신은 누구입니까.”
사진을 너무 자주 봐서 그런지 눈만 감아도 지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도와드릴게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틀림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맞는데,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봐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목소리였다. 거슬리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최근 들어 끊었던 마력초까지 다시 입에 댄 이유가 또 있었다.
“[기억의 도서관].”
방대한 기억의 사고(史庫).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대마법사의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의 지배자의 스킬.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스킬들의 마법진이 기억의 파편으로 저장되어 있는 마법사의 사고(史庫)였다.
주인의 마나인 백금색으로 빛나는 기억의 파편들 속에 듬성듬성 빛을 잃고 있는 파편들이 태서의 눈에 들어왔다.
각성 이래 적업 스킬을 개방한 뒤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기억해 낼 수 있고, 마법이라면 발현시킬 수 있다. 한 번 [기억의 도서관]에 들어간 기억이 빛을 잃고 이렇게 사라지는 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어느 한 기억만 누군가가 도려낸 듯 비어 있는 일련의 기억 파편들 속에서 눈을 감은 채 깊은 고민에 빠진 태서였다.
“틀림없이 냄새가 났는데.”
어머니의 유품인 도시락 통에서 흘러나오던 마력의 기운과 같은 결의 기운이 분명히 느껴졌던 여자였다.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줄 수 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마력.
‘저도 마법사가 되면, 엄마랑 태린이를 데려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럼, 태서는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야.’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목소리도 얼굴도 무엇 하나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들리지 않고, 떠오르지 않아도 생각하는 것만으로 따뜻함이 살아 숨 쉬는 것은 감정이 메마른 지금도 알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추측이지만…….”
기억의 파편 속 선명하게 떠올라 있는 지은의 얼굴을 바라보던 태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이 내가 찾던 사람이 맞습니까? 민지은 씨.”